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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한국 첫 출간 이후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고 하고, 이 작품을 기억하는 이도 많은것 같은데 나에게는 정말 생소한 작품이었다. 국어를 너무나도 싫어했었던 나였다. 그러니, 배웠지만 단지 기억을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제목에 끌렸다. 분명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고 하는데, 왠지 아름다움을 잔뜩 품고 있을 것 같았다.
가을에 들어서는 길목에서 이 책을 만난 것은 행운이었다. 매미의 우렁찬 울음 소리는 어울리지 않는다. 창으로 들어오는 풀벌레 소리와 환상의 궁합을 이루었다. 내가 만약 어린 시절에 읽었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을 것이다. "뭐야? 재미가 하나도 없쟎아." 했겠지. 하지만, 지금은?
이 책의 1부는 자전적인 에세이 형식의 산문으로 문자 그대로 어린 시절, 고향, 자연이 소재이며, 2부는 단편의 형식을 빌린 산문으로 이 역시 젊음과 사랑, 방랑과 숲이 이야기의 흐름을 이룬다. -p 250 ( 옮긴이의 이야기 )
표제작인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가장 먼저 만났다. 자신을 슬프게 하는 것들을 하나 하나 읊어가는 문장들은 내 마음을 한 없이 차분하게 만들었다. 그 다음 장은 '내가 사랑하는 소음, 음향, 음성들' 이란 제목의 글로써 사랑하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두 장을 가만히 대비 시켜 다시 읽어 보았다. 그를 슬프게도 하고, 기쁘게도 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서글픈 아름다움으로 다가왔다.
거만한 인간. 가을 들판에 피어 오르는 연기. 숲길에 흩어져 있는 비둘기의 깃털. 벼락부자가 되어 자동차에 앉아 있는 여인의 가녀린 좁은 어깨. 줄타기 묘기에서 세 차례 떨어진 어릿광대. 지붕 위로 떨어져 내리는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날. 사무실에서 먼지 낀 서류에 무언가 기록하고 있는 처녀의 가느다란 손가락. 만월의 밤, 개 짖는 소리, 크누트 함순의 몇 구절 시구. 굶주린 어린아이의 모습. 철창 뒤로 보이는 죄수의 창백한 얼굴, 꽃피는 나뭇가지로 떨어지는 눈발......이 모든 것은 우리들 가슴에 스며들어 우리를 슬프게 한다. p 13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중에서 )
그가 얼마나 감수성이 뛰어나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써내는지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고향에 대한 아름다움을 이야기할 때는 나의 고향과 어린 시절 추억에 한없이 빠져 들었다. 뛰어난 상상력으로 학교 생활의 답답함을 토로하고, 자신을 힘들게 했던 선생님들을 혼내주는 장면에서는 아이로서의 상상력의 끝은 과연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고향의 초원과 할머니의 정원에 피어 있던 아름다운 꽃들의 향연 속으로 따라 들어가서는 꽃향기에 취하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던 친구들이 전쟁터나 이런 저런 이유로 목숨을 잃은 이야기들을 들을 때는 그의 쓸쓸함이 느껴져서 안타까웠다. 음악 이야기로 나의 청각을 깨우고, 좋아했던 건초더미 이야기로 후각을 자극했다. 사람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 듯한 글들이었다. 마지막 작품인 '마인강의 목재 화물선' 에서는 숲에서 우람한 모습으로 자라던 나무의 마지막을 통해 인간의 한 생애를 더듬어 보고 있었다. 난 어떤 삶을 살고 있는걸까? 가을이 되면 생각이 많아진다.
장편 소설이나 시집을 출간하기도 했지만 그를 대가로 키워준 장르는 짧은 산문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각인된 '안톤 슈낙'. 그의 다른 산문집으로 다시 한번 더 만나고 싶다. 예전엔 미처 몰랐다. 뛰어난 스토리가 없어도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 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고, 감동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하지만, 책을 즐기게 된 지금은 알고 있다. 지금 알게 된 것을 그때 몰랐던 것이 '나를 슬프게 하는 것' 이라면, 지금이라도 책의 새로운 맛을 알게 된 것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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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제목이 묘하게도
마음에 끌린다. 과거 어느 때 교과서에 실린 글 이었다고 하니 나도 분명 읽어 보았을 것이다. 아니 기억에 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다. 그럼에도 내용은 전혀
생각 나지 않는다. 단지 무엇이 그렇게 우리를 슬프게 만들었는지,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이 슬픈지에 생각이 미칠 뿐이다. 안톤 슈낙의 슬픔을 따라가며 이 계절에 우리에게 또는
나에게 슬픈 것을 헤아려 본다.
