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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 아득했던 청춘의 비포장길을 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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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靑春 .. 푸른 봄 청춘.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TV 같은 매체에서는 대부분 청춘의 활기찬 모습, 당당한 모습, 유쾌한 모습으로 그려내곤 한다. 그런 내용의 프로그램을 보면 왠지 좀 불편했다. 청춘은 그렇게 유쾌한 기억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 지금이야 대학 진학률이 70%에 육박하지만, 90년대는 그렇지 못했다. 많은 청춘들이 ‘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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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靑春 .. 푸른 봄

청춘.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를까?

TV 같은 매체에서는 대부분 청춘의 활기찬 모습, 당당한 모습, 유쾌한 모습으로 그려내곤 한다. 그런 내용의 프로그램을 보면 왠지 좀 불편했다.

청춘은 그렇게 유쾌한 기억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겠지.

지금이야 대학 진학률이 70%에 육박하지만, 90년대는 그렇지 못했다.

많은 청춘들이 ‘돈’을 벌어 가정경제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상고, 공고 등으로 진학을 했고, 대학은 그렇게 나와는 출발선이 다른 돈 많은 친구들이 ‘진짜 공부’를 하기 위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뒤틀린 생각이란 거 안다. 하지만 19살은 딱 그 정도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기다.)

그렇게 공고를 졸업하고, 적당히 어둡고 습한 공장에서 그 곳의 ‘교체 가능한 부품’으로 젊음의 한 때를 보내었다.

그리고 10년 후 대학생활을 시작하며 존경하는 은사님이 내게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세상에 사연 없는 사람은 없다.”

 

그 한 마디는 나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소설 『7번 국도 Revisited』는 '나' 같은 청춘들의 고뇌와 방황을 보여 준다. 방황을 할 땐 이 방황이 끝나리라곤 생각지 못할 정도로 우울과 권태의 깊은 바다로 침잠해 들어간다.소설 속 등장인물 ‘나와 세희와 재현’은 우울한 청춘이다.

'나'는 특별한 직장 없이 인터넷 통신에서 레코드판을 사 모으던 중 재현을 통해 비틀즈의 앨범을 사게 되고 그와 친해?지게 된다. 세희는 외할머니가 죽은 후 집을 나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살아간다.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의미가 된 세 사람.

두 남자는 세희를 사랑하게 되고, 세희는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

재현은 여자 친구와 헤어진 친구로 손에 마비가 와서 밴드를 그만 두었다. '나'는 직장에서 싸우고 나와 별 일 없이 지낸다.

그러던 중 ‘나’와 재현은 7번국도로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 중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들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들은 조금씩 변해가는 자신들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본 적도 없는 아버지를 찾아 일본으로 떠나는 세희가 '나'와 재현에게 남기는 편지에는 아마도 자신에게 하고픈 말인 듯 이렇게 쓰고 있다.

 

이제는 늙어버린 한 남자를 어떤 두려움 없이 안을 수 있는 그 순간만을, 안고 있는 동안, 그와 삶에 대해서 생각하겠어요. 나의 삶, 순전히 나만의 것, 그 때에도 햇살은 따뜻하겠죠. 내 머리는 바람에 흩날리겠죠. 그 때에도 나는 계속 움직여야지. 멈추지 말아야지. 지치지도 말아야지. 계속 나아가야지. 집으로 돌아가는 탈영병처럼.’

 

청춘은.. 청춘이다.

어떤 이는 멈추지 않는 기차라고도 표현하지만, 가다가 멈추어도 좋다고 생각한다. 많이 가 보고, 걷다가  길바닥에 털퍼덕 주저앉아 끝없는 자기반성과 후회를 해 보아도 좋다. 후회 없는 삶은 성장하기를 멈춘 선인장과 같다.

 

이 책은 청춘에게, 한 때 청춘이었던 이들에게, 아직도 마음만은 청춘이라고 말하는 이들에게 보내는 헌사이다.

 

지금 떠나도 좋다. 떠날 수 있을 때 여행 가방을 싸는 용기 또한 젊음의 특권이다.

오래 전 작가의 길을 가게 했던 김연수의 7번 국도, 내 인생의 회색지대를 함께 통과했던 7번 국도로의 걸음 걸음, 이제 당신이 걸을 차례다. 준비.. 되었는가?

 



k*****m 2012.07.22. 신고 공감 11 댓글 26
리뷰 총점 종이책
투명한 병 속에 가득 차있는 영롱한 빛깔의 추억들. 삶 - 7번 국도 REVISITED -
"투명한 병 속에 가득 차있는 영롱한 빛깔의 추억들. 삶 - 7번 국도 REVISITED -" 내용보기
신은 인간에게 망각이란 선물을 주었다고 한다. 망각. 잊는다는게 왜 선물일까? 이 질문은 '죽음' 이란 축복일까, 저주일까 라는 질문과 상통하기도 한다. 인간의 모든 상황은 절대적으로 상대적이다. 모든 것은 비교를 통해야만 인식이 가능하다. 죽음이 없다면 삶이 무의미할 것이다. 영원히 사는데, 오늘이 무에 소중할까? 시간의 개념도 나이의 개념도 불필요 할 것이다. 만약 인
"투명한 병 속에 가득 차있는 영롱한 빛깔의 추억들. 삶 - 7번 국도 REVISITED -" 내용보기

 

신은 인간에게 망각이란 선물을 주었다고 한다.

망각. 잊는다는게 왜 선물일까? 이 질문은 '죽음' 이란 축복일까, 저주일까 라는 질문과 상통하기도 한다. 인간의 모든 상황은 절대적으로 상대적이다. 모든 것은 비교를 통해야만 인식이 가능하다. 죽음이 없다면 삶이 무의미할 것이다. 영원히 사는데, 오늘이 무에 소중할까? 시간의 개념도 나이의 개념도 불필요 할 것이다. 만약 인간이 죽지 않는다면, 산 위의 바위와 다를 바 없어질 것이다. 기억 또한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언젠가 사라지기에 소중하다. '글' 이란 애초에 망각 때문에 만들어 졌지 않은가? 인간에게 영원한 기억력이 있었다면, 글이란, 문장이란 애초부터 태어나지도 않았을 터다.

죽기 때문에 삶은 아름답고, 망각하기 때문에 기억은 아름답다. 세상에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소중하기 때문에 아름답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장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일까?

예를들면, 이런 상황. 죽어서 저승사자를 만났는데, 저승사자가 이렇게 물어보는 거다.

"이승에서의 기억들 중 단 하나만 가져갈 수 있다.뭘 가져갈래?? "

(뭐, 그렇게 말한다면, 그 기억이 어디부터 어디까지를 가져갈 수 있는건지, 한 사람에 대한 기억인지, 여러사람의 기억인건지,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는 않는지 등등....꼬치꼬치 따져보겠지만, 그냥 가정이니까 너무 디테일하게 따져보지는 말자.)

