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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등산의 공통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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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등산을 한다.원산지가 지리산 촌놈이라 태어나자마자 앞뒤로 1천 미터가 넘는 산만 보고 살아서 산이라 하면 지긋지긋하다고 했는데 결국 그 태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산을 오르고 있으니 이 무슨 얄궂음인지.     등산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소위 ‘묻지마 등산’을 한 번 가보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전혀 모르는 사람들 속에 익명으로 짱 박혀 도덕과 일탈의 아슬아슬한 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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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등산을 한다.

원산지가 지리산 촌놈이라 태어나자마자 앞뒤로 1천 미터가 넘는 산만 보고 살아서 산이라 하면 지긋지긋하다고 했는데 결국 그 태생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산을 오르고 있으니 이 무슨 얄궂음인지. 

 

  등산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소위 묻지마 등산을 한 번 가보고 싶은 유혹이 생긴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 속에 익명으로 짱 박혀 도덕과 일탈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에 한번쯤은 나를 방치하고 유기해 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지만 정작 실행으로 옮길 만큼 아직까지는 담대하지를 못하다.

현실에서는 상상과는 정 반대로 하루만 산에 갔다 오면 몽땅 신상 털리는격이 되고 마는 물어봐 산악회가 되기 십상이니.

기어이 언제 한 번 묻지마 산악회를 갔다 오리라고 오늘도 또 한 번 굳은 결심을 해 본다.

 

  등산을 해 보면 두 가지 정도로 감상이 나뉜다.

그 산 참 좋았다는 마음이 오래 남는 산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산은 정상까지 오르느라 힘만 들었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산이 있다.

그저 나도 그 산 정상까지 가 봤어 하는 생각 정도.

 

  독서도 이런 등산과 비슷한 데가 있다.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마음에 와 닿아 숨은 보물을 찾은 느낌을 주는 책이 있는가 하면 어떤 책은 겨우겨우 다 읽었는데 내용도 떠오르지 않고 그야 말로 그 책을 한 번 다 읽는것이 목표였던 책도 있다.

이런 경험은 독서 무림의 여러 고수들도 대개 한 번쯤 경험한 모양인데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등을 들고 있다.

이에 비해 뜻밖의 감동과 나름의 의미를 주는 책은 개인적인 취향 차이 때문인지 쉽게 목록화하기는 힘들다.

 

  맥락 없는 잡독에다 귀까지 얇아 남들이 좋다고 하는 책은 무작정 구입해서 읽는 버릇은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독서에 대한 나름의 잣대를 확립하지 못한 어리석음에서 비롯한 바이나 좋은 점이 전혀 없지는 않다.

선택의 고민 없이 남들이 추천하는 책을 읽을 수 있는 편리성이 가장 큰 장점이라 하겠다.

하지만 그런 독서가 주는 한 번씩의 큰 실망은 그동안 쌓였던 장점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깊은 내상과 후유증에 시달리게 만든다.

 

  이번에 읽게 된 어느 부부 건축가가 들려주는 인문학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아 놓은 이야기로 집을 짓다라는 책이 이런 숨은 보물을 발견한 느낌에 근접해 있었다.

건축에 대한 상식이나 지식도 없고 또 관심 분야도 아니다 보니 책장에서 꺼낼 때도 주춤주춤 했었고 특히 부부 건축사가 쓴 책이라고 하니 건축에 대한 딱딱한 이야기만 잔뜩 들어 있을 것만 같아서 조심조심 읽어나갔는데 당초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건축이라는 주제에 여러 일상사를 적절히 버물려 잘 비벼놓은 한 그릇의 맛있는 비빔밥 같은 책이었다.

저자의 인문학적인 소양과 엄청난 독서가 이런 느낌을 줄 수 있는 바탕이 되고 있음은 읽는 내내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자신의 전문 지식을 애써 뽐내지도 않고 제목 그대로 그야말로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는 능력은 저자가 가진 또 다른 재능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등산과의 공통점을 떠올린 것은,

저자가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를 읽었던 당시의 감상에 대한 공감 때문이다.

