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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콕 박히는 동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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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아이는 왼손잡이다. 엄밀히 말하면 양손잡이다. 우리집 가족 구성원의 75%가 왼손잡이니 그다지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왼손잡이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나는 때는 그림을 그릴 때다. 왼손으로 스케치를 하다가 오른손으로 지우는데 특히 글이 있는 그림의 경우 오른손으로 글을 쓰고 왼손으로는 그림을 그린다. 다른 사람들은 한 손으로 이것저것 하느라 거쳐야 할 단계가 많지만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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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큰 아이는 왼손잡이다. 엄밀히 말하면 양손잡이다. 우리집 가족 구성원의 75%가 왼손잡이니 그다지 새삼스러울 건 없지만 왼손잡이라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나는 때는 그림을 그릴 때다. 왼손으로 스케치를 하다가 오른손으로 지우는데 특히 글이 있는 그림의 경우 오른손으로 글을 쓰고 왼손으로는 그림을 그린다. 다른 사람들은 한 손으로 이것저것 하느라 거쳐야 할 단계가 많지만 딸은 그렇지 않아서 남들이 부러워한단다. 이 시집을 펼치고 그 안에 있는 그림을 보는 순간 양손잡이인 딸이 생각났다. 그림도 그리고 시도 쓰니 얼마나 멋진가. 남들이 딸을 부러워하듯이 나도 이 시인이 부럽다. 특히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부럽다. 자신이 본 것을 그려놓는다면 얼마나 멋진 추억이 될까. 그림책 작가 중에는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는 사람은 봤지만 시를 쓰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본 기억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동시집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 시집은 그런 동시집과 느낌이 다르다. 아름다운 말만 골라서 예쁘게 표현하려고 하는 시들과는 달리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되 시적인 감각으로 표현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진솔하다고나 할까. 사실 나는 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이 동시집을 읽을 때는 치장을 하지 않았는데도 시가 무엇인지 절로 느껴졌다. 아, 시는 이런 것이구나, 시는 이렇게 느껴지는 것이구나 싶었다. 시를 느끼려고 애쓰지 않았는데도 저절로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작약이 피기 전에 개미가 줄지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깜장꽃이 피었다고 표현한 것이나 나비가 팔락이는 모습을 보고 책장을 넘기는 것으로 표현한 재치. 누구나 보는 것들을 시인은 이처럼 다르게 표현하다니 그들의 마음속에는 무엇이 자리잡고 있을까 궁금하다. 대도시에서는 보고 느낄 수 없는 자연을 노래한 시가 많은 것으로 보아 머리에서 나온 동시가 아니라 생활에서 느낀 동시라는 걸 알 수 있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더 공감했는지도 모른다. 나도 이런 생활을 동경하고 있기 때문에, 그리고 현실의 문제가 무엇인지 알고 있기에. 최근에 읽었던 동시집 중 가장 마음에 콕 박히는 동시들이었다.

 

  이제 겨울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2010년 12월에 걸맞는 시 한 편을 소개해야겠다. 처음에 제목을 보지 않고(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대개 제목을 먼저 보는데 이 시만은 제목을 안 봤다.) 시를 읽었는데 순간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몰랐다가 그 의미를 알고 웃었더랬다. 제목이 무엇인지 맞혀보시길. 참고로 이 제목의 전문(全文)이다.

 

밤새 자동차를 먹어 치운

북극곰들이

두 뒤만 푹푹 내어놓고

주차장마다 드르렁 드르렁

코나팔을 불고 있네



l*****8 2010.12.31.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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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 서평] 깜장 꽃
"[동시 서평] 깜장 꽃" 내용보기
[동시집 - 깜장 꽃] 김환영, 창비, 2010 1. 글쓴이 1957년 충남 예산 태생으로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많은 책의 그림을 그렸다. 대표작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 [종이밥],[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으며, 격월간지 [동시마중] 편집위원이며, 그림시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깜장 꽃]은 2004년부터 발표해 온 동시를 모아 출판한 것이다. 2. 잎싹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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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집 - 깜장 꽃] 김환영, 창비, 2010

1. 글쓴이

1957년 충남 예산 태생으로 홍익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많은 책의 그림을 그렸다. 대표작으로 [마당을 나온 암탉], [종이밥],[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등이 있으며, 격월간지 [동시마중] 편집위원이며, 그림시로 독자를 만나고 있다. [깜장 꽃]은 2004년부터 발표해 온 동시를 모아 출판한 것이다.