작가의 자전적 느낌이 물씬 드는 '7번 국도' 는 그 질문에 대한 답과도 같다.

 

'나' 와 '재현' 그리고 '세희' 에게 얽혀있는 청춘의 이야기.

삶이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한번쯤은 거치는 시절에 대한 이야기.

삶이 무엇인지. 삶이 무엇으로 채워져 있는지 짐작도 못할 시절, 삶이라는 유리병을 무언가로든 채우기 위해 안달을 하던 시기의 이야기.

그 안을 희망과 사랑으로 가득 채우던 그 시절의 이야기.

 

'7번국도' 로 대변되는 길은 결국 삶이라는 긴 길이다.

우리는 삶의 길을 따라가며 동반자를 만나고 헤어지고, 사랑을 하고 사랑을 잊는다. 미워하고 미움을 잊고, 기뻐하고 기쁨을 잊고.

길은 수갈래로 갈라지기도 하고, 다른 길과 모여지기도 한다. 수많은 교차로들이 있고, 이정표들도 있다. 포장이 덜 된 곳도 있고, 길 양 옆으로 너른 아스팔트 대지가 펼쳐져 있기도 하다. 아름다운 해안이 보이기도 하고, 가끔은 죽음의 위기를 넘기기도 하고 떨어진 동전이나 지폐를 줍는 횡재를 하기도 한다.

지루하고 고된 삶의 길을 걷다 보면 의미도 잃고 이유도 잃어버리게 된다. 사실 삶의 대부분이 그렇다. 인간은 고통은 오래 간직하고 행복은 쉬이 망각하기 때문에 삶 대부분은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그럴때, 우리는 과거를 양분삼는다. 추억이란 이름의 연료를 태우며, 오늘이라는 현재를 살아갈 힘을 얻고, 희망을 되새김질 한다. 그것이 아름다운 추억이든, 고통스러운 추억이든, 그것들은 '다 지나갔다' 는 사실만으로 삶의 원동력이 되고 희망이 된다.

 

내가 김연수 작가를 좋아하게 된 계기는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이란 작품을 통해서였다.

중고등학교 시절엔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이나 청소년을 위한 고전선집, 노벨상 문학전집들 중 재밌어 보이는, 그리고 잘 읽힐 것 같은 책들을 주로 골라 읽었더랬고, 한국 소설은 주로 변경, 태백산맥, 아리랑, 광개토 대제, 대륙의 한...등과 같은 대하소설에 심취해 있었다. 물론 만화책을 훨씬 더 많이 봤고. 대학때는 만화책을 공부하듯 읽어제끼던 시절이었고, 손에는 책보다 크로키북이 들려있었다. 군 전역후, 만화과로 복학했을땐 시나리오 작법서나 영화연출서적, 각종 만화기법 책들을 끼고 살았고,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 소설에 심취해 있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을 시작하고 나서야 베스트 셀러에 눈을 돌리게 되었고, 히가시노 게이고나 미야베 미유키 같은 일본 장르소설 작가가 지겨워 졌을때 폴 오스터 작가 와 김연수 작가를 동시에 만나게 되었다.

 

평소, 책 두권 정도를 동시에 시작하는 버릇 탓에,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은 폴 오스터의 '우연의 음악' 과 '뉴욕 삼부작' 사이에 걸쳐서 읽었더랬다. 그래서인지 난 언제나 '김연수' 라는 세 글자에 '폴 오스터' 라는 이름이 겹쳐친다. 두 작가분의 스타일도 통하는 부분이 있기도 하고, 시간과 공간,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서술과 결국은 이러한 여러 이야기들을 하나로 아우르는 생동감 넘치는 플롯의 구성능력 또한 엄청나지 않은가. 섬세하고 감정이 풍부한 문장들도 두 작가의 장점이기도 하다. 김연수 작가의 책을 두세권 더 읽고 나서야, 비로소 '오- 좋다!' 라고 외치게 되었더랬다.

 

'7번 국도' 는 김연수 작가의 초기작 답게 뒤에 다른 작품들을 통해 다시 발현되는 장면들이 눈에 띄어 즐거웠다.

또한 위에도 언급했던 시간과 공간의 사이를 비집고 뒤틀고 엎어치면서 이야기의 중심을 유지하는 균형감각은 역시 그냥 타고난거였구나, 싶기도 했다.

책을 앞으로 넘겼다, 다시 원래 읽던 자리로 돌아갔다를 반복하면서 그 읽는 맛도 상당히 즐거웠다.

 

나의 이십대를 추억해보면, 아둥바둥 아둥바둥, 필씅!! 입대를 명 받고, 전역을 명 받았습니다, 필씅! 공모전, 떨어지고, 졸업하고, 또 떨어지고.

여자친구, 사귀자마자 채이다니, 이게 뭔일인고, 하기도 전에 컬러리스트의 세계로 빠져들어 일하고 또 일하고, 고료 체납되다 떼어먹히고, 일 있다가 없어서 단돈 몇만원으로 한두달 버티고, 그나마 요즘은 간신히 제대로 받기 시작하고. 자리 좀 잡아서 고료도 좀 오르고, 일도 꾸준히 들어오고. 

그래도, 나도 언제나 사랑했다.

언제든 어디서든 누구든, 짝사랑이라도 했다. 헤어진 연인을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살기도 했고, 내내 좋아하다가 고백 타이밍을 못 맞추고 잊기도 했고, 고백했다가 채이기도 하고, 어떻게든 누구든 어떤 식으로든 사랑할 거리를 만들어서 반하곤 했다.

 

작품 말미에 있는 '고양이 킬러' 의 이야기가 그래서 더욱, 더욱 더욱 더더욱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는 단 하나의 희망을 가지기 위해 사랑했다...지금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우리는 그 단 하나의 희망을 위해 서로 사랑할 것이며, 당신이 다시 복수를 시작한다고 해도 그 단 하나의 희망을 위해 서로 사랑할 것이다. 거기 의미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것이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것이다. "  -7번국도 REVISITED (김연수 2010) p. 203~4 -

 

앞길이 막막했고, 고난과 좌절뿐인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사랑해야 했다.

하지만, 사랑할수록 스스로는 더 고통스러워졌고, 현실은 더욱 진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짝사랑만 하기로 했다.

나의 20대는 고통스러운 현실과, 더 고통스러운 짝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 고통들을 양분삼아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스스로를 현실로부터 단절시키고, 나의 마음은 내 안쪽으로 더욱 갈무리 했으며, 넓은 체육관에 앉아 묵직한 쇳덩어리로 육체를 혹사시키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고립. 단절. 짝사랑은 그 증거이자 방법이었다. 상처 받지 않기위해 혼자 사랑했고, 상처 주지 않기 위해 혼자 사랑하려 했다.

