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통행본 주역과 백서주역을 대비해 놓았다는 것이다. 백서주역은 1973년 장사 마왕퇴 3호 한대의 묘에서 발굴되었다. 비단에 모두 12만 자가 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중 주역과 관련된 내용은 약 2만 자 정도이고, 경도 있고 전도 있다. 비단에 쓰인 주역이라고 해서 '백서주역(帛書周易)'으로 명명했다. '帛'은 '비단'이란 뜻.
영남대 정병석 교수는 백서주역을 현행본 주역의 형식에 맞추어 양자를 대비하면서 발음을 붙이고 주석을 달았으며 해설을 덧붙였다. 본문에서 백서주역은 '백'으로 표시해 놓아 보기에 편하다.
정 교수에 따르면 백서주역의 발견은 통행본과의 비교를 통해서 주역의 작자, 역전의 형성, 학파의 귀속 문제 및 역경과 역전의 관계 등을 다루는 데 많은 시사를 얻을 수 있다.
백서주역은 발견 당시 약 2천 여 년이 흘렀음에도 보관상태가 너무나 좋았다. 글자는 비단이 접혀진 주름을 타고 지워진 행들을 제외하면 상당히 판독하기 쉽다. 백서주역이 만들어진 때는 기원전 190년경으로 추정된다.
대체적으로 통행본 주역의 원형이거나 출현 시기가 더 이르다는 관점이 우세하다. 대비해 놓은 원문을 보니 일부 글자가 다른 것도 많았다. 이렇듯 대비해서 보면 주역 원문이 어떻게 변천해 왔는지, 한자의 다른 쓰임새는 무엇인지 유추해 볼 수 있겠다. 학술적인 연구에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겠다.
우리나라에서 백서주역에 대한 해제는 성균관대 유학대학원에서 주역을 강의하고 있는 김상섭 교수의 것이 처음이다. 김 교수는 장정랑의 『마왕퇴백서주역경전교독』에 실려 있는 「백서조편」을 기반으로 정리하여 《백서주역 상 역경편》, 《백서주역 하 역전편》으로 펴냈다.
한편 올해 4월에는 전북대 황준연 교수가 등구백이 지은 『백서주역교석』을 번역하고 해제하여 《역주 백서주역교석》을 펴냈다.
내가 주역에 관해 공부할 계획을 마련하고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원문에 대한 직해가 충실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베이스캠프 삼아 내 실력에 맞는 주역 책을 읽어나가면 되지 않을까.
이 경우에 원문에 대한 이해가 무엇보다 중요할 터. 인용된 원문를 바로 찾아볼 수 있으면 금상첨화겠지 싶다. 가령 《맹자》를 보면 시경이 총 35회 인용된다. 이 때는 동양대 정상홍 교수가 옮긴 《시경》에서 출처를 찾으면 해당 부분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나저나 주역을 일독하는 데만도 1년하고도 2개월이 걸린다니 힘껏 매진할 일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