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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미국 남부의 사회상을 투영한 역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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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과 분노/ 8월의 빛/ 윌리엄 포크너/오정환/동서문화사/2016 윌리엄 포크너는 에밀 졸라 처럼 자신의 작품을 관통하는 세상을 구축한 작가입니다. 이 두 작품 역시 그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음향과 분노. 제퍼슨이라는 가상의 남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일대의 유지인 콤프슨 일가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 캐롤라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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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향과 분노/ 8월의 빛/ 윌리엄 포크너/오정환/동서문화사/2016

윌리엄 포크너는 에밀 졸라 처럼 자신의 작품을 관통하는 세상을 구축한 작가입니다. 이 두 작품 역시 그 중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음향과 분노. 제퍼슨이라는 가상의 남부 마을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며 그 일대의 유지인 콤프슨 일가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니 캐롤라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이를 넷이나 두었지만 가장 큰 기대를 받았던 큰 아들은 자살하고, 막내는 백치이고, 하나 뿐인 딸은 사생아를 낳고 이혼하고, 집안을 지키는 약아빠진 유일한 아들은 결혼에 조금도 관심이 없으며 사생아인 하나 뿐인 손녀는 삼촌의 구박을 견디다 못해 집을 나가 버렸으니 말이죠. 이렇게 풀어보니 스토리가 간단해 보이지만 그 안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내용은 훨씬 더 방대합니다. 또한 이해하기 어려운 소설 중에 하나로 악명?이 높기도 하죠. 제가 읽으면서 난해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잠깐 소개해 볼까 합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야기의 시작인 1부가 하필 이 일가의 막내이자 백치로 알려진 벤지 즉 벤자민의 시점으로 글이 시작되는데다 더구나 서술 기법이 의식의 흐름이다 보니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 겁니다. 현재인 33살의 벤지의 이야기도 나오고, 5살 어린 아이 때의 벤지 이야기도 나오는데다가 퀜틴이라는 사람이 분명 형인 것 같은데, 또 퀜틴 아가씨라는 인물도 등장하니 내가 뭘 헷갈리고 있는 건가, 번역이 잘못 된 것인가 싶었죠. 재밌게도 백치로 나오지만 실제 글을 읽어보면 백치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말을 제대로 할 수 없는 그의 표현이 음향과 분노일 뿐. 이 구절은 맥베쓰가 부인이 죽었을 때 탄식하면서 뱉은 독백에 나온다지요.  어쨌거나 꾸역꾸역 읽고 나서  2부로 넘어갔는데, 이번에는 또 백치와는 반대라 할 수도 있을 하버드 대학교 학생인 퀜틴의 의식의 흐름으로 전개가 되니 이 또한 간단치 않았습니다. 그 역시 산책을 하면서 과거를 회상했다가 현실로 돌아왔다가 하면서 그의 내면의 갈등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서술되어 있으니까요.  다른 자식들은 다 차치하고 이 맏아들에게 부모님이 하버드 대학을 다닐 수 있도록 지원했지만 정작 본인은 자기 혐오에 빠진 건지 여동생과 근친상간을 했다는 거짓 자백을 아버지에게 하기도 하고 학교를 빼먹고 산보를 나갔다 가난한 여자 아이를 도와주다가 오히려 성추행 범으로 몰리기도 하는  다사다난한 하루를 보냅니다. 이렇게 1부와 2부를 읽었지만 머리 속은 어수선해 졌죠. 1부가 1928년 4월 7일인데, 2부는 또 뜬금 없이 1910년 6월 2일 인 이유는 뭘까. 이를 비롯한 여러 궁금증은 바로 3부에서 대략 풀립니다. 1부의 하루 전인 1928년 4월 6일 집안의 악동 제이슨이 이야기가 3부에 펼쳐지죠. 형 퀜틴은 이미 재학중에 익사하고, 남동생 벤지는 백치인데다 거세당하고, 누나인 캐디는 어릴 적 부터 행실이 불량하더니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를 아이를 임신해서는 허버트라는 남자와 결혼했지만 1년 만에 이혼합니다. 캐디는 딸에게 죽은 오빠의 이름을 따서 퀜틴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아버지는 손녀 퀜틴을 집에 데려와서 집에서 키우지만, 정작 캐디는 집안의 수치가 되어 어머니의 명령에 따라 집안에 발을 들일 수 없게 됩니다. 캐디는 멀리 떠나 무슨 수완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딸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어머니에게 상당한 돈을 부쳤고 어머니는 그 수표를 태워버리곤 했죠. 하지만 실제로는 제이슨이 그 돈을 가로챘고, 어머니에게 준 수표는 다 가짜였던 것. 제이슨은 누나가 아버지의 장례식날 몰래 찾아와서 딸을 한번 보게 해 달라는 부탁에도 짜게 구는 악당?으로 등장하고 조카 퀜틴을 그야말로 못 잡아 먹어서 안달입니다. 집안의 모든 짐을 홀로 지고 있다면서 주식인지 채권인지 하면서 한탕을 노리고 있는 인사죠. 4부는 1부의 하루 뒤인 1928뇬 4월 8일입니다. 1부에서 25센트 이야기가 자꾸 나오는 이유도 밝혀지고, 앞의 이야기들이 짜맞춰지면서 전개되죠. 결국 조카 퀜틴이 가출하면서 자신의 몫 뿐 아니라 제이슨이 스스로 모아 둔 돈 까지 들고 튀면서 악당이었던 제이슨은 그야말로 한방 먹습니다. 하지만 늘 동생 벤지를 정신병원에 쳐넣겠다면서 죽일듯이 굴지만 막상 벤지가 위험?에 처하자 구해내기도 합니다. 아주 못된 놈은 못되었던 걸까요. 