하지만, 고립되고 단절된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다. 난 내 자신을 믿지 못했다. 내 현실을 믿지 못했다.

 

작품 안에서는 '아무 쓸모 없는 일을 하는' 우체부 할아버지가 등장한다. 그리고, 7번국도를 여행하는 두 남자에게 '삶의 의미' 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뒷주머니에 손수건을 넣고 다니듯, 젊은이들에게 들려줄 이야기 하나 정도" 라며 풀어준 이야기가 바로 '고양이 킬러' 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제 나도 내 삶속에 희망을 품는다.

어제가 2010년이었고, 오늘이 2011년 이라 해도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듯이 내 삶속에 희망이 들어온다고 뭔가가 당장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아마 내 앞길은 여전히 막막할거고, 내 작품은 번번히 공모전에서 떨어질거고, 내 그림은 여전히 비례가 안 맞을테고, 내가 만드는 이야기들은 재미 대가리도 없을 터다. 또 누군가를 마음에 품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릴거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주고 받으며, 헬스장에서 에로틱한 소리를 내며 쇳덩이들을 애무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희망을 갖고,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고백하고, 채이면서 새로운 청춘을 맞이하련다.

 

"서로 연결되지 않는 길을 죽은 길이라고 말할 수 있듯이, 제아무리 숭고하다 한들 고립돼 있다면 그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라오."

-7번국도 REVISITED (김연수 2010) p. 144 -

 

 

P.S

근데,

책이 짧아서 아쉬웠다.

이 작품은 김연수 작가의 장편들 중 눈에 띄게 짧은것 같다. 책에 빈 공간도 많고. 얇잖아!!!!!! 글자가 적어!!!!!!!

여기 신작 하나 추가요!!! 플리즈!!! 하악하악!!! 기다리는 동안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을 또 펴들게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재현과 세희의 다른 버전 이야기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이 아닐까 싶다.

은근히 연관성 있어보이는 장면들이 꽤 등장하니, 김연수 작가의 팬이라면 한번 찾아보는 것도 즐거울 듯!!

  



f******g 2011.01.01. 신고 공감 4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7번 국도 revisited /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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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여행은 아무런 계획 없이 그렇게 떠났던 여행이었다. 일단 예약이 되어있던 강원도 봉평에 있는 한 호텔에서 하루를 묵은 후, 그 다음 일정은 강원도 해안으로 나가 7번국도를 타고 죽 내려가다가 이름 없는 호젓한 바닷가에서 캠핑을 하는 게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7번국도.. 한반도의 등줄기라고 할 수 있는 동해안의 해안가를 따라 쭉 뻗어 있는 도로.. 그것을 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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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름 여행은 아무런 계획 없이 그렇게 떠났던 여행이었다.

일단 예약이 되어있던 강원도 봉평에 있는 한 호텔에서 하루를 묵은 후, 그 다음 일정은 강원도 해안으로 나가 7번국도를 타고 죽 내려가다가 이름 없는 호젓한 바닷가에서 캠핑을 하는 게 이번 여행의 목표였다..

7번국도..

한반도의 등줄기라고 할 수 있는 동해안의 해안가를 따라 쭉 뻗어 있는 도로..

그것을 타고 내려가면 저 부산까지 갈 수 있는 그 도로는

젊은 시절 한번 꼭 가보고 싶었던 로망이었다.

무전여행을 하면서 걸어 보든 ,이 책의 주인공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가든

이번에 내가 여행을 했던 것 처럼 자동차로 이동을 하든..

한쪽에는 푸르른 바다 그리고 한쪽은 또 다른 풍경과 함께하는 그 국도를 따라 가보는 것..

젊은 시절에 꼭 해보고 싶었던 일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 시절..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을 느끼기도 하고 

젊음이 일종의 특권처럼 느껴졌지만 또 웬지 익지 않은 어설픔으로 주눅도 드는 그런 시절이었던 것 같다..

누군가의 보호하에서가 아닌 나 만의 자유, 희망등을 느끼고 싶었던 그 시절..

어디론가의 훌쩍 떠남은 웬지 그래야만 젊은이다운 것이 아닐까하는 막연한 오기 같은 것이기도 했던 것 같다..하지만 젊음만으로 무장을 하고 나서기에는 나를 머뭇거리게 하는 그 무엇이 아직은 남아있었던 모양이다.. 결국 하지 못했으니까..

 

이 소설 <7번국도 revisited>revisited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 듯이 이 책은

다시 방문한, 그래서 다시 써내려간 7번국도라고 말할 수 있다.

초창기 김연수의 소설 7번국도(1997년)는 읽어보지 못했는데 그때의 소설을 뼈대만 그대로 두었을 뿐

새로 쓰듯이 써내려간 소설이라고 한다.

다만 그당시의 <7번국도>는 어떤 희망이라는 단어보다는 '삶의 지루함'과 '무의미'가 주를 이루었고 다만 여행에서 돌아온 뒤 살아가야 할 삶과 세상에 대해 적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의미를 느끼고 싶어 7번국도를 여행하는 자들은 더 이상 그것을 느낄 수 없는 추억속으로 사라진 여행이 되었다고 한다. 그렇듯 7번국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7번국도로 대변되는 많은 사람들과 사물들 이야기들이 그 도로를 따라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두 젊은이를 통해 교차되고 있다..

 

청춘..

스무 살이라는 것은 그 단어 뒤에 정말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이 7번국도위의 청춘 나, 재현, 세희 그리고 서연

지금은 작가가 되어있는 '나'.. 그는 그의 젊은 날을 기억한다.

회사에서 나와 아버지가 남겨준 아파트에서 시나리오를 쓰고 중고 음반을 사 모으고 있던 그 시절을.. 중고음반을 사던중 비틀즈의 7번국도라는 희귀 음반을 구입하게 되고 그것을 계기로 재현과 만나게 된다. 그 음반자체가 소중했던 재현과 그 음반보다는 음악이 좋았던 나... 그들은 그 음반을 공유하기 위해 7번국도라는 카페에 그 음반을 가져다 놓고 그곳에서 바라보고 만지고 그리고 듣기로 한다.

그곳에서 만나게 된 세희

자신을 키워주던 외할머니의 죽음으로 외삼촌 책을 나와 혼자 편의점 아르바이트 지내던 중 이들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합세를 하게된다.

이들은 푸르른 청춘이라기 보다는 우울한 청춘의 표상인 듯 하다..

이렇듯 그들의 주위에는 7번국도로 대변되는 많은 이들과 현상들 그리고 그것들로 상징되는

그들의 사랑과 아픔이 있었다..

