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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짧은 순간에 그야말로 수만 가지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당시는 미처 알아채지 못하지만 그 순간이 지나고 나서 가만히 돌이켜 보면 어떻게 한순간에 그토록 다양한 생각을 했을까 의아할 정도의 경험, 누구나 겪어보지 않았을까. 이처럼 뇌는 신기하고 경이롭다. 아니, 인간의 매커니즘이 그렇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헛점이 많은 것 또한 인간의 매커니즘이라는 생각도 든다. 거기에 더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많다는 사실도 이런 이중적인 생각을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밝혀진 것이 얼마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알고 싶은 욕구를 느끼게 한다.
굳이 다윈이라는 과학자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인간도 진화되었다는 사실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어느만큼 진화되었을까. 전공자가 아닌 다음에야 그것을 일일이 따라갈 필요는 없을 테고 우리는 흥미있고 큰 부분만 따라가면 될 것이다. 어차피 자세히 알려준다고 해서 그걸 다 이해하지도 못할 테고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더욱 더 당연할 테니까.
지구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제는 어린이들도 마음만 먹으면 알 수 있다. 지구의 나이에서 보자면 아주 보잘 것 없는 시간이지만 인간의 시간으로 보자면 긴 세월 동안 인간은 그것을 모르고 지냈다. 지구의 역사를 일 년으로 축약해본다면 인간의 탄생은 마지막에 걸칠 것이라는 얘기는 인류의 역사가 그만큼 짧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인류가 진화의 관점에서 보잘 것 없다고 치부할 수는 없다. 그러기에 사람들이 거기에 매달려 진실을 밝혀내고자 애쓰는 것일 게다.
우리는 산소가 없으면 살 수 없다. 물론 산소 뿐만 아니라 꼭 필요한 물질은 많지만 숨을 쉬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산소인데 역설적이게도 생명의 발전에 필요한 분자들에게는 산소가 해로운 물질이란다. 산소를 피해 도망가거나 산소가 쉽게 접근할 수 없는 곳으로 숨는 유기체가 있다니 산소는 생명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물질이라는 생각은 전적으로 내 기준이었나 보다. 그러니까 외부의 생명체가 있는지 알아볼 때 산소는 그다지 중요한 항목은 아니라고 생각해도 되는 것 아닐까(확신하지 못하고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는 이유는 간혹 번역한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 지식이 짧은 탓도 있겠지만 수식어의 부정확한 위치로 의미가 모호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자발적인 모든 행동은 기본적으로 무의식적이라는 사실이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의식적인 모든 행동은 무의식적으로 우리의 뇌가 정교하게 계획한 것이다." (128쪽)
자발적으로 행동한 것조차 사실은 뇌가 무의식적으로 행동한 것이고, 오히려 의식적인 행동을 뇌가 계획한 것이라니 이 얼마나 역설적인지. 그러나 내가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어느 한 순간에 뇌는 여러 가지를 동시에 처리하기도 하니 충분히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발을 뗄까 말까 하는 그 짧은 순간마저 머릿속으로는 수십 가지 가능성과 미래 상황까지 따지고 있으니 말이다. 정말이지 우리의 뇌는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궁금한 게 늘어난다.
