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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의 온상을 모조리 태워버리려는 욕망
"불온의 온상을 모조리 태워버리려는 욕망" 내용보기
나여경의 소설집 『불온한 식탁』엔 온통 상처로 점철된 이들의 이야기다.상처는 결핍을 불러오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소설 속 그들은 불온한 삶을 욕망한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삶,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을 경험했거나, 어머니나 아버지의 부재로 사랑을 갈구하고 확인하려 한다. 7편의 단편은 하나같이 우울하고 어둡다. 단편 속 등장인물의 직업만으로도 충분히 그러하다. 불법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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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여경의 소설집 『불온한 식탁』엔 온통 상처로 점철된 이들의 이야기다.상처는 결핍을 불러오고 그것을 채우기 위해 소설 속 그들은 불온한 삶을 욕망한다.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삶, 어린 시절 가정 폭력을 경험했거나, 어머니나 아버지의 부재로 사랑을 갈구하고 확인하려 한다. 7편의 단편은 하나같이 우울하고 어둡다. 단편 속 등장인물의 직업만으로도 충분히 그러하다. 불법 도박장을 구성하고 마을 보는 일, 저녁부터 새벽까지 일하는 여성 바텐더, 사기를 목적으로 부동산을 소개하는 매매업자, 병에 걸린 후 건강식품에 집착하는 남편을 돌보는 주부, 개 교배 전문가, 남편을 도와 옷 공장을 하는 아내, 주방장이 종업원과 도망친 횟집 사장. 모두 보통의 삶이라 할 수 없는 이들이다.

 

 신기한 건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삶은 들여다보면 볼수록 처음에 가졌던 불편함과 기괴함은 딱하고 가엽게 여겨진다. 그러니까 그들이 왜 이런 삶을 선택하고 살아가게 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고 할까. 범털 형님 아래서 불법 도박장의 문지기를 하는「더미의 변명」속 ‘나’는 그 안에서 레스토랑을 하는 백조를 사랑한다. 어린 시절 죽은 엄마의 냄새를 가진 목이 긴 여자 백조. 그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녀는 ‘나’를 범털 형님을 대신하는 ‘더미’로만 여긴다. 도박장 신고로 범털 형님에게 복수 아닌 복수를 꿈꾸지만 결국 경찰에게 잡히는 건 바로 자신이다. 더미처럼 대체할 수 있는 존재였다. 자신은 그저 문지기라고 소리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는 목소리는 얼마나 처절한가.

 

 말더듬이로 가장 역할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대신해 생선을 팔아 생계를 이어온 엄마를 의심하고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금요일의 섬머타임」 속 채경은 바텐더로 일한다.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바텐더로 일하지만 금요일의 그녀는 다른 사람이 된다. 원피스를 입고 클럽에서 춤을 춘다. 다른 나로 살고 싶었던 채경의 욕망이 분출하는 순간이다. 다른 욕망은 사랑이었다. 손님이었던 그를 만나 사랑에 빠졌지만 그가 청혼하자 이별을 결정한다. 채경에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은 불행한 일이다. 그가 한 번씩 오피스텔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아버지처럼 변할까 두려운지도 모른다. 새로운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선택앞에서 주저하는 채경에겐 더 강한 욕망이 필요했던 건 아닐까.

 

 상처로 인핸 상처 받은 삶은 여기에도 있다. 사랑하는 여자 성경으로 인해 비루한 삶이 아름답다고 여기는 「돈크라이」?의 ‘나’는 사무실 비전의 부동산 사기업자다. 자신은 사기를 치며 돈을 벌고 있지만 순수한 성경으로 인해 자신이 깨끗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항상 긍정적인 그녀가 있어 나는 행복하다. 하지만 사무실 동료이자 경쟁자인 비전의 실장 강도식에 의해 낱낱이 드러난다. 자신을 달래로 위로해주던 그녀가 밤무대에서 몸을 파는 여자였다니. 어린 시절의 외로움과 결핍을 채워줄 수 있다고 믿은 유일한 그녀가 말이다.

