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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환상문학의 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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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문학을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것은 왠지 모를 거부감이 일기 때문이다. 장르문학에는 비교적 관대하나 순문학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에는 어쩐지 마음 속 그어진 선을 넘기 힘들다. 그래도 『읽는 인간』과 『인간 실격』을 읽고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조금 딴 말이지만 다자이 오사무가 턱 밑에 손을 짚고 찍은 사진 애거서 크리스티 닮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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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문학을 좀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것은 왠지 모를 거부감이 일기 때문이다. 장르문학에는 비교적 관대하나 순문학으로 분류되는 작품들에는 어쩐지 마음 속 그어진 선을 넘기 힘들다. 그래도 『읽는 인간』과 『인간 실격』을 읽고 거부감이 많이 사라졌다. 조금 딴 말이지만 다자이 오사무가 턱 밑에 손을 짚고 찍은 사진 애거서 크리스티 닮지 않았나? 나만 그런가? ... 얼마 전 중견 소설가의 표절이 화두가 되면서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과 『금각사』에 흥미가 생겼다. 그러니까 ‘관심을 가지고 보려는’ 일본문학은 현대 문학에 뿌리가 된 근대 소설들이다. 내가 읽으려던 작품들은 『설국』, 『라쇼몬』 등이었는데 몇 번이나 주문 버튼을 달칵거리다 마음이 시들해져 장바구니를 비우기만 했다. 그러다 우연히 그보다 앞선 시기의 이즈미 교카의 소설이 눈에 들어왔다.

 

책에 실린 두 편의 소설 중 「고야산 스님」이 괜찮았다. 이야기 속에 두 이야기가 포함된 삼중 액자 소설로, 그 자리에 누워 옛 이야기를 듣는 듯한 생동감이 있다. 액자 바깥 이야기의 화자는 기차에서 만난 노승과 동행하여 여관에 묵게 된다. 잠을 이루지 못해 노승에게 이야깃거리를 부탁하고, 꽤 명망 있는 스님이었던 그가 젊을 적에 겪은 이야기를 해 준다.. 어느 마을의 주막에서 약장수는 승려를 조롱하고, 두 사람은 갈림길에서 마주친다. 약장수는 물이 가득 찬 길과 비탈길 중에 후자를 택한다. 지나가던 마을 사람 말에 따르면, 그 길은 50년도 지난 옛 길로 아주 험하다고 한다. 옳은 길로 가려던 승려는 약장수를 좋아하지 않으나, 그에게 사고가 난다면 마음이 불편해질 것 같아 옛길로 접어든다. 나무가 우거진 길을 떡하니 지나가는 ‘몸통’ 밖에 보이지 않은 거대한 뱀에 식겁하였더니, 다음은 더하다. 진짜 책을 읽다 소리를 지를 뻔한 고어 장면인데 XXX가 가득 찬 숲을 지나는 것이다. 책에서 확인하시길... 그렇게 고생하며 외딴 오두막에 도착한 스님. 그 곳에 사는 묘령의 아리따운 여인에 이끌려 계곡에서 멱을 감는다. 스님이 순진한 건지, 도력이 높은 건지 모르겠으나 여러 유혹을 물리치고 잠자리에 든다. 그는 진짜 여러 번 식겁하는데(겁이 많단다) 밤이 깊어오자 온갖 짐승들이 집을 둘러싸는 것이다. 무서움을 누르기 위해 법경을 외고, 다음날 그를 붙잡는 여인을 뒤로 하고 집을 나선다. 그리고 반전이 있었다.

 

만화를 봐도 그렇고(대표적으로 『백귀야행』) 일본에는 온갖 신과 요괴들이 있는데 이를 현대적인 콘텐츠로 잘 활용한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도 배경과 소재로 등장하고,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신사를 간다거나 마쯔리 같은 축제를 통해 지방색과 함께 슬쩍 드러낸다. 전통 설화, 그 중에서도 민담이 잘 이어지고 있는 것이 흥미로우면서도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우리의 세시풍속은 상당부분 왜곡과 수정, 삭제를 거쳐 그 명맥이 전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화 과정에서 미신 취급을 당하기도 하고... 예전에 찾아본 바 우리나라 도깨비는 대체로 인간의 형상으로 씨름, 이야기, 장난, 메밀묵을 좋아하고 약간 어리숙한 성격이다. 김서방이랑 어울리고 싶어 하는데 맨날 이용당하는 호구 같은, 그러나 신령스런 존재다. 오래된 물건이나 싸리빗이 둔갑을 하지만 뿔은 없다. 뿔 하나에 방망이 들고 가죽 빤스 입은 도깨비는 일본의 요괴 오니라 한다. 두억시니엔 뿔이 있다는데 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역사 왜곡 설화로는 고려장을 들 수 있다. 일본의 꼼꼼한 문화 말살 정책 중 하나로, 전통적으로 효를 강조하던 우리나라(고려 포함)에선 말도 안 되는 얘기라 한다. 고려장은 고려와 관련이 없으며, 실제 고려는 불교국가라 화장을 했다.


