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역사서를 생각하면 호기심과 더불어 내가 알고 있던 지식을 정리하는 기회를 얻는다. 16세기 이래로 현재까지 세계 정세는 서양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으며 세계사를 다룬 역사서 또한 대부분 서양의 관점에서 논하고 있다. 한국은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지녔음에도 지정학적 위치와 국력의 한계로 잦은 외세의 침략과 수탈에 시달리는 역사가 주를 이룬다. 그러나 국제 정세에서의 한반도가 아닌 하나의 국가로서의 한반도를 살펴봤을 때 위대한 인물과 사상가가 없었던 것이 아니며 저자 김형광은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에서 그런 위인들을 언급하고 있다. 책의 제목처럼 조선시대에 활동한 정치가, 사상가, 과학자 등을 다루고 인물 각각의 생애를 요약하고 주요 업적을 칭송한다. 저자가 서문에 언급한데로 긍정적인 면에 치우친 경향이 없진 않으나 위인으로 본받을만한 인물을 찾다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한다. 조선은 고려를 이은 국가로 태조 이성계에 의해 창건되었다. 고려 말 공민왕 대에 친명정책을 펼쳤으나 공민왕을 이은 우왕은 친원주의자에 휘둘렸으며, 1388년 명을 징벌하기 위한 원정대를 파견하기에 이른다. 이 원정대를 이끈 이가 이성계이며 유명한 사불가론을 주장하며 원정을 반대했으나 우왕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왕명인지라 따르긴 하지만 무모한 정벌이라 여긴 이성계는 위화도까지 진군한 부대를 회군하여 최영을 필두로 한 반대 세력을 숙청 후 우왕을 폐위하고 그의 아들 창왕을 추대한다. 얼마 지나지않아 우왕과 창왕도 숙청되었으며 고려의 마지막 왕인 공양왕이 보위에 올랐으나 공양왕은 친원파인 구세력과의 연계로 이성계를 중심으로한 신진세력과 잦은 마찰을 빚었고 결국 제거된다. 1392년 7월 마침내 34대 475년간 이어졌던 고려왕조가 망하고 태조 이성계에 의해 조선이 건국된다.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는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와 정도전을 시작으로 조선 말 개화사상을 펼친 김옥균, 동학운동을 이끈 전봉준, 그리고 섭정을 하며 쇄국정책을 추진했던 대원군까지 조선왕조 5백년 역사에서 주목할만한 27인의 위인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태정태세문단세 예성연중인명선 광인효현숙경영 정순헌철고순 중학교 때부터 노래처럼 외웠던 가락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30년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도 조선사를 대할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을 보면 주입식 교육일지라도 배움의 소중함을 느낀다. 조선건국 후 27대에 걸친 왕정, 5백여 년의 기간 동안 등장했던 수많은 위인들 각각을 상세히 구술할 수 없음이 안타깝지만 본문에 언급된 몇몇 인물의 글을 옮기며 내가 느꼈던 감동을 전하고 싶다. 세종 때 영토로 편입시킨 4군 6진 가운데 6진을 개척한 명장 김종서가 남긴 시구는 남아의 기상을 느낄 수 있다. (p. 92) "삭풍은 나무 끝에 불고 명월은 눈 속에 찬데 만리변성에 일장검 짚고 서서 긴파람 큰 한소리에 거칠 것이 없어라 장백산 기를 꽂고 두만강에 말 씻기니 썩은 저 선비야 우리 아니 대장부냐 어떠타 나라에 큰공을 누가 먼저 세우리요"
비운의 천재 김시습이 세류에 편승해 부귀영화를 누리던 한명회를 비판하는 대목에서는 통쾌함과 함께 그의 천재성을 볼 수 있다.(p. 114) "한번은 서강을 지나던 김시습이 강변에 있는 정자에 한명회의 시가 걸려 있는 것을 보았다. 그 내용인즉 이러했다.