울고있는 아이들의 모습, 세월이 흐른 뒤 발견된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한통, 동물원 우리
안에서 불안하게 서성이는 표범, 달리는 기차의 차창에 서있는 한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 낯선 시골 주막에서의 외로운 하룻밤, 거만한 인간, 휴가의 마지막 날.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고 안톤 슈낙은
말한다. 누구나 살아가면서 만날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작은 슬픔의 편린들을 그는 놓치지 않고 있다. 나 역시 그가 슬픔을 느꼈던 것들을 따라가며 슬픔을 느낀다. 계절이 가을이기에, 이제 모든 것에서 벗어나 나만의 시간이 점점
길어지기에 더욱 그런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캄캄한 밤, 모처럼 하늘을 바라본다. 수많은 별들이 눈에 들어온다. 저렇게 많은 별들을 보았던 적이 언제였는지 생각해 보지만 까드막하다. 이제까지
눈으로 볼 생각을 하지 못하고 마음속에서만 생각했던 그런 별들을 눈으로 직접 본다는 것이 나를 슬프게 만든다. 무엇이
그리 바빠서 한밤중에 하늘 한번 바라보지 못했는지.
산책을 나가시는 어머니의 뒷모습 또한
나를 슬프게 한다. 오늘따라 유난히도 굽은 등이 눈에 밟힌다. 이젠
장성하다 못해 늙어가는 아들이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길 조심, 차 조심하라고 당부하신다. 그런 어머니의 뒷모습을 처음 본 것은 아닌데 오늘따라 유난히도 슬퍼 보이는 것은 한계절이 지나가고 있기 때문일
게다.
먼 옛날, 집에 가기 위해 한밤중에 탓 던 야간열차 창밖에서 손을 흔들던 소녀가 떠 오르고, 서울 근교 야산에서 그림을 그리던 소녀를 바라보며 할 일없이 들꽃을 꺾던 소년의 모습도 떠오른다. 눈 오던 날 힘겹게 오르던 남산의 돌계단과, 언 손을 녹이겠다고
나무계단을 올라 들어갔던 다방의 따뜻한 훈김도 생각난다. 어느 여름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걸어가던 소녀의
뒷모습이 떠오르고, 돈암동 어느 골목 노란 은행잎이 비단처럼 깔린 길도 떠오른다. 이 모든 생각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이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기에 슬프고, 아직까지 기억 속에서 생생하게 남아있기에 슬프다.
내가 안톤 슈낙의 이 책을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마 산문의 제목 때문 일 게다. 분명 내가 읽었던 것은 그가 쓴 산문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중 일부였겠지만, 그로 인해 수많은 생각들을 했을 것이다. 그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 그 당시엔 무엇이 나를 슬프게 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안톤 슈낙의
산문집을 다시 읽으면서 나만의 생각에 잠긴다. 자전적 에세이 형식을 취하고, 단편소설의 형식을 취한 산문이지만, 그의 추억과 향수와 방황, 그리고 사랑을 읽는 데는 무리가 없다. 그의 글을 따라가며 나도
마음속으로 산문을 쓰고 있다. 한 편, 또 한 편.
이 계절을 보내면서 모든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마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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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이 책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하면 안톤 슈낙이다.
이 책 제목은 이제 너무나 잘 알려져, 다른 사람은 이 말을 쓸 수가 없다.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표현은, 그 말은 오직 안톤 슈낙만 말할 수 있다.
예전에 안톤 슈낙을 읽었을 때도,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이 책의 내용은
그런데 나는 왜 안톤 슈낙을 여성이라 생각했을까
예전에 이 글을 읽을 때에도, 그리고 이 책을 다시 펼쳐들면서도 그랬다. 그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단 한편이 머릿속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의 글이 여성처럼 감성적인지라, 아무리 다른 글을 읽어도 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책 전체를 다 읽으면서, 이리 보고 저리보고 하니, 두 번의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그래서 미군 포로로 잡혀 있다가 석방된 전력도 있는 남성인 것을 알았다. 그제야 앞부분에 실린 수필에서 언뜻언뜻 보였던 악동의 모습이 개구쟁이 소년으로 또렷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책은 두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1부와 2부, 그런데 그 글이 다르다. 완전히 다르다.
그러니 1부의 글을 읽고 무심코 2부로 넘어가 읽으면, ‘이게 무슨?’ 이란 생각이 든다.
갑자기 글의 화자가 누군지 어리둥절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다시 확인해보니, 2부는 단편소설을 묶어놓은 것이다.
책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이 없이 글이 시작되는 바람에 글의 성격을 파악하지 못하고, 2부에 실린 글도 자전적 에세이로 생각하고, ‘아니 이런 일을?’ 하고 의아해 했던 것이다.
‘라일락 숲에서의 입맞춤’이란 글이 바로 그런 경우다.
주인공 – 나는 주인공이 안톤 슈낙인 줄 알았다 – 이 그라칠리아라는 이름의 여성과 만나 사랑을 하려는 순간, 어둠 속에서 손 그림자 하나가 뭉둥이로 그녀를 겨누고, 그의 품에서 낚아간다. 그녀의 남편과 아버지가 나타난 것이다. 그 부분을 읽는 순간, ‘안톤 슈낙이 유뷰녀를?’라는 생각에, 이런 것까지 써도 되는 것일까, 하는 의아함에 잠시 글 속에서 헤맸던 것이다.
