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각만 해도 애틋해지는 것이 있습니다.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낮고 무거운 가락으로 울리다가 점차 고조되면서 온몸 가득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것. 그것은 아련한 첫사랑일 수도 있고 한없이 탐나는 물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아련한 첫사랑이든 한없이 탐나는 물건이든 거기에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지금 여기 없다는 것. 온 몸과 온 마음으로 열망하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는 것. 그러기에 더욱더 간절히 원한다는 것. 삶의 원동력이라는 것. 부재는 열망을 낳습니다. 헨리 워즈워드 롱펠로우의 서사시 『히어와서의 노래』를 그린 것으로 유명한 수잔 제퍼스의 이 책도 결핍의 미학을 다루고 있습니다. '나'는 조랑말을 갖고 싶어합니다. '말들의 냄새를 맡'는 것까지 좋아하는 나는 온통 조랑말 생각뿐입니다. 그리하여 부모님께 조랑말을 사달라고 조르지만 늘 똑같은 대답을 듣습니다. "네가 더 크면 생각해 볼게". 실제로는 가질 수 없는 조랑말 대신 나는 그림을 그려 집안 곳곳을 장식하고 특히 내 방에는 조랑말 장난감과 조랑말 그림만으로 채웁니다. 침대 머리맡도 조랑말입니다. 지금 당장 갖고 싶지만 현실에서는 가질 수 없는 조랑말. 실제로는 가질 수 없기에 조랑말 그림으로써 대신하고, '숙제를 하는 시간에도 나는 조랑말을 타는 꿈을' 꿉니다. 간절한 소망은 드디어 이루어져 '얼룩무늬가 있고 반짝이는 털을 가지고 있'는 조랑말, '실버'와 함께 하게 됩니다. 실버에 올라탄 나는 밤하늘로 멀리 날아가기도 하고, 소나무 향기 가득한 숲을 여행하기도 하며, 맑은 물과 얼룩무늬 돌들이 있는 개울 위는 물론 달빛 속까지 날아갑니다. 이제 실버는 항상 내 곁에 있습니다. 현실에서 가질 수 없었기에 더 큰 열망을 가졌던 조랑말. 조랑말은 그렇게 모든 부재하는 사랑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랑말의 부재는 나의 그림을 낳고 또 나의 그림은 조랑말의 온전한 존재를 낳습니다. 어쩌면 현실의 존재보다 더 강력한 영원한 존재를 말이지요. 이와 같이 지극한 열망은 부재와 존재의 경계를 없애는데 수잔 제퍼스의 그림 또한 꿈을 표현한 것인지 현실을 표현한 것인지 명확히 구별을 하지 않습니다. 꿈인 듯 현실인 듯 정교하게 그린 선과 맑고 은은하게 표현한 색이 경계를 훌쩍 뛰어넘은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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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659 꿈을 그리려고 그림을 그리는 아이 ― 나의 조랑말 수잔 제퍼스 글·그림 김세희 옮김 봄봄 펴냄, 2004.2.25. 9500원 꿈은 어떻게 그릴 적에 이루어질까요? 다른 사람한테 “해 줘!” 하면서 조르거나 “사 줘!” 하면서 달라붙으면 이루어질까요? 아이들은 어머니나 아버지한테 떼를 쓰거나 억지를 부리면 저희가 갖고 싶다는 것을 가질 수 있을까요? 수잔 제퍼스 님이 빚은 그림책 《나의 조랑말》을 보면, ‘조랑말 한 마리를 무척 갖고 싶은 가시내’가 나와요. 이 아이는 조랑말을 어찌나 사랑하는지, 밥상맡에도 조랑말 인형을 여럿 올려놓아요. 게다가 숙제를 하다가도 조랑말을 그림으로 그려요. 더욱이 아이 방에는 온통 ‘조랑말 그림’이에요. 아이가 바지런히 그린 ‘조랑말 그림’이 온 벽을 가득 채워요. 나는 조랑말을 갖고 싶었어요. 