2. 잎싹의 눈으로 본 시골 이야기


책을 펴면 누런 들판이 펼쳐집니다. [마당에 나온 암탉] 속 주인공 잎싹이 살았던 그 들판인 것 같습니다. 잎싹은 그 들판을 떠났지만, 이 책 속 그림들 속에는 잎싹이 숨어 있습니다. 금방이라도 폴짝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마당으로 다시 돌아온 암탉 잎싹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면서 이곳저곳을 뒤지고 있습니다.


깜장 꽃


작약꽃 봉오리가

동골동골 맺혔습니다.

꽃소식 들은 개미들이 물빛 같은 길을 따라

깨물깨물 줄을 지어 올라갑니다.

작약은 발등이 간지러워 모가지가 간지러워 고개를

잘랑잘랑 흔들어 봅니다.

분홍 꽃도 피기 전에 몰려든 손님들로 깜장 꽃만

간질간질 피었습니다.


책 표지에 있는 작약처럼 작약꽃은 분홍빛인데, 깜장 꽃은 어디 있을까?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이런저런 궁금증 때문에 책을 읽기 전에 먼저 인터넷을 뒤져 보았습니다. 백작약, 산작약, 적작약, 호작약 등 어떤 작약도 깜장 꽃은 없습니다. 그럼 깜장 꽃은 뭐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작약 꽃 속 꿀을 따러 간 개미들이 까맣게 붙어 있어서 깜장 꽃이 된 것을 이제야 알았습니다. 동골동골, 깨물깨물, 잘랑잘랑, 간질간질 이렇게 여리고 예쁜 말이 있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습니다.

누가 깜장 꽃을 찾았을까? 잎싹 이였습니다. 햇살이 따사로운 늦은 봄날 졸고 있던 잎싹은 배가 고파 마당으로 나옵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화단 안에 피어 난 작약을 보게 되지요. 꽃 봉오리는 동골동골하고, 줄기를 타고 깨물깨물 거리며 가는 개미를 따라 가다 보니, 작약은 잘랑잘랑 흔들리고, 깜장 꽃은 잎싹을 쳐다봅니다. 간질간질 거리는 깜장 꽃을 본 잎싹은 뽀족한 부리로 깜장 꽃을 쪼아댑니다. 갑자기 분홍 꽃이 튀어나와 깜짝 놀란 잎싹은 정신없이 도망을 갑니다.


저물녘


거미가

땅거미를 잡아당기며

한 땀,

함 땀,

방들을 키우고 있네


잎싹은 화단에서 쫓겨나 툇마루 아래로 숨어듭니다. 너무 놀라 배가 고픈 것도 잊어버렸습니다. 다행히 분홍 꽃이 쫒아 오지 않습니다. 뽀얀 먼지만 가득한 마루 밑은 잎싹의 숨소리만 울립니다. 한숨을 내리쉬고 주변을 둘러봅니다. 어둑한 한쪽 구석 거미줄 위에서 먹잇감을 기다리며 숨죽이고 있는 거미를 봅니다. 잎싹은 죽은 듯이 있는 거미를 쪼아 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분홍 꽃에 너무 놀라서 조용히 앉아 거미를 지켜봅니다. 한참이 지나 햇살의 그림자가 툇마루 아래에서 도망치듯 나가 버리니, 거미가 땅거미를 잡아당기며 찬찬히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거미줄 한 쪽 끝으로가 입에서 새하얀 줄을 한올 한올 뽑아내어 새방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방이 작아서 먹잇감이 걸려들지 않았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그걸 보고 있던 잎싹은 배가 고팠습니다. 먹이를 찾으러 아슬랑아슬랑 느리게 마당으로 나갑니다. 수돗가에서 주인아주머니가 열심히 꼬막 조개를 씻고 있습니다. 잎싹은 먹을 거라도 던져 줄까 싶어 그 주위를 맴돌기 시작합니다. 한참을 그러고 있으니, 아주머니가 꼬막 하나를 잎싹에게 톡 던집니다.


