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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가방에 쏙 들어갈 크기에 얕은 호흡으로도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분량이다. 서너 쪽밖에 안되는 엽편으로 토막 나있다. 휘리릭 읽었다. 술술 잘 넘어간다. 오늘 여기 한국 소설의 다양한 빛깔을 느낄 수 있었다. 소재는 넓고 메시지는 깊었으며 내용은 우습고도 슬펐다.
2014년 4월의 일은 여러 모로 한국 사회를 돌아보게 했다. 그 일 있기 전과 후를 가르는 거대한 분기점이었다. 다들 내탓이라고 자신부터 살폈다. 숙고와 성찰이 시대정신으로 자리잡았다. 특히 민감한 촉수를 지닌 작가들의 분노와 각성과 결단은 더욱 두드러졌다. [이해 없이 당분간]도 그 일환이라 하겠다.
작품의 주조는 반성이다. 오늘의 사태를 낳은 과거의 적폐를 지적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향방을 결정할 우리들의 인식에 대해 일갈하고 있다. 한편으론 거시적인 시대의 흐름만 그리지 않고 고민하고 방황하는 개개인의 모습에도 주목한다. 그래서 때론 우습고 더러는 아프다. 언제 어디서든 사람이 살면서 치러야 할 관계의 엇갈림에 몸서리치기도 했다.
'다정한 유모'에는 김기춘이, '동식이'에는 조윤선이 웃프게 찬조출연하고 있다. 물론 실명도 사용하지 않았고 행적이 열거돼 있지 않지만 그들의 그림자가 고스란히 읽혔다. 그런 자발적 동조자 내지는 보조자들이 인의 장막을 치고 귀 막고 눈을 가렸으니 마리 앙뜨와네뜨 왕비는 민심과는 동떨어진 동화 속 세상을 살았던 것이다. 난장이숲은 쑥대밭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 와중에 사랑을 잃고 정신줄 놓아버린 이들의 모습도 아리게 겹쳐진다. 그들에겐 실연이 세월호다. 세상이 무너진 것일 테니. 어느 정도냐면 위로하며 손내미는 친구들까지 밉게 보였다.
그런데 그래도 된다. 너는 그래도 돼, 하는 말들이었다. 그게 나를 더 외롭게 만들었다. 차라리 멱살을 잡고 그러지 말라고, 별것 아닌 일로 지저분하게 좀 굴지 말라고, 나를 기피하고 때리고 욕했더라면 나도 함께 머리채를 잡고 싸웠을 텐데. 뭘 안다고 함부로 그런 말을 하나, 화풀이도 좀 하고 그랬을 텐데. 주변의 선량한 사람들이 자꾸 나를 견디고 위로하는 바람에 연희의 공백만 더욱 선명해질 뿐이었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나를 참아주고 이해해주고 배려하는 그 태도 때문에 지금의 내 상황이 얼마나 나쁘게 됐는지를 매번 상기하게 되었던 것이다. (159~160쪽. 임현 '이해 없이 당분간' 중에서)
사랑을 잃고, 세상 다 잃고 헤매는 또 한 사람이 있었다. 273번 버스 기사님이었다. 그의 고독은 더 깊은 듯했다.
아무도 가보지 못한 노선으로 버스는 달려가고 있었다. 나는 맨 뒷자리에 앉아서 기사 아저씨의 울음소리인지, 엔진 소리인지 모르는 소음을 들었다. 좀처럼 그칠 생각도 없고 돌아갈 생각도 없이......무엇이 우리를 이토록 슬프게 만드는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나는 또 연희가 보고 싶었다. 버스 안에는 아저씨와 나 둘뿐이고, 우리는 각자의 이유로 따로 또 함께 울고 있었다. (163쪽)
아픔의 시대, 고통의 시간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이 자기 뿐만은 아니라는 것을 생생히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버스를 세우려 나서다 잠자코 있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따로 또 함께 같은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연대감으로 먹먹했을 것이다. 버스 기사의 울음과 질주를 제지하지 않고 가만이 있어 주면서, 아니 함께 울다 그들은 결국 돌아올 것이다. 어이 없는 시절을 견디며 시대를 아파하던 이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슬픔에 공감하는 이들을 보며 견뎌내고 결국은 이겨낼 수 있었으리라.
그래서 이 작은 얘기들은 신형철 평론가의 말처럼 증강된 진실이다. 사실보다 더 진실에 가까운 얘기들을 사실에 덧입히고 있다. 그래서 뉴스보다 더 선명하게, 팩트보다 더 울림있게 다가온다. 그런 힘을 부여하고 이끌어낸 작가들의 역량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
| 친구에게 김금희 작가님의 작품을 추천 받으면서 알게 된 책입니다. 읽는 내내 조금 난해하다고 느끼기도 했지만 모든 작품들이 가진 메시지가 다 의미가 커서인지 꼼꼼하게 읽어보려고 했습니다. 분량이 워낙 짧은 단편소설들로만 구성되어 있어서 마치 시집처럼 느껴지기도 하지만 모든 이야기들이 다 인상깊고 재미있었습니다. 크기도 작고 가벼운 책이라 휴대하며 틈틈이 읽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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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활발하게 작품을 내시는 김금희, 박솔뫼, 백가흠, 백민석, 손보미, 조해진, 정용준, 최정화작가님과 오랫동안 활동하신 오수연, 이시백, 이제하, 조해일, 한창훈작가님, 그리고 이제 막 첫 소설집을 내셨거나 아직 첫 책을 내시지 않은 김남숙, 김덕희, 김연희, 김종옥, 송지현, 이연희, 임현, 임승훈, 조수경작가님까지 총 22명의 작가님의 엽편 소설을 실은 짧아도 괜찮아 시리즈 그 첫번째인 「이해 없이 당분간」이 출간되어서 읽어 보게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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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주에 걸쳐 HBO의 드라마 <왕좌의 게임>을 시즌1부터 섭렵하였다. 지난 주말에 시즌7의 마지막 두 편을 봄으로써 긴긴 여정을 마무리했다. 시즌1에서 시즌4까지 보는 동안에는 새벽 두 시쯤이면 어떻게든 시청을 멈추고 책을 들었다. 터키 작가 사이트 파이크 아바스야느크의 단편선을 읽으려 했는데 실패했다. 한 편에 평균 한 시간, 한 시즌이 열 편 그러니까 시즌 당 열 시간짜리 드라마에는 심하게 몰입하였으나 여섯 페이지에서 여덟 페이지 정도의 짧은 소설에 집중하는 일이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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