그래서 다시 살펴보니, 이게 단편이라는 것이다. ‘단편의 형식을 빌린 산문’이라고 번역자는 소개하고 있다.(250쪽)
다시 이 책은
그리고 또 하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란 글의 진면목을 알게 되었다.
우리 독자들이야 그저 번역된 글로 읽는지라, 그 실제적 내용을 제대로 알 수 없어, 번역글이 원저자의 글로 여겨지는데, 번역자는 ‘밝히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라며 다음과 같은 사실을 밝힌다.
<이 에세이의 원제는 ‘우리를’이라는 목적어가 없는 단순히 ‘슬프게 하는 것들’이다. 마찬가지로 안톤 슈낙의 글도 화려한 형용사를 한껏 구사하는 긴 문장이 아니라, 응집된 표현을 쓴 짧디짧은 단문 내지는 미완성 문장, 대부분 단어의 나열로 구성되어 있다. 요컨대, 개개의 독자들 나름의 상상력을 작가 자신의 글에 끌어들이는 문체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253쪽)
‘개개의 독자들 나름의 상상력을 작가 자신의 글에 끌어들이는 문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렇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그 글을 읽으면서, 나의 생각 –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이 저절로 따라오게 되었던 것이다. 글은 그렇게 써야 되는구나, 하는 감탄으로 다시 몇 번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진심이다.
이
책,
안톤
슈낙을 다시 읽으니, 그가
보여주는 세계,
슬픔과
기쁨을 통하여,
인생은
긍정적인 게로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다시 읽고 싶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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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회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지만 눈이 아파서 책읽기를 조금은 힘들어 하는 아내가 "그 책 읽고 싶어요."라고 하는 말은 대단한 칭찬입니다. 그런데 이 책 표지를 보더니 읽고 싶다고 하더군 요. 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이 책은 어릴적 교과서에서 본 짧은 글이 아니라 전문이 다 실려 있는 관계로 마음껏 읽고 상상의 나래를 펼 수 있어 좋았습니다.
17쪽 "프랑켄에서 성장하다" 중에서 어린 시절, 학교가 판한 뒤면 나는 새까망헥 타르 칠이 된 고깃배를 타고는 개개비의 주먹 크기만 한 둥지를 찾기 위해 프랑켄의 잘레 강 언저리, 갈대 많은 벌 속을 헤집으며 노를 저어가곤 했었다. 그럴 때면 나는 모든 것을, 나무와 새와 물고기를 알아보았다. 그 모든 것과 나는 칙구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쭉쭉 뻗은 담색의 꽃황새냉이며, 수영의 물기 많은 줄기를, 그리고 개암나무의 갈색 가지와 물버들의 매끈한 가지를 나는 알아보았다. 또한 새까맣고 날쌘 대가리를 가진 놈은 물쥐에 속한다는 것을, 혀를 날름거리며 이리저리 흔드는 조그만 대가리를 가진 놈은 강변에서 강변으로 헤엄쳐 이동 하는 율모기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보트 가장자리에 기대어 강바닥을 바라볼 때면 그 모든 것과 친구 가 디어 있던 나는 - 마음놓고 갈대 사이를 스키고 다니는 바르슈와 인사를 했고, 꼼짝 않고 무엇인가 를 노리고 있는 기다란 잿빛 창 같은 모습의 에속스를 멀리서도 알아챘다. 하지만 그것의 단검 같은 주둥이가 무섭다고 생각해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개개비 : 휘파팜샛과의 작은 새, 갈대밭에 있음 * 수영 : 마디풀과의 다년초 * 율모기 : 뱀의 일종 * 바르슈 : 페르카속의 민물고기 * 에속스 : 날카로운 이를 가진 탐식성의 민물고기
하지만 바다에 관해서는 나는 아무런 상상도 지니고 있지 못했었다. 바다는 차갑고 낯설고, 내가 이애하기에는 너무나 거대하게 보였을 뿐이었다. 바닷속에야말로 지상의 모든 노폐물이, 영원한 죽 음이 잠들어 있는 듯이 여겨졌었다. 바다는 나의 고향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나 과거형으로 쓰여져 있네요. 다음 글에서 어떤 언급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232쪽 "염소의 나폴레옹" 중에서 나는 이 염소에게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염소는 불 행을 가져오는 존재로 누구나 꺼리게 딜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염소의 곁에서 판 신의 모습을 보 았다는 말을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다. 어쩌면 그 염소야말로 판 신 자체일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우리는 구두장이 갈로의 집으로 이미 숨진 앙겔로를 운반해갔다. 염소목동이지만 염소들을 괴롭히던 소년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짧은 글이지요. 많은 염소 와 양들이 앙겔로에게 꼼짝 못했지만 한 염소만이 달랐지요. 그 염소와의 소동 중에 소년은 죽었습 니다. 말썽꾸러기였지만 너무 짧은 삶이었네요. 덤덤한 듯 적혀있지만 작가 주변에도 항시 삶과 죽 음이 교차하고 있었고 그것을 이렇게 보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구절들입니다.