운명


꼬막 조개 속에

꼬마 새우 한 마리가 들어가 앉았네

“야!

무슨 이야기 듣다가

여기까지 따라왔어?“


꼬막을 들여다보니 새우가 들어 있습니다. 새우는 벌써 몸이 굳었습니다. 요리조리 툭툭 쪼아 보던 잎싹은 한입에 삼켜 버립니다. 새상 구경하러 왔던 꼬마 새우는 잎싹 뱃속 구경도 하게 됩니다. 잎싹은 모처럼 바닷요리를 먹었습니다. 혹시나 하나 더 줄까 싶어 입맛을 다시며, 주변을 맴돕니다. 아주머니는 광주리를 들고 부엌으로 들어가 버리시네요. 멍하니 그걸 쳐다보던 잎싹은 대문 밖에서 슬그머니 당겨오는 땅거미를 보고 서둘러 창고 옆 보금자리로 돌아갑니다.

우리가 무심결에 한 번 보고 지나가는 것이 잎싹의 눈에는 모두 새로운 세계인가 봅니다. 잎싹은 열심히 들여다보며 곰곰이 생각애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찾은 것 같습니다. 아침 햇살이 눈에 비칠 무렵 일어난 잎싹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항상 호기심을 어린 눈으로 요리조리 들여다봅니다. 그래서 새로운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았나 봅니다. 단 한 번도 어제가 아닌 오늘과 내일을 위해서 살아 보고 싶다는 글쓴이의 맘처럼 오늘 열심히 보고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면, 내일은 더 재미있는 새로운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끝-



s****r 2011.06.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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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이렇게 재미난 것들로 가득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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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의 '잎싹'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똥그란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갸웃갸웃거리며 여기저기를 분주히 다니다가도 문득 깊어져 한참 하늘을 바라볼 것만 같은 '잎싹'. 그 잎싹의 아버지신 김환영 선생님께서 동시집을 내신다는 소식을 <동시마중>이란 잡지에서 전해 듣고는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그리고 드디어!! 김환영 선생님의 <깜장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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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의 '잎싹'을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똥그란 눈에 호기심을 가득 담고 갸웃갸웃거리며 여기저기를 분주히 다니다가도 문득 깊어져 한참 하늘을 바라볼 것만 같은 '잎싹'. 그 잎싹의 아버지신 김환영 선생님께서 동시집을 내신다는 소식을 <동시마중>이란 잡지에서 전해 듣고는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요. 그리고 드디어!! 김환영 선생님의 <깜장꽃>을 읽게 되었습니다.

<깜장꽃>은 다른 동시집들과는 달라요. 참 따뜻하지요. 꼭 시골집 어느 앞마당에서 봄햇볕을 쬐고 있는 기분이에요. (<깜장꽃>은 제목부터도 달라요. 김환영 선생님의 <과수원을 점령하라>를 보신 분이 계시다면, 김환영 선생님의 장난기를 잘 아실 거에요. <깜장꽃>에도 제목 속에 그 장난기가 아주 예쁘게 담겨 있죠.)

 

저는 <깜장꽃>을 두 번 읽었어요. 처음 읽었을 땐 아톰발 철벅대는 봄 진흙길이며, 개구리, 작약꽃, 나비가 넘겨주는 동화책 함께 보는 것 같았어요. 다시 읽으니 첨으로 봄을 보는 다섯 살 여섯 살 일곱 살 꼬마가 보여요. 다섯살 꼬마의 봄은 난생처음 봄, 여섯 살 꼬마의 봄은 난생처음 봄, 일곱 살 꼬마의 봄도 난생처음 본 봄. 꼭 제 키만큼밖에 보지 못하니 매번 봄이 신기할 테죠. 아이 따라 키가 작아지니 시큰둥 재미 없던 큰 세상이 신기한 걸로 가득하네요. 그렇게 신기했을 테니 이 시를 쓰는 동안 얼마나 재미있고 행복했었을까, 그 신기하고 재밌고 행복한 마음 따라 나도 봄, 봄, 봄.

