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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진기행을 비롯한 단편 소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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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같이 공부하던 지인이「무진기행」은 반드시 필사를 하라고 조언했다. 필사는커녕 읽어 본 적도 없어 심히 부끄러웠다. 덜컥 구매를 하고는,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움 출판사에서 나온『무진기행』은 김동인의「광염 소나타」와「감자」, 이상의「실화」와「종생기」를 먼저 접해야 했다. 김동인이야 어찌어찌 수월하게 읽었지만, 이상이 문제였다.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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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같이 공부하던 지인이「무진기행」은 반드시 필사를 하라고 조언했다. 필사는커녕 읽어 본 적도 없어 심히 부끄러웠다. 덜컥 구매를 하고는, 1년이 다 되어 가는 시점에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움 출판사에서 나온『무진기행』은 김동인의「광염 소나타」와「감자」, 이상의「실화」와「종생기」를 먼저 접해야 했다. 김동인이야 어찌어찌 수월하게 읽었지만, 이상이 문제였다. 사실 잠깐 포기를 해야 하나 생각했다. 작품이 잘 읽히지 않아 작가부터 팠다. 다시 김동인 작가로 돌아가기도 했다. 이상을 흔히 천재라고 부른다. 그런데「종생기」를 보면 재밌는 대목이 나온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유서 앞에서 ‘나’라는 화자의 유서를 아류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의 재주를 ‘요만 재주’라고 말한다.

 

내게 요만 재주밖에는 없느냐는 것이 다시없이 분하고 억울한 사정이었고 또 초조의 근원이었다. 미간을 찌푸리되 가장 고매한 얼굴은 지속해야 할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그리고 계속하여 끙끙 앓고 있노라니까 (나는 일시일각을 허송하지는 않는다. 나는 없는 지혜를 끊이지 않고 쥐어짠다) 속달 편지가 왔다. 소녀에게서다.     (p. 83 「종생기」)

 

어쩌면 유서보다 자살이라는 행위를 동경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같은 질병을 앓던 김유정에게 동반 자살을 권하기도 했다고 한다. 인상적인 점은 ‘없는 지혜를 끊이지 않고 쥐어짠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상은 노력하는 천재가 아니었을까. 그의 노력을 허투루 대할 수 없어 포기하지 않고 정성껏 읽었다. 그러고 나서 만난「무진기행」은 해방감을 선사했다.

 

무진에서는 누구나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은 모두 속물들이라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 타인이 하는 모든 행위는 무위(無爲)와 똑같은 무게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장난이라고.     (p. 128 「무진기행」)

 

이 부분이「무진기행」의 주제가 아닐까 싶다. 화자 ‘나’는 무진에서 철저하게 타인이다. 마지막에 ‘심한 부끄러움’을 느끼기는 하지만, 스스로 속물이 된다. 수미상관 구조로 보이는데, 이효석의「도시와 유령」도 그렇다. ‘어슴푸레한 저녁’으로 시작되는 문장을 반복해서 쓰고는, 독자의 행동을 촉구한다. 

 

어슴푸레한 저녁, 몇 리를 걸어도 사람의 그림자 하나 찾아볼 수 없는 무인지경인 산골짝 비탈길, 여우의 밥이 다 되어 버린 해골덩이가 똘똘 구르는 무덤 옆, 혹은 비가 축축이 뿌리는 버덩의 다 쓰러져 가는 물레방앗간, 또 혹은 몇백 년이나 묵은 듯한 우중중한 늪가!

거기에 흔히 나타나는 유령이 적어도 문명의 도시인 서울에 오히려 꺼림 없이 나타나고 또 서울이 나날이 커가고 번창하여 가면 갈수록 유령도 거기에 정비례하여 점점 늘어 가니 이게 무슨 뼈저린 현상이냐! 그리고 그 얼마나 비논리적, 마술적 알지 못할 사실이냐! 맹랑하고도 기막힌 일이다. 두말할 것 없이 이런 비논리적 유령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이 유령을 늘어 가지 못하게 하고 아니 근본적으로 생기지 못하게 할 것인가?

현명한 독자여! 무엇을 주저하는가. 이 중하고도 큰 문제는 독자의 자각과 지혜와 힘을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p. 299~ 300 「도시와 유령」) 

 

‘동반자 작가’의 색깔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후학과 독자들이 그 이름을 기려 문학상을 만들고 가꾸어 왔다는 공통점을 가진 작가들(김동인, 이상, 김승옥, 김유정, 백신애, 이무영, 이효석, 채만식, 현진건, 황순원)은 저마다 자신의 색깔을 빛내고 있다. 고어와 한자어가 많아 색깔을 온전히 누리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력 그 이상을 선물한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받은 선물이 너무도 값지다. 더 늦기 전에「무진기행」필사도 해야겠다.  

e******i 2018.07.19. 신고 공감 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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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이 모아져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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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방학을 해서 방학 중에 현대소설을 찾아 읽고 싶었는데 소설을 각각 한권씩 사거나 인터넷에 원본을 매번 찾아서 읽었어야 했는데 이 책을 사고 나니까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또 좋은 작품도 많이 알게 되고, 한 작가님의 단편집을 사서 읽는 것보다 다양한 작가님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어 잘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소나기>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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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방학을 해서 방학 중에 현대소설을 찾아 읽고 싶었는데 소설을 각각 한권씩 사거나 인터넷에 원본을 매번 찾아서 읽었어야 했는데 이 책을 사고 나니까 쉽게 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또 좋은 작품도 많이 알게 되고, 한 작가님의 단편집을 사서 읽는 것보다 다양한 작가님들의 작품을 접할 수 있어 잘 산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소나기>도 함께 잘 읽고 있어요!
w******7 2022.07.2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