 

 단편 속 인물은 어린 시절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한 채 자랐다. 혼자 방을 지키고 있거나 매 맞는 어머니와 숨죽여 살았다. 어른이 된 후에 그들이 선택한 사랑도 안타깝게 과거의 연속처럼 보인다. 이용당하고 버려진다. 과거의 상처는 치유되지 못한 채 커다란 트라우마로 남은 것이다. 벗어날 수 없는 삶의 굴레 같다고 할까. 그러니 그들이 불온해지는 건 당연한지도 모른다. 부모의 방임과 방치가 아닌 죽음의 공포가 안겨준 결핍도 마찬가지다. 「태풍을 기르는 법」에서 남편은 병에 걸리자 사업도 접고 건강에 좋다는 요리에만 집착한다. 다정했던 남편은 사라지고 없다. ‘개 고기 요리’를 좋아하는 남편은 직접 개를 잡아 냉장고에 보관하고 집 안에는 항상 역겨운 냄새가 가득하다. 남편에게 먹일 개장국을 끓이면서 어린 시절 엄마를 생각한다. 아버지는 개장국을 좋아하지 않았고 아버지의 친구가 좋아했던 개장국. 병들어 방에만 누워있던 아버지를 두고 아버지 친구와 사랑을 나누던 어머니가 소중하게 간직했던 향수, ‘나’ 역시 아로마 오일과 장미 향수가 도피처가 된다.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정오의 붉은 꽃」속 개 교배 전문가로 일하는 나에게도 그런 도피처가 필요했다. 아픈 수경의 수술비를 위해 개 교배 전문가가 되었지만 수경은 날카롭기만 하다. 내가 하는 일을 비아냥거리고 소녀였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그런 수경을 대신할 욕망의 대상이 눈앞에 나타나고 나는 주저 없이 그녀를 탐한다.

 

 결핍을 채울 수 있는 것들을 찾은 그들과 달리 「쥐의 성成」에서 아내인 ‘나’는 결핍의 원인을 제거하려 한다. 1층은 남편의 공장으로 사용하고 2층은 살림집으로 사용하면서 직원들의 음식을 제공한다. ‘나’는 종종 출몰하는 쥐 때문에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인데 남편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심지어 남편은 이해할 수 없는 직원들의 행동에 동조한다. ‘나’에게 그 공장은 쥐의 성이고 그곳은 사라져야 마땅한 곳이다. 불온의 온상을 모조리 태워버리려는 욕망. 욕망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 「즐거운 인생」속 주근깨투성이의 여자는 아닐까. 직원에게 사기를 치고 홀 서빙과 달아난 주방장, 엉망이 된 가게로 정신없는 상황에 채용한 주근깨투성이의 여자. 가게 일도 모자라 매일 어디론가 사라지는 아내 때문에 힘든 사장을 격려하고 위로하는 직원이다. 제목처럼「즐거운 인생」은 아니지만 즐거운 인생을 위해 견뎌야 하는 하나의 과정처럼 보이는 소설이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결핍이 많은 사람은 변해야 한다. 속상하다고 상처받았다고 그대로 주저앉아 있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일어설 수 없다.

 

 나여경이 소설 곳곳에서 그려내는 에로티시즘과 거칠고 과격한 분위기, 섬세하다 못해 적나라한 상황은 인물의 결핍과 욕망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그리하여 독자를 『불온한 식탁』으로 초대한다.

 

r*********s 2018.12.28.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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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식탁, 불안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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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박장, 사기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사무실, 주방장과 서빙이 툭하면 눈과 배가 맞아 사고를 치는 식당주인, 개 교배 전문가의 세계, 바텐더를 하는 여성...   하나같이  보통이 넘는, 혹은 보통이 못되는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소설집 '불온한 식탁'을 낸 사람은 내가 개인적으로 잘 아는(부산작가회의와 부산소설가협회 모임에서 함께 어울린)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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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도박장, 사기 매매를 전문으로 하는 부동산 사무실, 주방장과 서빙이 툭하면 눈과 배가 맞아 사고를 치는 식당주인, 개 교배 전문가의 세계, 바텐더를 하는 여성...  

하나같이  보통이 넘는, 혹은 보통이 못되는 인물들이다. 이런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소설집 '불온한 식탁'을 낸 사람은 내가 개인적으로 잘 아는(부산작가회의와 부산소설가협회 모임에서 함께 어울린) 나여경 작가다. 