나는 이 세상의 그 무엇보다도 조랑말을 갖고 싶었어요. (2쪽)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는 아마 도시에 살지 싶습니다. 도시에 있는 작은 집이 고작인 어버이로서는 ‘조랑말을 갖고 싶다’고 하는 아이 바람을 들어 주기 어려우리라 느껴요. 말 한 마리를 사는 값도 비쌀 테고, 말한테 줄 먹이 값도 만만하지 않을 테며, 말을 둘 자리라든지, 말이 눌 똥오줌을 치울 자리도 헤아리기 어렵겠지요. 그러나 아이는 이 모두를 따지지 않습니다. 아이는 오직 ‘내 조랑말’을 갖고 싶어요. 조랑말을 타고 들판을 마음껏 달리고 싶어요. 조랑말을 타고 숲을 가르고 싶으며, 수많은 다른 조랑말에 둘러싸여서 함께 달리기를 하고 싶습니다. 아이랑 어버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이는 마냥 조르기만 해야 할까요? 어버이는 아이더러 ‘기다리라’고만 말합니다. 아직 ‘때가 아니’라고 말해요. 아무래도 어버이로서는 달리 어떻게 말해야 할는지 모를 테지요. 숙제를 해야 하는 시간에도 나는 조랑말을 타는 꿈을 꾸었어요. 나는 이 조랑말을 실버라고 불렀어요. 실버는 얼룩무늬가 있고 반짝이는 털을 가지고 있었어여. 내가 실버를 그림으로 그리면, 마치 실버가 진짜로 보이는 것 같았어요. (5쪽) 이러던 어느 날이에요. 아이는 여느 날처럼 조랑말 노래를 부르며 하루를 보내요. 이렇게 하루를 보낸 뒤 여느 날처럼 책상맡에서 숙제 말고 ‘조랑말 그림’을 또 그렸어요. 그런데 이날은 그림을 그리다가 그만 까무룩 잠이 들었어요. 책상에 엎드려서 잠들었지요. 한손에 연필을 쥐고, 아직 마무리짓지 못한 조랑말 그림에 살며시 엎드려서 꿈나라로 갔어요. 아이는 꿈나라에서 ‘꿈에도 그리던 말’을 만납니다. 아이가 ‘실버’라는 이름을 붙여 준 말을 만납니다. 조랑말 실버는 달빛을 받으면서 하늘을 날아서 아이한테 찾아옵니다. 아이는 조랑말 실버를 타고 달빛을 밟으면서 먼먼 하늘을 날았고, 온누리 곳곳을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돌아다녀요. 그래요. 꿈이에요. 꿈에서 꿈을 이루어요. 늘 그리고, 늘 생각하고, 늘 마음에 품은 조랑말을 꿈에서 만나면서 ‘꿈을 이룹’니다. 아이가 ‘내 조랑말’을 갖고 싶다고 했을 적에는 ‘눈앞에서 만지는 조랑말’이라는 뜻을 넘어서 ‘마음으로 기쁘게 만나며 누리는 조랑말’이었구나 싶어요. 우리는 소나무 향기 가득한 키 큰 나무가 있고 다람쥐들이 재잘거리는 숲으로 들어갔어요. 우리는 맑은 물과 얼룩무늬 돌들이 있는 개울 위를 빨리 달렸어요. 실버랑 나, 우리 둘은 달빛 속을 여행했어요. (8쪽) 그림책을 살짝 덮으면서 생각합니다. 아이는 두 가지를 해요. 하나는 “마음에 그리기”를 합니다. 그리운 조랑말을 마음으로 사랑스레 바라는 ‘그리기’를 합니다. 여기에 “종이에 그리기”를 합니다. 조랑말을 그리는 마음으로 손에 연필을 쥐고 종이에 조랑말 모습을 또렷하게 그려요. 이 ‘조랑말 그림’을 온 집안에 붙이고 늘 바라보았지요. 이러면서 아이는 두 가지 ‘꿈꾸기’를 해요. 하나는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꿈’을 꾸고, 다른 하나는 ‘밤에 잠들면서 꿈’을 꾸어요. “꿈을 꿈에서 이룬다”고 할까요? 꿈을 꿈에서 이루면서 기쁜 하루가 된다고 할까요? 어느 모로 본다면, 아이는 ‘집에 조랑말을 두지’ 못해요. 이런 모습을 본다면 아이가 바라던 일은 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어요. 그렇지만 아이는 밤마다 꿈자리에서 늘 조랑말을 만나요. 어머니한테도 아버지한테도 동무한테도 말하지 않지만, 아이는 늘 조랑말을 꿈자리에서 만나요. 그러니 이 대목을 헤아린다면, 아이는 참으로 즐겁고 훌륭하며 멋지게 꿈을 이룬 셈이에요. 밤새 꿈자리에서 조랑말하고 하늘을 날고 들판을 가르면서 놀거든요. 꿈을 이룬다는 일이란 ‘물건을 두 손에 쥐는’ 일만 가리키지 않으리라 느낍니다. 