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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이 소설은 현실적, 사실주의적 시각에서 대중적인 장르들을 풍자하면서 그 관습들을 전도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장르들의 정신을 구현하며 재창조하고 있다. 우선 감상소설에서 설파한 순수한 여주인공의 미덕이라는 이데올로기를 전도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에서 캐서린과 헨리의 로맨스는 캐서린의 ‘고결한 마음’을 발견하고 그 가치를 십분 인정하면서 진정한 결합을 이루어가는 감상소설의 패턴을 만들어낸다. 이 과정에서 타인의 위선이나 금전지향적 사회를 이해하지 못하는 캐서린의 순진무구함은 도리어 헨리의 상식적이고 관습적인 도덕에 한계가 있음을 시사하고, 이를 통해서 중산층의 인습적 사고와 가치에 의문을 던지는 것이다.또한 이 소설은 캐서린의 모험에 대한 욕망이 환상임을 폭로하면서 고딕소설을 전도하고 있지만, 그녀가 접하는 현실세계가 고딕소설에서 그려지는 세계 못지않게 위험한 곳임을 보여줌으로써 고딕소설의 감수성에 경의를 표한다. 결혼 시장에서 온갖 책략을 동원해서 이익을 추구하려는 위선적인 이사벨라 소프, 위협적인 무뢰한이자 허풍쟁이인 존 소프, 타산적이고 독단적인 틸니 장군 등은 고딕소설에 나올 법한 무시무시한 악인들이고, 이런 인물들이 살아가는 영국의 중산층 사회는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파렴치한 투쟁이 난무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캐서린이 “틸니 장군이 자기 아내를 살해했거나 감금했을 거라고 의심했을 때 자신이 그의 성격에 맞지 않게 모함하면서 죄를 지었거나 그의 잔인함을 과장한 것은 아니었다.”고 느낄 때, 고딕소설을 통해 길러진 그녀의 감수성이 진실을 포착했을 거라는 심증이 남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