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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나 그 누구도 날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폭력 탈옥]
"하나님이나 그 누구도 날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폭력 탈옥]" 내용보기
1. 옛날에는 <하이 눈>같은 서부 영화에 나와 바르게 살고 마음씨 좋은 사람으로 나온 게리 쿠퍼가 좋았지만, 세월이 갈수록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 같은 영화에서 고르지 않은 세상에 맞서 사는 폴 뉴먼이나, <베라크루즈> <장미의 문신> 따위에서 능글맞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버트 랭카스터가 더 마음에 든다. 범생이처럼 사는 삶보다 이들이 보여주는 삶이 오
"하나님이나 그 누구도 날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폭력 탈옥]" 내용보기

1.

옛날에는 <하이 눈>같은 서부 영화에 나와 바르게 살고 마음씨 좋은 사람으로 나온 게리 쿠퍼가 좋았지만,

세월이 갈수록 <내일을 향해 쏴라> <스팅> 같은 영화에서 고르지 않은 세상에 맞서 사는 폴 뉴먼이나,

<베라크루즈> <장미의 문신> 따위에서 능글맞게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버트 랭카스터가 더 마음에 든다.

범생이처럼 사는 삶보다 이들이 보여주는 삶이 오히려 사람답게 보여서 그럴까.

 

스튜어트 로젠버그 감독이 1967년에 만든 <폭력 탈옥 Cool Hand Luke>도 폴 뉴먼 때문에 보았다.

착하게만 살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애쓰며 산 사내를 곱게 봐주지 않는 세상을 매섭게 나무라는 영화다.

돈 피어스가 쓴 같은 이름의 소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2.

술을 한 잔 걸친 탓에 길가에 서있는 주차기 미터기를 댕강 잘라버린 루카스 잭슨(폴 뉴먼).

2년형을 받아 감옥으로 갈 수밖에. "가만히 있는데 왜 잘랐어?" 묻는 사람들한테 루크(루카스)는 말한다.

"시골에서 할 일도 없고...옛날 기분 좀 낸 거지 뭐..."

 

싸움터에 나가 온갖 훈장을 다 받았지만 중사까지 올랐다가 이등병으로 떨어져 군대를 마치기도 했다.

"전쟁 영웅이 어쩌다가 그렇게 되었냐?"고 묻자 루크는 실실 웃는다.

"아무 생각 없습니다. 그냥 시간 때운 겁니다..."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제 생각대로, 제 느낌대로 살았다는 거다.

 

이렇게 살아온 루크가 길을 따라 온갖 일을 하면서 2년을 보내야 하는 '제36 길 감옥'에서

지키는 교도관에게는 "물 좀 마시겠습니다. 보스!" 하고, 소장한테는 "예, 잘 알겠습니다. 캡틴!" 하면서,

말끝마다 캡틴이나 보스를 붙여야 하는, 등 번호 37번의 푸른 옷을 입은 죄수로 잘 지낼 수가 있을까?

 

게다가 제 숟가락을 잃어버리거나, 음료수 병을 반납하지 않거나 하는 따위의

시시콜콜한 잘못을 저질러도 좁디 좁은 독방에 혼자 갇히게 되는 곳에서.

 

"그들만의 규칙이 있으면, 우리는 따르면 돼!"

감옥에 일찍 들어와 이제 터줏대감 노릇을 하는 드랙라인(조지 케네디)은

괜시리 사고나 쳐서 시끄럽게 만들지 말라고 루크한테 다짐을 받으려 하고...

 

3.

루크가 남들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제 뜻대로 움직이는 까닭을 영화 속에서는 뚜렷이 밝히지는 않는다.

면회를 온 엄마와 하는 이야기로 언뜻 비추고 있을 뿐이다.

"네가 사귀던 켄터키 아가씨는 잘 사는 사내한테 갔어..." "루크, 그래도 웃어, 넌 잘 할거야..."

 

"잘 살려고 했는데, 정신차리니까 이 모양이네요...자유롭게 살고 싶었는데, 자리를 잘못 잡은 듯해요"

루크는 엄마한테 "모두 제 잘못이예요" 하지만, 세상에 대해서 늘 섭섭하다.

 

엄마가 죽었을 때도 잠깐이라도 집에 보내주지 않고 오히려 독방에 가두는 감옥을 좋게 생각할 리가 없다.

그래서 루크는 달아나기로 한다. 그런다고 잡히지 않을 리도 없지만.

달아나면 잡아오고, 또 달아나면 또 잡아오고...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돌지만, 루크는 바뀌지 않는다.

 

드랙라인과 주먹싸움을 할 때도 주먹에 맞아 쓰러지는 쪽은 루크지만 끝내 졌다고 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즐겁게 구경하던 사람들도 나중에는 얼굴이 바뀐다. "일어나지마! 이러다 죽겠어..."

 

어떤 일이 있어도 굽히지 않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루크.

하늘이 저를 버려도 무릎을 꿇고 빌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님한테 투덜댄다. 교회 안에서.