이 염소 떼의 가운데는 특히 화려하게 눈에 띄는 염소가 한 마리 끼어 있었다. 그것은 보기에도 대담하고 굉장하게 생긴 놈으로서 밤색의 털로 뒤덮여 있었는데, 다만 가슴 부분만이 여린 밤색으로 거의 노랗게 태양 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그놈의 머리통은 흡사 발앙하는 사나이들, 늙은 목자나 남부의 광부들처럼 수염이 가슴까지 내려덮이고, 모자챙밑으로 눈썹이 붓처럼 꿈클 곤두서 잇는 그 런 장부의 모습을 하고는 기운차게 앞을 겨누고 있었다. 이렇듯 이 염소에게는 어디인가 대장부 같은 점을 볼 수 있는 데다가 활처럼 굽은 뿔조차 아름답게 솟아 있는 것이었다.
38쪽 "성 니콜라우스의 축일". 니콜라우스의 손이 머리칼을 쓰다듬기만 해도, 우리는 마음 밑바닥까지 환희의 전율이 흐르는 것 을 느꼇다. 눈 덮여 반짝이는 선물 주머니에서 니콜라우스는 크리스마스의 케이크들을 산더미처럼 쏟 아놓았었다. 초콜릿 난쟁이, 편도로 빚어진 양, 계피와 아몬드로 만든 고리 과자, 말린 무화과 열매와 물기 많은 배, 아니스 맛 나는 비스킷과 은빛 금빗을 입힌 호도들을, 이 거룩한 천사를 우리들은 진심 으로 좋아했고 정신 없이 흥분해서 기도문을 더듬더듬 외며, 언제나 부모에게 순종하고, 거짓말을 하 지 않겠으며, 부지런히 공부하고 동물을 결코 괴롭히지 않고,. 늘 화목하게 지낼 것을 맹세 했던 것이 다. 작가가 다섯 살 때까지의 기억인 듯 합니다. 다섯 살 때의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그리고 얼 마나 행복했었는지? 그리고 지금 행복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인생은 지금 이순 간을 사는 것이라는 주장이 참 오묘하다는 마음이 듭니다.
책 소개 중에서 낭만과 서정성을 담은 시적이고 화려한 문체와 인생을 달관하는 시선을 지닌 안톤 슈낙의 산문! 책 소개를 이렇게 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참 서정적이고 동시에 인생사의 많은 부분 들이 곳곳에 위치해있었습니다. 그리고 찬찬히 조금씩 맛을 봐야 참 맛을 알 수 있는 글이라는 생각 을 살며시 해봤습니다.
61쪽 소년은 먼 곳을 동경하는 마음과 여행욕을 불러일으키는, 그래서 그의 아저씨를 먼 세계로, 곧 행 방불명으로 몰아간 악마가 이 책들 안에 잠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정말 아저씨는 책상 앞에 자주 않아 계셨지. 소년은 생각했다. 그러고는 유명한 여행의 도정을 지도에서 들여다보았다. - 알렉 산더 대제의 행군, 마르코 폴로의 여행, 피사로의 페루로의 원정, 스코트와 난센의 비참한 얼음길, 바 스코 다 가마의 항해의 길을.
이 리뷰는 운 좋게 서평단에 선정되어 문예출판사에서 증정받은 책을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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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표지뿐만 아니라 제목마저 아름다운 이 책은 2주 동안 외출 시 꾸준히 들고 나갔다. 약속 장소로 이동하거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함께 했다.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이 책을 건네고 차례에서 마음에 드는 제목을 읽어 보라고 했다. 다짜고짜 책을 건네받은 그들은 "뭔 짓이냐?"라고 한마디 하고 읽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동안 조용하다. 그리고 "빌려 줄거야?" 한다. 그러면 나는 "아니. 사서 봐라." 한다. 만남들 속에 5분에서 10분 내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그 시간과 공간에 우리와 함께 했다.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지금까지도 글귀를 외우고 암송하는, 이 책의 제목인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교과서에 1953년 처음 실렸고, 1981년 교과서에서 사라질 때까지 전혀 문장의 첨가 내지는 손질 없이 그대로 실렸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 안톤 슈낙(1892~1973)은 일상생활에서 얻은 서정성이 강한 소재로 독자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이끌어내어 독일에서는 짧은 산문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대체로 가을철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를테면 비 내리는 잿빛 밤, 소중한 사랑하는 이의 발자국 소리가 사라져갈 때. 그러고 나면 몇 주일이고 당신은 다시 홀로 있게 되리라. 공원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음악 소리. 꿈같이 아름다운 한 여름밤. 자갈길을 사각거리며 밟고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가 나직하게 들리고, 한 가닥 즐거운 함성이 터져 나오는데, 당신은 벌써 몇 주일째 어두운 방에 병들어 누워 있는 신세가 되어 있을 때. 낯선 시골 주막에서의 외로운 하룻밤.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 이웃한 어느 방의 문이 열리고, 소곤거리는 음성. 찰깍 대는 낡은 시계가 새벽 한 시를 치는데, 그때 당신은 문득 슬픔을 느끼게 되리라. 거만한 인간. 지붕 위로 떨어져 내리는 빗소리. 휴가의 마지막 날. 몇 구절 시구. 이 모든 것은 우리들 가슴에 스며들며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안톤 슈낙이 써내려간 우리를 슬프게 하는 많은 것들 중에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발췌했다. 친구나 지인들이 가장 많이 선택해서 읽은 부분도 바로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었다. 1941년 발표한 산문집 『젊은 날의 전설 Jugendlegende』에 실린 산문이다. 그렇기에 상황이나 단어 등이 옛것이다. 사물이나 단어 자체만 옛것일 뿐, 그 안의 정서는 지금과 같다. 낯선 시골 주막에서의 외로운 하룻밤은 낯선 곳에서의 외로운 하룻밤인 것이다. 이 산문 속에서 내내 안톤 슈낙의 아름다운 언어들을 만날 수 있고, 나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아, 중간 피식 웃게 하는 슬픈 것이 있었다. "수학 교과서. 이 모든 것들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피식 웃으면서도 공감되어 나를 슬프게 했다. 서정적인 문장 속에 무심코 던진 이런 위트도 상당히 좋았다.
