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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을 웃음으로 넘기는 만화. 반백수의 삶을 코믹하게 그려낸 고리타님의 사컷 만화를 단행본으로 묶어낸 책이다.
사컷만화의 묘미는 극도로 간결하게 만들어진 기승전결의 구조와 짧은 컷 안에 주제를 담아내고 있다는 것에 있다. 주제라고 해서 굳이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라, 쉽고 간단한 짧게 짧게 스쳐가는 생활 속의 단편적인 말들도 좋다. 그 생각들을 단 사컷만으로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의 재능과 센스가 있어야 가능하다.
만화의 본질은 재미와 웃음, 시사 만화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감성을 짜내는 만화도 아니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리면서, 그 현실을 넘기며 사는 사람들의 삶을 코믹하게 그렸다. 초기의 다른 작품을 보아도 알 수 있듯 고리타님의 만화는 아이디어가 기발하다. 그 기발한 아이디어가 어딘지 모르게 친숙하면서도 비틀려진 캐릭터와 맞물려져 웃음을 선사한다.
작품 속의 캐릭터들은 작가의 주변 사람들이다. 하숙집 아줌마, 슈퍼 할아버지, 애완견 독구, 여자친구인 마고, 동생. 그리고 이웃집의 백수. 이야기의 주제 또한 반백수 생활을 하면서 겪는 일들을 주로 한다. 너무 게으르다 못해 싱크대에서 콩나물이 자라고, 먼지가 쌓여 몸 색깔이 변하고, 휴지를 집어 던져 티비를 켠다. 혼자 놀며 유유자적한 시간들을 보낼 수 있지만, 한 편으로 외롭기 때문에 유체이탈을 한 자신의 영혼과 대화를 나누고, 거울 속의 자신에게 말을 건다.
꾸며내고 포장된 감성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진한 웃음이 남는다. 현실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인물들은 생동감을 가질 수 있다. 바쁜 현대 생활에 찌들어 사는 직장인들이 유유자적한 고리타의 모습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게 아니라, 그들 역시 고리타와 같은 일들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공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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