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의 전쟁》1권에 이어서 2권을 읽어보았다. 2권에서는 고운선생(최치원)이 선화(仙化)했다는 '선화바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이 소설은 갈수록 실감나게 다가온다. 진짜로 그런 곳이 있는지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자연스레 검색을 해보았다. 최치원이 신선이 되었다는 장소는 두 곳이 있는데, 지리산 쌍계사와 가야산 해인사다. 이제 그 사실을 알고 나니 그곳에 가더라도 그 장소가 다르게 보일 것이다. 역사적 사실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한 역사소설이 흥미롭게 다가올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점이다. 이미 오래 전에 흘러가버린 과거이지만 현대인의 마음 속에 생생이 되살아나는 마법을 펼치는 것이다.
나는 이 소설이 임진왜란 당시 나라를 구한 한 영웅의 일대기나, 단순한 역사 소설로 읽히는 걸 원치 않는다. 실제로 인간의 역사가 계속되는 한 그치지 않을 종교 간의 다툼일 수도 있고, 인간의 욕심이 불러온 국가 간의 전쟁과 도를 이루려는 수행자들의 끊임없는 육도만행의 실천수행으로 읽혔으면 하는 바람이다. (작가의 말 中) 작가의 말처럼 단순한 역사 소설로만 읽기에는 아쉽다. 그 이상의 세계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수행자들의 이야기를 보며 정말일까 호기심이 생기고 호흡이라도 가다듬고 자세를 고치며 몰입해본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도 해보며 읽게 된다. 천천히 읽다보면 그 맛이 우러나기에 깊이가 있는 소설이다. 다방면으로 정보를 모으면서 읽게 되어 금방 읽어치울 소설이 아닌 것이다.
숨고르기를 시켜주지 않고 한없이 잡아끄는 매력을 보인다. 소설은 점점 흥미로워지고 정신 세계의 깊이는 어디까지 파고들어갈지 궁금해서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읽어나갔다. 특히 전국 각지에서 활동하는 젊은 선승들이 대거 등장하여 사사를 조직하고 모여드는 장면은 생동감 있게 다가오며 울컥한 무언가를 느끼게 한다. 무협소설을 읽는 듯 머릿속에 천하 고수들을 그려보며 읽어나간다. 또한 나라에서 금하더라도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은 법이다. 난세에 황폐해진 나라를 구할 영웅이 나오는 법. 조선 중기의 서산과 그에 걸맞는 수행 실력을 갖춘 선승들의 이야기에서 이 책의 매력을 찾아낸다.
2권은 화두에서 화두로 끝나는 느낌이다. 우리가 몇 차원까지 짐작을 할 수 있는지, 보이는 세계를 비롯하여 보이지 않는 경지까지 두루 훑어내려가는 책이다. 화두의 바닷속으로 깊이 빠져드는 것 같은 느낌이다. 영혼의 세계에 깊이 빠져드는 느낌인데, 무언가 충만하고 꽉 찬 것이 아니라 광활한 블랙홀 같다. 무극에서 무극으로 갈 수 있는 단계, 무극에서 무극까지 맛볼 수 있게 하는 책이다. 그 경지까지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이 책을 통해 약간은 맛볼 수 있었다.
유불선만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고 우주의 이치를 깨닫게 만드는 책이다. 우주의 이치가 틈틈이 서려있는 소설이다. 이 책에 나오는 수련법을 익히면 나도 신선이 될 수 있을까, 황당무계한 생각이 들면서도 우주적 상상의 세계를 펼쳐보는 시간이다. 비록 몸은 무더위에 찌들어 방안에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마음만은 광대한 우주를 향해 뻗어가며 우주의 법칙을 파헤쳐본다. 마음을 건드려주는 이 소설이 한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
|
천년의 전쟁, 제목만 들어도 뭔가 어려워보였다.더군다나 역사소설이라니 책을 받고 나서 두근 거렸다는 건 사실. 하지만 이 전 역사소설 금강을 재미있게 읽었고 이후 역사소설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 사그라들었다. 그래서 책을 펼쳤고 역사소설이라 쉬이 읽혀내려가진 않았지만 조선 중기 불교의 위치와 천년에 걸친 유.불,선의 전쟁의 흐름에 대해 간략하게나 알게 된 느낌이다. |
|
[천년의 전쟁]이라는 제목 속에서 나는 아마도 백년전쟁 같은 종교전쟁을 기대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용은 더할나위 없이 잔잔한 편이다. 전쟁을 위해서 준비하는 장면은 틈틈히 나오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불교의 가르침에 더 집중하고 있는 듯이 보이기도 한다. 아마도 천년의 전쟁이라는 것은 '자기자신과의 끝없는 전쟁'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서산대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오롯이 그의 인생에 촛점을 맞추어 진행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 당시 상황에 맞추어서 다른 인물들의 등장이 더 두드러져 보이기도 한다. 숭유억불정책에 따라서 탄압을 받았던 불교. 그리고 도교까지 모두 유교에 대항하는 집단이 되어 버렸고 그들은 나라로부터 핍박을 당하게 된다. 그 이전 세대에는 불교를 숭상시 했던터라 아무래도 천주교 박해처럼 드러내놓고 구박을 하지는 못했으리리라. 그러나 은연중에 드러난 사항들은 지금 생각해도 충분히 상상이 가고도 남는다.