30년 이상 인지 신경학 분야에서 연구한 로모 박사에게 더 이상의 호기심 내지는 연구 의욕이 남아 있을까라는 의문에 대한 그의 답(앞서 뇌가 우리는 속인다는 이야기를 나눴던 것처럼, 뇌는 또 우리가 뇌를 이해하는 과정에 있다는 환상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함정일 뿐이다. 매우 아름다운 함정이다. 뇌는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한다는 환상을 가지고 계속해서 노력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기에는 가야할 길이 너무 많이 남아 있다.-331쪽)은 뇌의 교묘하고 탁월한 능력에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이처럼 수십 년간 한 우물을 판 연구자조차 모르는 것이 있다고 '착각'하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나는 오죽할까. 그러기에 오늘도 이처럼 이런 책을 읽으며 이해하려고 애쓰는가 보다. 구체적인 사례나 객관적인 자료를 들어 뇌를 이야기하는 줄 알았는데 그보다는 뇌를 기준으로 다양한 영역을 넘나들며 이야기해서 조금 혼란스럽기도 했다. 주로 사랑과 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뒷부분도 하나의 주제로 수렴하지 못하는 느낌이 들었다.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모르겠는 부분도 있었다. 역시 내 수준에서는 이해하기 힘들었던 것일까. 그래도 내 수준에서 얻은 몇 가지 소득은 있었으니 그것으로 위안을 삼아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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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인간의 밑바닥까지 파고 들어가 탐구했을 법한 (아주 무시무시한) 제목입니다. 저보다 앞서 이 책을 읽은 많은 분들이 내용에 비해 제목이 지나치게 딱딱하고, 그래서 그런지 손이 잘 안간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의 경우는 이 긴 제목 중에서 뇌라는 단어가 제 레이더망에 걸려 읽게 되었는데, 물론 이 책을 읽겠다!하는 결정에 앞서 망설임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제목이 좀 으리으리해야지요. 책은 참 진도가 더디게 나갔습니다. 생각보다 훅훅 읽힌다는 알*랑님의 말씀이 무색할 정도로,,, 그 긴 설 연휴, 장장 5일동안 이 책에 매여있었어요. (다른 책을 읽었더라면 다섯 권은 더 읽었을 것 같은데,,, ㅠㅠ) 책이 너무 어려웠냐구요? 솔직히 말하자면, 정말 어려웠습니다. 이 책은 과학 도서라기 보다 차라리 한 편의 아주 긴 시였거든요. 이 세상 모든 생명체에게 바치는 시. 저는 처음에 교과서를 읽어나가는 마임드로 이 책을 집어들었는데, 제목에 속은 겁니다. 보고서는 무슨,,, 차라리 소네트라고 하지. 이를 깨달았을 땐 이미 설은 다 지났고 제게 남은 날은 단 하루였습니다. 친구들과 2박 3일로 스키장을 갔는데 저는 스키를 타지 않거든요. 하루 온전히 혼자 숙소에서 뒹굴거릴 수 있는 기회가 온겁니다. 숙소에는 컴퓨터도 없었고 게임기도 없었고 심지어 TV도 케이블이 아니다 보니 채널이 몇개 없어서 이 터무니없는 제목의 보고서와 마주 앉았습니다. 이제까지는 이 보고서에서 일방적으로 지식을 얻어 갈 요량이었지만 그 순간부터는 이 책과 대화를 할 생각이었어요. 그랬더니 요놈이 신이 나서 춤을 추더랍니다. 페이지가 날아가네요. 아주 날아가. 책 : 바로 얼마 전까지 우리는 지구가 몹시 특별한 조건을 가지고 있으며 그 조건에서만 생명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어왔다. 그러나 지금 이런 믿음은 완전히 달라졌다. 즉 지구에 생명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현재 지구의 상황은 금성이나 조금 더 멀리 떨어진 화성의 조건과 똑같았을 것이다. (34p) 나 : 지구에는 대기권이 존재하고 산소가 풍부하다는 사실과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깊은 관련이 있는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역시 두 사실의 인과관계를 따지는 것은 많은 논쟁거리를 몰고 다닌다. 확실한 인과관계를 성립시키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변인을 통제할 수 있는 실험을 해야하는데, 실험 대상이 '우주'여서야 우리가 이걸 어떻게 실험실 안에 구현을 한단 말인가? 나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학설을 믿는다. 생명이 생기기에 적합한 환경에서 생명이 잉태되었으나, 그 생명이 자신의 존재로 인해 환경에 변화가 일어나자 그걸 극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바꾸고 주변을 바꿔 온 결과라고. 실제로 지금 인간들도 그렇게 하고 있다. 책 : 우리 인간은 거대한 우주라고 하는 대양의 마지막 파도의 마지막 물방울이다. - 스티븐 제이 굴드 (43p) 나 : 뭐, 쉽게 말하자면 우린 우주의 늦둥이다. 엄청난 나이에 잉태한 새로운 종류의 생명. 그래서 우리는 너무 오냐오냐 컸다. 우리는 우리 부모를 너무 호구로 아는 경향이 있다. 우주와 지구는 우리 정말 해도해도 너무했다 싶은 때에만 한번씩 벌을 내린다. Spoiled Children. 우리가 딱 그꼴이다. 이런 애들에게는 궁디팡팡이 딱인데,,, 쯧,,, 책 : 우리 인간은 초대받은 손님일 뿐, 우리가 이 곳에 있는 것은 정말 우연한 행운이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 스티븐 제이 굴드 (74p) 나 : 우리의 위치는 사실 밤 늦게 찾아온 예의없는 손님에 불과한데 실제로는 막둥이 노릇을 하고 있단 말이지. 하다못해 우리가 가진 모든 것들이 우주에게서 잠깐 빌린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해야할텐데,, 이대로 가다간 주객전도가 되어서 우주를 잡아먹고 말거야. 