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비소설 중에서 개인적인 감상으로 이어나간 말랑한 (더불어 밍밍하기 그지없고 지루할 가능성이 높은) 에세이류가 아니라 새로운 지식의 축적에 대한 욕구와 재미, 두가지를 모두 만족시켜 주는 몹시 흥미로운 책을 읽게되었다. 'Stiff’는 (시신의) ‘경직’을 뜻하는 단어라고 한다. 저자는 아마도 '과학분야 컬럼니스트'정도 되는 사람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죽은 후의 시신에 행해져온, 그리고 지금 행해지고 있는 각종 행위에 대해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으로 써내려간 컬럼집이다. 시신을 통한 병에 대한 연구, 수술연습, 범죄수사를 위한 연구 등 주로 과학적인 내용과 시신과 관계되어 일하는 사람들, 혹은 가족들이 겪게 되는 인간적 번민의 모습에 대해서 적고있지만, 일부 과학 및 의학이라는 옷을 입고 행해진 어이없는 사건들도 양념으로 곁들여진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작가소개에 '익살맞은 작가'라고 나와있듯이 매우 정중하고 신중하게 다루어져야 할, 어찌보면 등골이 오싹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잃지않고있는 유머감각이란. ㅡ ㅡ 내용을 상상하며 한참 열중해있다가도 웃음을 터트리지 않을 수 없다. 일반적으로 관심을 갖기는 쉽지 않지만 눈에띄면 호기심을 가라앉히기 힘든 주제가 아닌가 싶다. 누구나 직간접적으로 겪는 것, 언젠가 결국 자신에게도 닥칠 죽음, 죽음 이후 영혼없는 객관의 물질로 변해버릴 내 몸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할 기회를 주는 '무서운'이 아니라 '무거운' 책이다. P.S. CSI의 열혈 시청자라면 99% 추천 |
| 아침마다 지하철에서 이 책을 읽는데, 심하게 곤혹스러웠다. 제목대로 사후 경직된 시체가 주인공인지라 겉 표지에 있는 시신의 하얀 발부터 속을 울렁거리게 한다. 시신이 가지는 문화적 상징을 떠나 세밀한 묘사와 ‘적절한’ 비유가 가득하여 원치 않는 상상의 날개를 절로 달게 된다(다행인지 불행인지 사진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 질병, 사고, 불행, 혐오의 상징인 시체를 담은 이 책을 굳이 읽은 이유는 지적 충만감이 던져 주는 황홀함을 피해 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후 세계가 종교적인 관심사였다면, 사후 처리되어야 할 육신은 사회적 관심사이다. 수없이 많은 탄생 뒤에 찾아오는 죽음은 사회적인 문제로 부각될 만큼의 시사성을 가진다. 뉴스기사로도 가끔 등장하는 묘지가 매년 여의도 면적의 몇 배 만큼 증가 한다는 둥, 화장터, 납골당 유치 문제로 지역주민과 마찰이 있다는 둥. 인간은 죽어서도 문제를 일으킨다. 한국의 상황과는 연관성이 없는 듯 하면서도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게 이 책은 시신의 유용성과 다양한 사후 처리를 말한다. 해부 실습용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일반적인 장례절차를 거치지 않는 망자들의 다양한 행로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에 소개된 예를 언급하자면, 충돌 실험용, 해부 실습용, 탄도 실험용, 종교성을 띤 십자가 실험, 기요틴으로 참수 된 시체를 이용한 머리 이식, 의료용 식인행위, 퇴비 등의 예로 죽음 뒤의 세상은 온갖 실험을 하는 실험실에 가깝다고 말한다. 자르고, 베어내고, 찢고, 드러내고, 안구에 강한 충격을 주고, 총을 쏘고, 장기를 적출하고, 피를 뽑고, 펌프로 대동맥에 방부액을 밀어 넣고, 심지어 간다. 이쯤 되면 좀비, 슬래시, 스플래터, 하드고어 영화가 떠오른다. 비슷하긴 하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 책에 나오는 시체는 얌전하고 사전에 동의를 했다는 점(유족 또는 본인)이다. 기증이라는 절차를 거쳤으므로 잔인하다는 표현은 어울리지는 않겠지만, 끔찍함은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저자는 자연적인 분해과정(범죄 수사를 위한 사체 연구소의 실험), 방부 처리하여 장례를 치르는 과정 또한 HDTV급의 선명한 묘사를 하며, 미적차이는 별로 없다고 너스레를 떤다. 생각해 보면 맞는 말이다. 레닌처럼 깔끔한 박제(미적으로 뛰어난)가 되려면 어느 공장의 생산라인과 비슷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서는 될 수 없는 일 아닌가. 