 

우리에게는 희망을 선물하러 찾아올 외계인도, 우리를 둘러싼 기억들을 없애줄 옛 애인도 없었으므로,

우리는 가난했고, 또 적적했다. 충분히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하지 않았다는 말과 같다고 생각했으므로 그때 우리는 가고자 해도 갈 길이 없는 진퇴양난의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돌아가고 싶다고 말을 하기에는 청춘이 너무 아까웠고, 새로운 인생을 원하기에는 용기가 부족했다. 아깝고 부족하고, 아깝고 부족하고. 그렇게 해가 뜨고 해가 졌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건 마술쇼를 보러 가는 저녁 나들이. 어쩌면 판돈을 다 따기 위해서 가진 재산을 모두 거는 마지막 도박판 혹은 완전한 망각, 망실, 망명 그러니까 무의 존재를 향한 매혹적인 여행의 시작이랄까...(p40)

이렇게 그들의 여행은 시작된다.

 

절경과 함께 굽이 굽이 나 있는 도로.. 그 끝은 어디인지 알 수 없지만  많은 교차로와 갈림길

그리고 그 길 위에 많은 인생의 모습들을 담고 있는 길 7번국도로 대변되는 청춘과 삶..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그들의 고뇌는 이제 점점 철학적이 사유보다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한 아픔이 되고 있는 듯 해서 안타까운 맘이다..

지금은 4차선 자동차전용도로로 잘 닦여진 고속화도로가 되었지만

7번국도는 그 모습 자체가 아닌 그 길이 담고 있는 많은 이들의 이야기들로 기억되는 영원한 청춘의 표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YES마니아 : 플래티넘 n******m 2012.09.03. 신고 공감 4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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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통과한 마술사의 모자는...
"내가 통과한 마술사의 모자는..." 내용보기
최상의 인생이란 짐작할 수 없는 인생. 늘 기대를 저버리는 인생. 마술쇼에 들어가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관객의 인생. 이윽고 마술사가 무대로 나와 긴 모자 속에 꽃을 넣으면, 거기서 다시 꽃이 나오는 일은 없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으리라. 그는 마술을 보려고 거기까지 갔으니까. 그러니 그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 꽃이 아닌 것. 어쩌면 꽃만 아니면 되는 것. 비둘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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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인생이란 짐작할 수 없는 인생. 늘 기대를 저버리는 인생. 마술쇼에 들어가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관객의 인생. 이윽고 마술사가 무대로 나와 긴 모자 속에 꽃을 넣으면, 거기서 다시 꽃이 나오는 일은 없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으리라. 그는 마술을 보려고 거기까지 갔으니까. 그러니 그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 꽃이 아닌 것. 어쩌면 꽃만 아니면 되는 것. 비둘기든, 하얀 천이든, 햄스터 일곱 마리든. 꽃만 아니라면. 꽃만 아닐 수 있다면. 청춘의 희망이라는 건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마술을 원하는 마음. 한 가지를 제외한 그 모든 걸 원하는 마음. (40)

 

최상의 독서란 짐작할 수 없는 결과. 마술사의 모자에 집어넣어진 꽃처럼, 다시 꽃으로 되돌아 나오는 일은 없는 것. 김연수 작가의 책은 늘 마술사의 모자 같다. 그 앞에서 얌전히 모자 속으로 들어갈 대기를 하고 있는 나는, 곧 비둘기든, 하얀 천이든, 햄스터 일곱 마리든, 어쨌든 이제 나 자신이 아닌 무언가로 변하길 기다리고 있는 꽃 한 송이. 그랬다, 그 모자 속에 들어갔다가 내가 꽃인 그대로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너무 미미한 변화를 거친 뒤라 꽃 그대로처럼 보일지 몰라도, 꽃잎이 조금 더 풍성해졌다거나, 줄기에 가득 돋혀 있던 가시가 사라졌다거나, 물기 없이 고개 숙이고 있던 꽃이 새 물 머금고 빳빳해졌다거나, 뭐 그런 사소한 변화라도 내겐 있어 왔다는 이야기. 김연수 작가는 최고의 마술사니까. 그의 글을 읽는 이들의 마음에 마법 가루를 솔솔 뿌려 내가 아닌 무언가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적어도 다시 태어나고 싶게 하는. 그렇게 내가 통과한 마법사의 모자는 김연수 작가의 책이었지만, 청춘 시절의 '나'와 재현이 통과한 마법사의 모자는 '7번 국도'였다.

 

동해 바닷가를 따라 아름다운 절경을 곁에 끼고 펼쳐져 있는 그 7번 국도. 그 7번 국도는 '나'와 재현이 달리기 이전에 먼저 김연수 작가와 그의 친구가 자전거로 달렸던 길이다. 지금은 자동차전용도로로 승격되어 청춘의 그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추억'을 누릴 수는 없게 되었지만, 우리에게는 대신 또다른 '7번 국도'를 달릴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으니까. 청춘의 김연수 작가와 친구가 마법사의 모자처럼 통과했던 그 7번 국도를 따라 우리 앞에는 '나'와 재현의 『7번 국도』가 펼쳐졌고, 그게 벌써 1997년의 일. 그 후 13년이 지난 2010년, 그간의 세월 동안 7번 국도는 자동차전용도로로 승격되었고, 『7번 국도』는 'Revisited'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우리 앞에 찾아왔다. 책 속의 '나'와 재현은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7번 국도를 달리지만, 7번 국도 앞뒤로 펼쳐진 풍경은, 그들의 이야기는, 13년의 세월만큼 달라졌다. 많은 문장들이 사라지거나 태어났고, 이제는 자전거로 달릴 수 없게 된 7번 국도를 향한 아련한 향수가 더해져, 무언가 아득한 그리움이 짙어졌다. 김연수 작가의 글에는 '그 시간들은 다 어디로 흘러갔을까?'하는 질문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의 13년 시간이, 당연히 그 시간 모두는 아니겠지만 그 시간의 일부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다시 찾은 7번 국도에서 나는 어렴풋이 느꼈다. 그 시간 동안에도 끊임없이 마법사의 모자를 통과하고 있던 작가의 더욱 옹골지고 수려해진 문장들, 그리고 20대를 '추억'하게 된 연륜에서 오는 애틋한 감수성은 또다른 감동으로 7번 국도를 달리게 해준다.