 

<깜장꽃>은 어른인 저를 대여섯살 아이로 만들어 제 키를 작게 하고, 작아져서야 볼 수 있는 많은 것들을 보여줍니다. 어른이었을 때는 보지 못했던, 이렇게 재미나고 이쁜 일들이 바로 곁에 있었군요! <깜장꽃>은 그렇게 일상을 새롭게 합니다.

g*****l 2011.01.10.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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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템포 쉬어가게 만드는 그림과 동시가 맛나다
"한 템포 쉬어가게 만드는 그림과 동시가 맛나다" 내용보기
[한 템포 쉬어가게 만드는 그림과 동시가 맛나다]     생활속에서 시집을 읽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주로 스토리 중심의 서사 문학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시집 속에 담긴 축약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현대 사회는 너무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빠른 템포의사회에 적응하기 보다는 한걸음 늦게 천천히 걸으면서 세상을 음미할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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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템포 쉬어가게 만드는 그림과 동시가 맛나다]

 

 

생활속에서 시집을 읽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주로 스토리 중심의 서사 문학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만 시집 속에 담긴 축약의 의미를 되새기기에 현대 사회는 너무도 빠르게 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는 빠른 템포의사회에 적응하기 보다는 한걸음 늦게 천천히 걸으면서 세상을 음미할 줄 아는 여유를 가르쳐주고 싶다. 동시는 아이들에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닌가 싶다.

 

시작 활동보다는 유명한 동화의 삽화를 그린 그림작가로  더 알려진 김환영 작가의 동시집이라고 해서 약간 낯설었다. 알고보니 격월간 동시 전문지 <동시마중>의 편집위원으로 활동한다고 한다. 그동안 동시와 시화를 함께 했다고 하니 어찌보면 글로만 전하는 동시보다는 글과 그림이 함께 주는 시너지 효과를 안고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본다.

 

<개구리 모내기>

빈 논에

물을 대면,

 

호르르륵

산을 넘고

 

개울개울

물을 건너

 

달 따러 가지요

별 따러 가지요

 

 

빈 논에 물을 대는 것이 어떤지 개울을 건널 때 들리는 물소리가 어떤 것인지 아이들은 알 수 있을까? 작가의 동시집에는 도심의 내음보다는 시골의 한적한 마을과 자연의 이미지를 찾는 편이 훨씬 쉽다. 혹은 도심 한가운데라도 버려지고 소외당하는 길거리의 풀한포기에 대한 관심을 찾는 것이 빠르다.

 

중간중간 작가의 삽화는 정서를 더 순화시키고 시집을 읽는 중간중간 또 쉬어갈 수 있는 쉼터를 만난 느낌이 든다. 삽화가 주는 효과가 이런 것이었나? 내용과 걸맞는 그림인가 아닌가를 보는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는 걸 배운다. 처음처럼 너무 빠른 템포로 사는 아이들에게 쉬어갈 수 있는 여유를 가르쳐주는 것 같다.

 

작가의 작품에는 유독 고양이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추석>

 

어미 고양이 어디 가서

북어 대가리도 물어 오고

날고기도 물어 오고

부침개도 털레털레 물어 오고,

 

양지 녘 새끼 고양이들

고깃점 하나씩 입에 붙이고

씹었다 뱉었다 쥐잡이 시늉하며

빈집 마당에서 와릉와릉 논다

 

북쩍거리고 바쁠 법도 한 추석의 풍경을 고양이로 표현하다니 재미있다.고양이도 추석맞이를 하려는지 이곳저곳에서 하나씩 물어나르는 모양새가 우습기도 하다. 이 빈집은 아마도 고양이 식구들이 추석맞이를 하는 장소렸다~.

 

고양이가 주는 느낌 또한 빠른 템포가 아닌 봄날의 낮잠같은 이미지이다. 한가로운 농촌의 담벼락 귀퉁이에서 졸고 있는 고양이를 보면 아이들은 분명 눈을 마주치고 가만가만 조는 고양이의 눈꺼풀을 볼테지...여유로움과 한가로움, 그 속에 한가한 시골집의 정취까지 느껴지는 듯한 작가의 작품이 맛깔스럽다.