「초롱불 노래」 같은 경우는 전쟁 얘기가 스치듯 나오는데 큰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인지 그다지 거슬리지 않았다. 기예, 가부키라는 예술혼이 주제로, 문화재로 지정될만한 예술가들이 등장한다. 두 노인이 풍류소설의 주인공 흉내를 내면서 (마치 돈키호테처럼) 여관을 향한다. 이 이야기와 교차되는 것이 우동 가게로 들어온 떠돌이 악사의 이야기이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말처럼 등장인물들의 면면은 서로 이어져 있다. 갈등의 고조되면서 절정에 이를 때 어떤 혼연일치를 보여준다. 그 장면에선 감탄했다. 두 단편으로도 왜 다른 문인들이 이즈미 교카를 흠모하고 존경했다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고야산 스님」의 환상적이고 신비로운 분위기의 묘사에서 낭만주의가 느껴졌고, 「초롱불 노래」의 마지막 장면에서는 어떤 카타르시스도 느껴졌다. 그렇게 길지 않으므로 한번쯤 읽어볼만하다. 그런데 일본인들은 자존심이 강한건지, 약한건지 도통 모르겠다. 조롱당하면 목숨을 끊어버리니... 『아베 일족』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너무 극단적이야! 그 이야기는 다음에... 번역의 공이 크겠지만 백년이 지난 소설이 이토록 깔끔하다는게 놀라웠는데, 위에서 말했듯이 씁쓸한 여운이 남는 독서였다.

e***a 2015.10.21. 신고 공감 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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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거슬러 옛것을 아름답게 그린다-고야산스님 / 초롱불노래 (이즈미 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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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안 되는 이즈미 교카 소설 번역본 중 하나, 「고야산스님, 초롱불노래」. 두 작품 중에서 「고야산 스님」은 이즈미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작품성이 최고인 작품이다. 「초롱불노래」는 일본의 연극 '노(能)'를 보는 듯 리듬감을 살린 예술적인 작품이다.   「고야산 스님」에서 주인공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스님과 한 숙소에 묵으면서 스님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다.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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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안 되는 이즈미 교카 소설 번역본 중 하나, 고야산스님, 초롱불노래. 두 작품 중에서 고야산 스님은 이즈미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고 작품성이 최고인 작품이다. 초롱불노래는 일본의 연극 '()'를 보는 듯 리듬감을 살린 예술적인 작품이다.

 

고야산 스님에서 주인공은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스님과 한 숙소에 묵으면서 스님의 과거 이야기를 듣는다. 스님은 젊은 시절 행각승일 때에 산 속 한 집에서 하룻밤 묵는데, 그 집 여자의 농염한 아름다움에 매료된다. 다음날 집을 떠난 스님이 스님 되기를 포기하고 여성에게 돌아갈까 하던 참 어젯밤 그 집에서 마주친 노인을 마을에서 다시 만난다. 노인은 산속 집 여자가 남자를 말로 둔갑시키는 요술을 부리며, 어젯밤 그 집에 묶여 있던 말은 먼저 산에 들어간 약장수였다고 고백한다 .

 

초롱불 노래는 유랑하는 정체불명의 두 노인의 등장으로 시작된다. 두 노인은 한 여관에 들어가 게이샤 오미에를 부른다. 한 편에선 떠돌이 악사 기다하치가 우동 가게에 들어가 가게 주인과 안마사에게 과거를 고백한다. 각각의 등장인물의 대사에서 그들의 정체가 각기 밝혀지기 때문에 독자는 이들의 연관성에 대해 차차 알게 된다. 두 노인과 기다하치의 이야기가 교대로 이어지다가 클라이막스에서 기다하치와 두 노인의 장면이 합쳐지며 소름 돋는 장면을 연출한다.온치와 기다하치가 합창하는 장면에서 기다하치의 애환과 온치의 그리움 등이 합쳐져 전율을 느끼게 한다.