건조예찬 하지만 나는 그런 것 중 어느 것도 찾고 있지 않았었다. 다만 꿈과 공상을 더듬고 있었던 것이다. 내 머릿속에서 알 수 없는 아지랑이가 일더니 꿈과 공상의 불을 붙였고, 수수께끼처럼 아롱아롱하는 언어를 내게 불어넣어주었다. 나는 이 언어에 괴팍스러운 자부심과 리듬을 붙여가며 끝없이 독백을 이어갔던 것이다.
어린 시절, 프랑켄 평야에서 나는 마른풀의 냄새는 안톤 슈낙에게 구원의 향기이다. 묵은 향내 속에서 지나간 여름의 영혼을 찾고 있었다고 표현한다. 아... 이렇게 표현할 수 있다니 또 감탄한다. 책에서 안톤 슈낙은 어린시절, 고향, 아버지를 많이 회상한다. 그대들도 아직 이따금씩 그 시절을 회상하는가?라고 묻는다. 고향은 지금도 그 시절과 달라진 것이 없으리라 이야기한다. 겉모습은 분명 달라져 있다. 안톤 슈낙이 이야기하는 달라진 것이 없는 것은 고향의 정서와 추억일 것이다.
사랑의 아득함 그녀가 전화를 걸어온 것은 늦은 저녁이었다. 그녀의 음성은 지치고 쓸쓸하게 울려왔다. 그녀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일상적인 이야기들, 내가 어떻게 지내느냐는 것, 나의 생각을 했다는 것.
이 책은 1부와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자전적인 이야기로 채워진 산문이고, 2부는 단편소설의 형식을 빌린 산문이다. 2부에서는 특히 '사랑의 아득함'이 너무 좋았다. 이 책의 제목도 너무 좋지만, 이 단편의 제목 또한 아름답다.
그녀는 전화 말미에 왜 자기에게 전화를 걸어주지 않았느냐고 묻는다. 그는 그 약속을 잊었다. 혼자 있고 싶었으나 그녀를 저녁 데이트에 초대했다. 하지만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는 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에게 그녀는 흥미를 끌지도, 정열적인 존재도 아니었다. 낮 열 두 시, 전화가 울리고 그녀라고 생각했지만 그녀가 아니었다. 좀 쓸쓸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는 그녀에게 전화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기다릴 작정이었다. "나를 설레게 한 것은 그리움이었을까? 그것은 오히려 허영이고, 쾌감이며, 유희였다." 그렇게 오후도 지나 저녁. 하지만 전화는 오지 않는다. 그는 미소를 흘리며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밤에 극장을 가서 그녀와 극장에 갔던 날을 떠올린다. 그녀의 몸에서 나는 신선한 풋내를 사랑했었다. 토요일, 그녀는 마땅히 전화를 걸어와야 하지만 전화는 오지 않는다. 그는 당황하고 읽고 있던 잡지를 읽을 수가 없다. 완전한 냉담이 그를 엄습한다. 밤늦게 그는 다른 여자와 연극을 보고 공원 벤치에서 키스하지만 돌연 얼굴을 돌린다. 일요일, 한 통의 전화를 기다리지만 그녀가 전화를 걸지 않으리라는 예감이 몰려온다. 그는 오후 내내 그녀를 생각한다. 다음 날 월요일 아침, 사무실에 전화벨이 울린다. 토요일 밤 그녀는 저제상으로 갔다. 그리고 그녀 언니의 편지를 받는다. "그 애는 토요일 밤에 끊임없이 당신의 이름을 불렀습니다. 끊임없이 영원히..." 그가 다른 여자와 끊임없이 키스를 하던 그때, 그녀는 끊임없이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는 깨닫는다. 사랑을 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사랑의 아득함. 제목 그대로이다. 좀 서늘했었던 밤에 읽었던 이 단편은 한참 마지막 페이지에 머물게 했고, 다시 첫 페이지로 돌아가 그녀 '그리'의 마지막 통화를 다시 읽었다. 그녀의 외로운 사랑이 느껴져 마음이 아팠다. 오래 전 글임에도 지금 쓰여진 단편소설의 느낌이었다. 안톤 슈낙이 이야기하는 '사랑의 아득함'이 외로워서, 아파서, 아득해서 참 좋았다.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은 지금... 이 가을 밤, 너무나 잘 어울리는 책이다.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을 만나고 싶다면 이 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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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눈에 들어온 책. 반가움과 아련한 그리움 같은 게 일면서 책을 뽑고 책장을 넘겼다. 낯익은 내용의 첫글,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나열해 놓은 산문. 오래 생각하지 않아도 금방 안다. 이 글 외에 이 작가의 글을 읽은 건 없다는 것을. 이것도 인연이니 제대로 들여다볼까. 저무는 분위기에 휩쓸려 보자는 마음으로 빌렸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게 없다. 교과서에서 봤다는 것도 기억할 테고, 비슷한 방식으로 저마다의 슬픔을 나열해 본 적도 있을 듯하니. 반대의 뜻으로 기쁘게 하는 것들에 대한 글을 쓰는 것으로 놀이를 해 본 적도 있고. 산문 쓰는 연습을 할 때 한 형태의 모범으로 삼을 만한 글이라고 생각했으니.