c******u 2010.12.11.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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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실눈을 뜨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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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장 꽃 작약꽃 봉오리가 동골동골 맺혔습니다 꽃소식 들은 개미들이 물빛 같은 길을 따라 깨물깨물 줄을 지어 올라갑니다 작약은 발등이 간지러워 모가지가 간지러워 고개를 잘랑잘랑 흔들어 봅니다 분홍 꽃도 피기 전에 몰려든 손님들로 깜장 꽃만 간질간질 피었습니다 봄날에 주먹만큼 둥그런 꽃을 피우는 작약을 보면 화사하기 그지없다. 분홍 꽃이 활짝 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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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장 꽃



작약꽃 봉오리가 동골동골 맺혔습니다


꽃소식 들은 개미들이 물빛 같은 길을 따라 깨물깨물 줄을 지어 올라갑니다


작약은 발등이 간지러워 모가지가 간지러워 고개를 잘랑잘랑 흔들어 봅니다


분홍 꽃도 피기 전에 몰려든 손님들로 깜장 꽃만 간질간질 피었습니다



봄날에 주먹만큼 둥그런 꽃을 피우는 작약을 보면 화사하기 그지없다. 분홍 꽃이 활짝 피기 전 “개미들이 물빛 같은 길을 따라 깨물깨물 줄을 지어 올라”간 것을 보고 시인은 “깜장 꽃”이라고 했다. 동골동골 맺힌 작약 봉오리에 몰려든 검은 개미 손님들도 꽃의 일부로 본 것이다. 시인이 추구하는 조화로운 세계가 잘 드러났다. 의태어를 적절하게 반복하여 실감도 난다. 시인은 “자연은 언제나, 그리고 유일하게 / 단 한 번도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며 내일이라는 사실, /  나는 그 불변의 현재성과 치유력을 믿”(「머리말」)는다고 했거니와, 이번 시집에서 자연을 ‘바라보고’ ‘겪은’ 것을 실감나게 노래하고 있다.


“앞 못 보는 두더지가 / 두두두두두 // 빛도 없는 땅속에서 / 감자 밭에 닿았다” (「두더지」), “비 온다 / 스며들 데 없어 / 아스팔트 뺨을 / 찰싹찰싹 때린다” (「아스팔트」) 같은 작품이 자연을 ‘바라보고’ 쓴 시라면, “똥을 눴다 // 똥물이 엉덩이까지 튀어 오른다 / 똥에도 봄이 왔다”(「봄」), “풀을 뽑으면 // 여기가 내 땅이라고 // 흙을 한 움큼, // 한 움큼씩 쥐고 있다” (「뿌리」) 같은 작품이 자연을 ‘겪고’ 쓴 시라 하겠다. 이러한 시편들은 실제 자연 속에 있는 시인이 아니라면 나오기 어려운 내용들을 품고 있는 데다 그림까지 보태져 사실감을 더한다. 귀한 노래가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이와 같은 시편들을 동시라고 보아야 하는가는 의문이다. “씨앗을 묻어도 싹이 날 거라 믿지 않던 슬픈 어른은 / 마침내 자연의 품에서 온전히 한 아이가 될 수 있었”(「머리말」)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시편에 아이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뛰어난 시편들은 있지만 좋은 동시는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어쩌면 동시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가 빠졌으니 말이다. 동시를 어린이시와 구별하여 어른이 어린이에게 주는 시라고 정의하더라도 역시 아이는 동시의 핵심이 아닌가 싶다. 그리하여 다음 시편처럼 아이가 아니라면 불가능한 그런 동시가 많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무릎에 생겨난 눈



꽈당! 넘어져

무릎이 깨졌다


피딱지가 앉았는데

똑 눈알 같다


무릎을 들여다보면

무릎도 나를 들여다본다


다 나았는데도

실눈을 뜨고 다닌다

YES마니아 : 골드 g*******g 2011.07.0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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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며 노래하다 (깜장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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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23   살아가며 노래하다― 깜장꽃 김환영 글 창비 펴냄, 2010.11.25.     닷새 동안 바깥마실을 한 뒤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옵니다. 시외버스가 서울을 떠날 적부터 들뜹니다. 이제 우리 집으로 가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즐겁습니다.   서울을 떠나는 시외버스는 아파트하고 차츰 멀어집니다. 서울을 벗어난 시외버스는 아파트가 안 보이는 시골로 접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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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사랑하는 시 23

 


살아가며 노래하다
― 깜장꽃
 김환영 글
 창비 펴냄, 2010.11.25.