 

재현의 잠든 모습은 하늘에 붙박인 별자리처럼 보였다. 별들은 어떤 힘으로 거기 하늘에 매달려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는 어떤 힘이 있기에 아직도 청춘일까? (183)

 

우리가 아직 청춘일 수 있다면 그 힘은, 앞에 무엇이 펼쳐질지도 모른 채 미지의 세계를 향한 두려움을 품고도 용기를 내어 마술사의 모자를 통과했던 그 시간들이겠지. 그 마술사의 모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는 그저 미리 눈속임으로 준비해둔 다른 무언가와 바꿔치기 당할 수도 있고, 어딘가 긁히고 찢기고 상처만 입을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금빛 치장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중요한 건, 어쨌든 나는 이제 어딘가 무언가 얼마만큼은 변하게 되어 있다는 것. 청춘의 우리는 누구나 다 그렇게 각자의 '마술사의 모자'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던 그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 그렇게 자꾸자꾸 나는 변하고 변해 지금의 인간이 되었고, 앞으로는 또 다른 무언가가 될 거라는 것. 그렇게 끊임없이 마술사의 모자를 지나는 동안, 나는 영원히 청춘일 거라는 것. 그리고 이런 걸 내게 일깨워 준 '마술사의 모자'가 바로 김연수 작가의 책들이라는 것. 그의 책이 있는 한은 나는 늘 변하고 성장하(고 때로는 좌절도 하)는 청춘이겠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 말을 하기 위한 것.

 

사랑에 대해서 말하려고 이렇게 에둘러 왔네요. 이제는 죽고 없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 동시에 두 남자를 사랑하는 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인간을 사랑하는 일. 그 모든 사랑이 내게는 공평하고 소중하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끝까지 남아 그 사랑들에 대해서 말하는 증인이 되는 것. 기억의 달인이 되어, 사소한 것들도 빼놓지 않고, 어제의 일인 것처럼 늘 신선하게, 거기서 더 나아가 내가 죽은 뒤에도 그 기억들이 남을 수 있도록, 이 세계 곳곳에 그 기억들을 숨겨두는 일. (187)

 

이제 7번 국도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일 같은 건 해볼 수 없게 되었지만 '기억하는 것'이라는 의무를 저버리지 않은 누군가의 손끝에서 7번 국도는 영원히 이 세계에 기억되게 되었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내 안에 기억해 그들의 기억에 대한 증인이 되었고,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바로 사랑이라는 것. 결국 우리 모두가 '마술사의 모자'를 통과할 수 있었던 힘은 삶을 향한 각자 나름의 방식과 형태로의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삶에 대한 어떠한 애정도 없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캄캄한 터널을 과연 누가 지날 수 있을까? 영원히 청춘이고 싶다면, 그 방법은 단 한 가지, 계속해서 삶을 사랑할 것. 끊임없이 애틋하게 뜨겁게 삶을 사랑할 것. 삶에 대한 사랑이 식더라도, 나는 이제 청춘이 끝났나보다 실망할 필요는 없겠다. 앞날은, 모르니까. 식었던 사랑이 다시 불타올라 '회춘'하게 될지도. 그러니까 이전의 나는 이런 식으로 청춘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7번 국도 Revisited』라는 '마술사의 모자'를 통과한 뒤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으므로, 나는 모자에 들어가기 전의 꽃이 아닌, 비둘기나, 하얀 천이나, 햄스터 일곱 마리로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어떤 식의 변화든, 꽃만 아니면 되니까. 꽃만 아니라면. 꽃만 아닐 수 있다면. 청춘의 희망. 마술을 바라는 마음. 그 마음 있으니, 나는 아직도 청춘!

j******o 2011.01.05. 신고 공감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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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에 대하여 [한국소설-7번 국도 Revis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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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몰랐던 어린 시절, 7번 국도를 따라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는 하다. 도보 여행인지 자전거 여행인지 기차 여행인지(자동차 여행은 아예 계획에 없었고)에 대한 선택은 없이 막연히, 그냥, 언젠가 그런 때가 오면, 하면서 마음으로 그리던 여행.(지금은 그럴 마음이 없지만)   이 책은 그 마음이 불러낸 책이다. 혹시 작가가 내 어린 날의 기억을 흐뭇하게 되살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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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몰랐던 어린 시절, 7번 국도를 따라 여행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기는 하다. 도보 여행인지 자전거 여행인지 기차 여행인지(자동차 여행은 아예 계획에 없었고)에 대한 선택은 없이 막연히, 그냥, 언젠가 그런 때가 오면, 하면서 마음으로 그리던 여행.(지금은 그럴 마음이 없지만)

 

이 책은 그 마음이 불러낸 책이다. 혹시 작가가 내 어린 날의 기억을 흐뭇하게 되살리는 데 도움을 주시지는 않을까 하고. 그렇게 해 줄만한 에피소드 몇 개만 보여 준다고 해도 참 행복해질 텐데, 하는 기대로.(그러던 차에 이 책을 woojukaki님이 보내 주셨으니, 결론적으로는 책보다 책을 보내 주신 분 덕분에 더 행복해졌다.)

 

이 책 바로 앞에 '미국의 송어낚시'를 읽었는데, 앞의 독서가 다음의 독서를 간섭하기도 한다더니, 이 책의 초반을 넘어서면서 자꾸만 '미국의 송어낚시' 생각이 나는 것이었다. 글을 전개해 나가는 방식의 유사함 때문인지, 여행이라는 컨셉이 겹쳐서였는지, 장소가 다르고 인물이 다름에도 자꾸만 비슷한 것 같다는 의심이 생겨서(의심을 해결해 보겠다는 의지의 발현 따위는 생기지 않았고) 갸웃갸웃하며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의 마지막 부분 본문에서 결국 '미국의 송어낚시'라는 글자를 찾고 말았다. 둘은 연결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내 기억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의 송어낚시'라는 책을 어떻게 알아서 내가 읽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에는 없는데, 김연수의 '7번 국도'에 대한 소개글에서 얻은 정보인지 아닌지도 모르겠고, 아무튼 '7번 국도'가 신선하지 않게 여겨졌다는 그게 문제라는 것이다. 신선하지도 그리움을 불러일으키지도 않았으니까. 차라리 두 책 사이에 연관이 있다는 것을 미리 알았더라면, 의심 없이 읽으면서 오히려 비교의 재미를 맛보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김연수의 글은 내게 닿았다가 닿지 못했다가 그러는 것 같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YES마니아 : 로얄 j***6 2011.01.17. 신고 공감 2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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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그 시절, 혼란과 방황, 희망 그리고 전진
"20대, 그 시절, 혼란과 방황, 희망 그리고 전진" 내용보기
김연수 장편 소설200 쪽 정도 되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소설. 여러 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져 있는 소설, 그래서 책을 읽기가 한결 수월한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짜장면"으로 끝나는 소설.<사랑이라니, 선영아>(http://blog.yes24.com/document/11118452) 작가의 말에 "7번 국도"가 나오는데, 바로 그 "7번 국도"가 이 책인 듯하다. 아, 여기저기 찾아보니, 그리고 "그 첫눈들을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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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 장편 소설