일단 책을 제대로 읽으려면 다르게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얇게 저민 살(삼겹살이라 명명된), 벗겨낸 피부(돼지 껍질), 머리와 발(머리고기와 닭발, 족발), 살아있는 채로 살을 발라내고(회), 배를 가르고, 내장을 드러내고, 뼈를 몇 시간동안 삶는다. 고추장도 모자라 온갖 자극성 있는 물질로 잘 버무려지는 대상들 또한 살아있었던 생명체란 점을 생각해 본다면 인식, 감성적 반응을 무뎌지게 작업이 꼭 그렇게 힘든 작업은 아니란 생각이 든다. 물론 인간에 대한 위대한 휴머니즘, 존중을 유지한 채로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주인공들(의사, 연구원, 장례업자 등)은 이러한 과정을 거쳤음은 물론이다. 결코 즐겁지 않은 일들을 계속 하고 있다는 것을 보면 익숙함과 식상함이란 신이 준 선물 중 하나가 아닐까. 저자가 직접 보고, 듣고, 느낀 것을 섬세하게 적은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그녀의 눈과 귀는 인식의 전환을 이끄는 엔진이 된다. 이 책에서는 그러한 기능의 중추를 인터뷰가 담당하고 있는데, 꺼림직한 일을 하면서 느끼는 솔직한 이야기들은 다큐멘터리만큼의 사실성과 현장감을 전해준다. ‘의학도들은 해부학만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맞대면 하기도 한다. 또한 존중과 동정이 아닌 스스로를 무뎌지게 만드는 방법을 찾아야 했다.’ 무의식적 동일성 상실은 인간이 자연과의 격리에서 오는 고립에서 온다. 유일하게 그 끈을 이어주는 것이 자연으로 돌아가기 위한 저승행 열차를 타는 순간인데, 인간이 가장 당황스러워 하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인간다움’을 가장 훼손당하기 쉬운 부분이기도 하다. 불경에 ‘염처경’을 보면 시체를 곁에 두고 가르침을 받는 부분이 나온다. 시체는 썩어가고 승려는 어느 순간 한줄기의 미소를 짓는다는데, 육체의 덧없음을 깨닫는 수행이라고 한다. 덧없는 육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자는 식의 뉘앙스가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죽은 사람이 사람을 살린다면 이야기는 틀려진다. 시체의 유일한 재능은 고통을 받아넘기는 재주 아니던가. 그러한 재주 때문에 당신의 안전(안전 벨트, 에어백의 안전성은 그들이 검증했다), 당신의 생명(장기 이식 또한 그들이 주는 새 생명)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알리는 것이 이 책의 주목적이다. 이것을 안다면 감동은 아니더라도 이해는 하게 된다. 의학, 범죄, 과학에 끼친 영향 등을 입체적으로 통찰하는 이 책에서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위험스럽고, 혼란스럽다. 뇌사자가 죽음에 가까운가, 생에 가까운가를 따지는 일 만큼이나… ‘삶과 죽음 사이에는 가사상태라는 게 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삼과 죽음 사이에 있는 것을 바라지 않죠.’ 말없는 시신이 유일하게 말하는 것은 죽음이기에 그것을 연구함으로써 죽음을 밝히는 과정은 부담스럽지만, 생의 조건(유감스럽게도 죽이는 조건도 부수적으로)을 밝히는 빛이다. 그러한 깨달음은 불경의 덧없음과 살포시 맞닿아 있어 경이롭다. 겉 표지와는 다르게 경쾌하게 쓰여진 이 책을 읽고 나면, 죽음에 대한 정의는 물론이고 이성적, 감정적으로 바라본 장기기증에 대한 이율배반적 인식이 조금은 달라질 듯 싶다. 끔찍하게 재미있으니 강력 추천하는 바이다. 다 읽고 나서 가장 놀라는 일은 처음과 다르게 사람을 꿀에 절여서 약재로 쓰는 밀화인(본초강목 기록된)이나 역시 약재로 미이라나 사람을 먹는 행위를 언급하는 부분에서 마냥 신기해 하는 내 자신을 발견할 때이다. |
|
인간의 삶이란 한편 대단한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별 것 아니다. 아주 보드라운 몸뚱이를 갖고 태어나서 점점 딱딱해지고 경직되다가 마지막에 ‘뻣뻣해져 버리는 (STIFF) 것’이 그 보잘 것 없는 인생 살이의 사이클이다. 이처럼 점점 ‘뻣뻣해짐(STIFF)’에 대한 이해로 인간을 바라보는 것은 지극히 서양적인 사고 방식인데, 동양은 사람의 일생을 제한적인 것으로 보았다. 다섯 말 여섯 되의 정액을 다 방사 하고 나면 죽는다거나, 개개인이 태어날 때 부여받은 숨을 다 내쉬고 나면 죽는다고 했다.
