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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맛대로 살아라. 전호용 음식에 담긴 진심 함유량이 궁금하다. 음식에도 진심이 담기는가? 저자는 그러하다고 말한다. 얼마나 담기는가? 25%. 그럼 나머지는? 구라와 계산이다. 구라라 함은 손님에 대한 친절을 뜻하는 것이겠고, 계산이란 함은 판매 이익을 말하는 것일 게다. 처음 이 글을 접했을 때, 내 반응은 겨우 25%란 말인가? 책 뒤표지에 찍혀 있듯, 주변에 차고 넘치지만 주목받지 못한 못난 음식에 대한 기록을 담은 책이다. 예를 들어 사람손이 수천 번 가지만 제 값을 받지 못하고 단 돈7천원에 넘겨지는 ‘미나리’에 대한 기록이다. 콩나물시루는 또 어떠한가, 새벽녘 비몽사몽간에 오줌 누고 물 한바가지 얹어주며 키워낸 것이다. 내가 기대했던 저자의 모습은 음식을 만들어내는 조리사를 넘어, 생명에의 따스함으로 식재료를 바라보고 값어치를 넘어 조리하여 내놓을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그의 손에 버무려진 음식에 진심함유량이 고작 4분의 1밖에 안 된다 말인가! 최근 학생들을 데리고 청소년 연합수련회를 갔다. 가깝지 않은 4시간을 달려 도착한 수련회 장소에서 제공한 점심을 먹게 되었는데, 밑반찬은 수상하게 단 두 가지였다. 단무지와 마늘종 무침. 무언가 이유가 있겠지, 역시나 밥은 볶음밥이었다. 수상하다는 내 예상이 적중하듯, 볶음밥에는 김치 쪼가리와 고추장만 들어가 밥에 뭉쳐져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당당하게 김치 볶음밥이라고 적혀 있었다. 볶음밥에 흔히 들어가는 고기가 있을까 싶어, 가느다란 희망을 품고 젓가락으로 파헤쳐 봤는데,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고기라 부르기엔 이질적인 것들이 보이긴 했다. 탑탑한 마음을 식히라는 것인가, 콩나물 냉국도 있었다. 국물을 먼저 맛본 학생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는데, 이런 음식이 원래 존재하는 거냐는 질문이 날아왔다. 앞에 마주 앉은 여학생은 배고프지 않다며 거의 손대지 않았는데, 그럴 리가 없지 않는가? 그 음식에 진심함유량이 얼마나 될까? 제로에 가깝다고 말하면 박한 것인가, 책의 저자처럼 25%라도 담겨있었다면 그리고 나머지 30%쯤 구라라도 보탰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책을 읽으며 생전 어머니가 해주셨던 된장찌개와 미역국, 비지찌개가 계속 생각났다. 언젠가 식당에서 비지찌개를 사먹었던 기억도 있지만, 그 맛이 아니다. 그 맛이 날 수 없다. 진심함유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생존을 위해 구라와 계산을 넣어 음식을 만들지만, 그래도 진심을 담는다는 저자의 음식이야기는 사실 삶에 대한 이야기다. 그의 삶을 따라가며 새록새록 음식에 얽힌 추억을 떠오려보는 것도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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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야 세프가 요리하는 인생 이야기, 못나도 사랑스러워 -‘네 맛대로 살아라’를 읽고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방송을 통해 각양각색 레시피들이 등장하고 멋진 스타 세프들도 자주 나온다. 눈을 현혹하는 화려한 쇼처럼 음식들이 꾸며지고 유명 연예인들이 그것을 먹고 즐기는 모습을 통해 일반인들이 대리만족을 느낀다. 또한 세프가 제안하는 레시피대로 음식을 만들어보고 블로그에 올리기도 한다. 이런 분위기에 반기를 드는 한 재야 세프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너와 나의 밥을 지어먹는 '삶'이라는 행위에 정확한 레시피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군가 제시한 어느 요리의 레시피는 대략적인 방향을 안내하는 이정표일 뿐이다."(43쪽)
"레시피에는 정답이 담겨 있을지 모르지만 그 레시피를 참고해 만든 당신의 음식은 정답도 오답도 아닌 당신의 음식이다"(41쪽)
현재 전주에서 심야식당을 운영하는 저자의 필력은 진보잡지에 글을 기고했던 이력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스타세프와 그 이름의 레시피로 무장하고 있는 지금의 모습에 비판적이기는 하다. 하지만 ‘너와 나의 밥을 지어먹는 삶’에 대한 깊이 있고 정감 어린 글들은 많은 것을 생각하도록 해준다. 특히 ‘못난 것’을 향한 애정이 인상 깊었다.