두 번째 글은 '내가 사랑하는 소음, 음향, 음성 들'이다. 좋아하는 소리들을 나열해 놓았다. 이런 형식으로 사물을 파악한다면 세상에 많은 것들이 사랑하는 범위 안으로 들어올 것 같다. 내가 사랑하는 소리, 내가 사랑하는 향기, 내가 사랑하는 풍경, 내가 사랑하는 표정, 내가 사랑하는 길, 내가 사랑하는 문, 내가 사랑하는 꽃 등등...... 글은 상당히 촉촉하게 읽혔다. 촉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토록 살아 있는 감각이라니, 내게도 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사랑할 만한 소리들이 문장 사이사이로 끼어 들어오는 것까지도.
그리고 남은 글들은, 좀 지루했다. 계속되는 감각적 표현이 읽고 또 읽다 보니 시들해졌다고나 할까. 그 시절 독일의 땅에서, 전쟁이 일어났다가 그쳤다가 하는 중에, 글이 쓰인 정확한 시기는 모르지만 시골의 소박한 분위기에 몰두하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작가의 생활이 궁금하기도 했고. 마치 일제강점기 때 이효석이 쓴 '낙엽을 태우면서'를 읽고 느꼈던 쓴맛처럼.
그래도 두 편이 어디냐 싶게 만족스럽다. 나는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 쪽으로 더 마음을 쏟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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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낙 지음 차경아 옮김 문예출판사 *슬프게 하는 것들 아 모르겠다! 내 나름대로는 공부 했다 싶었는데 안톤 슈낙'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모르니 할말이 없다. 번역하신분의 말씀을 들어보면 국어 과목 낙제생이었다해도 모두가 아는 안톤 슈낙이라는데 왜 난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을까 ㅠㅠ 혹여나 읽어보면 생각이 날까 싶어 만나보았는데 도저히 생각이 안난다. ㅠㅠㅠㅠ 나름 성적은 좋았다. 역시 단기 암기였을뿐인가...ㅠㅠ 그래서 자신감 떨어지는 서평이다 ;;; 그래도 책이 재미 없었던것은 절대 아니다. 가끔 어려운 단어가 있어 찾아 보는것 빼고는 섬세하고 예리한 표현 덕분에 재밌게 읽고 내가 좋아하는 어린시절 이야기가 담겨 있다보니 향수에 허우적 대다가도 전쟁을 이겨낸 작가다보니 긴장감 도는 배경 덕분에 무섭기까지 하여 심각하게 읽게 된 산문+에세이다. 오랫동안 절대적으로 꼭 읽어야하는 필도서로 자리 잡고있는 '슬프게 하는 것들'혹은 '우리를 슬프게 하는것들' 더 이쁜 옷으로 갈아 입고 새로 선보였으니 읽어 보시길 바랍니다! 다만 이쁜 외모에 혹해 가볍게 읽을 내용이다 생각한 나와는 달리 조금은 긴장감 있게 읽으시길! 무게감있는 이야기라 가볍게 읽히지 않았다. 옮긴이는 '낭만파 서정성을 지닌 작가 안톤 슈낙이라 한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읽어 보니 굉장히 서정적이며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시대가 보여주는 참혹한 모습에 긴장도 하다가 장난기 가득한 어린 소년의 모습에 웃음도 짓다가 예리하고 섬세한 표현 덕분에 생생하게 읽혀서 오히려 무섭게 읽었다. 전쟁이야기는 늘 무서울수 밖에 없는거 같다. 늘 끝나지 않은 전쟁(휴전) 속에서 살아가야하는 우리 현실 덕분인지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마냥 해맑게 읽을수 없었다. 어린시절 살던 집의 낡은 나무 계단,시골 울타리 곁의 나무 우체통,대도시의 가로등,녹슨 돌쩌귀가 삐걱대는 대문, 마른풀의 향기... 이 모두는 작가가 사랑해 마지 않는 소재이다. 슈낙은 그 소재들을 회상하며 가시적인 장면 묘사에 그치지 않고,향기와 음향,감촉에 이르기까지 전 감각을 동원하여 지밀하고 섬세하게 그려내어, 그것을 환상의 경지에 까지 승화시키고 있다. 1부는 자전적인 에세이 형식의 산문으로 어린시절,고향,자연이 소재이다. 2부는 단편의 형식을 빌린 산문으로 역시 젊음과 사랑,발랑과 숲이 이야기의 흐름을 이룬다. 시적이고 리듬있는 화려한 문체를 자랑하는 안톤슈낙의 산문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입니다. 긍정과 부정,기쁨과 슬픔,밝음과 어둠의 양면성을 지닌 세계에서 슈낙은 긍정의 편에 서서 부정의 면을 모나지 않게 투시해주는 것이다. 그것은 무엇보다 인생을 사랑하는 자세에서 우러나는 거이리라. 슬프게 하는 것들/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오타 인듯- p250 / 승화키시고 있다. 일상의 작은 떨림, 기쁨들을 회상하듯 향기와 음향, 촉각에 이르기까지 모든 감정을 동원해 지난날의 추억, 고향에 대한 향수, 젊은 날의 사랑과 방황, 자연에 대한 친밀한 애정 등을 치밀하고 섬세하게 그려냄으로써 환상의 경지로까지 승화시킨 이 책은 오랜 세월 전 세계 젊은이들에게 따뜻하고 잊히지 않는 마음의 양식이 되고 있다.