젊어서는 사직을 짊어지고, 늙어서는 강호에 눕는다 靑春扶社稷 白首臥江湖 이 글을 본 김시습은 실소를 금치 못하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고는 '부'扶 자를 '망'亡 자로, '와'臥 자를 '오'汚 자로 고쳐 놓았다. 이렇게 두 글자를 고쳐 놓고 나니 시의 뜻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젊어서는 사직을 망치고, 늙어서는 강호를 더럽힌다." 靑春亡社稷 白首汚江湖 조선시대 연이은 왜란과 호란으로 피폐해진 환경에서 민생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함을 역설했던 실학의 선구자 김육의 글귀는 시대를 초월해 위정자들이 명심해야할 귀감이 된다.(p. 221) "세상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하늘, 왜적, 백성 세 가지이다. 그 중에서 가장 가까운 데 있는 백성을 안정시킨다면, 멀리 있는 다른 두 가지 두려움은 자연히 해소될 것이다." 김육의 글과 마찬가지로 실학자 이익 또한 참된 지도자란 백성을 위하는 사람임을 강조했다.(p. 240) "임금이 없어도 백성은 살아갈 수 있지만, 백성이 없으면 임금도 없는 것이다. 따라서 백성의 은혜가 임금의 그것보다 더 중하다고 할 수 있는데, 어찌 임금만을 위하여 억조의 힘을 낭비하고 물자를 부족하게 만들어 은혜가 고루 돌아가지 않게 하는가?"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는 이전에 접했던 <인물로 보는 조선사>, <조선왕조실록>, <위대한 이인자> 등에 등장하는 인물과 겹치는 부분이 많고 에피소드 또한 유사한 경우가 상당하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고 읽었던 것은 역사라는 것이 '보고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것과 보지 않고도 내가 아는 것'과는 천지차임을 알기에 부족했던 조선사를 다시 한번 정리하고 몰랐던 부분은 새로이 알고자 한 것이다. 에피소드 위주의 전개이기 때문에 읽기에 불편하지 않으며 역사서의 고질적 고통인 선후관계에 대한 고뇌가 거의 없기에 어디서든 쉽게 펼쳐볼 수 있다. 여력이 된다면 이와 유사한 형식을 가진 <인물로 보는 조선사>나<위대한 이인자> 등을 접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조선 500년 역사를 인물로 읽는다
한 나라의.. 어떤 지도자가 이끌어가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좌지우지 된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서도, 현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많이 느꼈어요. 또한 그 지도자 옆에서 보필하는 사람을 잘 만나야 함도 뼈저리게 느끼고 있지요. |
![]() 요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분들이 많으실 거예요. TV 프로그램에서도, 온라인에서도 인기 있는 역사 강사분들의 재미있는 역사 강의를 쉽게 들을 수도 있고 주변에 찾아보면 도서관이라던가 문화센터 같은 곳에서도 역사 강의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거든요. 저도 가끔 찾아서 강의를 듣거나 방송을 보고는 하는데요. 우리가 모르고 있는 내용들, 잘못 알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너무 많더라구요.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관심과 사랑을 갖게 되는 게 맞다는걸 역사를 통해서도 느끼게 되며 역사를 조금씩 알게 되니 학교에서 배울 때와는 또 다른 재미를 느끼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책도 찾아보게 됩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인데요. 확실히 우리의 오천년 역사 속에서 500년의 조선 역사가 가장 흥미로운 것 같아요. 시기적으로 지금과 가장 가까워서 이기도 하겠죠?^^ ![]()
![]() -역사는 시대와 인물이 한데 어우러져 연출하는 한 편의 연극이다. 다만 그 연극에서는 대본이 미리 주어지지 않는다. 시대는 인물에게 선택을 요구하고, 인물은 결과를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선택을 한다. 역사는 그 선택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 책머리의 작가의 말에서 역사를 명쾌하고 정리하고 있어요. 어찌 보면 역사는 인물에 의해 시대가 바뀌고 또 그 인물의 선택에 따라 나라의 존폐 위기가 달려있기도 하죠. 얼마 전 관람한 <남한산성>이라는 영화에서도 최명길과 김상헌의 상반된 충언에서 갈등하던 인조의 선택을 지켜볼 수 있었는데요. 조선의 다음 역사가 그에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걸 생각해보면 역사 속에서 선택이란 얼마나 중요한가 생각해 볼 수 있어요. 영화를 보고 나서 인조가 다른 선택을 했다면 조선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궁금해지기도 했는데 그것은 쓸모없는 생각일 수도 있으나 그 선택에서 후대의 자손들은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현시대에서 우리가 선택을 하는데 있어 무엇이 중요한지 역사가 주는 교훈을 찾아낼 수는 있겠죠. 그래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하는지 모릅니다. 역사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과거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게 될 테니까요. ![]()