“주변에 차고 넘치는 그 못난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라도 기록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7쪽) 책 서문에서도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바로 아무도 이야기 하지 않는 못난 것들, 나의 주변에서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다.
마트에 가면 몇 천에서 쉽게 살 수 있는 콩나물이나 미나리, 늙은 호박 등 흔한 음식 재료들이 돈이 되기 위해 매겨지는 가격과 달리 얼마나 많은 정성의 손길로 자라는지 옛 추억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누구나 알 듯이 상품이 되는 것만이라도 제값 주고 팔기 위해 못난 열매는 다 버린다. 당연하지 않는가? 하지만 저자는 "나무가 맺어준 귀한 열매마저도 돈이 되고 안 되고의 문제 안으로 밀어넣었기에 그 올곧은 존재 자체의 가치가 사람으로 하여금 상실된 것은 아닐는지"(131쬭) 라며 못난 것을 못난 대로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어떤 제주 농민은 감귤을 선과나 세척작업 없이 손 가는 대로 따서 귤을 따서 상자 안에 크고 작은 것 신 것 단 것 섞어서 판다고 한다. 만약에 내가 그 귤을 구매해서 시고 못난 귤을 발견했다면 왜 이런 것을 파느냐고 따지고도 남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신맛을 음미(?)하면서 맛있게 먹어보고 싶다. 오로지 돈이 되는지 안되는지 그 기준에 따라 열매를 보는 것이 아니라 열매 자체를 보고 인정하는 것, 땀과 수고의 대가로 열린 열매 혹은 어떤 결과물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선을 저자를 통해서 배우게 되었다.
삶을 바라보는 깊이도 남다르다. 통증과 죽음에 대하여 풀어놓는 글과 문장 하나하나가 피부에 와 닿을 정도로 현실적이어서 마음이 약간 불편하기까지 했다.
"다만 오늘의 통증이 내일까지 이어진다고 해도 내일은 그 통증을 견뎌낼 만큼의 에너지가 몸 안에 다시 생겨난다고 믿게 되었다....이 통증이 팔꿈지에 늘어붙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지만 너에게 주는 밥과 내가 먹을 밥 모두를 끊을 수 없어 통증을 견디며 일을 한다"(54쬭)
"사람은 죽어 사라지고 죽음의 냄새만 남아 있지만 그 방은, 그 집은 생로병사가 끊이지 않았던 '집'이었으므로 죽음의 냄새 또한 들숨으로 호흡되는 삶의 이유가 된다...여기에 계속해서 다양한 음식 냄새를 덧칠하고 서로의 날숨을 불어넣고 삶의 찌꺼기들이 말라붙으면 그 고단함을 잠재우는 집이 될 것이다...그녀가 임종을 맞을 공간이 두 사람의 희로애락과 체취가 짙게 밴, 두 사람만이 편안할 수 있는 '집'이기를 바란다."(80~86쪽)
통증을 견디며 일을 해야 하는 고난단 삶, 죽음의 냄새도 호흡이 되는 왠지 잔인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을 담담하게 이야기 하고 있다. 진한 감성적인 글은 아니지만 생기발랄한 기운이 마음에 꽉 찬 느낌이 들었다.
