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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맥 오려붙이기. 사연 가로지르기. 어르다가 추어주기. 인용하다가 뒤집기. 맹장염처럼 소망하기. 간절히 새침떼기. 등에 대고 고백하기. 넘어진 김에 오체투기하기. 물 속에서 춤추기. 이십년 하루 동안 고독하기. 아스팔트에서 파종하기. 지하철에서 중계방송하기. 깨문 혀로 달려가기. 새를 심고 나무를 날려보내기. 사춘(思春)의 언덕을 넘어온 몸이 무거운 소녀들을 바라보기. 후진하며 엘리제를 위하기. 진지를 점령한 후에 백기를 꽂기. 그렇게 여러 개의 삶을 살기. 이 모든 걸 자유롭게. 그것도 파격이 아니라 정격으로. 왜 이런 시인이 이제야 출현했을까. 권혁웅 시인 - 책 뒤에 있던 말
시집 제목은 『짧게, 카운터펀치』인데 시의 제목들은 어째 좀 긴 편이다.
시에서 여백이란 것의 중요함을 새삼 느꼈다.
내가 해석할 여지라는 것 독자가 상상할 여지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이 시인분을 직접 만났다. 그의 인생의 단편을 들었다. 책날개의 짧디짧은 소개가 말하지 않는 것.
이 책이 첫시집인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 남들처럼 취직을 했다. 하지만 문학의 길을 잊지 못해 돌아왔다고.
시라는 것은 늘 어둠을 끌고 다닌다는 생각.
각자가 지니고 있는 어둠, 서로가 품고 있는 어둠을 담고 있다는 생각.
나 혼자 끌어안고 있던 어둠, 내가 거울처럼 응시하던 그 익숙한 어둠이 아닌 다른 것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생각.
또한 내가 쓰던 것은 시가 아니라는 생각. 생각과 감정의 경계는 어딘가하는 생각.
생각이 많은 밤이다.
밤새 비가 내렸나보다 내 얼굴 하나가 떠내려가는 것을 알면서도 선잠만 잤다 희희낙락하지 못했다 버리지 못한 뿔테안경의 얼굴은 앉은뱅이책상과 부서진 경대와 독한(獨韓)사전과 함께 오래전의 단칸방에서 회오리치며 빠져나갔다
해바라기가 견디는 빗속의 침묵에 놀라 인도와 차도 사이에서 깨어난 풀을 향해 책가방 멘 아이들이 휘두른 부러진 낚싯대에 낚인 가오리연의 얼굴처럼 내 얼굴은 떠내려갔다
얼굴을 내어놓아라 내어놓지 않으면 단매에 죽으리 천만의 말씀입니다 미련이라니요
아침햇살의 베란다에 서서 두꺼운 얼굴을 또 하나 꺼내든다 어떤 얼굴은 포장마차 속 연애 같았으므로 단 한 번의 눈빛으로도 부서진 적이 있었으므로 몇개 남지 않았으므로
- <책갈피의 꽃잎처럼>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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