![]() 이 책은 조선의 역사를 연대별로 서술한 책은 아니랍니다. 시대별 핵심적인 인물들에 대해 알려주고 있고 그 인물들을 좀 더 다르게 살펴보려고 하고 있어요. 역사적으로 한 획을 그은 분들이다 보니 이름은 다 익숙하지만 그분들이 역사적으로 남긴 업적을 통해 새롭게 접근해보고 또 알아가는 재미가 있더라구요. ![]()
![]() 사실 저는 이성계의 아버지가 원나라의 지방관이라는 것도 몰랐는데 이성계의 아버지가 원의 쇠퇴기에 고려가 쌍성총관부를 공략할 때 성을 함락시키는 것을 돕지 않았다면 이성계가 조선을 세우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겠죠. 더불어 이성계가 우왕과 최영 장군의 명령에 따라 위화도 회군을 하지 않고 요동정벌을 강행했다면 고려 이후의 우리의 역사가 어떻게 흘러갔을지 알 수 없겠죠. 역사란 인물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조선을 연 태조 이성계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네요. 이 책을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일화를 꽤 많이 소개하고 있어요. 이성계에게 패해 겨우 목숨만 건진 원나라 장수 나하추가 이자춘이 아들 자랑을 천하에 늘어놓아 우습기 그지없었는데 직접 상대해보니 허풍이 아니더란 일화도 있구요. 장사로 소문났던 아버지가 너무 무거워 사용할 수 없어 버린 화살촉도 이성계가 주워 사용할 정도로 완력이 엄청났다고 하네요. 무엇보다 일생 동안 불교를 정신적 지주로 삼았던 이성계가 조선 개국 당시 유학자들과 손잡은 것은 시대적 요청과 필요를 이해한 탁월한 정치적 감각을 가졌다고 볼 수 있는데 이 모습은 상당히 근사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말년에 세자 책봉을 계비 소생의 막내아들로 함으로써 비극의 씨앗을 만들었던 것은 그의 정치적 인생에 큰 오점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
![]() 정도전, 세종, 황희 등 난다 긴다 하는 인물들 사이에서도 뭔가 울림을 주는 사람은 장영실 같아요. 그가 천민이라는 신분을 뛰어넘어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것도 그렇지만 그의 삶의 태도도 누구 못지않게 훌륭했으며 그런 그의 마지막이 너무나 허무해서인지도 모르겠어요. 무엇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그가 세종의 가마를 잘못 만들어 곤장을 맞고 파직되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렇게 꼼꼼하고 과학적인 그가 가마를 잘못 만들었다는 사실이 의아했고 그의 승승장구를 시기한 누군가가 가마에 손을 댄 게 아니었을까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비슷한 맥락으로 해석하고 있네요. 인생의 끝은 허무했지만, 그리고 천민이라 파직 이후의 삶이 기록된 것이 없어 그가 그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장영실이 과학으로, 그의 삶의 태도로 후손에게 큰 울림을 준 것은 부인할 수 없겠지요. ![]()
![]() 이 책에 소개된 유일한 여인인 허난설헌도 만나볼까요? 그녀의 어떤 선택이 작가의 눈에 들었을까 읽기 전부터 궁금하더군요. 조선시대의 성리학의 영향으로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았던 여성들이 안방(규방)에 갇혀 지내며 편지나 수필 형식의 규방문학의 새 지평을 연 대표적 인물이 바로 허난설헌이랍니다. 역시나 역사 속에 문화의 아이콘인 이유가 있겠지요. 그런데 그녀의 삶은 시집 간 이후에 꽤나 우울했고 27세에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데요. 어느 날, 몸을 깨끗이 씻고 새 옷으로 단장하고 책을 읽던 초당에서 홀연히 숨을 거두었다고 하니 저는 이 죽음이 자연스럽게 느껴지지는 않네요. 그녀는 자신의 죽음조차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새롭게 안 사실은 그녀의 시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이유가 명나라에서 먼저 그의 작품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애송하게 되었다는 점이에요. 동생인 허균이 사신으로 온 중국인들에게 누이의 작품을 보여주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네요. ![]()