나여경 작가, 하면 떠올리게 되는 게 소처럼 끔벅거리는 크고 예쁜 눈. 누가 봐도 그 미모에 입을 대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나여경 작가의 소설적 자장이 어떤 색깔일까, 살짝 궁금했던 건 내가 나작가처럼 예쁜 여자로 살아보지 못한 때문이다. 이거 농담이 아니다.  

으~쨌든, 단편 몇 편을 뜨문뜨문 읽어 간만 봤던 그녀의 소설세계를 지대로, 통째로 보자꾸나 하는 불온한 마음으로 책을 펼쳐들었더랬다. 격무에 시달리는 터, 12시 되기 전에 잠에 빠져드는 게 요즘의 내 라이프스타일인데. 책을 펼쳐든 그날 새벽까지 나는 7편의 소설을 다 읽어치웠다. 더미의 변명, 금요일의 썸머타임, 돈크라이, 태풍을 기르는 방법, 정오의 붉은 꽃, 쥐의 성(成), 즐거운 인생까지 읽고나니, 놀랐다기보다 어안이 벙벙했다.  

아니, 이 예쁜 여자가! 예뻐도 예쁜척 안하고 일희일비 하지 않는 덤덤한 성격에 주변을 두루 살피는 성정까지 갖춘 이 여성작가가 우째 이리 어두운 시공간의 삶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더란 말인가! 하는 경외감과 의구심과 약간의 배신감이 밀려왔다. 부러움 내지 질투심은 물론이고... 아무튼.

솔직히 내게는 이 소설집에 나오는 인물들이 낯설다. 새로워서 낯선 게 아니라, 뉴스나 영화 속에서 종종 등장하는 게 이런 인물들이니까, 이 인물들이 사는 방식도 사실상 낯설고, 특히 이들이 취하는 태도, 이들이 속해있는 공간의 분위기, 리듬, 감성이 낯설다. 정확히 말해 7편 소설속 인물들은 제목처럼 불온한 게 아니고 불안하다. 불안한 삶, 불안한 존재는 원래 그 존재 자체가 낯선 법이다. 

낯설어서 멀찌감치 밀어놓고 구경꺼리로 대했던 인물들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여경 작가의 손에서 반죽이 되어 내 앞의 '불온한 식탁'에 올라왔고, 덕분에 작가를 아는 독자의 행운으로 불온한, 그리고 불안한 독서를 했다.

나여경 작가, 축하하오. 그리고 식탁 점수는 별 네 개 반이오! 다섯 개 다 주기에는 내가 좀 예쁜여자한테는 박한 편이라 ㅎㅎ  

  

 

아참, 게다가 이 특이한 소설속 인물들의 행동을 묘사하는 이 박진감 넘치는 표현이라니!

 

곰이 뜬 건 그때였다. 멀리서 헤드라이트 빛이 보였다. 곰이다, 외치는 함성과 급히 뛰는 구둣발 소리, 냄새를 맡은 우리 애들이 대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가 뒤섞여 들렸다. 나는 집 뒤로 달렸다. 예상대로 비상문이 열리고 범털 형님이 호위를 받으며 뛰어나왔다. 우선 범털 형님을 차에 태워 보낸 후 다른 보살들을 위해 비상문을 열었다. 이미 마당으로 진입한 두 명의 곰이 보였다.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맞설 수밖에 없었다. 나를 보자 순간 멈칫하던 한 명의 곰이 먼저 주먹을 날렸다. 급히 고개를 옆으로 피하며 발을 올려 곰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짧은 신음과 함께 중심을 잃은 곰을 발로 차 넘어뜨렸다. 몸을 돌려 뛰려는 내 등으로 불구덩이 쏟아진 듯 통증이 느껴졌다. 곰이 내 등을 향해 내려친 각목이 반 토막 나며 멀리 튀어 달아났다. 몸을 낮췄다가 나를 향해 다가오는 곰의 복부를 구둣발로 찍었으나 헛발질이었다. 중심을 잃고 쓰러진 내게 곰이 다가왔다. 급한 대로 돌을 주워 던졌다. 이마를 움켜진 곰의 손가락 사이로 흐르는 피가 보였다. 
-「더미의 변명」에서


a****i 2010.12.26.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