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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생물이 그렇지만, 식물은 경이롭다. 식물은
무기물을 유기물로 바꾸는 놀라운 능력으로 지구상의(혹은 생명이 살고 있는 또 다른 행성의) 다른 생물에게 살아갈 에너지를 매개한다. 이 역시 식물만의 배타적인
능력은 아니지만, 식물의 녹색은 광합성에 관한 한 대표라고 여길 수 밖에 없게 한다. 그 사실만으로도 식물은 경이롭다.
그러나
헬렌 바이넘과 윌리엄 바이넘은 식물이 또 다른, 수많은 경이로움을 갖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들이 기술이 기술하고 있는 69개의 식물은 그 존재로서, 그것의 쓰임으로써, 혹은 그것을 이용하는 인간의 목적으로 지구를
바꾸어왔고, 인류의 삶을, 그리고 역사의 물줄기마저 바꾸어
왔다. 각 식물마다 기술하고 있는 분량은 결코 길지 않지만, 그래서
그 식물의 경이로움을 모두 담아낼 수 있을까 싶지만, 짧기에 그 분량에 그 식물의 모양과 역사와 쓰임에
대해 압축해서 전달하려는 노력이 담길 수 밖에 없다.
그들은 69개의 식물을 인류의 식량으로 인류의 ‘삶을 바꾼 식물들’, 음식에 맛을 더한 ‘맛을 바꾼 식물들’, 약으로 쓰여 ‘고통을 바꾼 식물들’, 의식주의 재료로 쓰여서 ‘기술을 바꾼 식물들’,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끼쳐 환금식물인 ‘경제를 바꾼 식물들’, 그 자체의 아름다움으로 ‘풍경을 바꾼 식물들’, 종교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의미를 갖는 ‘숭배와 흠모의 식물들’, 존재 자체가 경이로움을 갖는 ‘경이로움 식물들’로 나누었다. 식물들이
이처럼 다양한 가치와 쓰임,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한꺼번에 알 수 있다는 것이 오히려 경이롭다. 특히 화려한 그림들은 책을 읽는다기보다는 책을 ‘본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한번 읽고 말 책은 아니다. 한번에 모든 걸 기억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이 책의 그림들이 눈에 자꾸 밟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식물을 접할 때마다 문득문득 궁금해지기도 할 것 같다. 그때마다 찾아보고, 그 경이로움과 그 아름다움을 다시 느낄 것 같다.
그러나
이 책은 식물에 관한 백과사전만은 아니다. 저자들은 모든 식물마다 인류와의 관련성을 언급하고 있다(사실 그게 더 主인 경우도 많다). 특히 이 식물들이 근대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에 고통을 준 사실들은 다시 기억해야 할 내용들이다. 사탕수수로부터 “설탕 1톤을
생산할 때마다 아프리카인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추정” (144쪽)은
그 한 예일 뿐이다. 경제적으로 가치를 가졌던 차나마, 커피나무, 카카오, 사탕수수, 담배
같은 것들뿐만 아니라, 그저 흠모의 대상이었던 장미나 튤립에도, 향신료로
이용되었던 사프란, 육두구, 후추, 고추에도, 약용식물이면서 향정신성 물질을 내는(둘이 거의 비슷한 말인 경우도 많다) 양귀비나 알로에 같은 식물에도
아픈 역사들이 담겨져 있다. 그러고 보면 식물에서 역사를 찾는다는 게 그렇게 신기한 일도 아닌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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