![]() 개화사상의 선구자였으나 비운의 혁명가로 남게 된 김옥균도 살펴볼까요? 꺼져 가던 조선의 명운을 걱정하며 시대의 흐름에 맞게 개화해야 나라의 부흥과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한 김옥균은 조선이 스스로의 힘을 길러 외세의 침략을 물리칠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외국의 장점을 배워야 한다고 역설한 자주적 개국론자였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의 개혁은 실패하고 말았고 또 그의 선택이 성공했다면 역사는 어찌 달라졌을지 궁금해지는 순간이지요. 조선은 임오군란이 일어나고 대원군의 납치 등 정말 혼란스러운 상태였는데 일본에 사신으로 가게 된 김옥균이 간과한 부분도 있더군요. 일본이 술과 담배에 세금을 부과해 재정을 늘려 해군의 확장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그것이 마치 조선의 독립을 돕기 위한 것처럼 한 일본의 조선 침략의 야욕을 알아채지 못했던 거죠. 게다가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뭔가 놓치는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여기저기서 상황이 여의치 않아 준비한 것들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서 안타깝더군요. 그의 변혁을 위한 노력은 대단했으나 결국 44세의 나이에 자객에 의해 죽고 맙니다. 그가 나라를 위해 애쓰고 노력한 것에 비해 일의 흐름이 자꾸 꼬이게 되어 안타까웠고, 그럼에도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네요.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는 조선의 핵심적인 인물 중심으로 서술되어 있어요. 사실 인물 중심이라고 해서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인물들임에도 새롭게 알게 된 부분도 많을 뿐더러 제가 알고 있던 부분이 잘못 알고 있던 부분도 있었어요. 그리고 일반적으로 알려진 부분을 새롭게 해석한 부분도 있는 것 같아서 저는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답니다. 어려운 단어들도 책 하단에 설명해주고 있어서 저처럼 필요한 사람에게는 아주 요긴한 정보였어요. 두꺼워서 처음엔 언제 읽을 수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의 재미를 느끼며 편한 기분으로 읽을 수 있었어요. 역사에 관심이 많은 분들에겐 독서하기에 좋은 책일 거예요.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조선 왕조 500년을 시간 순에 따라 우리에게 있어서 가장 가까운 과거인 조선은 현대를 사는 우리의 의식 밑바탕에 아직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선이라는 나라의 역사는 삼국사, 고려사 보다 훨씬 디테일한 면이 있다. 조선왕조실록이라는 방대한 양의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생생하고 재밌었다.
그때 만약 그 인물이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역사는 어떻게 달라졌을지 하는 질문을 다뤘다는 것이다. 흔히들 역사에 '만약'이란 없다고 한다. 그러나 앞서간 사람들의 선택 과정에서, 가보지 못한 또다른 길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
![]() 조선의 인물들을 탐구하다 보면 지금의 우리와는 확연히 다른 가치관을 지닌 인간상을 만나게 된다. 특히 사람을 중히 여기는 민본정치와 인간의 도리나 자연의 섭리를 중시하는 사상들은, 자본주의와 물질 문명의 폐단을 겪고 있는 현대 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황희 정승의 일화를 통해 그 시대 사람들이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투철한 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들은 자기를 희생하면서도 남을 구제하는 것을 군자의 모습으로 간주했다. 병자를 보면 관계와 친분을 떠나서 치료하고 돌보아 주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다. 그뿐 아니라, 부를 쌓아두고도 구휼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당시 사람들의 생각은 확실히 요즘의 각박한 세태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 과학혁명을 이끈 천민 출신의 천재 과학자 장영실은 그 화려한 업적에 비해 단 한번의 실수 때문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다. 엄격한 신분제도가 국가 운영의 기초였던 당시에 천민이 임금을 가까이에서 보좌하는 공식 관직에 오를 수 있었다는 것은, 장영실의 능력이 워낙 빼어났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다. 장영실은 과학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정3품인 상호군으로까지 승진하였다. 