인간을 ‘점점 뻣뻣해지는 존재’로 이해 한 서양의 시각은 ‘동적(動的)’이다. ‘뻣뻣해진다’는 것은 점점 활동성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죽어 완전히 ‘뻣뻣해져’버리면 정지 상태가 되고 마는 것을 뜻한다. 운동이 멈춘 정지 상태, 이것을 서양에서는 죽음으로 이해했다.
그렇다면 삶과 죽음의 기준을 삼은 것이 ‘뻣뻣함’의 정도가 되는데, 현실적으로 인간 세계에서 삶과 죽음의 기준을 삼는 ‘뻣뻣함’의 정도는 지극히 인간적인 판단 방법이다. 지구상에 있는 모든 인간은 서로 각기 뻣뻣한 정도가 다르다. 죽었다고 선고받은 시체도(무덤에 누워 있는 시체까지도) 각각 뻣뻣함의 정도는 다르다.
따라서 거시적인 안목에서 본다면 사실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근본적인 차이는 없는 셈이다. 살아있는 사람은 좀 덜 뻣뻣할 뿐이고, 죽은 사람은 좀 많이 뻣뻣할 뿐이다.
이 책 <스티프>는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인간을 이해하고 있다. 시체가 우주 비행선을 타고 무중력 상태로 날아가 온갖 실험의 대상이 되고, 의과대학 안의 침대에 누워 좀 덜 뻣뻣한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살을 찢게하고 뼈를 부러뜨리게 한다면, 이것은 어느 건강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헌혈을 하고, 골수를 내어주고, 콩팥을 떼어주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다.
이 책은 시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지만 사실은 살아 있는 인간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고, 나름대로 인간의 존재성을 드넓게 확장시켜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사고가 점점 딱딱해지고 뻣뻣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자신의 사고 방식 범주가 죽음 너머까지는 도저히 미치지 못하는 제한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읽는다면 사고의 유연성과 폭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아주 재미있고, 사고의 틀을 한순간 바꾸어 놓을 그런 유익한 책이다. [인상깊은구절] 시체가 우주 비행선을 타고 무중력 상태로 날아가 온갖 실험의 대상이 되고, 의과대학 안의 침대에 누워 좀 덜 뻣뻣한 사람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살을 찢게하고 뼈를 부러뜨리게 한다면, 이것은 어느 건강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위해 헌혈을 하고, 골수를 내어주고, 콩팥을 떼어주는 것과 별반 다를 것 없다.스티프> |
| 한강다리에서 투신한 사람들 뉴스를 볼 때 마다 이런 의문이 들었습니다. 도대체 다리에서 강으로 투신했다고 왜 죽을까? 물에 떨어져도 본능적 혹은 마음이 바꿔서 헤엄쳐서 나오면 되지 않을까? 이왕 자살할려고 굳게 마음먹었기에 억지로 숨을 안쉬고 물에 빠져 죽을려고 노력한 것도 아닐거고, 뭔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제 생각으로... 1. 물에 떨어지는 충격으로 의식을 잃거나 경부골절로 즉사? - 물에 떨어지는 충격이 얼마나 될까? 그래도 정신을 바짝 차리면 되지 않을까? 2. 차가운 수온에 갑자기 떨어져서 의식을 잃는다? 3. 물에 갑자기 빠짐으로써 심리적 공황상태? - 물에 좀 익숙한 사람은 살아나올 것 같은데.. 4. 수영을 못해서? - 그럴 수 있겠군... 이런 의문이 갑자기 풀렸습니다. '스티프(사후강직이라는 뜻입니다)'(파라북스 출판사)라는 책을 보면, 1968년 금문교에서 떨어진 169명을 부검한 보고서를 보면 85% 갈비뼈골절, 15% 척추골절, 팔다리 골절 0.3% 또한 76%에서 갈비뼈골절에 의해서 허파에 구멍이 나있었다고 합니다. 비행기에서 바다로 추락한 1996 JFK공항 800기의 경우에는 모두 흉부에 심한 내상이 있었고, 99% 심한 갈비뼈골절, 88% 허파가 짖어지고, 73%는 대동맥이 찢어져있었다고 합니다. 대충 의문이 풀리는 것 같습니다. 