부록으로는 이 콤프슨 일가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수록되어 있는데, 이는 작가가 한 참 이후에 쓴 것이라고 합니다. 소설을 썼을 때와 시차가 상당히 있기 때문에 딱 맞지 않는 부분들도 있다고 하는데, 그다지 신경쓰일 정도는 아니며 이야기의 맥락을 따라가는 것이 어려울 것이 분명하니 차라리 이것을 먼저 읽어 보고 본문을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당시에는 의식의 흐름 기법이 워낙 유행을 했던 지라 버지니아 울프, 헨리 밀러  등 여러 작가들이 이 기법으로 글을 썼습니다만은, 그 중에서도 윌리엄 포크너의 글은 가장 고난이도라고 할 만합니다. 그러나 어쩐지 퍼즐 맞추기 같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글이기도 하죠. 주인공은 이들 집안의 아이지만 흑인 하녀인 딜시와 그의 손자도 상당히 비중있게 나옵니다.  인종간 남녀간 그리고 계층간 차별이 만연했던 남부의 모습을 내외적으로 속속들이 묘사해 낸, 그야말로 괴로운 작품입니다. 

 

8월의 빛. 리나라는 젊은 여자가 만삭의 몸을 하고 앨라배마에서 제퍼슨 시까지 무려 4주간 도보로 걸어서 루카스 버치라는 사람을 찾아 오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 당시에 결혼도 안 한 백인 여자가 자신을 임신시킨 남자의 거짓말을 철썩같이 믿고 그 먼길을 만삭으로 걸어서 찾아왔다니 참으로 어이없기는 하지만, 리나의 순진무구해 보이면서도 자그마한 몸에서 뿜어나오는 올곧은 마음에 감명을 받은 것인지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이 여자의 여행이 무사히 끝날 수 있도록 도와주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삯마차를 모는 마부의 도움을 받아 제퍼슨까지 오게 된 리나. 루카스 버치가 일한다는 제재소를 찾아와 보니, 그는 보이지 않고 바이런 번치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이런은 리나의 이야기를 듣다가 그가 바로 여기서 일했던 조 브라운이라는 것을 알아 채게 되죠. 리나에게 홀딱 반한 바이런은 전직 목사 하이타워에게 심적으로? 도움을 청하지만 하이타워는 선을 긋고... 이야기는 이 제재소에서 일했던 조 크리스마스와 그의 동료였던 조 브라운의 이야기로 옮겨가게 됩니다. 조 크리스마스는 여러모로 리나와는 대조적인 비극적 인물입니다. 부모가 멀쩡히 있고 적어도 돌봐줄 어머니와 조부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인종차별주의자인 할아버지에 의해 고아원에 버려지고 그나마도 5살 나이에 그것도 그 고아원에서 엉뚱한 정사 장면을 멋 모르고 봤다가 엉뚱한 오해를 받는 사단이 나서 아들이 필요한 집안에 입양되죠.  양부의 매질로 살아가다 결국 양아버지를 죽이고 집을 나간 뒤, 여기 저기를 전전하다 제퍼슨에게 까지 오게 된 조 크리스마스. 마을에서 아무도 접근하지 않는 북부출신 여자 조안나 버든이 사는 저택에 딸린 버려진 오두막에서 생활하면서 밀주를 몰래 만들어 파는 사업을 하였고 여기에 조 브라운을 끌어들이게 됩니다. 그는 버든과 그렇고 그런 사이가 되었으나 결국 둘의 사이는 비틀어지게 되고, 조안나 버든은 비참하게 죽게 되며 저택에는 큰 불이 나게 됩니다. 조 크리스마스는 살인범으로 몰리게 되죠. 애초에 여기 저기 떠돌면서 가명으로 사기를 치고 다니던 조 브라운은 현상금이 탐 나서 크리스마스를  범인으로 지목하지만 사실 그도 직접 본 것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조 크리스마스의 이야기가 한참 이어진 뒤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옵니다. 하이타워는 바이런에게 리나에게서 마음을 돌리라고 하지만 바이런은 조 브라운 같은 놈이 여자를 돌볼 리가 없으니 자신에게도 기회가 올거라고 믿고  리나가 해산 한 뒤 조 브라운을 리나에게로 데려가는데... 

당시 남부 작은 마을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인 사건과 화재 사건을 배경으로 그 마을 사람들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당대 미국 남부의 사회상과 인간 군상을 잘 보여준 작품입니다. 솔직히 음향과 분노보다 훨씬 더 재밌게 읽었어요.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을 더 추천합니다. 음향과 분노도 퍼즐 맞추기입니다만, 이 작품도 사실 형식이 약간 유사합니다. 먼저 지금의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며, 그리고 다시 현대로 돌아와 매듭을 짓는 형식이죠. 하지만 이 작품은 살인 사건과 사람 찾기라는 점에서 쓰릴러적인 요소도 있어서 다음이야기가 더 궁금해 지기 때문에 가독성이 더 좋았습니다. 

월리엄 포크너의 작품은 마치 거대한 나무와 같아서 작품들이 거대한 계보를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주요 배경이 되는 가상의 마을 제퍼슨을 배경으로 주로 썼으며 이 작품에도 이전 소설의 주인공인 사토리스 대령이 잠깐 등장하죠. 그리고 또 다른 배경이 바로 소설 압살롬!압살롬!에 등장합니다. 이렇게 3편이 보통 포크너의 3대 작품으로 여겨진다고 하네요. 이 소설도 언젠가는 제대로 한 번 읽을 기회가 있길 바라면서. 아, 그러나 역시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잠시 쉬었다 도전해 봐야 겠습니다^^;;

r*******n 2023.11.16.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