그러나 세종 24년에 그가 감독하여 제작한 가마를 세종이 사용하다가 부서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하루아침에 불경죄로 파직되어 만다. 장영실의 갑작스런 퇴장에는 여러 의문점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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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에는 성리학의 영향으로 여성들의 사회 활동에 제약이 많았다. 따라서 주로 안방(규방)에 갇혀 지내던 여성들은 편지나 일기, 수필 등의 작품을 남겼는데, 이것을 규방문학이라고 한다. 당시 두터운 남존여비 사고의 껍질을 뚫고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허난설헌은 자신의 시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래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작품들을 모두 불태워 버렸으며, 다른 곳에 남아있는 것도 없애 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 다행히 허난설헌의 재능을 존경하고 아까워하여 그의 작품을 모아 세상에 소개한 동생 허균이 있었기에, 그의 시를 오늘날에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역사 분야 독서를 하다 보니 너무 조선시대에서만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료가 가장 많이 남아 있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여러 경로로 친숙해졌다는 이유가 더 클 듯하다. 사극 영화 개봉할 때마다 유명 강사들의 역사 강의를 보게 되고, 웹툰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웬만큼 안다고 착각하게 된다. 기회가 생겨 이 책의 시리즈인 <교양으로 읽는 삼국사>를 먼저 읽게 되었는데 다루는 인물이 많다 보니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 가사 이상의 새로운 내용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조선사 역시 지루한 반복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는 그 인물이 왜 그런 선택을 했었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 살아온 이야기를 충실히 담고 있고, 다른 책에서 접해 보지 못한 내용도 많은 것 같다. |
"역사를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이 말을 참 좋아한다. 언젠가부터 관심없던 역사를 하나하나 되짚어보고 알아보게 되었다.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 이 책은 조선 500년의 역사를 담았으며, 그 시대의 인물들의 사건과 에피소드중심으로 조선의 역사를 소개한다. 책의 저자 김형광대표님은 출판사 시아컨텐츠의 대표이며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 의 저자이다. 저서도로 '이야기 삼국야사',''이야기 고려야사','이야기 조선야사'등이 있는데 고려의 이야기는 다음번에 읽어 볼 생각이다. 저자는 역사 속 인물들의 이면을 좇는 과정을 통해, 그들의 선택과 시대적 요구 사이의 관계를 관찰함으로써 오늘을 살아가는 하나의 지침으로 삼을 수 있다고 한다. 고전과 역사관련 도서가 끊임없이 출간되고 사랑받는 것 보면 그속의 지혜와 깨달음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조선은 현대와 제일 가깝고 아직까지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영화에서도 주 소재로 많이 나온다. 책은 총 6단락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1장은 누구나 아는 이성계,정도전,무학대사 이야기기 담겨있으며 2장은 위대한 임금 세종,황희,장영실,김종서,성삼문,김시습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간다. 이성계와 정도전의 이야기는 다시 읽어도 빠져들어서 읽을 수 밖에 없었다. 3장은 조선의 위대한 장군 이순신,홍의장군 곽재우,의술의 대가 허준선생 이야기, 4장은 조선 최고의 사상가 퇴계 이황,율곡 이이, 허난설헌, 허균의 이야기가 담겼는데 다 들어보고 알고 있는 역사의 인물들이였지만 '허난설헌'그녀의 이야기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 그녀의 작품들은 그녀가 죽고 나서 빛을 발했다. 시대를 조금만 늦게 태어났다면 그녀의 인생은 뒤바뀌었을텐데 너무도 일찍 태어나 애석한 죽음을 맞이한 그녀의 삶이 안타까웠다. 퇴계 이황선생의 사상과 철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배울 수 있었으며 어렸을적 한번쯤 역사책을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인물들이기에 아는 내용들을 언급할 때는 반갑기도 하고 책 속에 새로운 에피소드를 찾았을 땐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책을 읽다보면 주로 역사에 큰 획을 그엇던 인물들을 소재로 집필했기에 아는 내용도 있지만 한번 더 정리해주고 풀어주기에 조선의 인물들을 소재로 강의를 들은 느낌이였다. 