200 쪽 정도 되는 길지도 짧지도 않은 소설. 여러 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어져 있는 소설, 그래서 책을 읽기가 한결 수월한 소설이기도 하다. 그리고 "짜장면"으로 끝나는 소설.
<사랑이라니, 선영아>(http://blog.yes24.com/document/11118452) 작가의 말에 "7번 국도"가 나오는데, 바로 그 "7번 국도"가 이 책인 듯하다. 아, 여기저기 찾아보니, 그리고 "그 첫눈들을 바라보다가 나는 <7번국도>를 처음부터 다시 써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p.193)를 보니 원래 <7번국도>라는 소설을 쓰고, 이 책은 제목에 "Revisited" 란 단어가 들어갔기에 예전 <7번국도>를 다시 쓴 책 같다. 그리고 산문집 어디에선가도 "7번 국도"가 언급되었는데 어딘지 찾으려다 그냥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7번 국도는 동해안과 길게 나란히 놓여 있는 길이다. 예전에 대학 동기 몇놈이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이길을 따라 포항에 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보니 초반부에 포항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자전거를 타고 7번국도를 여행하는 시작점으로. 책 속의 포항에 대한 묘사는 6년간 거기에 살면서 느꼈던 것과 비슷하다. 대구가 가장 덥다고 하는데, 왜 포항이 더 덥게 느껴졌던지. 게다가 그 습기란. 겨울에는 왜 이리 추웠던지... 그래도 그 시절이 그리워지네.

지금도 그때의 포항을 생각하면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이 떠오른다. 시계가 엿가락처럼 늘어진 그 그림. 시간은 앞뒤로 막혀 있고, 따라서 기억도 늘 거기쯤에 멈춰 있다. 항구도시라면 탁 트인 느낌이 들어야 할 텐데, 도대체 포항은 왜 이렇게 답답한 곳으로 기억되는 것일까? 내 기억 속의 포항은 사방이 십삼 미터 높이의 성곽으로 막혀 있고, 바다는 동쪽 아주 먼 곳으로 유배를 떠난 듯한, 뭐 그런 곳이랄까. (p.21)

호불호가 있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런데 나에게는 꽤 괜찮은 책이었다. 책을 보면서 마치 영화를 보는 듯했다. 스펙타클한 영화가 아닌 독립영화가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야기들은 시간상으로 뒤죽박죽이지만, 한 곳에서 이야기한 것들이 다른 곳에서 해결되는, 어쨌든 서로 아귀가 들어 맞는다. 청춘의 이야기, 희망을 말하는 이야기. 그런 책인데, 그렇다고 이 책을 읽는다고 막 희망이 생기는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꿈을 가질 수는 있을 것 같다. 그것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는 것일지라도. 지나고 보면 나의 20대도 이 책과 같지 않았을까. 그런 면에서 20대의 이야기를 잘 쓴 것 같다. 혼란스럽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아련한 기억이 떠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맘이 드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비틀즈의 Route 7 이란 곡을 찾아봤다. 없었다. 덧붙이는 말을 보니 원래 없는 곡이란다. 젠장. 속았다. 그리고 "짜장면"으로 끝이 나는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 마지막 이야기에 "짜장면" 이야기는 안 나오는데, 그리고 자세히 봤는데, 젠장, "진짜 장면."으로 끝나는군.

자전거로는 더 이상 힘들테니 자동차로라도 언젠가 7번국도를 가봐야겠다.

7번국도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건 마술쇼를 보러 가는 저녁 나들이, 어쩌면 판돈을 다 따기 위해서 가진 재산을 모두 거는 마지막 도박판 혹은 완전한 망각, 망실, 망명, 그러니까 무의 존재를 향한 매혹적인 여행의 시작이랄까. (pp.40-41)

추신 : 다음에 언제 한번 나와 7번국도에 갈 기회가 생긴다면 아침 해가 떠오르는 하늘 위로 갈매기가 날고 기차가 달리는, 정동진의 그 멋진 풍경을 같이 보자꾸나. <모래시계>의 한 장면이 아니라, 진짜 장면. (p.205)


YES마니아 : 플래티넘 h******i 2019.03.13.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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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문장을 읽으며 위로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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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청나게 오탈자가 많은 책을 교정하고 있었다. 솔직히 문장도 다 뜯어 고치고 싶었으나 교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실은 교정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 오탈자 찾기에 주력을 다했던 것. 하지만 건조하고 이상하게 뒤틀린 그 문장들만 들여다보고 있자니 나의 정신도 함께 황폐화되고 있다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처음 며칠은 그냥 황폐한 상태를 방치했는데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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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엄청나게 오탈자가 많은 책을 교정하고 있었다.

솔직히 문장도 다 뜯어 고치고 싶었으나 교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사실은 교정도 제대로 하는 것이 아니고 정말 오탈자 찾기에 주력을 다했던 것.

하지만 건조하고 이상하게 뒤틀린 그 문장들만 들여다보고 있자니 나의 정신도 함께 황폐화되고 있다는 기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처음 며칠은 그냥 황폐한 상태를 방치했는데 문득 근처에 있는 이 책을 발견했다.

별 생각 없이 책을 펼쳤다.

 

그.리.고.

 

나는 위로받기 시작했다.

 

김연수는 나를 이제는 그 옛 자취를 찾기 힘든 7번국도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그 출발점은 서울. 나도 열심히 걸어다녔을 연희동과 홍대 신촌의 길들.

그리고 7번 국도.

 

젊은 날의 한 청년이 있다. 그리고 독특한 계기로 만난 친구가 있고 레코드 판이 있다. 결국은 친구의 여자 친구였다가 자신의 여자가 됐다가 한 처자가 있다. 7번 국도에서 죽은 사람들의 명단이 있다. 그걸 들고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두 청년이 있다.

 

이 책은 젊은 날의 방황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방황 끝에 조금은 성숙해진 자신을 발견하는 이야기다. 그런 내용이 김연수라는 아름답게 한글로 문장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손을 통해 책으로 만들어지고 나라는 사람의 눈으로 읽혀진 것이다.

 

그의 문장을 읽으며 나의 황폐했던 마음이 정화되고 온기가 도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아주 두껍고 작은 글자들로 빼곡한 책을 교정하는 내내 일이 끝나면 반드시 이 책도 조금 읽어줬다. 그렇게 내가 무사히 제정신을 유지한 채로 교정 일을 마칠 수 있었다고 나는 확신한다.

 

아름다운 문장이 사람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다는 건 진작에 알았지만 엉망으로 된 문장이 사람의 마음을 그렇게 황폐하게 만들 수 있다는 건 처음으로 알았다.

그리하여 나도 결심하는 수밖에...