 

이즈미의 소설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여성상이 빠지지 않고 언급된다. 어릴 때 어머니를 여읜 탓에, 그의 작품 속 여성에게선 모성이 묻어난다. 고야산 스님에 나오는 마녀는 모성을 보여주는 한 편 남자를 말로 둔갑시키는 마성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초롱불에서는 이런 마력을 보여주는 여성은 등장하지 않지만, '관음력'에 대한 묘사가 있는데, 이즈미가 '관음력'을 추구하고자 했다는 것도 유명한 사실이다.

 

이즈미는 시대에 '역행'하는 문학가였다. 메이지 유신 이후 문학계에 근대의 바람이 불어, 서양 스타일이 들어오고 자연주의가 대두할 때에. 이즈미는 도리어 일본의 옛 문화와 민간전승에 상상력을 보태어 독창적인 문학 스타일을 고수했다. 역자에 의하면 당대에 호평을 받지 못했던 이즈미 교카의 문학이 오늘 날 일본에서 두터운 팬층을 쌓게 된 건 과학, 물질만능주의에 지친 사람들이 옛 것에 대한 추억과 애정을 쫓기 때문이라 한다.

 

내용만이 아니라 문체와 기법도 흥미롭다. 두 소설 모두 이야기가 짤막한 편을 이루고 있는데, 편수를 거듭하면서 새로운 시도들이 보인다. 장면 서술에서는 먼 시선으로 줌 업해 잡아 올리는 영화적 기법이 적용된 부분이 있는가 하면. 쌍따옴표로 대화체를 시작할 때 미리 괄호를 넣어 누구 대사인지 표시하기도 한다. 또 소설 속 3인칭 화자가 돌연 독자에게 말을 걸기도 한다. 문체가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시기에 쓰여진 소설이라 문장 읽는 재미가 있었다.

 

이즈미의 매력은 괴담을 아름답게 만든다는 데 있다. 일본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 이즈미 교카지만, 한국에선 아직 많은 작품을 보지 못하고 있는데. 이즈미 교카 번역서가 더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a******0 2016.03.22.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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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밤, 노래소리를 들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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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 책입니다. 향기 뿐만 아니라 고요한 밤 거리에 울리는 노오의 음악소리도 들리는 책입니다. 두 편의 중편이 실려있는데 고야산 스님은 환상쪽에 집어넣는다치지만 초롱불 노래는 글쎄요, 어디다 넣어야 할까요. 분명히 환상적이고, 아주 우연하고, 기이한 만남을 다루고는 있지만, 읽다보면 아, 그래 이런 만남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꼭 사람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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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나는 책입니다. 향기 뿐만 아니라 고요한 밤 거리에 울리는 노오의 음악소리도 들리는 책입니다. 두 편의 중편이 실려있는데 고야산 스님은 환상쪽에 집어넣는다치지만 초롱불 노래는 글쎄요, 어디다 넣어야 할까요. 분명히 환상적이고, 아주 우연하고, 기이한 만남을 다루고는 있지만, 읽다보면 아, 그래 이런 만남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꼭 사람의 생각대로 움직이진 안잖아요.

 

사실 일본 소설 좋아하지도 않고 이즈미 교카는 이름만 알았는데 왜 이제야 작품을 읽어보았는지 한스러울 정도입니다. 사람들이 왜 이즈미 교카, 라고 말하는지 깨달았어요. 작품들은 너무나 고전적이고 우아한 멋을 풍기면서 단정합니다. 더하고 뺄 것도 없이, 단순하나 효율적인 선으로 이루어진 유키요에를 보는 기분입니다. 딱 화폭에서 문자로 옮기면 이런 내용이 될 거예요. 적막하면서도 흐름이느껴지고, 아름다우면서도 요염하죠. 정말 이즈미 교카라는 작가가 대단 한 점은 바로 이 동적인 느낌과 정적인 느낌을 단번에 문자로 표현해 낸 점이 아닌가 싶어요. 