5장 '중흥의 시대'에서도 몰랐던 인물들을 소개해 좀 더 집중해서 읽게 되었다. 김육,이익,정약용,홍경래,서예의 대가 김정희를 소재로 써내려갔다. '실사구시 정신의 선구자'라고 일컫는 이익선생은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실사구시'는 "경전에 나타난 실제 사실에 근거하여 옳은 것을 찾는다." 라는 뜻으로 고증학의 근본정신이며 고증학은 '옛 문헌에 나타난 사실을 찾아 실증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한다. 그에게 있어 글씨가 어떤 의미였는지 추사체로 한 시대를 풍미한 그의 삶을 배울 수 있었다. 6장은 '저물어 가는 조선'의 이야기를 담았으며 방랑시인 김병연,최초의 조선인 신부 김대건,김옥균,전봉준,대원근 이하응의 이야기를 다루었다. 무엇보다 책을 읽고 좋았던 점은 조선하면 딱 떠오르는 몇몇의 위인들이 있지만, 깊이있게 알지는 못했는데 책을 통해 한번 더 정리하며 알아갈 수 있었다. 지강사가 특히 좋아하는 인물들은 좀 더 세세하게 더 깊은 이야기를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지강사가 몰랐던 조선의 숨은 인물들에 대해서도 배우고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더불어 저자의 생각들도 담겨있기에 지강사도 만약 이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조선의 미래가 바꾸지 않았을까?, 생각해보며 나라면 어땠을 까? 내가 이 시대에 살았다면? 등등 여러가지 생각을 떠 올릴 수 있었다. 책 중간중간 한자를 풀이한 부분은 다시한번 읽어보며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다. 조선시대를 대표한 인물 27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역사는 바뀌지 않지만 시대가 바뀌었기에 좀 더 다른 시각으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리의 선조들이 어떠한 삶을 살았고 그 역사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으며, 제목 그대로 나의 교양을 채우기에 충분한 책이였다고 생각한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 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마음으로 소통하고 사랑으로 치유하는 강사 지유희의 도서리뷰'blog.naver.com/yoohee3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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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라 하면 과거의 기록이며, 이는 시대와 인물 그리고 역사적 사건이 만들어 낸 것이다. 이번에 접한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 이 책은 조선 건국시기부터 시작 해서 쇄국 정책을 펼쳤던 흥선대원군 까지 역사속 인물들을 중심으로 짜여져 있다. 즉, 크게 시대 흐름으로 구성 되었기 때문에 인물 중심으로 소설책 마냥 술술 읽어 나가면 된다. 이를 테면, 조선이라는 왕조의 탄생에서 주요 인물인 이성계와 정도전의 이야기, 그리고 무학대사 이야기 를 다루었다면 제 2장 찬란한 문화를 꽃피운 시대에서는 세종, 황희, 장영실, 김종서, 성삼문, 김시습 순으로 등장하며 그들의 이야기 속에 그 시대의 역사적 이면까지 두루 만나 볼 수 있다. 국난 극복시대의 대표적인 인물인 이순신에 대한 이야기 에서는 임진왜란으로 위기를 겪던 조선에게 해상에서의 연이은 승리는 왜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게 되면서 병력 이동에 문제를 초래 하게 되면서 마침내 왜군이 더 이상 전쟁을 이어 갈 수 없도록 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넬슨제독과 동격에 견줄만한 위대한 인물이였던 이순신.... 그는 대기 만성형 군인이었으며 그의 일대기를 비롯해서 그의 업적까지 살펴볼수 있었다. 명랑대첩, 한산도 대첩 , 노량 해전등 굵직 굵직한 대승을 거둠으로써 왜군에게 타격을 입혔으며 결국, 7년간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게 만들었다. 적군을 자신들이 유리한 바다로 끌어 내기 위한 그의 노력은 어찌보면 요즘 시대가 필요로 하는 글로벌 리더가 갖춰야 할 정확한 판단력을 증명해 준 셈이다. 예전에 강원도 여행하면서 허난설헌 생가를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것 저것 살펴보느라 그녀의 이야기를 자세히 알지 못햇었다. 이번에 자유로운 시인이었던 조선의 여류시인 허난설헌의 일대기를 읽어보면서 시대를 너무 앞서 태어난 자유로운 영혼의 안타까운 죽음이 마음에 아로 새겨 졌다. 그녀는 인습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했고 감수성이 너무나 예민했던 허난설헌의 작품은 그녀가 죽은 뒤, 빛을 발했다. 