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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사를 좋아하는 나, 아주 좋아하면서 즐겨 필사하는 나. 어디까지나 개인의 취향이므로, 이런 책을 만나면 나는 그만 불행하다는 느낌에까지 이르게 되고 만다. 괜히 샀다, 괜히 읽었다, 괜히 기대했다. 뭘, 작가의 생각 지도를 훔치기까지. 좋으면 그냥 옮겨 쓰면 되고, 옮기면서 즐겁고 행복하면 좋고 그런 건데.
우직한 작가가 되기보다는 교활한 작가가 되라고만 하는 것 같아, 작가의 의도는 이런 게 아닐 텐데, 나는 자꾸만 이런 의도로만 읽혀서 유쾌해지지가 않았던 거다. 독자는 어떤 의도로 필사를 할 것인가? 취미? 치유? 선물? 작가?
옮겨 쓰다 보면 배우게 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익히기도 하고 그러면서 더러 내것이 될 수 있기도 할 것이다. 그런데 이걸 노골적으로 훔치라고 하니, 직설적인 화법이 내게 거슬렸던 것인지 아니면 내 필사에 숨겨져 있던 은근한 욕망을 들킨 기분에 낯뜨거워졌던 것인지. 이 책처럼 드러내놓고 권하기에는 뭔지 적절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불편한 생각이 좀처럼 사라지지가 않는 것이다. 내가 엉큼해서, 내가 솔직하지 못해서.
글을 쓰는 게, 글을 짓는 게, 필사를 하는 게 왜 좋은지를 알려 주는 방법으로는, 작가가 되는 길을 알려 주는 방법으로는, 내용보다 기술에 더 초점을 두고 있다는 게(내용을 채우는 방법은 다른 책을 통해서 익히라는 뜻일 수도 있겠지만) 내 취향이 아니었다는 이 말을 남겨 둔다.
필사로 작가 연습을 했다는 '신경숙'의 사례도 내 마음에 안 들었던 중요한 이유가 되기도 했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