" 영감님, 여기 계세요? 시간 있으시면 얘기나 해요. 제가 나쁜 놈이라고 안중에도 없지요?"

 

4.

한 사내의 굽이진 삶을 보여주지만 때로는 즐겁기도 한 영화다.

루크가 삶은 달걀을 몇 개나 먹을 수 있을지 내기를 할 때다. 

루크한테 돈을 건 사내들이 이기려면 루크가 삶은 달걀 50개를 먹어야 한다. 그것도 1시간 안에.

이길 듯 질듯 하는데 웃지 않을 수 없다. 같이 보던 아내도 넘어갔고... 

 

길가 도랑을 파는 일을 나갔던 죄수들이 가까이 있던 집에서 몸매가 빵빵한 아낙네가 차를 씻을 때,

눈을 돌리지 못하고 "안경을 쓸게요, 보스!" "루실, 내 사랑" 하며 사내들이 침을 흘리는 모습은 즐겁다.

 

죄수들도 미국에선 모여 카드 놀이를 할 수 있었나 보다.

빙둘러 앉아 카드 놀이를 하는데, 루크가 어떤 패를 잡았는지 모르지만 판돈을 자꾸 올린다.

곁에서 보던 드랙라인은 루크가 뻥을 친다며 맞붙은 사내한테 더 올리라고 부추긴다.

어떤 일에도 기죽지 않는 루크는 판돈을 자꾸만 더 올리고...

루크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드랙라인이 말을 거든다. "대단해. '차가운 손의 루크'야"

 

루크의 뚝심을 보고 어쩌면 그렇게 할 수 있냐고 묻는 사람한테 루크는 씩 웃으며 말한다.

"때로는 아무 것도 없어도 해낼 때가 있지..."

 

길가에 죽 늘어서서 풀을 베는 죄수들의 모습은 낯익은 게 아니다. 

우리나라면 기름이나 전기로 하는 풀깎는 기계를 써서 깎든지, 아니면 앉아서 낫으로 풀을 벨텐데,

이들은 서서 풀을 쳐낸다. 세모꼴로 된, 낫도 아닌 낫을 갖고 휘둘러 풀을 깎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이다.

 

5.

감옥에서 죽자고 달아나는 영화들도 많다.

시드니 포이티어와 토니 커티스가 쇠사슬에 같이 묶인 채 달아나면서

검둥이와 흰둥이의 삶이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1958년 작품 <흑과 백 The Defiant Ones>,

스티브 매퀸과 더스틴 호프만이 잘못이 없는데도 사람을 죽였다며 감옥에 갇힌 뒤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굽히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달아나려 애쓰는 1973년 영화 <빠삐용 Papillon>,

팀 로빈스와 모건 프리먼이 감옥에서 만나 교도관들을 감쪽같이 속이고 달아나게 되는

1994년 작품 <쇼생크 탈출 The Shawshank Redemption> 같은 영화들은,

세상이 정해놓은 법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고 그에 맞서는 이들을 잘 보여준다.

 

그에 견주면 이 영화에서 루크가 감옥에서 죽기 살기로 달아나는 까닭은 조금 받아들이기 어렵다.

죄가 없는데도 뒤집어쓰지도 않았고, 세상이 깔보거나 버리지도 않았으며,

죄값을 치룰 수 없도록 괴롭히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엄마의 주검을 보고 오도록 하지 않았을 뿐.  

루크가 누구한테도 쉽사리 제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을 높이 친다고 해도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운 대목이다.

 

이 대목만 빼면, 아주 빼어난 영화다. 짜임새나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누가 짓밟아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나 "나를 무릎 꿇릴 수는 없어" 하며 말하듯 

씩 웃어대는 루크 노릇의 폴 뉴먼은 누가 해도 이보다 더 잘 할 수는 없겠다 싶다.

루크가 기타 비슷한 악기를 치면서 <플래스틱 예수 Plastic Jesus>를 부를 때는 가슴이 아프다.

폴 뉴먼이 짓는 알듯 모를듯한 웃음이 오래도록 남는다. "엿 같은 세상! 잘 먹고 잘 살아..." 하는 듯하다.

 

처음에는 루크를 잭 레먼한테 맡길 생각이었으나,

대본을 보고는 오히려 폴 뉴먼이 더 나을 거라며 잭 레먼이 손사래를 쳤다고 한다.

 

6.

나온지 마흔다섯 해나 된 영화라 그리 바라지 않았는데 뜻밖에 디브이디 화면이나 소리가 좋다.

보너스라고는 예고편밖에 없지만. 이미 저승으로 간 감독이나 폴 뉴먼은 어쩔 수 없겠지만,

다른 평론가나 제작진이 나와서 이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나 찍을 때 있었던 일들을 들려주는

보너스를 만들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아쉽다.

 

디브이디 집은 깔끔해 보이지만 영화에 나온 감독이나 배우들의 이름 따위도 써놓지 않았다. 이래서야... 



b******g 2011.01.29. 신고 공감 4 댓글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