그것도 조선땅에서가 아니라, 중국에서 먼저 알아 봤다고 하니...참;; 이 책에 소개된 그녀의 작품들을 읽어보면서 현실을 순간의 시간으로 여기고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신선계를 만들어 선계의 존재에 감정 이입했던 그녀의 시선이 참 도교스럽단 생각이 들기도 하고 자식을 먼저 보낸 뒤 절망을 느꼈던 허난설헌의 마음도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이처럼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 이 책은 인물을 통해 알아가는 역사이야기이며, 이 책을 읽으면서 익히 아는 인물들도 있었지만, 그동안 이름만 알았던 역사 인물들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게 된 계기가 된거 같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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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새로 공부하게 된 이래 늘 듣는 이름들이 태조, 태종, 세종, 선조, 정조, 고종 등의 임금이고 정도전, 무학대사, 정약용 등의 정치인 또는 승려 또는 학자이다. 물론 익숙하게 여겨지지만 생소할 수 있는 인물들이 전기(前記)한 분들이다. 아니 인물이란 늘 그런 위험(?)을 안고 있는 존재가 아닐지? 성군인 세종도 중요한 몇몇 과오를 저질렀다고 지적되기도 하고 최근 논의에 따르면 세도정치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평을 듣는 분이 개혁 군주 정조이다. 김형광의 ‘교양으로 읽는 조선사’는 조선을 새로운 왕조, 찬란한 문화, 국난 극복의 시대, 난세, 중흥의 시대, 저물어 가는 조선 등으로 나눈 뒤 각 시기에 맞는 인물들을 선정, 설명한 책이다. ‘새로운 왕조’에서는 단연 이성계와 정도전, 무학대사가 중요하게 거론되고 ‘찬란한 문화’편에서는 세종과 황희, 장영실 등이 거론된다. '국난 극복의 시대‘에서는 이순신, 곽재우, 허준 등이 소개된다. ‘난세에 핀 문화의 꽃‘편에서는 이황, 이이, 허난설헌, 허균 등이 소개된다. ’중흥의 시대’에서는 연암(燕巖), 다산(茶山), 홍경래, 추사(秋史) 등이 소개된다. ’저물어 가는 조선’편에서는 김삿갓, 김대건, 김옥균, 녹두장군, 대원군 등이 소개된다. 전체적으로 긍정적인 인물과 부정적인 인물을 고루 실었음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정도전에 대해 만일 이방원이 치밀하게 계획하고 충분한 준비를 갖춘 후에 정도전을 공격하려 했다면 오히려 상황은 역으로 정도전이 이방원을 제거하는 쪽으로 바뀌어 버렸을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글을 남기는 것을 싫어해 (알려진 바가 없어) 요승(妖僧)이라는 이름을 얻은 무학대사에 대해 이색(李穡)은 사람을 공경하고 사물을 아끼는 정성이 모두 지극한 마음에서 나왔다고 적었다. 잘못 알려진 부분에 대해 바로잡는 대목이 있는 것이 순리이지만 세종 부분에서 특별한 이야기거리는 없다. 다만 황희 정승 부분에서 황희가 셋째 아들인 충녕(세종)의 세자 책봉을 반대하다가 폐서인되어 지금의 파주로 유배되었다는 이야기는 흥미롭다. 물론 후에 충녕은 등극 후에 황희를 기용했다. 황희의 사람됨이 바르다고 판단한 결과이다. 저자는 황희에 대해 잘못 알려진 부분들을 거론한다. 가난이 과장되었다는 이야기이다. 단종 즉위 후 독단적으로 정사를 처리했다는 평을 들은 김종서에 대해 저자는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려던 것이 아니라 어린 왕을 보좌하여 흔들림 없이 국사를 운영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92 페이지) 김종서, 성삼문 등도 피해자인 계유정난(癸酉靖難)과 관련된 사육신이란 말은 남효온의 ‘추강집’의 ‘육신전’에서 비롯되었다. 남효온은 생육신의 한 사람이다. 당시 사육신은 역적으로 취급되었는데 사림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하면서 절개와 의리가 중시되어 재평가되었다.(106 페이지) 김시습이 태극설을 주장한 사실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태극설에서 태극은 우주만물이 조화하는 근원이고 음양은 사물의 현상을 포괄하는 것이다. 김시습은 사육신처럼 목숨 걸고 저항하지 않고 권력층의 요청을 완강히 거절하고 세상을 버린 채 방랑했다. 자신의 그런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김시습이 답한 내용이 ‘금오신화’에 수록된 다섯 소설이다.(118 페이지) 김시습은 생애의 대부분을 머리 깎고 승려 행세를 하며 지냈지만 유학자로 평가받기를 원한 것으로 보인다.(119 페이지) 김시습은 척불숭유(斥佛崇儒)의 획일적인 정신구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학문적 포용력을 발휘한 열린 사고의 소유자였다.(120 페이지) 국난 극복의 시대에서 이순신, 곽재우와 함께 허준이 선정된 것은 의미 있다. 허준은 선조의 어의(御醫)였다. 선조, 하면 임진왜란을 말하게 되고 이는 허준이 전란 속에서 백성들의 고통을 목격했음을 의미한다. 