여우야서평이벤트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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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왜곡된 기억일지도 모릅니다.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제게 이 책은 한 조각 추억 속에 있습니다. 중학교 시절 국어선생님께서 수업 마지막 10분은 책을 읽어주셨습니다. 주로 에세이가 많았는데 그 중 유독 이 책이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책의 내용이 아니라 그 책을 읽어주시던 선생님의 목소리와 그때 그 느낌. 마른 몸매에 맑은 눈동자, 약간은 떨리는 듯한 음성. 이 책을 떠올리면 타임머신처럼 그 시절 그 순간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오랜만에 재출간된 이 책을 발견한 순간, 무척 반가웠습니다. 추억 그 자체인 책. 소리내어 읽어보았습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 울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초가을 햇살이 내리쬐는 정원 한 모퉁이에서 오색영롱한 깃털의 작은 새의 시체가 눈에 띄었을 때. 대체로 가을철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이를테면 비 내리는 잿빛 밤, 소중한 사랑하는 이의 발자국 소리가 사라져갈 때. 그러고 나면 몇 주일이고 당신은 다시 홀로 있게 되리라..... " (9p) 십대 시절에는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 채 그저 가슴이 느끼는 대로 내맡겼는데, 세월이 흘러 다시 읽어보니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막연한 느낌이 아니라 살면서 체득하게 된 앎. 첫 문장을 소리내어 읽으며, 오늘따라 초가을 햇살이 내리쬐어서, 바람이 서늘하게 불어서, 홀로 있게 되어서 슬펐습니다. 조용히 흐르는 눈물... ".... 이 모든 것은 우리들 가슴에 스며들며 우리를 슬프게 한다." (13p) 마지막 문장이 깊숙하게 스며들었습니다. 나의 목소리가 "슬프게 한다"를 소리낼 때, 나는 귀가 아닌 가슴으로 들었습니다. 안톤 슈낙은 그저 초가을 풍경을 읊었을 뿐인데, 이미 제 가슴에는 슬픔이 스며들었습니다. 추억 속의 이 책은 전혀 슬픔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지금 제 눈 앞에 놓인 이 책은 그때와는 전혀 다른 책으로 다가옵니다. 라틴어 학교 학생 안톤 슈낙의 치기 어린 장난과 허세, 첫사랑 그리고 친구들의 죽음... 지금 우리에게는 그의 삶이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삶의 모습이 다를 뿐, 그의 생각과 감정까지 낯선 것은 아닙니다. "... 나를 설레게 한 것은 그리움이었을까? 그것은 오히려 허영이고, 쾌감이며, 유희였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순전히 무자비하고 불운한 돈 주앙 같은 자의 마음의 동기였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157p) 우리의 감정은 가끔 제멋대로 흘러갈 때가 있습니다. 그 순간은 진심이었을지 몰라도 모든 게 진심이 아닌 것처럼. "...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세월 속으로 묻혀버린, 흘러가버린 그 겨울. 희미한 새벽빛 속을 한 사나이와 어린 소년이 눈 속에 크고 작은 발자국을 내며 가고 있었다. 이 어린 소년이야말로, 오늘 이 시간 마인 강변에서 상념에 잠겨 바라다보는 이 사나이였던 것이다.... "(241p) 안톤 슈낙의 글은, 우리 내면의 아이와 어른을 만나게 합니다. 차가운 눈길 위에 크고 작은 발자국. 