두편 다 좋았지만 뒤의 초롱불 노래가 조금더 좋았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정말 아름답더군요. 눈에 선할 정도였어요. 문학동네의 이 전집 시리즈를 상당히 구매하였고, 대다수 마음에 들어했지만 이 책은 특히 좋더군요. 번역도 표지도 아주 잘어울렸어요. 기회가 되면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은 책입니다.





d*******t 2012.03.2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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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환상문학의 대가, 이즈미 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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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을 하려고 보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이 나이가 되니 그런 눈을 보면서 낭만적인 생각을 하기보단 내일 출근 걱정을 하게 된다. 혹여나 버스가 끊기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얀 눈을 보며 마냥 좋아하고, 혼자 낭만에 빠지겠다고 눈 위를 걷는 것도 불사했는데, 이제는 일상에 지장이 갈까 걱정하는 단계가 되어 버렸다. 이런 날은 그저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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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을 하려고 보니 눈이 펑펑 내리고 있었다. 이 나이가 되니 그런 눈을 보면서 낭만적인 생각을 하기보단 내일 출근 걱정을 하게 된다. 혹여나 버스가 끊기면 어쩌나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하얀 눈을 보며 마냥 좋아하고, 혼자 낭만에 빠지겠다고 눈 위를 걷는 것도 불사했는데, 이제는 일상에 지장이 갈까 걱정하는 단계가 되어 버렸다. 이런 날은 그저 따뜻한 이불 속에서 맛난 음식을 먹으며 재미난 책을 보는 게 최고다. 서정적이고 현대적인 소설보다 현실을 잊을 정도의 재미가 깃든 고전이 좋을 것 같다. 일본 환상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이즈미 교카의 작품은 어떨까? '괴이하고 몽환적인 환상 세계'로 이끈다고 하니 어디 한 번 따라가 보자.

 

  책을 읽기 전에는 표지를 보면서 그냥 달이 참 밝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고야산 스님>을 읽고 나니 표지가 으스스한 게 꼭 무언가가 튀어 나올 것 같았다. 1900년 작품인 <고야산 스님>은 저자의 작품 중에서 완성도가 뛰어나다고 한다.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고승에게 기이한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런 시작부터가 특별한 이야기가 펼쳐질 것을 예감하게 되었다. 고야산 스님이 행각승일 때 주막에서 만난 한 약장수 때문에 길을 잘못 들게 된다. 길이 잘못 알고 다른 곳으로 간 약장수를 만나러 들어간 숲은 표지처럼 적막하고 괴이했다. 뱀들이 진을 치고 나뭇가지에서 산거머리가 뚝뚝 떨어지는 곳을 겨우 통과한 스님은 외딴 오두막에 닿게 된다.

 

  그곳에서 한 여인을 만나게 되는데, 그 여인의 독특한 매력에 끌리면서도 외따로이 떨어져 살고 있는 그녀가 가여워 잠시 혼란스러워한다. 그때 그 집을 드나들던 한 영감으로부터 그녀의 정체를 듣게 되는데, 욕정을 품고 접근하는 남자들을 짐승으로 만들어 버리는 마력을 가진 여자였다. 길을 잘못 들고 깊은 산속에서 뱀과 산거머리를 만나고, 외딴 오두막의 미모의 여인을 만날 때부터 무언가가 감추어져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여인의 정체가 밝혀지자 내심 나를 따라다녔던 기이함이 정체를 드러낸 셈이다. 백 년 전의 작품이라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생생한 묘사와 오싹함은 실로 오랜만에 맛보는 짜릿함이었다.

 

  <초롱불 노래>는 1910년 작품으로 국내에는 처음 번역되었다고 한다. <고야산 스님>이 이야기를 듣는 형식이라면, <초롱불 노래>는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구성이 돋보인다. 일본의 전통 예능인 노가쿠를 소재를 삼아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하는데, 한 노가쿠 배우와 연주가는 여관에서 게이사로부터 자신에게 음악을 가르쳐준 이에 대한 사연을 듣게 된다. 그 인물은 다름 아닌 노가쿠계의 촉망받던 기다하치란 사람이었다. 맹인 안마사를 죽음으로 몰고 가 파문당한 그는 다른 공간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다른 공간에서 각자였던 그들은 한 자리에 모여 노가쿠의 한 대목을 보여주게 된다.

