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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VD 영화를 홍보, 판매하기 위한 페이지에 영화에 대한 험담을 늘어놓는 것은 어떨까.
판매자의 입장에서 보며 마뜩하지 않은 일임에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신설국이라는 이 영화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고서는 돈이 아까워 견딜 수 없다. 그리고 나와 같은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선택의 신중함을 당부하고 싶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그녀의 숨결....."
"소문의 그 영화! 그녀의 모든 것이 공개된다!"
영화의 작품성이나 완성도를 떠나, 이 영화를 수입, 판매하는 배급사의 절대 상술의 꿍꿍이 속을 단박에 눈치 챌 수 있는 것은 바로 DVD케이스에 인쇄된 큼지막한 문구에서부터다. 무슨 16MM 에로 영화의 비디오 케이스도 아니고, <신설국>의 케이스에 인쇄된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문구는 마치 이 영화에서 "유민이 다 벗었으니, 유민 벗은 몸매 보고 싶은 남자들은 꼭 봐라"하고 광고 하는 것만 같다. 민망하다.
하지만 실제로 영화에 나오는 정사씬은 모두 합쳐서 기껏해야 십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급사는 오로지 유민의 '되지도 않는' 에로티시즘을 상품으로 내걸고 영화를 판다. 보기 전부터, 영화가 주는 이미지가 이러했으니 영화는 안봐도 대략 뻔하다. 더욱이 가관인 것은 광고 문구와 실제 영화의 환상적인 앙상블(?)이다.
영화는 그야말로 밍밍하다. 소금간을 하지 않은 미역국이라고나 할까. 주연을 맡은 배우가 클로즈업을 견뎌내지 못하고, 절제가 전혀 되지 않는 감정의 과잉 표출과 미숙한 대사 처리로 보는 이로 하여금 영화의 몰입을 방해하는 영화가 바로 신설국이다. 다른 조연들도 모두 마찬가지다. 그 밥에 그 나물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나마 시바노 쿠니오 역의 오쿠다 에이지라는 배우는 캐릭터의 고뇌와 우울, 고독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농익은 연기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슬픔에 잠긴 듯한 눈빛은 영화의 무게를 살려 주었다. 그의 고군분투에 눈물의 박수를 보낸다.
그럼에도 역시 이 영화, 신설국은 절대 추천해 주고 싶지 않은 영화 중의 한편이 될 것 같다. 우선, 이 영화 '뜨겁게 피어난 눈꽃같은 사랑'이야기를 담은 영화임에 분명하다. 그런데, 가끔 자신이 멜로 드라마라는 것을 망각하고, 장르의 한계를 뛰어넘는 정말로 겁없는 용단을 보여준다. 영화는 코미디에서 엽기호러를 넘나들며 퓨전 영화의 진수(?)를 보여준다. 그 뿐이면 정말 꾹참고 봐줄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보는 이를 인내할 수 없게 하는 그 뭔가 '특별한 1%'를 갖고 있다.
영화 속에서 그 뭔가 '특별한 1%'의 단서가 될 수 있는 몇 가지만 이야기 하련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코 모에코의 모든 상처의 비밀을 안고 있는 빨간 다리와 모에코의 부채춤이 화려하게(?) 오버랩 되는 장면, '마치 이보다 더 조악할 순 없다'고 외치고 있는 듯하다. 이 장면, 감독의 원래 계산대로라면 바로 이 장면에서 관객은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려야 했다. 그런데, 이건 웬, 한숨만 푹푹이니..
두번째, 모에코가 쓰러진 '기생 언니'(원래는 할머니다. 그들의 호칭의 미묘함이 낯간지럽다)에게 일어나라고 절규하며 갑자기 추기 시작하는 전통 기생춤, 이 춤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얼마전까지 다 죽어가던 '기생 언니'가 정말로 눈을 뜬다. 정말 어이없다. 뭐, 영화니까 리얼리티는 신경쓰지 말자!!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해보지만, 역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또한, 영화에서 날 참을 수 없게 한 장면은 주인공들의 뜬금없는 정사신이다. 서로의 아픔을 치유해주기 위해서, 서로의 몸으로 서로를 애무하고 보듬고, 그러면서 삶의 진정성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은' 이 정사신은, 의미 없는 빈 껍데기만 덩그러니 보여준다. 원래 감독의 의도는 이러했을 것이다. 인간이 겪어야 하는 고독과 상심감, 이런 대략의 슬픔의 감정들을, 주인공들은 저마다 숨기고 만나지만 서로의 몸을 통해 조금씩 자신을 열어간다. 같은 아픔을 지닌 사람들의 정신적인 소통과 사랑을 통해 삶을 조금씩 되찾아간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영화에서 그런 의미를 읽어낼 수 있는 사람은 내가 보기에 딱 두 부류로 압축된다. 영화 읽기로 밥줄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평론가'나 '이 영화 반드시 뭔가 있을거야!!'하며 눈에 쌍심지를 켜고 보는 영화 열혈 매니아들이다. 나같은 범인은 알수도, 알고 싶지도 않은 의미다. 또, 정사를 벌이기 전, '모에코'의 "날 망가뜨려요"라고 속삭이는 대사, 분위기 정말 깬다.(설마 이 대사에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없겠지..만약 있었다면 너무 개인적인 감정을 풀어놓아서 미안하다. 다른 이의 감상도 소중한 것인데.. ) 도대체 뭘 망가뜨리라는 건지.. 대략 감은 오지만, 받아들이고 싶은 맘이 전혀 없었던 것은 왜일까.
결국,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거다. 이 영화 마치 앙꼬 없는 진빵과도 같다. 왜 나는 그들의 정사신에서 소통을 읽어내지 못하고, 서로가 조금씩 풀어놓는 과거의 아픔들이 그냥 서로의 하소연일 뿐인 넑두리로 밖에 보여지지 않았는지, 그 넋두리가 상대방의 가슴 속에 스며 들어가지 못하고, 눈과 함께 공중에서 헤매는 것처럼 보였는지..영화를 보는 내내, 내 머리 속에 떠오른 문구 하나는, '온몸으로 울었다'이다. 그런데, 그 뿐, 그 울음을 아무도 받아주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영화에서는 그들이 왜 섹스를 해야만 하는지가 급작스럽고, 개연성도 떨어진다. 물론, 이 개연성의 문제는 영화가 중반 이후로 흐르면서 눈치챌 수 있지만, 그것이 사람들에게 얼마나 먹힐 지는 의문이다.
영화는 계속해서 뭔가 있어보이려고 하나, 시종일관 조악함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다만, 이 영화에서의 빼놓을 수 없는 진정한 白眉!! 영화의 배경이 된 츠키오카(月岡)의 아름다운 설원이다. 계속해서 쏟아지는 순백의 눈이 인간 세상의 허물을 지워나가듯, 영화에서는 쉼 없이 내리는 눈이 영화의 허점을 지워나가려고 애쓴다. 하지만, 영화의 모든 허점을 메우기 위해서는 더 많은 눈이 내렸어야 했다.
그만큼..영화는..그만큼...(침묵)....
신설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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