 

최선을 다해 아름답고 사람의 마음에 위안을 주는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이런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해준 김연수의 소설에 감사를 표한다.

s******y 2011.01.29.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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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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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리뷰를 쓰려고 하니, 내 지나온 20대도 한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쓰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작가에게 있어서.   좀 독특한 책으로 느껴진. 어떤 책이건 다양함을 지닐 수는 있는 거니까, 크게 문제 삼거나 그러겠다는 건 아닌데, 제목만 봐서 느껴지는 바, 뭔가 있어 보이면서,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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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던 건 아니지만, 리뷰를 쓰려고 하니, 내 지나온 20대도 한번쯤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아마도 그런 의미에서 글을 쓰게 된 게 아닐까 싶다. 작가에게 있어서.

 

좀 독특한 책으로 느껴진. 어떤 책이건 다양함을 지닐 수는 있는 거니까, 크게 문제 삼거나 그러겠다는 건 아닌데, 제목만 봐서 느껴지는 바, 뭔가 있어 보이면서, 또 헷갈리기도 하고, 한마디로 독특하다.

 

등장인물이 제목에 등장하기도 하고. 나름 읽기 편하게 독자를 위한 제목이구나 싶기도 하면서, 제목과 내용에 있어서 허탈한 기분을 주기도 했던 것 같기도 하고. 솔직히 책을 덮고 나면, 제목은 생각도 나지 않았다. 참 길기도 했으니...

 

나는 제목에 7번 국도라고만 입력을 했지만, 이 책의 제목은 [7번 국도 Revisited]이다. 왜 한글과 영어를 함께 제목으로 삼았을까? 별생각 없었는데, 그 제목도 책을 다 읽은 후에 조금 이해가 됐다고 한다면. 이해가 되긴 했을까?

 

내 느낌은 그렇다. 자신을 돌아보는 글쓰기였다는. 작가 자신에게.

 

내 경험이 아닌 이야기에서 공감하기가 쉽진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또 너무 타인의 이야기이기만 했던 것 같진 않기도 하고.

 

그저, 작가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내겐, 작가의 모습 중 이런 모습도 있을 수 있겠구나 싶은 순간이었다. 세 명의 인물을 통해, 청춘의 한 순간을 그려내고 있다. 내 인생에서의 어떤 순간엔 어떤 인물들이 등장인물로 그려질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야기 중에 등장한 7번 국도의 다양한 쓰임이 기억에 남는다. 실제하는 국도의 이름으로, 그리고 화분에 이름붙인, 마트에서 불리운 사나이의 별명...

 

 

n***8 2011.01.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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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Revis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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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현을 만난건 미친듯이 나조차도 이유를 모를 정도로 중고음반을 사드릴 때였다. 늘상 만나는 장소, 늘 하는 변명에 그렇지 뭐. 그럴 거야. 정말 필요한대 미치겠다면 팔진 않겠지. 그런데, 파는 이유가 신선했다. 자살하기 전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니. 그래 네가 자살을 하던 뭐를 하든 신경 써 주지 않으마. 난 음반만 필요했으니. 그 음반을 집에서 들으며, 이제 이 짓을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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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재현을 만난건 미친듯이 나조차도 이유를 모를 정도로 중고음반을 사드릴 때였다. 늘상 만나는 장소, 늘 하는 변명에 그렇지 뭐. 그럴 거야. 정말 필요한대 미치겠다면 팔진 않겠지. 그런데, 파는 이유가 신선했다. 자살하기 전 주변을 정리하기 위해서라니. 그래 네가 자살을 하던 뭐를 하든 신경 써 주지 않으마. 난 음반만 필요했으니. 그 음반을 집에서 들으며, 이제 이 짓을 그만 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보다 질이 나빴다. 그럼에도 익숙해 진 탓인지 시간이 지날 수록 그 음반이 썩 마음에 들었다. 그런 내게 음반을 다시 사야겠다며, 재현이 전화를 걸었다. 이유인즉, 자살을 하지 못 했고, 나에게는 연인이 사준 음반이라 각별하다는. 네가 그러거나 말거나 난 이 음반이 마음에 들기 때문에 팔지 않겠다고 하니 녀석은 다짜고짜 욕을 하기 시작했다. 결국 7번국도 까페에 음반을 주면 서로 듣고 만지고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고 7번국도 까페에 갔다. 그 주인장이 7번국도에서 외계인에게 납치 됐었다는 말을 해 유명한 사람이었다. 겉 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이 남자는 마지막 영업시간이 되면 칵테일을 만들며, 외계인에 대해 일장연설을 하기 때문에 술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 헷갈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그래도 음악을 들을 수 있어 우리에게 큰 상관은 없었다.


대체 7번 국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것 일까? 단순한 자전거 여행을 이리도 쓸쓸하게 적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7번 국도를 가야겠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남았고, 무엇을 남길 수 있으며, 또 무엇을 그가 생각했는지. 색다른 기행문이라고 하면 단순하게 생각한 것일까?

 

n********r 2016.06.07. 신고 공감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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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국도 Revisited - 삶의 의미를 찾아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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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란 어렵고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질문들을 나이를 먹으면서 잊어갑니다. 한창 피끓는 (지금도 끓고 있어요 ^-^; 우린 아직 젊기에~) 청춘에 던졌던 저런 질문들에 각자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거나 혹은 아직도 의문인 상태로 어쨋든 주어진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길에 비바람 몰아치는 날도 있고 달빛 비추는 날도 있고 볕 드는 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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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인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란 어렵고도 하지 않을 수 없는 질문들을 나이를 먹으면서 잊어갑니다.

한창 피끓는 (지금도 끓고 있어요 ^-^; 우린 아직 젊기에~) 청춘에 던졌던 저런 질문들에

각자 나름대로의 답을 찾았거나 혹은 아직도 의문인 상태로 어쨋든 주어진 길을 걸어가고 있습니다.

그 길에 비바람 몰아치는 날도 있고 달빛 비추는 날도 있고 볕 드는 날도 있고 그렇겠죠.

중요한 건 그 길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걸어가야 한다는 거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 알고 있지만 그렇게 쉽지는 않죠.

 

그 길을 걸어가게 하는 원동력은 어찌됐든 사랑,이라고 이 책은 말하고 있습니다.

등장하는 두 명의 남자와 한 명의 여자.

이들의 사랑이 단순한 남녀 간의 사랑일 수도 있지만, 저는 그렇게 보진 않았어요.

내가 가는 길에 동행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 꼭 이성에게만 들라는 법은 없잖아요.

7번 국도를 같이 여행해 줄 수 있는 그 사람,

함께 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게 해 주는 그 사람이 있어 인생은 조금 더 따뜻해 질 수 있겠죠.

 

김연수 작가님은 기본적으로 삶과 세상에 대해 차가운 시선을 가진 분이라는 얘기를 자주 접합니다.