꿈을 이룬다는 일이란 ‘날마다 기쁨이 넘치는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살림이리라 느낍니다. 그림책에서 아이는 어머니하고 아버지한테 ‘조랑말 사 달라’는 말을 이제 더 하지 않는다고 해요. 꿈자리에서 조랑말을 날마다 만나니까요. 우리가 어버이로서 아이가 마음에 품는 꿈을 이루도록 돕는다고 할 적에는 ‘아이 손에 장난감이나 어떤 물건’이 있도록 하는 몸짓을 넘어서야지 싶습니다. ‘아이 마음자리에 언제나 싱그럽게 피어나는 사랑스러운 꿈’이 깃들도록 할 수 있어야 하리라 느껴요. 2016.6.3.쇠.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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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책들을 싸게 그리고 많이 사고 싶을 때 전집은 더없이 좋다. 하지만, 아이가 손을 대지 않으면 대책이 없어진다. 이 책들을 어떻게 해야하나. 그리고 중고카페를 찾아 안보는 건 내놓던지 할 것이다. 그래서 전집을 들일 땐 고민에 고민을 더해야만 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시간들이 무상하다고 느껴져 언젠가부터는 단행본 위주로 책을 고르고 있다. 있는 전집이야 어쩔 수 없겠지만, 이왕 읽혀줄 거라면 좋은 책을 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어서. 우리 아이는 올해로 다섯 살이 된다. 그리고 여느 아이들처럼 유치원에 가게 됐다. 가정이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본 적이 없어 사회성은 좀 떨어지지 않을지 걱정이 앞선다. 여느 엄마들이 그렇겠지만. 그래서 책으로나마 아이에게 친구란?, 함께 한다는 것,은 이란 주제로 가볍게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책을 찾던 중에 친구의 소중함을 알려주는 동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추천 도서들 중에 하나를 구해 보았다. 참고로 <안녕 해리>, <나의 조랑말>, <그거 내 조끼야>, <무지개 물거기>, <썰매 타는 암소 무>가 그것인데, 하나씩 구해 볼 생각이다. 조랑말을 너무나 좋아하는 여자 아이가 나온다. 얼마나 갖고 싶었는지 숙제를 하는 시간에도 조랑말을 타고 달리는 꿈을 꾼다. 이름까지 붙여주었다. 실버!라고. 그리고 실버를 애정한다. 꿈속에 나오는 그 어떤 말들 보다도 실버를 가장 아낀다. 그리고 밤마다 실버와 꿈속 여행을 한다. 조랑말을 사달라고 해도 엄마 아빠는 사주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행복하기만 하다고 말하는 아이. 책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우리 아이였다. 갖고 싶은 것이 너무 많은 아이. 그리고 사주지 않는 엄마. 그래도 하루 하루 너무 행복하다는 아이. 갖고 싶은 것이 있을 때마다 그림을 그리고 꿈을 꾸는 아이. 기차 타고 갈 때마다 기찻길을 너무 너무 갖고 싶다고 강조한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기찻길은 너무너무 커서 우리집에 가져올 수 없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의 그림속 기찻길은 하나씩 하나씩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우리집 방과 거실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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