 


  닷새 동안 바깥마실을 한 뒤 고흥 시골집으로 돌아옵니다. 시외버스가 서울을 떠날 적부터 들뜹니다. 이제 우리 집으로 가는구나 하고 느끼면서 즐겁습니다.


  서울을 떠나는 시외버스는 아파트하고 차츰 멀어집니다. 서울을 벗어난 시외버스는 아파트가 안 보이는 시골로 접어듭니다. 서울은 넓고 커다랗기에 한참 달려도 아파트와 건물이 끊이지 않기 일쑤이지만, 시골에서 서울로 가는 버스는 매캐한 바람을 쐬고 서울에서 시골로 가는 버스는 싱그러운 바람을 먹습니다.


  서울과 멀어질수록 조용합니다. 서울과 떨어질수록 나무가 춤을 추고, 나무마다 새와 벌레가 깃들어 노래합니다. 서울에서는 사람들이 노래하지 않습니다. 서울에서는 기계가 소리를 내고, 텔레비전과 손전화 기계가 노래와 비슷한 소리를 냅니다.


  시골에서는 사람들이 노래할까요? 예전에는 시골에서 사람들이 노래했어요. 오늘날에는 시골에서 노래하는 사람이 드물어요. 오늘날 시골에서 노래를 할 만한 사람은 다들 도시로 떠났고, 시골에 남은 이들은 텔레비전 연속극을 들여다봅니다. 그리고, 경운기와 짐차 소리에 길들면서 스스로 노래를 부르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시골에는 노래가 흐릅니다. 경운기가 지나가고 난 뒤 고즈넉한 노래가 흐릅니다. 멧새와 풀벌레가 노래를 부릅니다. 개구리와 제비가 노래를 부릅니다. 시골사람이 스스로 노래를 잊었어도, 시골들과 시골숲에 사이좋게 노래를 부릅니다.


.. 집으로 들어오는 / 흙길 한가운데 / 질경이들이 새파랗다 ..  (질경이 도로)


  해 떨어진 깜깜한 저녁에 느즈막하게 시골집으로 들어섭니다. 고흥도 시골이지만, 우리 집은 고흥읍에서 한참 더 들어갑니다. 고흥읍에서 멀어지면서 창밖으로 별빛을 느낍니다. 군내버스에서건 택시에서건 별빛이 흐르는 밤하늘을 누리는 시골자락입니다. 택시를 얻어서 타건 군내버스를 잡아서 타건 풀벌레와 나무가 들려주는 노래를 듣는 시골마을입니다.


  우리 집 대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기지개를 켭니다. 맨 먼저, 문가 장미나무한테 인사합니다. 장미나무 곁 동백나무한테 인사합니다. 동백나무 곁 후박나무한테 인사합니다. 뒤꼍에 밤에도 하얗게 빛나는 매화나무한테 인사합니다. 흐드러진 매화꽃은 밤에 새삼스레 빛납니다. 옆밭 복숭아나무한테 인사하고, 우리 집 마당을 밝히는 풀한테 인사합니다. 잘 다녀왔습니다. 우리 이튿날 아침에 함께 놀아요.


  살며시 풀잎을 쓰다듬습니다. 가만히 나뭇가지를 어루만집니다. 밤새 포근한 기운이 집안에 감돕니다. 새로운 새벽과 아침에 멧새가 우리 집으로 찾아들어 노래를 들려줍니다. 마을고양이 몇 마리가 우리 집 옆밭에 앉아 해바라기를 합니다. 마을고양이 한 마리가 우리 집 마당 한쪽 쑥밭에 앉아 해바라기를 합니다. 얘, 쑥밭에는 앉지 마렴. 우리 식구들 먹는 쑥이잖니.


.. 어둔 하늘 아래 / 어둔 산 // 어둔 산 아래 / 검은 숲 ..  (불빛)


  꽃을 바라보고 싶은 사람은 꽃을 바라봅니다. 꽃을 바라보는 사람은 꽃을 이야기합니다. 꽃을 이야기하는 사람은 꽃내음이 풍기는 노래를 부릅니다.


