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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스트이기도 한 헤어초크 감독은 극영화를 만들 때도 종종 실존 인물에 바탕을 둔 캐릭터를 내세우곤 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주목한 인물은 여행가이자 작가이며 정치가이기도 했던 거트루드 벨이다. 그녀는 사막을 자신의 황실로 삼은 비공식 영국 여왕이다. 길이 그녀의 삶에서 주된 무대였던 바, 영화는 어딘가로 이동하고 횡단하는 벨의 여정을 보여주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철도, 자동차, 비행기 등 빠른 운송수단이 개발된 지금의 시점으로 본다면 거트루드의 여정은 지루하게 보일 만큼 느리다. 낙타를 타거나 걷거나 하는 그녀의 이동 과정에서 눈에 밟히는 것은 희뿌연 흙먼지 빛깔의 사막이다. 이때 사막은 조각가 슈타이너의 황홀경에서 스키 점프하는 사람들 뒤로 펼쳐지는 희뿌연 눈을 상기시킨다. 설경이 슈타이너에게 그랬듯, 사막은 아마도 거트루드를 끊임없이 길 위에 세운 장본일 것이다. 사막과 함께 또 다른 축을 담당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그녀는 여왕처럼 평생을 독신으로 살다 죽었으나 몇번의 잊을 수 없는 사랑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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