 

  <초롱불 노래>는 조금 독특한 기법으로 소설을 이끌어 가서인지 처음엔 공감각이 형성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제각각의 이야기가 섞여 무엇을 만들어 내는지 알지 못하다 이야기가 합쳐지고 그들이 만날 때에야 이 독특한 소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고전 미학을 다뤘다는 점에서 조금 생경함을 느꼈으나 저자만의 기이함으로 작품을 완성시키는 모습에 감탄하게 되었다. 두 편의 작품이 실린 얇은 책이지만 시공간을 잊을 정도로 푹 빠져들게 만든 책이었다. 겨울밤에도 무척 잘 어울렸고, 현대문학의 홍수 속에서 만난 고전의 매력을 새롭게 맛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무엇보다 환상문학의 대가로 불리는 '이즈미 교카'란 저자를 알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다.

s****m 2010.12.08.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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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게는 조금은 낯선 소설이었습니다.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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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나 히가시노 게이고란 이름이 익숙한 저로서는 이즈미 교카란 이름은 낯설기만 합니다. 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환상문학의 대가로 평가를 받고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까지 있다니 일본문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볍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는 메이지 사회의 근대화의 물결에 맞서 전통적인 일본 문화를 중심으로 글을 썼다고 합니다. 때문에 <고야산 스님>과 <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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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하루키나 히가시노 게이고란 이름이 익숙한 저로서는 이즈미 교카란 이름은 낯설기만 합니다. 하지만 일본을 대표하는 환상문학의 대가로 평가를 받고 그의 이름을 딴 문학상까지 있다니 일본문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가볍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는 메이지 사회의 근대화의 물결에 맞서 전통적인 일본 문화를 중심으로 글을 썼다고 합니다. 때문에 <고야산 스님>과 <초롱불 노래>에서도 하카마, 오비 등의 옷가지를 가리키는 말이나 고쓰즈미, 노 등 민속악기나 음악을 가리키는 말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런 향토적인 어휘 등으로 일본어가 가진 특징을 잘 살린 작가라고 칭송받는다고 합니다만, 번역본을 접한 저로서는 이런 것들도 표현해내는 한글의 우수성만 느낄 뿐 입니다.^^;;

 

 <고야산 스님>이나 <초롱불 노래> 두 편 모두 길지 않은 분량이지만 각각 26장, 23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이 신문에 실린 연재소설이 연상될 만큼 빠른 전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먼저 <고야산 스님>은 우연히 기차여행에서 동행하게 된 리쿠민사의 슈초라는 덕망 높은 스님의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눈이 내리는 겨울에 기차에서 우연히 만난 행각승과 하룻밤을 같이 보내게 된 나는 마치 천일야화의 하룻밤처럼 스님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이야기란 다소 무례한 약장수 만난 스님이 그 약장수가 잘못된 길로 갔다는 것을 알고는 그를 찾으러 들어간 숲길에서 뱀 떼와 산거머리 떼를 지나 어느 묘령의 한 여인을 만나 그녀에게 빠졌다가 다시금 수행의 길을 걷는 자신의 이야기입니다. 스님이 여인로 인해 혼란을 겪고 깨달음을 얻는 내용이 고등학교때 배운 <구운몽>을 떠오르게 하기도 했습니다.

 

 <초롱불 노래>는 유명한 노배우인 온치 겐자부로와 쓰즈미라는 일종의 타악기의 명인 헨미 셋소가 에도 시대의 인기작가 짓펜샤 잇쿠의 통속소설인 “도카이도 도보 여행기”를 따라 여행을 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일과 또 한사람의 주인공인 떠돌이 악사의 이야기가 평행하게 이어지다가 종반에 만나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초롱불 노래> <고야산 스님>보다도 더 일본 향토적인 색체가 짙게 나타나는데, 등장인물들이 모두 일본전통 음악의 대가들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솔직히 말하면 책장을 덮고서 머릿속에는 소설의 줄거리보다는 작가가 묘사한 일본 전통의 옷가지 및 음악 등을 가리키는 말들이 둥둥 떠다녀서 딱히 기억에 남는 구절이 없었습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초롱불 노래><고야산 스님>을 원본으로 읽지 않는 한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것을 다 알기는 어렵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래도 굉장히 향토적인 색채가 짙은 소설이어서 줄거리보다는 각각의 소설이 묘사하는 상황을 느낄 수만 있어도 읽은 보람이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었습니다. 100살이 넘은 소설이지만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독특한 자신만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가진 이즈미 교카의 소설인 <고야산 스님>이나 <초롱불 노래>를 읽으며 이번만큼 일어를 못하는 제가 안타까운 일이 없네요.^^;;