기흉+호흡곤란+공황상태+충격으로인한 의식상실 그외 이와 관련되는 흥미있는 대목은.. 11.3키로 고도 비행기에서 땅으로 추락한 사람이 한나절 생존했다고 사망한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그외 물에 추락할 경우 가장 안전한 자세는 발부터 떨어지는 것이고, 살아남을 속도는 시속 110키로라고 합니다. 한편 공기저항으로 인체가 도달하는 속도 한계는 시속 190킬로미터이고, 이 속도에 도달하는 데 필요한 높이는 150미터랍니다. 그렇다면 150미터 이내에서 물에 떨어질 경우 발부터 입수하면 살 수 있겠군...... 혹시 떨어질 때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꼭 살펴보시고 150미터 미만이면 수퍼맨 포옴잡지말고 멋은 없지만 발부터 떨어지십시요. 참! 물에 떨어지는 압력을 견디지 못해 옷은 다 벗겨져 버린답니다. 실수하지 않도록 옷을 꽉 부여잡으시길... 각설하고, 이 책은 참 재미있습니다. 죽음 후 인간 몸에 대해서 쓰고 있습니다. 해부학과 관련된 역사, 범죄, 신체의 부패, 충돌실험, 총알, 폭탄에 관련되는 시신들, 십자가 실험, 산채로 매장되는 사례들, 참수, 머리이식, 식인 등등..그로테스크한 내용이면서 작자 특유의 유머가 곳곳에 스며있고, 어디서 찾았을까 싶을 정도의 참고자료들.... |
|
메리 로치의 매혹적인 에세이 <스티프> ‘경직되다’는 뜻인 스티프는 사후 경직이 일어난 시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시체들의 삶’이라는 역설적인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우리가 정말 몰랐던 시체들의 역사가 담겨있다. 한 개인을 놓고 보자면 죽음은 삶의 끝이고, 삶의 관계를 단절하는 이별임이 분명하다. 몸은 사람의 일생을 지탱하는, 36.5도의 훈기 넘치는 집이지만, 영혼이 떠난 육신은 그저 폐가에 지나지 않는다. 사람들은 폐가로서의 그 주검에 온갖 금기를 걸어두고 갖가지 종교적 의례를 곁들여 이별을 고했다. 그러나 모든 사체가 박테리아에 의해 분해돼 흙으로 돌아가는 과정만 겪었다면 현대의학은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종교 제의로서가 아니라 과학실험의 제물로 바쳐진 시신들이 있었기에 생명과학의 미로는 조금씩 열릴 수 있었다. 그렇다고 저자가 이 책에서 ‘사자들의 고귀한 희생’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시신을 둘러싼 온갖 엽기적인 과거 및 현대사들을 소개한다. 절도, 음모, 강취, 매매 같은 범죄 행위도 있고 기 질리게 하는 갖가지 사체 실험, ‘몬도가네’식 식문화도 등장한다. 시체 해부가 처음부터 자연스레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거란 사실은 쉽게 짐작이 가지만, 19세기까지 영국에서는 돼지 한 마리를 해치면 교수형이지만 사람을 죽이면 교수형 후에 해부하도록 했을 정도로 터부시했다. 해부용 시체가 부족한 시절에는 묘지를 파헤쳐 시신을 꺼내거나 살아있는 죄수를 산 채로 해부하기도 했다. 시체 사냥꾼들이 빈민들을 살해해 해부용 시체로 팔아 넘긴 사건이 불과 10년 전까지도 자행됐다는 사실은 충격적일 정도다. 오로지 살아있는 사람들의 안전과 생명 연장을 위해 시체들이 남몰래 겪어야만 했던 학대는 눈물겹기까지 하다. 차량의 안전장치 개발을 위한 자동차 충돌실험에 테스트용으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안전띠를 시험하기 위해 희생된 시체 수를 세어보면 시체 한 구당 매년 8500명의 사람 목숨을 구한 꼴이라고 한다. 또 에어백 실험에 사용된 시체들은 1구당 매년 147명의 인명을 구하고 있다고 하니, 산 자들이 죽은 자에게 큰 빚을 진 셈이다. 새로 개발한 총기의 유효사거리를 측정할 때나, 방탄복 신제품의 생존 정도를 측정할 때, 그리고 항공기 사고 원인을 규명할 때도 시체는 어김없이 등장한다. 프랑스 혁명 당시 개발된 인간적인 교수형 장치 기요틴(단두대)의 등장으로, 또 얼마나 많은 시체들이 엽기적인 실험에 사용되었는가! 이 책의 참으로 놀라운 점은 시체라는 끔찍한 주제를 전혀 혐오스럽지 않게 그려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이 세상의 그 많은 시체들은 도대체 어떻게 사라진 것일까’라는 질문에 답을 해주는 책이다. 