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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돌이켜 보면 ‘제국’이라 일컬을 만한 막강한 권력을 지닌 국가들이 몇 있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게 진리인 듯 오늘날에도 몇몇 국가들에 상상이 버거울 정도의 권력이 몰려 있는 게 사실이다. 나는 발칙하게도 과거와 현재의 대국들을 비교해 보고는 한다. 결론은 하나다. 오히려 과거에, 지금보다 현격히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소수 국가에 더 많은 힘이 쏠렸던 것 같다. 오늘날 그리스나 로마 제국처럼 정치, 경제, 문화, 종교까지 뒤바꿀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는 없다. 몽골족처럼 가는 곳마다 초토화를 시키는 국가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무엇이 과거와 현재의 이와 같은 차이를 빚어낸 것일까. 상대에 대한 존중 심리? 경쟁이, 힘의 논리가 기본인 상황에서 이와 같은 이상적인 사고가 통할 리 없다. 차라리 난 저자의 생각을 따르고 싶다. 저자는 인류의 지난 역사를 훑으며 세 가지 종류의 권력을 발견했다. 상징, 군사, 경제 권력이 바로 그것이다. 세 가지 종류의 권력을 한꺼번에 거머쥐었을 때에야 비로소 국가는 패권을 장악하고 세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힘을 지닐 수 있다고 보았다. 서로마 제국이 그리 쉽게 무너진 것은 그리스 제국과 같은 상징 권력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들의 신은 그리스의 신을 차용한 형태로, 그리 독자적이지 못했다. 이 대목에서 나는 다분히 시대착오적인 듯함에도 끊이지 않고 오히려 더 강력한 힘을 발휘 중인 오늘날의 종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됐다. 정신적인 무언가, 영생에 대한 갈망 등 종교를 믿는 이유는 가지가지일 것이다. 허나 정치인들은 종교가 하나의 권력이 될 수도 있음에 일찌감치부터 눈을 떴다. 미국의 대통령들이 취임식에서 성경을 사용하는 것 또한 같은 이유가 아닐까 싶다. 상대적으로 상징 권력의 부재에 시달리는 이 나라를 대표하는 인물로서 성경에 기대는 것은 합리적인 결정이라 할 만하다. 상징 권력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막강한 힘을 오늘날 행사하고 있다. 정치적, 민족적 등 다양한 원인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으나, 2000년대부터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는 테러가 발생하고 있다. 저자는 알 카에다 그리고 오사마 빈 라덴으로부터 상징 권력을 발견한다. 서방 세계가 볼 때 그들은 급 낮은 테러리스트에 불과할 것이다. 허나 빈 라덴의 언어는 미 대통령을 위시한 서방 세계가 구사하는 언어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는 종교 이슬람을 믿는 이들의 마음을 완전히 파고들었고, 마침내 그들이 행하는 일(!)을 하나의 성스러운 저항[聖戰]으로 만드는데 성공하고야 말았다. 이슬람은 인구가 많기도 하지만, 상징 권력을 가장 잘 활용할 줄 안다는 점에서 권력을 거머쥘 자격이 충분하다. 다양한 자원을 소유하고 있으며 공산주의라는 이념 하에 뭉쳐 본 경험이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패권 국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겠다. 또한 앞으로의 권력은 국가 단위를 벗어날 가능성도 높다. 단일민족 국가는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하나의 민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는 있겠지만 국경은 아무도 오가지 못할 철옹성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국가를 뛰어넘는 다양한 국제기구들의 존재를 알고 있다. IMF나 UN 등이 저자가 이야기한 형태의 권력을 소지하진 못했을 수도 있으나 얼마든지 국가의 무너진 권위를 파고들어 새로운 권력 집단으로 부상할 소지는 존재한다. 곳곳에 널려 있는 분쟁 지역들 또한 국가의 취약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다. 절대적 약자인 듯하고 지금의 저항이 무모해 보이지만 국가가 지니지 못한 상징 권력을 공유한 이들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물론 세 가지 형태의 권력을 한꺼번에 소유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눈을 뜬 이들이 악의를 가지고 권력을 손에 넣으려 드는 일까지 불가능하진 않다. 수많은 독재자들이 그래왔다. 히틀러나 스탈린 등과 같은 인물이 오늘날 탄생하지 말란 법은 없다. 결국 문제는 인류가 지닌 허약성 같다. 패권 다툼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터이니, 세 가지 권력이 서로 조화를 이루고,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이 권력을 완전히 포획하는 일에 성공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촘촘히 유지해야 할 것이다. 권력은 다수가 나눠 가질 때 가장 안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