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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울 건 하나도 없어요. 계속 움직일 뿐.
"두려울 건 하나도 없어요. 계속 움직일 뿐." 내용보기
여기 남아서, 가끔씩 혼자 7번국도를 상상했어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 지금까지 내가 본 길들만 생각났지만, 어떤 날에는 불현듯 뭔가가 또렷하게 보일 때도 있었어요. 돌멩이를 쥔 주먹 같은 것, 혹은 바람에 긁힌 두 뺨의 얼굴. 그리고 바다, 바다, 바다...... 바다를 생각할 때면 늘 영원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변함 없이 그대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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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남아서, 가끔씩 혼자 7번국도를 상상했어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 지금까지 내가 본 길들만 생각났지만, 어떤 날에는 불현듯 뭔가가 또렷하게 보일 때도 있었어요. 돌멩이를 쥔 주먹 같은 것, 혹은 바람에 긁힌 두 뺨의 얼굴. 그리고 바다, 바다, 바다...... 바다를 생각할 때면 늘 영원이라는 단어가 떠올라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변함 없이 그대로인 세계. 물질들은 생겨났다가 또 사라지지만, 그 시간과 공간만은 바뀌지 않는 세계. 그런 세계 속에서 내가 태어나 자랐어요. 이쪽에서 저쪽으로, 쉬지 않고. 나는 무엇에도 고정되지 않아요. 그저 경험할 뿐. 왜냐하면 나는 영원하지 않으니까. 그걸 생각하면 두려울 건 하나도 없어요. 계속 움직일 뿐, 두려움은 여기 없어요.

 

[...] 사랑에 대해서 말하려고 이렇게 에둘러 왔네요. 이제는 죽고 없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 동시에 두 남자를 사랑하는 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인간을 사랑하는 일. 그 모든 사랑이 내게는 공평하고 소중하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끝까지 남아 그 사랑들에 대해서 말하는 증인이 되는 것. 기억의 달인이 되어, 사소한 것들도 빼놓지 않고, 어제의 일인 것처럼 늘 신선하게, 거기서 더 나아가 내가 죽은 뒤에도 그 기억들이 남을 수 있도록, 이 세계 곳곳에 그 기억들을 숨겨두는 일.

 

_<7번국도 Revisited> 중 '세희가 7번국도의 우리에게 보낸 편지'

 
 
 
> <7번국도 Revisited> 김연수 작가와의 만남 후기 보러가기
 
아직도 길 위에 서 있는 듯한 느낌.
오래 기다려왔던 만큼 반가웠고, 읽는내내 즐거웠다.
지금 나는 '청춘'속 일까,
내가 '청춘'을 견뎌왔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날이 풀리면, 나도 7번국도에 서고 싶다.
 
 
m*******9 2011.01.05. 신고 공감 17 댓글 0
리뷰 총점 종이책
역시 문학동네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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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을 살까말까 고민하던 중에 1996년에 출판된 <7번 국도>를 다시 읽었다. <7번 국도>는 일종의 출사표적인 소설이다. 이 작품 속에 존재하는 모티프들이 다양하게 갈라져서 이후의 김연수 소설들 속에서 발화된다. <7번국도>에 나타나는 '1991년의 서연이'에 대한 기억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으로 구체화되었고, '여행'의 모티프는 일련의 '청춘 소설' -'밤은 노래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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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정판을 살까말까 고민하던 중에 1996년에 출판된 <7번 국도>를 다시 읽었다. <7번 국도>는 일종의 출사표적인 소설이다. 이 작품 속에 존재하는 모티프들이 다양하게 갈라져서 이후의 김연수 소설들 속에서 발화된다. <7번국도>에 나타나는 '1991년의 서연이'에 대한 기억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으로 구체화되었고, '여행'의 모티프는 일련의 '청춘 소설' -'밤은 노래한다' 같은- 들로 이어졌다. 진실과 가짜, 헛된 세계와 욕망, 다시 살기와 같은 주제들은 김연수의 단편들 에서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이 소설을 다시 쓰는 것은 작가의 자유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박민규의 소설집 <더블>이 두꺼운 하드커버로 화려하게 출간된 것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문학동네에서 무리수를 둔 것 같다. 김연수의 소설은 그의 인지도 때문에 적어도 수만 부는 팔릴 것이다. 수만 부의 판매량이 보장된 상황에서 개정판은 <7번국도>(1996)의 초판 5000원보다 무려 3배가 뛰었다. 이것을 의식해서인지 앨범까지 끼워 판다.