나 역시,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책 좀 읽었다는 사람마다 그렇게들 입에 달고 사는지 한 번 알아나 보자는 심사로 옛날 어른들이 쓰던 목침으로 사용하면 딱 좋을 두께의 책을 사서 무작정 달려들어 겨우겨우 다 읽어내긴 했는데 감동은 고사하고 사람들이 그렇게 입에 달고 사는 이유마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던 느낌을 지금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전혀 수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이제는 남들이 그 책 이야기를 하면 나도 그 책을 읽어 봤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나와 같은 그런 감상을 많은 사람들도 받았구나 하는 안도감 정도.

더불어 2년에 걸쳐 일독 한 프루스트의 읽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또한 그와 비슷한 이유와 감상과 수확이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한 번 해 보는 것도 독서가 주는 또 다른 매력이라 할 수 있겠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w******5 2016.03.06.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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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을 꽃피우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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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책을 쓰는 것, 그 일이 무엇이든 책으로 쓸 수 있으려면 어지간한 애착과 정성과 자료 수집과 분석과 반성과 계획과 실천과 사랑으로는 이룰 수 없으리라.(내가 생각하는 꿈의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는 분들을 더없이 존경한다. 삶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증거이니까   작가가 부부라고 한다. 그것 참, 대단한 일이다 싶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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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하고 있는 일과 관련된 책을 쓰는 것, 그 일이 무엇이든 책으로 쓸 수 있으려면 어지간한 애착과 정성과 자료 수집과 분석과 반성과 계획과 실천과 사랑으로는 이룰 수 없으리라.(내가 생각하는 꿈의 하나이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는 분들을 더없이 존경한다. 삶을 실천으로 보여주는 증거이니까

 

작가가 부부라고 한다. 그것 참, 대단한 일이다 싶다.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부부들이 더러 있기는 하지만, 두 사람이 책을 엮어낼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이해와 인내와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다만 글의 어떤 부분, 그림의 어떤 것을 두 사람 중에 누가 쓰고 그렸는지 밝히지 않아 좀 궁금했다. (단순한 독자인 나는 그런 게 궁금하다. 이 대목의 글은 누가 쓴 것이며, 이 그림은 남편과 아내 중에 누가 그린 것인지...)

 

건축과 관련된 다양한 얘깃거리를 부담없이 읽도록 풀어놓은 책이다. 서울에서 살면서 이 책에 나오는 건물들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 같다. 늘 보던 집이라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이 책으로 색다른 시각을 얻을 수도 있을 것 같고.

 

서울이든 외국이든 그곳에서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나는 내가 살고 있는 집과 우리 동네를 생각했다. 나는 지금 어떤 공간 안에서, 어떤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지.

 

깔끔한 편집과 깔끔한 문체와 깔끔한 사진과 그림들이 너무 깔끔하기만 해서 내 만족도를 떨어뜨렸다. 뭐라고나 할까, 너무 깨끗하고 고상하여 손을 슬쩍 대 보기도 부담스러운 그러한 거리감을 느꼈다고나 할까. 괜한 트집으로 흠을 내고 싶은 심술, 그 원인이 무엇인지 내 안에서 찾아봐야 할 것 같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1.02.13.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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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떠나는 인문학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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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고백 하나 하자면, 여지껏 책을 사고 쌓아두지 않고 한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려간 책은 몇 없었다. 요즘 무겁지 않고 독특한 에세이류에 관심이 많은데 마침 인문코너에 이 책이 눈에 띄기에 냉큼 집으로 모셔왔다. 책으로 여행을 떠나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이라면 아마 이 책을 무척이나 반길 듯하다. 독서를 통해서라면 문지방조차 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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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흥미롭게 책을 읽었다. 고백 하나 하자면, 여지껏 책을 사고 쌓아두지 않고 한자리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내려간 책은 몇 없었다. 요즘 무겁지 않고 독특한 에세이류에 관심이 많은데 마침 인문코너에 이 책이 눈에 띄기에 냉큼 집으로 모셔왔다.

책으로 여행을 떠나는 법을 잘 알고 있는 이라면 아마 이 책을 무척이나 반길 듯하다. 독서를 통해서라면 문지방조차 넘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세계 곳곳을, 과거에서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누비고 다닐 수 있음을 아는 이라면 말이다. 이 책은 그런 사람에게 적합한 책이다. 서울에서부터 지방까지, 조선시대에서부터 현재, 나아가 곧 다가올 미래상에까지 이 책의 내용이 뻗어있다.