못난 것들을 투박하고 거칠게 기록하고 있지만 누구에게라도 권고할 수 있는 인생관을 설파하고 있다. 저자 스스로는 이 책이 교훈을 위한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겠지만 나에게는 아주 교훈적이었다. 생각의 범위를 넓히고 주변을 돌아보는 마음과 함께 밥을 해서 같이 먹고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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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곰탕으로 이어진 할아버지의 추억 “엄마 지저분하게 그걸 왜 먹어요?” 수박을 다 먹고나서 껍질을 벗기고 그 속 하얀 속살같은 속을 긇어내시는 것이다. “조용히 하렴. 이게 얼마나 맛있는건 줄 아니” 주방에서 뚝딱뚝딱 하시더니 수박속살 무쳐 나오는 수박무채는 그 어떤 반찬보다도 맛있었다. 지금도 수박을 다 먹고 껍질을 버리려 하면 어머니의 그 요리가 배시시 나의 입가를 웃음짓게 한다. 재야 셰프 전호용의 “네 맛대로 살아라”를 읽으면서 음식속에 녹아들어 있는 어머니의 추억과 사랑 그리고 이웃들의 친근함과 넉넉함이 묻어나오는 것이 마치 6시 내고향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섬마을에서 삼형제를 혼자 키워야 했던 홀어미는 그날 운 때가 맞아 큼지막한 농어와 우럭을 잡아 잰걸음으로 집에 오다, 옆 짚 아이가 아직 밥을 먹지 못했다는 말이 걸려서 그냥 오지 못하시고 우럭을 한 마리 주고, 집에 와서 굶주린 세 형제에게는 농어를 끓어주셨다며 그 어미는 그 날 후에 두고 두고 옆집 아이에게 농어가 아닌 우럭을 준 것에 대해 부끄럽다고 여기셨다”(p91). 며 진정한 나눔은 이런 것이 아닌가 라는 친구의 일화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박완서의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를 언급하며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라는 깃발을 펄러덩펄러덩 훨훨 휘날리고 싶다. 아니, 굳이 깃발이 아니라도 좋다. 조그만 손수건이라도 팔랑팔랑 날려야 할 것 같다”라며 참된 부끄러움이 사라진 이 세태를 그리고 있다. 그러면서 일상의 한 끼의 밥이 주는 자유함과 참된 기쁨을 소개한다. 저자의 글을 읽다보면 음식에 관한 이야기 한 보따리를 조금씩 조금씩 푸는 할머니의 구성진 목소리처럼 찰 진 구성이 나의 귀와 어린 시절을 상상하게 만든다. “너희들 개구리 한 마리에 10원줄테니 잡아오렴. 할어버지가 아이들한테 약속한 돈은 당시 시골에서 용돈이라는 것을 받을 수 없는 우리들에게 강한 동기유발이 되었다. 그래서 인가 저녁이면 각 자 비닐 푸대에 개구리들이 와글와글 소리를 내며 용돈받을 생각에 줄을 섰던 기억이 있다. 할아버지께서 와병 중이라 보신하려고 한 것이다. 아이들은 마리당 계산해 주는 용돈에 기뻤고, 솥단지에 폭 과서 나오는 국물을 드시는 할어버지는 건강이 어느 정도 회복이 되셨다.” 그런 재밌는 추억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 책 한 꼭지인 [개구리 곰탕]편의 이야기는 넘 재밌다. 늦둥이를 낳지만 제대로 젖을 먹지 못해 약한 막내에게 개구리 기백마리를 잡아 솥아 폭 고아 먹이자 점차 기력이 회복되어 얼굴에 핏기가 돌고, 눈빛이 맑아졌다는 것에 이르자, 그 때의 장면이 마구 상상이 되고 행복했다. 그리고 돌아가신 할아버지가 아련히 떠올랐다. 단순히 음식에 관한 글이 아니라, 음식을 통해 저자의 삶과 인생 그리고 자신과 관련된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기에 보는 내내 음식이 아닌 사람의 멋을 느낀다. 그러면서 곳곳에 소개하고 있는 지역의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고 있기에 어쩌면 단순한 음식이야기보다 담백한 저자의 인생과 음식의 철학이 잘 드러나고 있다. 아내가 아침상을 차렸다. 깻잎이 잔뜩 들어간 볶음밥이다. 밖에 비는 주적주적 내리고 음악은 흐르고 아침 아내와 밥을 먹는데 왜 옛날 어머니가 생각이 나지? 잠을 자고 있으면 어디선가 맛있는 밥 냄새와 음식향이 자던 나를 깨우던 그리고 밥 먹으라고 소리치시는 어머니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나와 어머니를 이어주는 것이 밥상인 것 같다. 책을 읽는 내내 지난날 추억의 한 순간으로 돌아가는 경험을 하게 되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험을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