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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영화, 전통과 전위의 역사/ 요모타 이누히코/박전열, 최중락 정말 솔직하고 담백하게 쓴 일본 영화사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일본인이 정교하게 말을 돌리면서 완곡하게 쓴 글이 아니라 상당히 허심탄회하게 쓴 영화 역사서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본은 과거 노 라고 하는 자신들 만의 독특한 악극 문화가 있습니다. 유럽의 오페라나 우리나라의 판소리처럼 말이지요. 이것이 극도로 우아한 예술로 승화되어간 반면 외래에서 활동 사진으로 들어온 영화는 서민들의 문화로 자리 잡았고 당연히 영화 감독도 배우도 한두급 낮은 삼류 예술인 취급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새로운 문물에 사람들은 관심을 보였고 동아시아의 어느 나라보다 빨리 영화를 받아 들였으며 영화 제작도 당연히 빨랐습니다. 최초의 영화제작소인 닛까츠가 생겨나고 이후 생긴 소치쿠의 소시민 영화가 인기를 끌었으며 무성 영화 시대인 만큼 변사들의 활동이 상당했다고 하네요. 무성 영화가 성숙하면서 보다 고급 문화로서의 영화를 지향하자는 순문화 운동이 벌어지게 됩니다. 또한 유성 영화 시대가 나오면 세번째 회사인 도호가 등장하고 변사들이 사라지게 되며 최초의 일본 영화 황금 시대가 도래하게 됩니다. 오즈 야스지로, 미조구치 겐조 같은 감독들 그리고 하라 세쓰코의 이름이 등장하게 됩니다. 일본 뿐 아니라 대만이나 조선에서 활동하는 이들도 많았고, 특히 조선에서는 일본이 영화를 들여오자 마자 무수한 한국인 제작소가 생겼을 만큼 선풍적인 인기였다고. 이 책에도 나운규가 언급된 걸 보면 아리랑은 그야말로 기념비적인 작품이었던 것 같습니다. 2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나치 독일과 합작 하기도 하고 만주에 영화사를 설립하여 이른바 만영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다이에이 같은 회사는 그때 설립되어 국국주의에 부합하는 영화를 제작하기도 했죠. 지금은 흑역사처럼 치부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저자는 만영이 일본 영화사의 맥을 이으면서 또 다른 동아시아의 많은 영화인들에게 영향을 준 만큼 그렇게 가리고만 있을 대목이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때 어떤 영화를 찍었다 해도 그 촬영 기법 등 영화 제작의 명맥이 끊이지 않았고 그 기술을 갖고 각국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또 영화를 계속 제작했던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니까요. 일본도 전후에 미군정을 받았고 당연히 영화 산업은 여러 내용 면에서 이들의 검열을 받았기 때문에 영화의 내용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자는 전쟁 책임 문제를 다른 문화 부분과 마찬가지로 영화에서 애매하게리해 버린 것에 대해서 사실 그대로 쓰고 있죠. 미 군정이 끝나자 만영에서 활동하던 이들이 귀국하여 도에이 영화가 설립되고 검열이 완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내용이 풍부해 지게 되어 일본 영화의 두번째 황금기가 도래하게 됩니다. 또한 영화계는 국제 사회 특히 서구인들에게 어필할 만한 영화를 제작하는데 열성을 다 하여 상당한 성과를 올리기도 한 시대였죠. 그러나 그 과정에서 지난 반세기에 대한 이야기는 향수로 포장되고 이후 세대를 거듭하면서 수많은 감독들이 다양한 작품을 선보였지만 어쩐지 정면승부를 하는 작품은 없다?고 피력하고 있습니다. 이후 일본 영화라고 하면 우리가 흔히 거장으로 기억하고 있는 오즈 야스지로 스타일의 정물화 같은 작품이나 쿠로사와 아키라 스타일의 대하 사극은 물론, 닛카쓰 로맨틱 포르노와 아이돌 청춘물, 오시이 마모루의 공각 기동대와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모험 같은 애니메이션 등을 떠올리게 하는 20세기 후반의 작품들도 소개하고 있지요. 무려 6대 영화사가 활발하게 활동했던 시대를 지나 일본 영화계도 침체기를 맞으면서 인디 영화가 부상하기도 했지만 대형 스튜디오 영화사가 대부분 문을 닫게 됩니다. 영화 산업 자체가 디지털 영화로 일반화되었고 다른 회사들이 영화 산업에 뛰어들게 되었다가 거두었다가 하게 됩니다. 대신 영화 장비들은 상당히 간소화 되기도 해서 블록버스터 영화를 찍는 경우가 아니라면 접근성이 오히려 높아지기도 했죠. 여성 감독과 신인 감독이 많아진 것은 거기에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지금은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듯이 넷플릭스 같은 OTT 회사의 주도권이 더 커지고 극장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줄어들면서 이 책이 나왔을 때와는 또 다르게 영화 산업 자체가 큰 변화를 맞고 있습니다. 일본 영화 전반의 역사를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한 책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괜찮은 책이었습니다. 일본 영화도 어느 정도는 봤던 지라 알아 볼 만한 인명이며 작품들이 나오면 반갑기도 하고 평론가들이 칭찬하는 작품들이 여기서는 오히려 이런 저런 부분에서 비판 받을 구석이 있다고 언급한 것이 신선하기도 했구요. 하기사 영화도 하나의 상품이고, 그걸 잘 포장해 내서 잘 판 것을 뭐라 할 수 없기도 하지만 또한 포장이라고 하는 것이 너무 과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도 필요한 일이기도 하지요. 일본 영화 이야기를 읽고 있는데, 우리 나라 영화 이야기도 다문다문 보입니다. 저자는 일본 영화란 무엇인가 라고 하는 어려운 주제를 시작하면서 서구에서 들어온 것을 빼고, 한국 배우들의 활약을 빼 버리면 도대체 일본 영화라는 것이 존재하지도 않는 게 되어 버린다면서 정의 내리는 것을 힘겨워 하면서도 일본 영화의 역사에 대해서 멋지게 설명해 냈습니다. 과거에는 우리가 일본에 많은 문물을 전했지만 영화 같은 영상 매체 사업은 사실 우리가 일본에게서 많이 배우고 배끼기도 많이 했지요. 하지만 그것도 세월이 지나고 보니 우리나라 영화 산업도 많은 성장을 했습니다. 지금은 또 주춤하고 있죠. 대중 문화라고 하면 보통 영화였고 아니면 음반을 샀던 정도에서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콘서트에 가고 연주회에 가고 전시회에 가고 오페라와 뮤지컬을 즐기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교외에는 수많은 음식점과 찻집이 멋지게 단장해서 손님들을 맞이하고 시내에는 명품관이 즐비하죠. 그런 중에 영화가 소외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지금도 인기있는 영화에는 사람들이 몰리는 만큼 영화인들이 좀더 분발해 주길 바랍니다^^;; 그나 저나 한국 영화야 말로 온통 장르 믹스에 다양한 가치관의 도가니에 이제 온 나라 사람들이 다 등장하는 판인데... 도대체 한국 영화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