시체라는 끔찍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이처럼 유쾌한 과학책을 만들어낸 메리 로치는 질투가 날 만큼 뛰어난 과학저술가다. ‘스티프’를 관통하는 철학은 인간의 죽음이 단지 증발이나 유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시신은 박테리아나 구더기, 딱정벌레에게 먹히는 자연분해의 과정을 겪지만 그 전에 의사의 해부용 메스에 맡겨져 마지막 ‘소임’을 다할 수도 있다. 저자는 장기이식 문제도 그런 관점에서 풀어낸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 죽음의 물화 현상을 겪고 있다. 사망률, 전쟁, 사고, 재난에서 죽음은 숫자로 환원되었다. ‘스티프’는 시체해부, 시체실험 얘기를 통해 생명의 고귀함을 역설적으로 전한다. |
| 시체... 시체가 살아있는 인간들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일에 쓰이는 줄은 전혀 몰랐다. 물론 근육 대용 젤라틴 덩어리들도(상상이 간다^^) 쓰이고는 있다지만, 아무튼 자동차 안전시험이라던가-뉴스에서는 로봇 같은 모형인체나 보여줬지만, 실제 시체도 기계에 의한 강도조절 충격실험에 쓰인다!- 사격 실험이라던가 굉장하다.ㅇㅇ 사실 아무리 근접한 동물을 가져다 실험한다고 해도, 쥐나 돼지는 인간과 엄연히 다른 종이다.(우월이니 열등이니 따지는 게 아니라, 단지 '다르다'.) 그들로 하는 실험이 할 수 없는 부분을 인간 시체로 하는 것.... 솔직히, 생체실험은 너무 끔찍하지만, 그게 정말 제대로 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드는 건 별 수 없다. 물론 나는 절대로 그런 거 하지 않겠다는 가정하에서나 용감하게 발언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흘러가는 듯한 농담체의 문체도 무척 재미있다. 만약 이런 친구가 있다면, 정말 즐거울지도(웃음) 에피소드에 불과했지만, 사람만두에 대해 알아보려고 찾아나서는 일지에서는 정말 기자정신이 투철한 분이라고 생각했지만 동시에 그게 꽤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일이라는 것도... 한편으로 작가의 가치관이라던지도 후반에 가면 뚜렷해서 개인적으로는 조금 충돌하는 면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이라 여겨진다. 본인은 인체과학전도 가 봤었는데, 플라스티네이션으로 1만년씩이나 보존된다니, 그런 처리방법은 사양이다. 평소에는 장기 기증이나 해부학 기증 정도만 생각했지만, 쓸만한 거 긁어내고 나머지로 인간 퇴비에 쓰일 수 있다면에...입맛 당긴다. 죽기 전에 한국에도 그런 방식들이 하루빨리 도입되었으면~ |
|
한 분야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한 책들을 좋아한다. 이 책은 인간의 영혼이 떠난(정말 영혼이 있는지는 모르겠다..)후의 육체가 어떻게 사용되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해부실에서 예비의사들의 학습용 교재가 되기도 하고, 자동차 충돌실험에 살아있는 사람 대신에 쓰이기도 하고, 법의학에서는 사체를 관찰해 시신의 부패정도를 연구하는데도 쓰인다. 성형수술의 기술발전에도 사체를 상대로 한 연습이 관련되어 있다는점은 기분이 묘했다. 스티프라는 단어 자체가 시체의 특성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책이름 잘 지었다.) 이런 책을 써준 저자에게 고맙다는 느낌이 든다 무언가 한 분야에 대해서 많은 지식을 얻게 해주었으니까~ 정말 좋은책이다^^ |
| 엄밀하게 말하면 '죽음'이 아니라 '사체'에 관한 이야기라 해야 옳다. 이 책은 죽은 후의 몸에 일어날 수 있는 온갖 종류의 일들에 관해 자세히 이야기 해준다. 가장 흔한 방식이나 매장이나 화장, 혹은 장기기증이나 해부 실습을 위한 기증은 오히려 이 책에서는 아주 일상적인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산 자를 위한 각종 안전성 실험에도 사체가 활용되고, 외과의들의 실습에도 싱싱한 사체가 등장한다. 수사를 위한 목적으로 시간에 따른 사체의 부패 정도를 알아 보기 위해 수십 구의 시신을 야외에서 부패시키며 관찰하는 곳도 있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으로 사체를 이용해서 이루어졌던 수많은 실험들과 심지어 약재로 쓰이기도 했으며 최근에는 화장 대신 퇴비로의 재활용도 곧 이루어 질 것임을 이야기 해준다. 