현대문명의 한계와 느림의 미학, 인간다움을 강조하는 대목에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건축이 단순하게 말해, 집을 짓는 것이라면, 이야기꾼은 꿈을 짓는 사람이 아닐까? 그런 점에서 보면 이 책의 저자는 집도 짓고 꿈도 짓는 재주꾼임에 틀림없다. 건축가 부부가 풀어내는 이야기 길을 따라가다 보면 살림집도 만나고 절도 만나고 드높은 빌딩도 만나고 역사도 만나고 철학도 만나며 삶의 의미와 인간의 욕망과 이상도 만나게 된다.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대들보를 올려 지붕을 얹듯, 차곡차곡 쌓아올린 '건축 인문학' 이야기에 흠뻑 녹아든 시간이었다.

s*****o 2010.12.10.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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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가두는 거대한 집이 아니라 우리를 거두는 소소한 이야기 속으로... 이야기로 집을 짓다
"우리를 가두는 거대한 집이 아니라 우리를 거두는 소소한 이야기 속으로... 이야기로 집을 짓다" 내용보기
친구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언제나처럼 부군인 형님과 함께 공저이다. 부부 건축가이면서 글쓰기 작업 조차 공유하고 있는 이 부부의 인연이 보기에 좋다. 첫딸을 임신하고 있을 때 이 친구의 중구청 방문에 동행한 적이 있다. 대학 동기 중 가장 먼저 결혼을 한 친구의 부른 배에 안절부절하며 그녀의 곁을 지켰던 기억, 그 신기함이 선명하다. 이제 그 뱃속의 아이는 중학생이라고
"우리를 가두는 거대한 집이 아니라 우리를 거두는 소소한 이야기 속으로... 이야기로 집을 짓다" 내용보기

  친구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 언제나처럼 부군인 형님과 함께 공저이다. 부부 건축가이면서 글쓰기 작업 조차 공유하고 있는 이 부부의 인연이 보기에 좋다. 첫딸을 임신하고 있을 때 이 친구의 중구청 방문에 동행한 적이 있다. 대학 동기 중 가장 먼저 결혼을 한 친구의 부른 배에 안절부절하며 그녀의 곁을 지켰던 기억, 그 신기함이 선명하다. 이제 그 뱃속의 아이는 중학생이라고 했던가...


  “... 유능한 건축가는 건축주와 땅을 만족시킬 줄 아는 사람이며 위대한 건축가는 그와 더불어 시대의 요구까지도 만족시킬 줄 아는 사람일 것이다...”


  위대한 건축가를 지향하고 있지만 그에 앞서 아마도 유능한 건축가 되기에 매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한 이 부부의 이번 책은 과거의 책에 비하여 조금 외연이 확장되었다는 느낌이다. 건축 혹은 건축가, 집 혹은 도시라는 부분에 대한 언급이야 아직도 이들의 글들에서 가장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제는 그 관심의 시공간을 넓히고, 우리들 사는 바탕을 이루는 큰 자연과 이해가능한 바로서의 문화에까지 시선을 주고 있는 것이다.


  “... 아무리 뛰어난 문명도 하루 저녁 몰아치는 바람과 몇 시간의 큰 비, 혹은 단 몇 분 동안의 땅의 흔들림에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는 것을 최근에도 여러 차례 보아왔다. 미래를 위해서 혹은 현재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좋은 묏자리나 발복하는 집터를 찾는 것이 아니라, ‘큰 자연’과 조화롭고 화목하게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리고 건축은 그런 의지를 읽고 땅 위에 조심스럽게 읽히는 일이다.”


  사람이 집으로부터 분리되고 집이 자연으로부터 내 처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생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이들은 사람을 품는 집, 집을 품는 자연을 지향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이들은 집을 생각할 때 사람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집을 생각할 때 자연 앞에 겸손해지려 노력한다. 평소에 보이는 수수한 모습 만큼이나 그들의 생각 또한 소박하니, 첫눈에는 조촐하다 못해 찾아가는 여정이 허탈하기까지 했던 남명 조식의 ‘산천재 山川齋’를 좋은 건축물의 맨 앞자리에 놓는 것만 해도 그렇다.


  “우리는 도저히 뜻을 알 수 없는 물감 범벅의 그림 앞에서, 그 그림과는 도저히 연관을 지을 수 없는 그림의 제목 앞에서 좌절을 하면서도 그 모습을 남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왜냐하면 우리는 문화적이고 싶기 때문이다. 그럴 때의 문화는 이름만 문화일 뿐이고, 내용으로 사람에게 ‘찌릿’하는 전류를 보내는 정신적 · 역사적인 산물이 아니다.”