  씨앗을 심고 싶은 사람은 씨앗을 심습니다. 씨앗을 심는 사람은 흙을 어루만집니다. 흙을 어루만지는 사람은 흙내음이 풍기는 손길로 밥을 짓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싶은 사람은 자전거를 탑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은 두 다리를 믿습니다. 두 다리를 믿는 사람은 자전거를 타듯이 씩씩하게 숲길을 걷고 멧길을 넘습니다.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싶으면 텔레비전을 바라봅니다. 할인매장에 가고 싶으면 할인매장에 갑니다. 자가용을 몰고 싶으면 자가용을 몹니다. 그러니까, 평화를 바라는 사람은 평화롭게 살아요. 사랑을 나누고 싶은 사람은 언제 어디에서나 사랑을 나누지요. 돈을 바라기에 돈과 얽힌 삶을 누리고, 삼월에 삼월꽃을 꿈꾸지 않으니 삼월이 되든 사월이 되든 오월이 되든 꽃이 어디에 얼마나 피었는가를 깨닫지 못합니다.


.. 비가 와요 / 단비가 내려요 ..  (병아리 열두 마리)


  우리 시골집 곳곳에 온갖 봄꽃이 핍니다. 아이들은 꽃을 밟기도 하고 꽃을 꺾기도 하며 꽃내음을 맡기도 합니다. 아이들과 꽃은 서로 동무입니다. 놀이동무이고 삶동무입니다.


  꽃은 풀줄기가 내놓는 선물입니다. 풀줄기는 꽃이라는 선물을 내놓으면서 씨앗이라는 꿈을 톡톡 터뜨립니다. 풀씨는 바람과 빗물을 따라 곳곳에 퍼집니다. 사람이 애써 씨앗을 심어야 푸성귀를 거둘 수 있지 않습니다. 사람이 먹는 풀은 무나 배추만이 아니에요. 질경이와 씀바귀도 사람이 먹어요. 꽃만 보는 유채가 아니라 줄기와 잎사귀와 꽃술까지 아삭아삭 먹는 풀밥입니다.


  김환영 님 동시집 《깜장꽃》(창비,2010)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바깥마실 마치고 고흥집으로 돌아오는 시외버스에서 읽으며 생각합니다. 김환영 님은 도시를 벗어나 시골로 들어서며 살아가던 어느 날 시가 저절로 터져나왔다고 해요. 온갖 이야기가 샘솟고, 갖은 노래가 피어났다고 합니다.


  아주 마땅합니다. 누구라도 시골에서 살아가면 노래를 부릅니다. 풀노래를 부르고 꽃노래를 불러요. 하늘노래와 냇물노래와 숲노래를 부르지요. 그러면, 도시에서 살면? 서울이나 부산에서 살면? 도시내기는 노래를 부를까요, 안 부를까요?


  서울내기도 노래를 부릅니다. 서울내기는 서울노래를 부릅니다. 시골내기는 시골노래를 불러요. 인천내기는 인천노래를 부르고, 강릉내기는 강릉노래를 부릅니다. 저마다 제 삶자락에서 노래를 불러요. 이 노래가 더 사랑스럽거나 저 노래가 더 얄딱구리하지 않습니다. 이 노래가 더 좋거나 저 노래가 더 얄궂지 않습니다.


  우리 삶은 언제나 노래입니다. 슬프면 슬픈 노래요 기쁘면 기쁜 노래입니다. 고단하면 고단한 노래요 웃으면 웃는 노래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김환영 님은 언제나 노래를 불렀습니다. 시골로 갔기에 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언제나 노래를 불렀는데 그동안 스스로 노래인 줄 못 느꼈을 뿐이에요. 이제서야 조금 느긋한 마음과 몸가짐이 되어 노래를 들여다보는 셈이로구나 싶습니다.


  우리는 모두 노래를 부르며 살아갑니다. 우리는 모두 노래를 부르듯이 밥을 지어서 먹습니다. 우리는 모두 노래와 함께 이야기꽃을 피우고 들꽃을 사랑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노래하는 넋이요, 노래로 삶을 짓는 숨결입니다. 4347.3.22.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4 - 시골에서 동시 읽기)

 

 

 

h*******e 2014.03.22.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