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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고 다녀와> 보다는 <켄 로치에게>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은 책이다. 저자 김현은 영화를 좋아하는 시인이다. 만드는 것도 보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 같다. 사실 영화라는 게 능력만 된다면 둘 중 하나만 하기도 힘들다. 나 역시 영화를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시인의 창작욕구를 웬만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시와 나 사이에는 거대한 벽이 가로 놓여 있어 얹을 말이 1도 없다는 게 좀 겸연쩍다. 인터넷에서 발견한 인터뷰를 보니 시인은 의뢰가 들어오면 기꺼이 산문도 쓴다고 한다. 이 책도 그렇게 해서 쓰인 것 같다. (이 책 말고도 아무튼 시리즈의 <아무튼,스웨터>와 문단 내 여성혐오와 성폭행 문제를 얘기한 <질문있습니다>도 있음) 책의 앞날개에도 나와 있지만 이 책은 존 힐이 쓴 <켄 로치>를 참조하여 시인이 살면서 겪었던 경험들을 켄 로치 영화에 '어렵거나 쉽게' 엮어낸(?) 글을 모은 것이다. 나는 이 책보다 존 힐이 쓴 <켄 로치>를 먼저 샀었다. 2019년 11월 어느 날,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미안해요, 리키>를 보고 난 후 켄 로치의 세계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되어 구매했다가 막상 펼쳐보니 내가 본 작품은 거의 없다시피하기도 하고 두꺼워서 덮어뒀었다. 그런데 무슨 바람이 불어 그 책을 살 당시 '시인이 쓴 산문집이니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말들의 향연이 아닐까?' 의심했던 마음이 돌연 호기심으로 바뀌어 덜컥 구매했는데 의외로 문장들이 편하고 읽히는 맛이 좋아 <섭식일기>에 이어 후루룩 읽어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미처 못 챙겨 본 켄 로치의 영화가 더 보고 싶어지고 그의 작품 세계를 좀 더 심오하게 들여다 보고 싶어진다. 나 때는 '철의 여인'이라고만 배웠던 마거릿 대처의 장례식을 두고 했다는 그의 말에서 조지 오웰이 느껴지는 건 나 뿐일까? 1936년생이신 케니 오빠. 5년 후면 구순을 바라보는 나이라니. 시간이 모든 사람에게 공평하다는 사실이 이럴 땐 야속하다. 인상깊은 구절. p.80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304명을 기억하기 위한 '304낭독회'는 304회 동안 꾸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씩 304번을 채우기 위해서는 25년이 넘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략. 그러나 한 사람이 1년 열두 달을 책임지는 성실함이라면, 스물다섯 명의 동료로도 또 되고야 마는 별것 아닌 일이기도 하다. 중략. 어떤 달에는 감기몸살을 앓았고, 어떤 달에는 숙취, 어떤 달에는 헤쳐 나가야 할 원고 마감이, 어떤 달에는 그냥 푹 자고 싶었다. 중략.그렇다고 해서 동료들에게 미안한 마음은 없다. 그들은 성실의 뺄셈이 아니라 성실의 덧셈을 아는 이들, 그러고 보면 뜨개질은 얼마나 시간을 더하는 일이며 광장의 촛불은 시간이 녹아내림이 아니라 시간의 축적인 것일까. 연대란 나만큼 너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네가 못하는 만큼 내가 한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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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로치의 영화를 보고 존 버거 책을 읽으며 올해는 좀 주위를 둘러보고 싶어졌다. 내 생각만 하지 말고 다른 사람들과 여러 목소리를 내 보고 싶어졌다. 참지 말고 숨지 말고 뭔가를 적극적으로 느껴보고 말해보고 행동하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싶어짐. 음... 너무 좋았던 책이어서 뭐라 할말이 없어지네. 근데 시인님 책 다 너무좋아요. 켄 로치의 영화는 인간적이다. 영상의 기법보다는 인물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배우들도 그 현실을 살아가는 배우들.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 김현 시인님이 사람들을 바라보고 이야기하는 시선과 닮아 있다. 걱정 말고 다녀와, 라는 제목도, 이 산문집의 모든 문장도 다 소중하다. 마지막 별책부록에 있는 소설 견본세대 보면서 또 눈물흘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