y********a 2013.01.07.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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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 - 이즈미 교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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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메이지 유신으로 인한 변화는 정치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외교에 큰 영향을 미쳤고, 더 나아가 일본이라는 나라의 역사의 큰 전환점을 가져온 시기였다. 이와 더불어 문학도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는데, 봉건제의 붕괴와 같은 전통적인 신분제 타파로 인하여 문학에서도 기존의 전통 문학과는 다른 자연주의 문학 내지는 낭만주의 문학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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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메이지 유신으로 인한 변화는 정치 뿐만 아니라 사회, 경제, 외교에 큰 영향을 미쳤고, 더 나아가 일본이라는 나라의 역사의 큰 전환점을 가져온 시기였다. 이와 더불어 문학도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는데, 봉건제의 붕괴와 같은 전통적인 신분제 타파로 인하여 문학에서도 기존의 전통 문학과는 다른 자연주의 문학 내지는 낭만주의 문학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다. <파계>의 작가인 시마자키 도손은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적인 인물로서 인간이나 사회의 현실을 좀더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기법을 사용하였으며, 모리 오가이를 필두로 하는 낭만주의 문학이 곧바로 꽃을 피웠다. 이들은 개화로 인하여 외국으로 유학을 갔다 오거나, 외국 문학을 접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던 세속적 습관과 봉건적 윤리를 벗어나서 자아각성과 내면의 진실을 묘사할 것을 주장하였다.


 이러한 현상에 대하여 이즈미 교카는 당시의 서구 문학에 큰 영향을 받아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 사이에서 일본 전통의 소재를 통한 문학을 추구하게 된다. 당시의 흐름에 반발하여 전승해서 내려오던 민담이나 요괴 이야기, 전통적 예능을 소재로 하여 자신만의 신비하고 환상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쓰메 소세키, 모리 오가이, 구니키다 돗포, 시마자키 도손의 작품들을 접해왔기 때문에 이와는 다른 행보를 보인 이즈미 교카를 접하기 위하여 선택한 책이 바로 <고야산 스님, 초롱불 노래>이다.

 

 우연히 기차에서 만난 슈초라는 고승과 함께 같은 여관에서 묵게 된 '나'는 잠도 오지 않아서 고승으로부터 과거 기묘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슈초가 행자승으로 여러 지역을 떠돌다가 우연히 옛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 지역 농부로부터 신작로로 가라는 설명을 들었지만, 슈초는 앞서 간 약장수를 찾기 위하여 옛길로 가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울창한 숲에서 갑자기 거머리들의 공격을 받고, 간신히 벗어나니 거대한 뱀을 만나서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던 수초. 천신만고 끝에 한 민가를 발견하였지만, 거기에서 그는 아리따운 아가씨를 만나게 된다. 아가씨는 수초를 환대하면서 같이 상처에 효험이 있다는 강물에서 목욕도 시켜주고, 저녁까지 차려주면서 극진하게 대하여 준다. 그러나, 수초는 집을 둘러싼 묘한 기운과 함께 갖가지 동물들이 그녀의 집에 몰려드는 기이한 일을 겪게 된다. 다음날 수초는 길을 다시 떠나지만, 그녀에 대한 생각을 잊을 수 없어서 다시 돌아갈까 고민하던 찰나 한 노인으로부터 아가씨의 정체를 알게 된다.


 <고야산 스님>은 이처럼 현실과 동떨어진 다른 세상의 모습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남자들을 끌어들여서 색정을 과시하면서도 수초에게는 모성애까지 느끼게 해줄 정도로 다정한 여자는 남자들을 동물로 바꾸어 버리는 요술을 쓴다는 소재는 일본의 전통 요괴의 이야기를 차용한 것이었으리라. 수초가 거머리 숲과 길에서 만난 뱀과의 조우하는 장면, 그리고, 여자와 함께 목욕을 하기 위하여 강으로 가는 길의 분위기는 마치 일본의 애니메이션 <모노노케히메(원령공주)>와 같은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건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게 아닌가 싶더군. 주위의 산 곳곳에서, 피와 진흙 범벅의 거대한 늪으로 변하려고 하는 숲 가까이에서 쓰르라미가 울고 있지 않나, 해는 기울고 계곡 밑은 벌써 어두워졌지.](p.41)