참, '플라스티네이션 처리를 한다음 '인체의 신비전'에 등장하기도 한다. 1. 이런 심각한 주제를 읽으면서 웃으면 안되지만 상당히 재밌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도 지은이는 끊임없이 농담을 늘어 놓는다. 허나 죽음이나 죽은 이를 희화화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2. 예전에 해부학 시간에 실제로 시체를 보긴 했다. 직접 해부를 하는 것은 아니고 조교가 해부하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 보는 거였는데 첨엔 냄새가 끔찍했고, 나중엔 솔직히 지겨워서 안 들어갔다. 그러다가 너무 많이 빼먹은 게 들통나서 한번은 한 시간 내내 심장을 들고 조교 옆에 서있어야 하기도 했다. 굳이 날 벌주려 했다기 보다는 좀 자세히 보라는 의미였겠지만 내겐 너무나 힘들었던 기억이다... 점차 실제의 사체 대신에 인조의 인간모형으로 대치하게 된다는 글을 읽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다. 3. 지은이는 <본초강목>에 사람의 인체 혹은 사체를 약재로 쓴다는 내용이 나오는 것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 실제로 '자하거'라는 약재는 태반을 말린 것이다. 허나 태반 주사는 요새 주름을 펴는데 좋다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
| 다른 책에서 이 책의 일부분을 발췌해 소개했는데 죽어 썩어버리는 시신이 아닌 우리 삶에 기여하는 시신의 이야기에 끌려 결국은 책까지 구입하고 말았다. 자칫하면 지나치게 딱딱하고 엄숙해질 이야기가 작가의 재치있는 입담으로 너무 진지해 지지도 딱딱해지지도 않고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게 해 주었다. 얼굴만 잘려져 성형외과의의 성형 실습으로 사용되는 시신, 우주여행을 대신하기도 하고 총알 실험을 당하기도 하며 팔 다리만 잘려져 여러 용도에 이용되는 시신의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무척이나 흥미로운 것이었다. 우리가 편리하게 사용했던 자동차나 요즘에 각광받고 있는 성형수술 같은 것들의 그들의 헌신으로 더 안전하고 정확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이라니... 시체 기증엔 단순히 장기 기증이나 대학병원에서 해부용으로 기증하는 것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그들이 여러 부문에 기여하는 것을 알고 정말 놀랐다. 우리나라같이 화장하는 것도 시신의 훼손으로 생각하는 나라에선 금기시되고 죄악시 될수도 있는 내용이지만 썩어져 형체도 없이 사라질 육신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제공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요한 것은 숨쉬고 살아있을때, 기쁨과 슬픔을 함께 공유한 영혼이 존재하는 그 사람이지 텅빈 육신이 아니니까... 하지만 내 시신을 의료 실습용이 아닌 총알 시험용 같은 걸로 사용하게 된다면 무척 꺼림칙하다.이게 바로 나의 한계이겠지만... |
| 스티프. 최근 읽어본 책중 가장 인상이 깊은 책. 아니 폭탄처럼 강력한 영향을 주는 책. 사실 죽음에 대해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그것도 사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밝힌 책이라면? 이 책은 사체가 어떻게 이용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밝히고 있다. 성형수술의사들의 실험용으로, 자동차충격테스트용으로, 심지어 인육만두의 재로로까지 쓰이는 사체.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인간의 존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사체를 퇴비로 만들어 자신이 살고 있는 집앞 뜰의 퇴보로 이용되기도 한다. 정녕 사람은 흑에서 태어나 흙으로 돌아가는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