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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16년차... 그동안 갈고 닦은 요리 솜씨가 있긴 하지만 아직도 폼나는 요리나 독특한 조리법을 보면 배우고 싶은 충동이 일고 있다. 뿐만아니라 그릇들에 대한 유혹도 상당히 많이 느끼게 된다. 외국 유명브랜드의 그릇을 한때 사모으기도 했지만 그릇에도 유행이란 것이 있어 금세 싫증이 나기도 하고 돈도 만만찮게 든다. 매일 먹는 요리 항상 받아보는 밥상이지만 <셰프의 그릇>을 읽다보니 정말 찬장속 그릇을 다 버려 버리고 책속의 그릇들을 다 따라 다니면서 사다 재여놓고 싶은 충동이 마구 마구 일었다. 결국은 요리에 관한 셰프의 애정이 묻어나는 책이지만 독자로서는 그냥 말 그대로 그릇이 탐이 났다. 유명 요리사들중에 남자가 많긴 하지만 무슨 남자가 이렇게 세심하고 이렇게 요리와 그릇에 대한 센스가 탁월한지 그동안의 나의 살림경력을 무색케 하는 그래서 중견 주부를 아주 주눅들게 한 그런 책이었다.
젊고 멋진데다 센스있는 셰프와 함께 일본,시카고 등의 유명식당을 투어한 느낌이다. 멋진 요리를 감상하면서 그요리의 조리법도 자연적으로 궁금해졌고 미각에 대한 호기심도 참으로 많이 자극되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투자해야 할 의미있는것들중에 하나가 요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게 한 책이다. 거기다 해외의 명품 그릇들을 그저 브랜드만 알고 있다가 정확한 아니 제대로 된 쓰임새를 엿보고 다음번 나의 식탁 코디네이션에 응용해 보겠다는 야심찬 포부도 생겨났다.
아쉬움이 있다면 맛깔나는 글에 비해 사진은 조금 부족해 시각적인 갈증이 조금 남았다는 것! 하지만 주방에 두고 두고 배치해 놓고 컨닝해 봄직한 책이다. 연말에 보너스 나오면 셰프의 그릇에 등장했던 로얄 코펜하겐도 사고 싶고 시장 골목골목을 누비면서 책속에 나왔던 브랜드불명의 다양한 도자기 그릇,유리잔도 구입하고 싶다는 작은 사치를 부려본다. 이 책을 읽고나면 지름신 강림은 웬만해선 막을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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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를 하는 사람에게 그릇, 글을 쓰는 사람에게 펜과 노트, 그림을 그리는 사람에게 물감, 또 뭐가 있을까? 달리는 사람에게는 운동화? 요가를 하는 경우에는 요가복?
나는 꽤 최근까지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형식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 사람이다. 그러다가 등산하면서 등산화의 힘을 알게 되었고 만년필을 쓰니까 글씨가 더 잘 쓰이는 것처럼 여겨졌으며 티셔츠보다 요가복을 입으니 동작도 더 잘 되는 느낌을 받으면서 형식이라는 게 의외로 중요한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리고 음식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 그릇에는 별 관심도 없었고 그릇 이전에 요리 자체에 그다지 의욕이 없는 사람이라 먹어야 사니까 먹을 뿐 먹는 일 자체에 신경을 쓰지 않은 편이었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박물관의 그릇의 가치에는 늘 무심한 편이어서 보아도 감흥을 얻지는 못했고(유홍준의 글에서조차) 다만 조태권의 <문화보국>을 읽으면서 그릇이라는 게 의외의 문화력을 담고 있는 것임에 주목했었는데 곧 잊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이 책의 작가는 요리와 그릇 모두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다. 그 정성을 보여 주기 위해 일본의 식당을 찾아가서 취재했다는 점은 좀 의외지만, 일본의 식문화는 세계적으로도 돋보이는 데가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그럴 줄 알았으면 며칠 동안이었지만 일본에서 밥 먹을 때 좀 유의해서 그릇들을 봐 둘 것을 하는 뒤늦은 후회도 살짝 생긴다. 이제는 예쁜 그릇과 음식의 맛의 상관 관계를 인정하게 되었으니까.
읽는 재미도 괜찮다. 실린 음식들의 사진도 화려하기 그지없고. 먹고 싶고 만들어 보고 싶고 그릇에 담아 보고 싶어할 정도이겠다.(나는 아직 아니지만.)
먹고 살 만해진 것은 맞을까? 아직도 누군가는 컵밥이나 삼각김밥이나 단팥빵 하나로 한 끼를 삼는다는데 또 누군가는 손가락만한 스테이크 한 조각을 위해 스테이크보다 더 비싼 그릇을 마련하기도 하는 세상이라니.(공연히 심술이 돋는 즈음이다, 내가 각박해진 세상 분위기에 확실히 휩쓸려 버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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