승승장구하던 허준은 선조가 병으로 급작스럽게 사망하자 왕의 주치의로서 잘못이 있다는 이유로 집중 탄핵을 받는다. 의례 이상의 의미로 서얼 신분으로서 선조의 신임과 보호를 받아 높은 벼슬아치들과 동일한 대접을 받았다는, 죄 아닌 죄로 삭탈관직(削奪官職)된 뒤 유배당한다. 허준은 왕자 시절 광해군을 치료해준 적이 있는데 이 인연으로 광해군의 은혜를 입어 풀려난다. 퇴계는 ‘소학(小學)’을 읽기 전 이미 몸가짐이 ‘소학’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 같았다.(167 페이지) 퇴계는 유학을 공부하려면 ‘주역’ 연구가 필수라고 하면서 스무 살 때 ‘주역’ 공부를 하느라 거의 침식을 잃을 정도였다. 이 일로 평생 소화 기능이 좋지 않아 고생했다.(168 페이지) 허난설헌은 자신의 시가 세상에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작품들을 모두 불태워 버렸고 다른 곳에 남아 있는 것도 없애 줄 것을 유언으로 남겼다.(199 페이지) 그는 여필종부, 남존여비, 일부종사 등의 남성 중심 사회에 환멸을 느낀 인물이다. 허난설헌은 자가 경번(景樊)인데 이는 당나라 시인인 번천 두목지를 경모(景慕: 덕망이나 인품 때문에 우러르고 사모함)한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라 하여 남편이 있는 사대부 집안의 여인으로서 올바르지 못한 처신이라는 비난을 사기도 했다.(200 페이지) 허난설헌은 스물 일곱 살 되던 해 어느 날 몸을 깨끗이 씻고 새 옷으로 단장한 뒤 “올해는 내 나이 세 번째 아홉수에 해당하는 해인데 마침 오늘 연꽃들이 서리를 맞아 붉게 변했으므로 미리 말했던 것처럼 바로 내가 죽을 날이다. 내가 죽은 다음에는 내가 지은 시들을 모두 불태워 나처럼 불행한 여인이 다시는 조선 땅에 태어나지 않도록 해주기 바란다.”는 말을 하고 그동안 자신이 시를 짓고 책을 읽던 초당에서 홀연히 숨을 거두었다.(203 페이지) 김육(金堉)은 연이은 왜란과 호란으로 전 국토가 짓밟히고 백성들의 생활이 극도로 피폐했던 시절을 살면서 오로지 백성을 잘 살게 하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드는 데 평생을 바친 의지의 정치가이다.(221 페이지) 성호 이익은 평생을 재야에 묻혀 학문에만 몰두하면서도 관념적인 성리학에만 매달리지 않고 실생활에 필요한 모든 학문을 섭렵한 인물이었다.(233 페이지) 유형원, 이익, 다산으로 실학의 맥이 이어졌다. 연암은 왕실과 인척 관계 집안이었다. 정조는 외척(外戚) 방지 정책을 폈다. 연암이 과거를 포기한 것은 새로운 세계를 알게 해주는 신학문(북학)에 심취했기 때문이다. 정조, 연암 등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규장각(奎章閣)이다. 겉모습은 왕실 직속 도서관이었지만 정치적 무게는 그 이상이었다.(253, 255 페이지) 정약용의 사상은 본성의 수양을 강조하는 퇴계의 이론을 따르면서도 능동적 실천의 중요성을 내세우는 율곡의 입장도 수용하는 포용성을 보였다.(263 페이지) 이는 정조의 속마음과 일치한다.(265 페이지) 다산이 서학에 보인 관심은 종교적인 관점이기보다 과학 기술에 대한 매력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272 페이지) 다산은 명말 청초의 실증적인 학풍은 물론 서양의 신학문까지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며 세계화를 강조했다. 반면 정조는 동국(東國)에 태어난 이상 마땅히 본 모습을 지켜야 한다며 조선중화주의에 입각한 주체성을 강조했다.(273 페이지) 벽파 정권의 우두머리였던 정순왕후 김씨(영조의 계비)가 순조의 수렴청정을 거둔 지 1년만에 죽자 벽파는 일시에 몰락하고 순조의 장인 김조순이 권력을 잡는다. 이것이 김씨 일문에 의한 세도정치의 발단이다. 원래 세도(世道)는 세상을 바르게 다스리는 도리라는 의미이다. 중종대의 조광조 등의 개혁적인 신진 사대부에 의해 제기된 정치철학이었다. 그런데 이 시기에 와서는 일부 권력자들이 마음대로 권세를 휘두르는 것을 뜻하는 세도(勢道)로 변질했다.(280 페이지) 홍경래의 난은 이 시기에 일어난 사건이다. 김삿갓(김병연)이 스물 다섯 살이 되던 해 영월 감영(監營)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장원을 하는데 그가 시제를 받아 신랄하게 비판한 사람이 홍경래의 난때 반란군들에게 붙잡혔다가 겨우 살아났으나 반란군의 장수 김창시의 목을 돈을 주고 산 뒤 자신이 세운 공인 것처럼 처리하려다가 발각되어 처형된 자신의 할아버지 김익순이다. 후에 이를 안 김병연은 전국을 유랑하게 된다. 김옥균은 꺼져 가던 조선의 명운을 걱정하며 시대의 새로운 흐름에 맞게 개화(開化)해야 나라의 부흥과 발전을 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334 페이지) 김옥균이 주도한 갑신정변은 민중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것이 아니라 소수 지성인들의 거사였다는 점에서 임오군란과 비교되고, 외세에 대한 투쟁이 아니라 조선 내부의 기층 질서에 대한 도전이었다는 점에서 동학 농민 운동과 구분된다. 조선 왕조의 체제 자체를 변화시키려 했다는 점에서 갑오경장과도 구분된다.(357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