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헨델의 관현악 모음곡 '수상음악'은 말 그대로 물 위에서 연주한 음악이다. 헨델이 왕의 신임을 되찾기 위한 목적으로 물놀이 하러 나온 왕의 근처에 배를 띄우고 이 곡을 연주한 데서 유래했다. 영국왕 조지1세가 하노버 선제후였던 시절 휴가 중 도망쳤던 경력이 있는 작곡가로서는 상당히 절박한 심정으로 작곡했을 법도 하지만 바로크 시대 작곡가들 중에서도 특히 화려한 색감을 자랑하는 헨델의 작품답게 다채롭고 풍부한 선율이 넘쳐 흐른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에도 헨델의 대중적인 명곡 레퍼토리에 속하는 이 음악은 정격음악의 붐과 때를 같이 하여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최근 고음악의 선두주자로서 많은 활약을 보이고 있는 조르디 사발과 르 콩세르 데 나시용의 연주로 녹음된 이 음반은 원전악기 연주로서는 독특한 해석을 보여주고 있다. 통상적으로 헨델의 음악이 색감이 진하고 표정도 다채로우며 풍부하다는 점에서 볼 때 사발의 연주는 얌전하다는 인상을 준다. 현의 결이 아주 곱고 단아하여 화려하다기 보다는 우아하다는 느낌이다. 1곡에서 호른과 오케스트라의 정겹고 화려한 대화는 기분을 상쾌하게 하며, 3곡에서는 프랑스 풍의 부레도 아주 우아하게 진행된다. 또한 오보에 등 관악기의 애조 띤 표정은 다른 연주와 달리 더 오묘하게 연출된다. 이렇듯 사발의 템포는 여유로운 편이지만 처진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비록 다른 '수상음악'연주에서 즐길 수 있는 신선하고 활기에 넘치는 표현은 약하지만, 투명하고 조화로운 선율이 돋보인다. 조르디 사발은 한마디로 '수상음악'을 떠들썩한 축제음악으로 표현하고 있지 않다. 이 곡이 배 위에서 연주될 당시 조지 1세는 아마도 흥겨운 음악에 춤을 추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사발의 연주를 듣는 사람들은 배위에서 주변 정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사색에 잠겨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