아니면 우주가 우릴 쫓아내 버릴 지도 모르지. 주인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말자고. 책 : 지구가 우리 인간 역사의 무대만이 아니라,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살아왔던 자율적이며 살아 있는 자기 고유의 역사를 가진 실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수천년이 걸렸다. (68p) 나 : 내말이 그말이야! 근데 아직도 깨닫지 못한 사람이 많아. 큰일이지. 하지만 제대로 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 같긴 하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있을 테니까. 그런데 어째 우리 말하는 게 좀 통하는 것 같은데? 짜식. 이제야 니가 어떤 책인지 알아본 것 같아 미안하구만. 책 : 사람들이 말을 하면서 서로 이해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사람들은 말을 하면서 착각을 한다. (306p) 나 : 아, 그래. -_-; 미안하다. 이해했다고 착각해서. 그냥 나 혼자 열심히 착각하면서 읽을란다. 마지막 책의 말이 절망스럽긴 했지만 한나절 다 바쳐 열심히 대화한 보람은 있었습니다. 논쟁도 하고 동조도 하면서 사이 좋은 친구와 수다떨 듯 독서를 하고 나니 기운이 쭉 빠지네요. 처음에는 인간과 뇌에 관한 보고서라는 제목 중에서 뇌에 더 마음을 빼았겼었는데 대화를 이어나가다 보니 인간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게 더 재미있더라구요. 뇌에 관한 내용들은 제 의견이나 생각과 많이 비슷했기 때문에 별로 토론의 여지가 없었고 흐름을 쭉 따라갔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글 쓴 이와 제가 관점이 조금 달라서인지 신선한 느낌도 들었고 덕분에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부분에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가 떠올랐는데 그 책도 유전자적으로 접근하기는 했지만 기본적으로 인간 행동 양식에 대한 탐구를 주제로 삼았기 때문에 비슷한 점이 많지 않았나 해요. 덕분에 아직 읽지 않은 그 유명한 '이기적 유전자'를 펼칠 마음이 들었습니다. 얘랑도 대화를 하면서 읽어야할지는 아직 의문이지만 기대는 되네요. 하지만 이게 에너지를 좀 많이 잡아먹는게 아니라서 조금 쉬었다가 읽어줘야겠습니다. 크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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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걸까? 현재 인간의 모습은 어떻게 해서 형성된 것일까? 인간은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행동할까? ‘나’라는 사람도 인간이면서 인간에 대해 궁금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떨때는 아주 합리적으로 행동하다가도 어떨때는 도무지 말도 안되는 일도 저지르고 하는 걸 보면, 상당히 궁금한 존재(?)인 것만은 맞는 것 같다. 과학기술이 고도로 발달하면서 베일에 싸여있던 인간에 대한 의문점들이 하나 둘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만물의 영장이라고만 생각했던 인간도 광활한 우주 속의 생명체에 지나지 않았다. 신(神)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이와 함께 최근 인류, 우주, 생명체, 신, 뇌 등에 관한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학계에서는 스티븐 호킹, 칼 세이건(얼마전에 세상을 떠나셔서 세상을 안타깝게 했다), 리처드 도킨스 등이 우주, 인간, 뇌, 진화, 신 등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내면서 우리 시대에 새로운 생각할 거리를 던져 주었다. 특히 뇌와 신에 대한 이야기는 최근 몇 년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다루어졌던 주제다. 이 책 곳곳에는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많은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주제들이 망라되어 있다. 책은 총 5부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은 박테리아들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생명체의 일부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인간의 기원, 인간이 이 지구에서 번성하고 문명을 이루기 위해서는 뇌의 진화가 필연적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하는 종(種)의 진화, 그리고 행복, 섹스와 사랑, 인간 행동의 원리 등에 관해서 이야기한다. 대부분의 책들이 위와 같은 주제에 대해 인문학적 접근을 하는데 반해, 지은이는 과학적인 분석과 고찰을 시도한다. 다양한 주제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지만 결국에는 우리 인간들 자신에 대한 이야기다. 지은이는 단순히 과학적인 이야기로만 끝을 맺지 않는다. 진화론, 진화심리학, 생물학, 유전공학 등은 기본이고 기호학, 언어학, 문화인류학 등 인문학적 지식까지 동원한다. 과학과 인접 학문 등 방대한 지식을 토대로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는 지은이의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다. 지은이의 해박한 지식이 있었기에 이 책은 좀 더 쉽게 읽혀지지 않았나 한다.