  이와 함께 이들은 사람과 집과 자연의 어우러짐 자체를 하나의 이야기로 여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쉽게 풀어 우리에게 들려주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러한 이야기가 조금씩 힘을 얻고 그래서 우리들의 곁에 나지막히 내려 앉을 때 그것이 문화가 된다고 여기는 것도 같다. 그렇게 크고 작은 단위, 혹은 고급하고 저급한 수준에 구애받지 않고, 우리들 주변의 모든 것들이 얼키고 설키면서 존재하는 현장을 향한 애정이 묻어 있는 생각으로 보여진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자를 보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그 행보에서 얻게 되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려 애쓰는 작업 또한 좋아 보인다. 만만치 않은 작업일 터인데도 꾸준하다. 그렇게 이들은 우리를 가두고 있는 거대한 집이 아니라 우리를 거두고 있는 소소한 이야기들 안에서 편안해 보인다. 물론 그 이야기들 중 몇 꼭지쯤은 이제 지면이 아니라 그들의 입을 통해 듣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2011.04.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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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로 집을 짓다-임형남,노은주(교보문고)
"이야기로 집을 짓다-임형남,노은주(교보문고)" 내용보기
2011년 3월 25일 초판 2쇄   부제: 부부 건축가가 들려주는 집과 인문학 이야기   서촌에는 오래된 기억들이 숨어 있다. 태종 이방원이 왕이 되기 전에 살았던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세종대왕이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영조가 태어나서 왕이 되기 전까지 살던 집터도 있다. 묘하게도 그 동네에는 가시적인 자료가 거의 없다. 그나마 그런 서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자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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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3월 25일 초판 2쇄

 

부제: 부부 건축가가 들려주는 집과 인문학 이야기

 

서촌에는 오래된 기억들이 숨어 있다.

태종 이방원이 왕이 되기 전에 살았던 곳이 있는데, 그곳에서 세종대왕이 태어났다고 전해진다.

영조가 태어나서 왕이 되기 전까지 살던 집터도 있다.

묘하게도 그 동네에는 가시적인 자료가 거의 없다.

그나마 그런 서촌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자료가 있으니, 바로 겸재 정선의 그림들이다.

 

서울은 6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세계에 몇 안 되는 오래된 도시이다.

~서울의 도시를 이루고 있는 기억들은 대범한 관리들과 무심한 시민들에 의해 우리가 두 눈을 뜨고 바라보는 바로 앞에서 가림막에 가려진 채 차근차근 부서지고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 가림막에 쓰인 문구들이 서울의 상징, 혹은 문화도시 운운하는 단어들이라는 것이다.

~명분은 도시 녹지축의 복원이라는데, 어떤 역사서나 지리서를 찾아보아도 종묘에서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은 존재하지 않았다.

서울이 가지고 있는 결은 대부분 동서 방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우리는 출처를 알 수 없는 녹지축이라는 잘못된 명분으로 역사적인 도시의 주요한 결을 지우고 있는 것이다.

 

건축은 땅이 꾸는 꿈

꿈을 다룬 영화 가운데 백미는 다른이의 꿈을 대신 보여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인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다.

정작 악마는 그렇게 악하지 않다는 사실과 파르나서스 박사의 집착이 훨씬 지독하다는 것,

 

강남역은 꿈과 현실의 환승역이다.

 

보통 20세기 건축의 거장들을 논할 때 프랑스에는 르코르뷔지에가, 핀란드에 알바 알코가, 스페인에는 안토니오 가우디가 있다면, 이탈리아에는 카를로 스카르파가 있다.

 

알바 알토는 핀란드 디자인의 아버지라 불리며, 르코르뷔지에, 미스 반 데어 로에, 발터 그로피우스 등과 더불어 20세기 건축의 거장으로 손꼽힌다.

국제주의 양식을 전파한 다른 거장들과 달리 조국의 풍토에 어울리는 건축을 추구한 그의 얼굴은 핀란드의 50마르카 지폐에 새겨져 있다.

'핀란디아 홀'을 비롯한 그의 건물들에는 사람의 고개를 숙이게 하는 위엄과 가슴을 열게 하는 따뜻함이 공존한다.