어쩌면 누가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신의 가슴 어디를 파고들지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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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즐겨 읽었던 책을 다시 만나는 것은 흡사 학창시절의 동창생을 어른이 되어 문득 재회한 느낌이 듭니다. 그것도 이렇게 멋진 표지에 근사한 장정이 되어 나오면 성공한 동창생의 어깨를 '잘 풀렸구나. 다행이야.' 하며 토닥여 주듯이 손으로 어루만지게 됩니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제목과는 다르게, 이 책은 기분좋게 자주 읽었던 때의 옛 추억 속으로 뭉근히 빠져들게 하는군요. 책의 문장을 흉내 내어 썼던 편지들 하며, 그 여운을 담아 누군가에게 실어 보낸 엽서들 하며... 지금 그 글들을 읽으면 과연 어떤 기분이 들까 문득 궁금해집니다. 많이는 유치함에 얼굴이 화끈거릴 것이고, 간혹 '이런 생각까지 했어?' 하며 놀라기도 하겠지요. 어쨌든 그 시간들이 많이 그립습니다. 모두가 잠든 밤에 책과 내가 했던 대화를 음미하며 그걸 하나의 풍경화처럼 조용히 백지에 그려가던 시간들이. 요즘은 도통 그런 시간을 내기가 어려워 더욱 그런가 봐요.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을 읽으며 그런 시간들이 어느새 내 주머니에서 다 빠져 나가버렸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네요. ![]() 그런 식으로 나의 빈곤함을 문득 상기시킨 이 책은 20세기 초의 독일 시인인 안톤 슈낙의 산문집입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모두 25편의 산문이 담겨 있습니다. 시인답게 모든 문장이 시적이에요. 아스팔트 보도와 같은 문장이 아니라 가랑비가 내리는 초원길 같은 문장이라고 할까요. 문장이 지나가는 자리마다 촉촉한 감성이 묻어납니다. 그 감성 때문에 아마도 더욱 추억에 젖게 되는 것이겠죠. 예전에 읽었을 때도 마음에 먼저 와 파동을 일으킨 것은 그런 감성이었으니까. 책이란 건 때로 신기합니다. 어느 때는 사진보다 더 우리를 생생한 과거로 데려가니까요. 이 책을 읽으며 저는 그랬습니다. 예전에 읽었을 때, 마음에 와 박혔던 문장을 다시 읽노라면 언제나 그 글을 처음으로 인상 깊게 읽었던 순간의 나로 돌아가 있더군요. 무슨 생각, 어떤 기분으로 읽었는지 손에 잡힐 듯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마들렌'은 이렇게 책에도 해당되는가 봅니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우리는 과거를 잃어버리지 않으려 합니다. 좋았던 옛 기억을 놓쳐 버리는 것만큼 아쉬운 일도 또 없습니다. 아마도 그러한 과거 삶의 편린들이 다른 무엇보다 진정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고 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가 더 분명하게 말해주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래서 저도 보험을 든다는 의미로 더 자주 책을 읽으려 합니다. 먼 미래의 내가 오늘 읽은 책을 다시 읽는 것으로 인해 현재 나의 삶과 마음을 기억할 수 있도록. 오늘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 이것 하나는 확실히 제게 알려준 것 같습니다. 독서는 미래의 나를 위한 작은 선물이기도 하다는 것을. 즐겁게 선물의 리스트를 만들어가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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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표지와 감성적인 제목은 이 책을 선택하기에 충분했다.
글은 우리 삶의 현실적인 부분을 잘 살핀다. 현실에서, 우리 주변에서 슬프게 하는 것들은 참 많다. 나이가 들어 친구들과 함께 할수 없음에 대한 아쉬움에 대한 슬픔 등... 슬픔이란 것이 크게 무슨 일을 당해야 하는, 그런 슬픔이 아닌 아쉬움, 아련함, 외로움, 허망함, 쓸쓸함 등 나의 감정을 아쉽게 만드는 모든 것들이 슬픔이란 것이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슬픔을 느끼면 힘든 감정, 느끼지 않아야 할 감정이라고만 생각하는데, 우리 삶의 슬픔은 소소한 것부터 많기 때문에 너무 두려운 감정이라고 생각치말고 일상생활속에서 받아들여야 한다.
책은 1부와 2부로 나눠져 있다.
처음 이 책에 기대했던 바처럼 책엔 감성적인 표현으로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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