지금 지구는 극심한 환경오염을 앓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꽃이나 곤충, 동물들이 하나 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인간이 이 우주의 주인이라는 오만한 생각은 지구를 점점 병들게 하고 있다. 지은이는 인간은 박테리아 보다 더 하등한 진화를 한 존재이고, 이 넓디 넓은 우주의 한 생명체에 지나지 않는다, 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인간, 뇌, 우주 등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려고 하는 것도 이 책의 목적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 아닌가 한다. 인간의 겸허한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인간이 지금처럼 지구상에서 문명을 이루고 번성할 수 있었던 것은 뇌의 진화에 기인한 것처럼, 인간은 이 지구를 살리기 위해 다시금 뇌의 진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지은이 역시 책의 말미에서는 낙관론적인 시각을 보인다. 인간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분석을 시도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우리 인간에 대한 반성과 겸손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닌가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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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연구를 해도 그 끝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다. 세기의 발견이라고 해서 종지부를 찍을 수도 있고 새로운 발견의 시작이 되는 것도 있지만 인간의 뇌에 대한 궁금증과 풀리지 않는 의혹은 지속되는 것 같다. 얼마전 우연히 접한 한 프로그램에서 여성과 남성, 아이와 어른 간의 뇌의 변화와 발전에 대한 것을 보고 더욱 궁금해졌다. 사춘기를 겪는 감정의 변화도 뇌와 관련이 깊다는 것도 재미난 발견이었다. 인간을 움직이는 모든 비밀이 마치 뇌 속에 모두 숨어있는 듯한 느낌이었기에 인간과 뇌에 과한 과학적이 보고서라는 이 제목에 어찌 혹하지 않았겠는가?
어떤 풀리지 않는 미지의 것을 이야기할 때, 혹은 생명의 근원을 이야기할 때 우린 종종 우주에서 모든 것의 시작을 찾곤 한다. 이 책의 시작 역시 생명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우주에서부터 시작된다. 단지 뇌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으로 접근했던 나로써는 당황하기도 했지만 저자의 의도를 살피면 그 시작이 왜 우주여야 하는지 금방 수긍이 간다.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존재하기까지 필요한 근원에 대한 인정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우주에서 시작된 이야기의 흐름이 점차 그 범위를 좀더 구체화하면서 인간에게 그리고 지금 우리가 무엇인지를 말하게 하는 인간의 뇌로 좁혀간다. 그동안 지속되었던 인간의 뇌에 관한 과학적 정보가 쏟아짐에도 불구하고, 결국에는 인간의 뇌에서 작은 소우주를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우주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 끝을 알 수 없듯이 인간의 뇌도 생명의 시작과 끝이 함께 어우러져 비밀을 간직한 인간 몸 속의 우주이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생명체로써의 인간이 아닌 지금 우리가 왜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그렇게 된 원인으로 뇌의 탄력성을 설명한다. 미성숙한 상태로 태어난 인간의 뇌가 모든 것을 배우면서 탄탄해지고 달라지는 과정을 겪는다. 감정 역시 인간의 뇌와 무관하지 않으며 이러한 감정의 조절 역시 지능이 존재하는 이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단순히 뇌를 분석한다기 보다 우주와 박테리아에서부터 인간의 언어와 감정까지 모든 것을 연관짓는 것이 흥미로웠다. 뇌와 신경계를 연구함으로써 인간의 행동이나 개인적인 특성까지 이해하게 되는 신경과학이라는 다소 어려울 수도 있는 분야를 생각보다 흥미롭게 접할 수 있었다. 