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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표 교수의 《산소와 포도당, 그리고 물질대사의 기원》에서 추천한 책이다. 어떤 부분에서 이 책 얘기가 나왔는지는 잊었지만, 그 책을 읽으며 꼭 읽어봐야겠다고 다짐한 거의 유일한 책이었다. 어쩌면 소박한 제목이 더 눈길을 끌었는지 모르는데, 원제는 이보다 거창하다(‘大地の五億年’). 원제보다 우리말 제목이 훨씬 시적이고 매력적이다. 예상대로 많은 것을 새로 알게 되었다. 흙의 역사가(우리말 제목에 따르면 흙의 시간이) 5억년이라는 것도 처음 깨닫게 된 사실이다. 말하자면 육지와 흙을 제대로 구분하지 않고 생각해왔던 건데, 흙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잘 생각하지 않았던 탓이기도 하다. 수백 년에서 수백만 년에 걸쳐서 만들어지는 흙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또 하찮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안 사실은 흙에서 ‘산성’이 가장 중요한 성실이라는 점이다. 산성의 정도에 따라 어떤 식물이 자라느냐, 농업의 성패가 좌우된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얘기지만 역시 잘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고, 흙에서 어떤 성질이 가장 중요하냐고 문제를 내면 아마 거의 틀렸을 것이다. 인류 농업의 역사에서도 지역마다 풍요도가 다르고, 또 지역마다 재배하는 곡식이 달랐던 이유도 바로 이 토양의 산성이라는 성질 때문이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갖가지 노력이 있어왔고, 문명의 쇠퇴도 이 성질과 굉장히 관련이 깊다는 것을 처음 생각하게 되었다. 그밖에 중요하고, 혹은 소소하게 알게 된 것을 몇 가지만 인용하면서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먼저 알루미늄이온에 관한 얘기가 굉장히 많이 나온다. 역시 산성과도 관련이 있는데, 특히 알루미늄이온은 식물에 상당히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뜻밖에도 ‘수국’이라는 식물의 색깔을 지역마다 달리 알고 있는데도 이 이온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본인들은 ‘수국’이라는 단어를 들어면 파란색 꽃을 상상한다. 하지만 유럽 지중해 지방 사람들은 분홍색 꽃을 상상한다. (...) 흙이 다르기 때문이다. 수국 꽃의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은 사실 분홍색이지만, 이 색소는 알루미늄이온과 반응하면 청색을 띤다. 일본에 많은 산성토양에서는 점토가 용해되어 알루미늄이온이 다량 녹아나온다. 이 알루미늄이온이 꽃까지 전달되면 수국 꽃을 푸른색으로 물들이는 것이다.” (25쪽) 온천을 다녀와서인가, 온천 얘기가 들어온다. 물론 저자가 온천 얘기를 꺼낸 건 그 때문은 아니다. “물이 알칼리성인 온천에서는 피부가 매끈매끈해지는데, 그 이유는 알칼리성 환경에서 피부나 단백질이 녹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장수풍뎅이의 알칼리성 장(pH12)에서는 리그닌 등의 방향족화합물을 녹여 셀룰로오스를 소화하기가 쉬워진다.” (126쪽) 농업은 풍요로움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빈곤에 대한 식물의 대응에서 시작되었다. “숲은 나무는 자신의 몸통을 크고 단단하게 만드는 데 에너지를 투자하지만, 1년 만에 시들어버리는 건조지대의 식물들은 자손, 즉 씨앗을 많이 남기는 데에 자신의 에너지를 투자한다. 농업은 이러한 건조지대의 ‘풀’이 가진 특성을 이용하여 시작된 것이다.”(155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