 

<카를로 스카르파가 설계한 브리온 가족 묘지>

종묘가 끝이 없을 것처럼 긴 수평선으로 영혼의 공간으로서의 엄숙함을 표현했다면, 브리온 가족 묘지에서 스카르파는 형태와 물성에서 대비적 요소를 사용한 시적 은유로 삶과 죽음을 표현함으로써,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전통에 대한 모작으로 큰 논란이 된 국립민속박물관-김수근 작

부여박물관 왜색논란-김수근 작

 

기본도면

평면도: 건물을 수평으로 잘라 위에서 내려다본

단면도: 수직으로 잘라 옆에서 본

입면도: 외양을 그리는

조감도: 하늘에서 내려다 본

투시도: 실제 지어진 모습에 가깝게 그려내는

 

예로부터 우리나라의 참된 지식인들은 훌륭한 집들을 남겼다.

남명 조식은 '산천재'를 만들었고, 퇴계 이황은 '도산서원'을 만들었으며, 회재 이언적은 '독락당'과 '향단'을 만들었다.

그들은 집을 단순히 햇빛 가리고 이슬 막는 피난처가 아니라, 평생 쌓아놓은 학문과 정신으로 지어내는 철학적 투사로 보았던 것 같다.

 

 

 

피터 마리노

샤넬, 디오르, 루이뷔통 등 수많은 명품 기업 사옥을 세계 주요 도시에 설계하고 있음에도 건축계에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친분이 있던 앤디 워홀의 주택과 아르마니 주택, 그리고 아르마니 매장 설계로 유명해졌다.

미니멀한 공간을 바탕으로 회사의 로곡 돋보이도록 하는 그의 디자인은 매장이 개장될 때마다 폭발적인 매출액의 증대를 가져와 건축주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고 있다.

그러나~그의 상업적 태도 때문에 건축가라기보다는 단순한 명품 브랜드 스토어 디자이너로 평가되고 있다. 

 

 

진짜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이 중요하다

어느 날 클래식에 정통한 선배에게

"스피커 중 명품을 꼽는다면?"하고, 길을 묻는 선재동자처럼 천진하게 물어봤다.

그랬더니 역시 우문에는 현답이 돌아왔다.

"내 귀가 명품이니라...."

 

*표지가 마치 아이들이 그린 집 같다.

그런데 제목이 독특하다.

이야기로 집을 짓는다고 한다.

이야기로 말이다.

뒷면을 보면 '우리는 이야기 속에 살고 있다' 라고 얘기한다.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도 집에 살고자 하는 사람도 그 집을 설계하는 사람도 모두 사람이니까 그들이 갖고 있는 삶의 이야기들은 있을 것이고 그런류인가 싶었다.

읽고 보니 그렇다고 할 수도 있고 부부 건축가가 듣고 생각한 이야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들었다.

이 책은 한템포 쉬었다가 다시 읽어야 제대로 보이는 것 같다.

책을 다 읽고 정리하면서 한 번 더 읽었는데 처음 읽을 때와 의미가 또 다르게 다가왔다.

녹지축이나 공원을 만드는 것을 찬성하기는 했지만 역사를 지우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해보지 못했다.

그리고 낙수장과 남간정사를 비교한 대목에서는 정말 저자의 시각에 빨려들어가게 됨을 느꼈다.

또한 자연을 대하는 자세를 볼때 우리의 선조가 결코 쉽게 자연을 대하지 않았다는 것을 느끼게 해준다.

한편으로는 그러한 정신들이 어디로 가고 웅장하고 묵직하고 하늘로 치솟는 거대건축에 목을 메게 되었을까 싶기도 하고... 같은 계열은 서로가 이해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서로가 경쟁자일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상은 어떤지 알 길이 없지만 이 부부는 너무나 아름다운 글들로 평안함을 보여준다.

읽고 난 후 다시 읽을 때 재미를 더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첫번째 읽을때 명품 스피커에 대한 질문에 명품귀라는 대답에 얼마나 웃었던지...하하하핫^^

생각하기 나름이라지만 사람인지라 현혹되기도 하고 흔들리기도 하고 하나의 길로 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기에 한 길로 달리시는 분들이... 깊고 넓게 보시는 그 분들이 길을 알려주는 것에 감사하다.

c****h 2014.06.0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