그래도 그 분의 글을 읽다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단 생각이 들어요.

이렇게 서로 보듬어야 한다고,

흔들리는 우리의 걸음에 서로 힘을 보태야 한다고 외치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그래서 좋아요. 저는 김연수 작가님 참 좋아해요. :)

 

이야기의 서사 구조가 특이하고 독특해서 더 재밌었습니다.

돌아보면 모두 다 아름다운 시간들이었어요.

비록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아 있었다 해도 말이죠.

 

삶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었습니다.

 

 

 

 

-p.40

 

최상의 인생이란 짐작할 수 없는 인생.

늘 기대를 저버리는 인생.

마술쇼에 들어가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관객의 인생.

이윽고 마술사가 무대로 나와 긴 모자 속에 꽃을 넣으면,

거기서 다시 꽃이 나오는 일은 없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으리라.

그러니 그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 꽃이 아닌 것.

어쩌면 꽃만 아니면 되는 것.

비둘기든, 하얀 천이든, 햄스터 일곱 마리든.

꽃만 아니라면. 꽃만 아닐 수 있다면.

청춘의 희망이라는 건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마술을 원하는 마음.

한 가지를 제외한 그 모든 걸 원하는 마음.

 

하나뿐이라면 지루하다. 여러 개라면 좀 낫다.

전부라면 가장 좋다. 우리는 전부를 내기에 걸기로 했다.

모두를 향한 갈망이라면 그건 무無를 간절히 원한다는 말과 같다.

망각을 향한 필사적인 욕망, 외면하기 힘든 매혹.

이렇게 말해도 좋을까?

우리는 그 해 봄, 30,000cc의 생맥주와

수십 마리의 말린 바다생물을 씹어 먹으며

7번국도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그건 마술쇼를 보러 가는 저녁 나들이.

어쩌면 판돈을 다 따기 위해서 가진 재산을 모두 거는

마지막 도박판 혹은 완전한 망각, 망실, 망명,

그러니까 무의 존재를 향한 매혹적인 여행의 시작이랄까.

 

 

 

 

-p.52

 

길들은 지금 내 눈앞에 있다.

길들은 만나고 헤어지고 가까워지고 멀어진다.

그게 길들이 확장하는 방식이다.

길들은 도서관에 꽂힌 책들과 같다.

서로 참조하고 서로 연결되면서 이 세계의 지평을 한없이 넓힌다.

길들 위에서 나는 무엇이든 배우고자 했다.

길들이 책과 같다면,

그 길을 따라가면 언제나 미지의 세계를 만나리라.

처음에는 다른 세계를 향한 열망이 훨씬 컸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길들 자체에 매혹됐다.

그저 읽고 또 읽는 일만이 중요할 뿐인 독서가처럼,

거기서 무엇도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걷고 또 걷는 일만이 내겐 중요했다.

그리하여 여기는 어디일까?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

나는 누구인가?

 

 

 

 

-p.132

 

그 처녀

 

더이상 흐르지 않는 것은 아문 상처와 꿈속의 나날들뿐.

세상의 모든 것들은 흘러갈 뿐이다.

살아서 변하지 않기 위해 나는 셀 수 없이 수많은 날들을

동전을 모아두듯이 모아왔지만,

살아 있는 자에게 세월이란

눈송이처럼 움켜잡아도 잡히지 않는 법.

기다려도 결코 돌아오지 않는 새들,

불러도 더이상 대답 없는 이 폭포수.

살아서 나는 수백 번에 수백 번은 더

내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변했으니

이제 죽어서 불변하리라. (풍덩!)

 

 

 

 

-p.143

 

우리는 인생을 단 한 번 살아가니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을 믿어야만 하니까.

하지만 자신을 믿어 원하는 삶을 살았다고 해서

그게 옳은 인생이라는 뜻은 아니오.

그중에서 형편없이 잘못된 인생도 나오는데,

그게 바로 내 인생이었소.

평생 나는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하며 살았소.

나는 고립되는 한이 있어도 삶의 의미를 원했소.

친구도, 애인도 모두 사라지고, 살던 고향도 떠난 지 오래였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가 옳은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소.

하지만 옳다고 해도 그건 결국 죽은 삶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지.

서로 연결되지 않는 길은 죽은 길이라고 말 할 수 있듯이,

제아무리 숭고하다 한들 고립돼 있다면 인생은 실패한 인생이라오.

그 단순한 진리를 이렇게 나이가 들고서야 깨닫게 됐으니

창피해서 지금 죽는다고 해도 어디 하소연할 길이 없소.

내가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없는 편지를 배달하는,

무용한 일을 자칭하는 까닭이 거기에 있소.

쓸데없는 일을 하는 것만이 나를 위로하니까.

 

 

 

 

-p.167

 

사랑, 우정, 존경, 친애, 다정...... 뭐, 그런 감정들 말이야.

사람과 사람 사이에 마땅히 흘러야만 하는 따뜻함.

우리 그런 것들에 대해서 좀 무지해.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인데도

그런 것들을 보면 졸부들의 천박한 취향이라도 대한 것처럼

화들짝 놀라 비웃지.

그런 주제에 7번국도에 간들 무슨 소용일까?

한 십 년쯤 열심히 노력하고 살면

우리 같은 것들도 사람이 될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야.

7번국도는 그때 가는 게 좋겠어.

 

 

 

 

-p.191

 

살아간다는 건 때로

새로운 규모의 입자가속기를 마주한 물리학자의 심정을

이해하는 일과 비슷했다.

그는 입자가속기 안에서 일어날 일들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그 일을 관찰하는 순간,

자신의 짐작이 옳았든 옳지 않았든 무조건 그는 놀랄 것이다.

짐작하는 것과 실제로 지켜보게 되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니까.

그러니 살아가면서 나는 수없이 많은 시간을

놀라면서 보낼 수밖에 없었다.

 

 

 

 

-p.203

 

우리는 복수하기 위해 사랑한 게 아니다.

우리는 단 하나의 희망을 가지기 위해 사랑했다.

희망은 당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며,

당신의 복수와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며,

당신의 운명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

지금 당장 지구가 멸망한다고 해도

우리는 단 하나의 희망을 위해 서로 사랑할 것이며,

당신이 다시 복수를 시작한다고 해도

그 단 하나의 희망을 위해 서로 사랑할 것이다.

거기 의미가 있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것이며,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해도 우리는 서로 사랑할 것이다.

우리는 서로 사랑할 때, 오직 맹목적일 것이다.

서로 사랑했기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살아남았지만,

당신은 이미 오래전에 죽어버렸다.

복수하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으나,

우리가 복수할 대상은 이미 지상에서 사라졌다.

 

n*******n 2011.04.01.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