과 같이 숲에 대한 환상적인 묘사가 무언가 신령스러우면서도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단순히 이러한 면만 표현을 한다면 일본의 전통 민담으로 그칠 수 있겠으나, 나와 수초의 만남이 기차라는 당시로서는 최신식 문물을 통하여 이루어진 것은 당시 교카가 활동하는 사회가 전통과 서구 문물이 뒤섞여서 혼재된 상황임을 보여주고, 이러한 서구 문물을 점차 받아들이는 나라는 존재가 수초로부터 과거 경험을 듣는 장면도 교카가 추구하는 일본 전통의 문화에 대한 복고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여겨졌다. 등장인물인 수초가 신작로가 아닌 옛길로 가는 것은 겉으로야 먼저 출발한 약장수를 찾기 위함이지만, 이 역시 일본의 예전 모습에 대한 강한 동경을 보여줌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러한 이즈미 교카는 일본의 전통 민담 내지는 요괴 이야기를 자신만의 독특한 문학으로 구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고야산 스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구 문화에 의한 예능에 반발하여 일본 고유의 예능을 소재로도 글을 썼다고 하는데, 이 책에 실려 있는 두번째 작품 <초롱불 노래>가 바로 그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도카이도 도보 여행기>의 내용에 따라 유람을 하는 두 노인(실제 유명한 노배우와 쓰즈미라는 일본식 장구의 달인인 노인임)이 여관으로 가던 도중 우연히 거리에서 민요를 부르던 악사를 목격한 장면에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후 이야기는 유명한 여관에서 묵던 두 노인과 우동집에 들어간 거리의 악사의 시점으로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과거 악사는 유명한 예능인 집안의 후계자로서 우연히 한 안마사가 보잘것 없는 재주로 이름을 떨치자 그의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과시하여 결국 안마사를 자살에 이르게 만든다. 이후 악사는 집안에서 파문 당하여 유랑하며 거리에서 민요를 부르며 살아오고, 두 노인은 어린 게이샤의 춤에서 과거 노인중 한명의 외조카로부터 배운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이내 아가씨로부터 그간 사연을 듣게 되는 두 노인은 아가씨와 함께 장구를 치면서 그 춤을 추게 되고, 거리의 악사 또한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실수로 인하여 죽게 만든 안마사의 명복을 비는 의식을 행하게 되는 것이 줄거리이다.


 <도카이보 도보 여행기>는 일본의 전통 문학의 책으로서 이 책의 이야기와 주인공을 대비시켜 진행함으로써 이즈미 교카는 일본의 전통 문화에 대한 고수의 의지를 보인다. 단순히 일본의 전통 예능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전통 예능에 대한 아름다움과 애절한 사연을 담아서 쓴 작품이 <초롱불 노래>인데, 책의 곳곳에서 그러한 모습들이 세밀하면서도 아름답게, 그리고, 안마사를 사이에 둔 두 노인과 젊은 악사의 시선이 번갈아 가면서 진행되면서 이야기를 애절하게 이끌어내고 있음이 느껴졌다. 특히 마지막의 춤사위와 악사의 노래는 장소는 달라도 어느덧 하나가 되어 이 책의 장면중 백미라 일컬어지는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다만, 책의 곳곳에서 등장하는 일본의 전통 문화에 대한 용어와 예능은 익숙하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란 쉽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전하려는 각 인물간에 얽힌 애통한 사연과 춤사위와 노랫소리의 절묘한 조화와 아름다움을 느끼기에는 어렵지 않았다.


 일본 근대 문학의 화려한 시대에 거꾸로 일본 전통의 문화를 추구하고자 노력하였고, 실제 자신만의 신비스럽고, 상징주의적인 세계를 구축한 이즈미 교카. 개인적으로 이 책에 실려 있는 두 작품을 읽으면서 읽는 내내 몽환적이면서도 그 속에 담겨 있는 애절한 사연을 볼 수 있어서 괜찮았던 것 같다. 이즈미 교카는 스스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신비한 것을 표현하고 싶으면 신비하게 쓰면 안 됩니다. 유령을 유령으로, 요괴를 요괴로 쓰면 무섭지 않습니다. 묘하게 괴이한 것이 나타나서 이야기를 하거나 어떤 일을 하면 더 으스스한 법입니다." (책의 맨 뒷표지)

책을 통하여 직접 그가 말한 바를 느껴보는 것도 한번 추천을 해주고 싶다.

g*******7 2013.10.15.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