감각기관을 통해 대상을 인식함에 있어서 눈, 귀, 코, 혀, 몸뚱이, 생각이 받아들이는 대상은 머무는 곳이 없다고 말하나, 허공을 날아다니는 모습, 땅 위를 걸어 다니는 모습, 물 밑을 헤엄쳐 다니는 것들을 자연계 사물들의 형태라고 했을 때, 너의 마음이 거기에 이끌리지 않는다면, 자연계 사물들의 변화현상에 대한 너의 진실한 마음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묻고, 거기에 이끌리지 않는다면 그것이 너의 진실한 마음이라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122p)
능엄경 1권을 보고 여신, 즉 서산대사가 가졌던 물음이었다. 유교에서는 그러한 가르침을 받지 않았기에 그는 더욱더 의문을 가졌다. 하나의 생각이 다른 생각을 물고 늘어지는 물음들. '산은 산이고 물은 물'이라는 그런 형태의 선문답들이 불교에서는 가장 높은 덕목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었던가. 어떻게 보면 말장난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철학적인 문답과도 같은 문장들이 불교에 있어서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하나의 경지로 보는 듯 하다.
사실 불교의 경전에 관한 것이나 불교학자들의 책이라던가 하는 것에 대해서는 자세히 아는 것이 없다. 물론 도교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을 통해서 도교와 불교에 관한 이야기들을 읽을 수 있어서 반가왔고 또한 그들의 생각들을 읽을 수 있어서, 평소에 쓰지 않는 뇌의 한부분을 이용할수 있어서 더욱 즐거웠다. 즐거웠다는 표현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평상시에 잘 하지 않는 생각을 함으로 인해서 조금이라도 행복했다면 이 책을 읽는 어느정도의 만족을 충족된 것이 아니었을까.
능엄경을 읽고 문답들을 통해서 여신은 휴정이라는 이름으로 거듭나게 된다. 법명을 받고 불교의 세계로 귀의하게 된 것이다. 그가 깨달음을 알아가는 방식을 좇아가는 것도 불교를 조금은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일 듯 하다. 어디서 어떻게 끝이 날지 짐작조차 하지 못했던 이야기는 휴정이 시험을 당하기도 하면서 깨달음을 얻게 되며 끝이 난다. 여기서 그만두기에는 어쩐지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또 다른 이야기가 이어지지는 않을까. |
|
# 1. 굉장히 늦은 포스팅;;;; 여행갔다와서 워낙 정신도 없고.... 게다가 덥고;;;; 밤낮은 바뀌고.. 엉망의 생활을 하다가 문득 택배 온 것을 열어보았다. 내가 받지 않아서 저 한쪽에 모셔져 있었다는..ㅠㅠㅠㅠ 진짜 이번 여름 날씨는 책 읽기에는 너무 힘겨운 날씨인 것 같다ㅠㅠㅠㅠ # 2. 책 소개 (출처: 알라딘)
# 3. 서산대사??? 응?? 서산대사??? 왠지 어려울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그런데 작가도 그걸 알았던 것 같다. 작가의 말에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중략) 서산대사를 소재로 한 소설 열 권을 탈고한 바 있다. ............ 시간에 쫓기다 보니 어려운 불교 용어는 물론 특히 도교와 유학의 용어를 가슴 속 깊이 삭히고 소화해 소설 문장으로 재생산해내지 못했다는 점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렸다. ..............결국 출판사의 양해를 구해, 그간 강핸된 책을 모두 거둬들이고 폐기시켰다. 그리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런 작가님의 말을 믿고 읽기 시작!!
# 4. 2권 완결인데 2권을 기다릴 필요 없이 한번에 똬앟 출판되었다 유후~
|
|
어렸을 때부터 역사를 좋아했지만 그 인물들과 그 환경에 대해서 엄청나게 공감대를 형성한 것은 아니었다. 조선시대 종교간의 갈등 역시 나에게는 그저 객관적인 사건일 뿐이었다. 하지만 천년의 전쟁 1,2권을 다 읽고 나니 어느새 그 시대를 살았던 스님들을 공감하게 됐고, 불교에 대해 무지했던 내가 선불교의 흐름을 이해하고 있었다. 서산대사의 일대기가 큰 맥락이지만 오로지 서산대사에게만 집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른 스님들의 성장도 함께 엿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