사춘기를 겪는 딸과 나의 뇌발달의 차이에 대한 호기심에서 출발했다가 뇌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많이 얻은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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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읽은 책 중에 <모든 것의 시작 비기닝> (2010, 야자와 사이언스 오피스 지음, 바다출판사 펴냄)이 있다. 우주, 은하, 태양계, 시간, 생명, 종, 인류라는 일곱 가지 카테고리의 기원을 알아보고자 지금껏 관찰된 것과 여러 과학자들의 주장, 그로부터 추론하는 이론의 발전 등을 소개한 책이었다. 너무나도 오래 전 일이고 자료가 한정되어 있으므로 정확하게 알아내기란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이론적인 과학에 빠져보는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인간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보고서> (2010, 에두아르도 푼셋 지음, 새터 펴냄)도 그런 점에서 비슷하다. 우주선을 띄워 우주를 여행하는 시대인데도, 우리는 아직 인간의 뇌에서 어떤 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기억과 감정과 이성이 발휘되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뇌의 발견이 어떻게 세상을 변화시켰나'라는 부제를 단 <영혼의 해부> (2007, 칼 지머 지음, 해나무 펴냄)에서는 그때까지 사람의 중심이 심장이라고 여겨졌던 것을 뇌 중심으로 바꾼 뇌과학자 토머스 윌리스의 삶을 그려냈다. 또한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진 올리버 색스 박사는 다양한 책을 통해서 뇌에 이상이 생길 경우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흥미롭게 그려내었다. 그러나 뇌에 문제가 생기면 사람이 바뀐다는 것은 경험적으로 관찰 가능하지만, 뇌 수술 등을 통해 아무리 뇌를 들여다보아도 거기에 영혼이나 감정이 깃들어있는지를 알아낼 수는 없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fMRI 등으로 현상은 관찰할 수 있으나 그 작동 원리나 가능성, 잠재력에 대해서는 아직 연구가 많이 필요하겠다.
<인간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보고서>의 저자인 에두아르도 푼셋은 변호사, 경제학자, 전 외교부 장관, 전 유럽 의회 위원회 회장, 전 IMF 카리브 지역 대표, BBC와 이코노미스트 기자 등 많은 영역에서 방대한 활동을 했고, 지금은 대학 교수이자 작가로 활동 중이라고 한다. 이전 책들을 보니 그의 경력만큼이나 책의 장르도 다양하다. <인간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보고서>에서 저자는 '인간의 기원'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지구에 처음 만들어진 생명체는 박테리아일 것이다. 이 박테리아들이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더 나아가 복잡한 개체를 만들어갔다는 것이다. 일단 생명이 만들어진 후에는 종이 생기고 진화했으며 어떤 계기를 통해 지금과 같은 지능과 뇌를 갖게 되었는지, 뇌와 유전자에 초점을 맞추어 설명한다. 그리고 인간 개체로 시야를 더 좁혀서 어린이의 지능 발달, 사랑과 행복과 생식, 언어와 기억, 정서 같은 행동의 기저에 대해 설명한다. 뇌는 단순한 육체적 장기가 아니라 인간의 정신과 영혼을 관장한다고 여겨지는 인간성의 중추이다. 그래서 뇌를 연구할 때에는 생물학과 의학뿐 아니라 심리학, 사회학, 행동학 등의 다양한 학문의 연구가 겸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은 그처럼 많은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종합적인 이해를 돕고자 했다. 그러나 이 다양성에는 단점이 동반한다. 워낙 다양한 부분을 함께 싣고 있어서, 어느 정도 기본 지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집중해서 읽기가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시각적인 자료나 컬러가 하나도 들어가 있지 않아서 꽤 건조한 느낌인 데다 오자와 탈자가 너무나도 많아서 몰입하기가 힘들었다.
인간과 뇌라는 거대한 주제를 한 권에 담기는 무리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지구 상에 생명이 태어난 기원으로부터 지금의 복잡한 인간이 되기까지 면면히 내려온 생명의 흐름을 생각하고, 그 정수로서의 인간의 뇌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