 

 7번 국도를 자전거로 여행하는 것과 청춘의 방황을 접목시킨 소설이기 때문에 아마도 '로드 무비'를 보는 것과 같은 효과를 주기 위해서 기획했을 것이다. 개정판은 원판의 휘광 때문에 아무리 잘 써도 신선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약점을 OST 앨범과 '추가 적립금'과 '친필 싸인본'으로 덮으려는 것이다. 추가 적립금은 출판사와 판매자(yes24)의 담합 결과일 것이고, '앨범'은 아마도 기획자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혹은 특정 가수와의 담합. 정말 좋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라면, 추천을 할 것이지, 패키지로 파는 행위는 지나치다.

 

 독자들은 작품에 심취하게 되면 씨디를 담아주지 않아도 작품에 등장하는 곡들을 찾아 듣는다. (하루키 소설을 읽고 재즈와 올드팝을 찾아들었던 수많은 독자들을 생각해보라. 그 수고를 덜어주는 것이 독자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상술일 따름이다)

 

 그러한 감상만이 '진짜'다. (작고한 평론가 김현, 그리고 김연수가 자주 쓰는 표현이다. '진짜 세계', '가짜 세계' 운운하는) 독자가 작품에 감동하여 스스로 움직이고, 앨범을 사서 들으며, 작품 속의 장소에 조용히 찾아가게 만드는 그 자발적인 움직임 말이다. 이렇게 앨범을 친절하게 넣어주면서 "이런 장면에서는 이런 곡"을 들어야 한다면서 계도할 필요는 없다. 이런 기획이 성공한다면 다른 출판사들도 앞으로 인기 작가를 앞세워서 심대한 자원낭비를 자행할 가능성이 높다. 거품 가격은 덤이다. 그리고 추가 적립금 등을 따졌을 때 이러한 출판기획은 인터넷 서점을 제외한 오프라인 서점은 망하라고 부추기는 행위와 같다. 뻔히 알면서 왜 그러는가. 동네 작은 슈퍼의 상권마저 차지하려고 욕심부리는 대형 유통업체의 욕심과 비슷하지 않은가. 이명박 정권을 욕하면서도 다들 타락한 정부와 그 측근잡배들의 사고방식을 배워간다. 

 

 계간 <문학동네>에서는 언제나 현정권의 문화예술정책과 상업성, 전국민을 경제적인 동물로 몰아가는 현상에 대하여 늘 '문학의 이름으로' 단죄하는 장황한 비평을 쏟아내지 않았는가. 상업적이고 가시적인 가치로 도배되는 세상에서 문학의 순수성을 옹호하고 문학적 저항의 포즈는 있는대로 잡으면서도, 정작 인기 작가의 책을 출판할 때는 오프라인 서점에서는 엄두도 못낼 할인과 추가 적립을 들고 나온다. "이 장면에서는 이 음악을 들어야 된다" 라는 배려가 지나쳐서 씨디까지 끼워서 판다. (다운로드 때문에 인기 가수도 앨범을 몇 천장 밖에 못파는 현실에서 말이다) 그렇다면 문학동네의 그 '정의로운 비평'들이야말로 '가짜'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 아닌가.

 

 개정판을 읽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김연수는 하루키의 영향을 제대로 받은 것 같다. 하루키 소설에 그대로 삽입되도 무방할 것 같은 몇몇 대사들이 눈에 걸린다. 문장만 읽으면 달콤하다. 그러나 의미심장한 대사들을 뒷받침하는 서사는 현격하게 결여되어 있다.

 

 대부분 신파로 가득한 과거 회상을 거듭하다가 의미심장하게 내뱉는 대사들은, 그 자체로는 멋있어 보인다. 생각 없이 읽는 독자들은 현혹되기 쉬울 것이다. 소설의 서사는, 마치 정리하기 어려운 청춘(사랑)처럼 난삽하기 그지없다.

 

 이 소설은 실패작이지만 그 실패작 속에 담긴 모티프와 문제의식들이 진화하여 김연수의 괜찮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었다. 마치 양날의 칼, 혹은 작가의식의 자궁과 같은 작품이다. 가장 서사적으로 실패했으면서도 그 안에 작가가 하고 싶은 얘기들이 압축되어 있는. 다시 쓰고 싶은 욕망은 바로 여기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그 욕망 자체는 문제가 아니지만 그것이 출판사의 약삭 빠른 기획과 결합되었을 때 문제는 시작된다.

 

 좋은 작가의 작품을 재조명하고 새롭게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것은 좋지만, 앞으로는 이런 낭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거품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작년부터 <창작과 비평>에 연재했던 김연수의 새로운 장편소설을 기다리는 중이다. 독후감을 모아놓은 책("우리가 함께 했던 시간")과 개정판("7번 국도")이 먼저 출판되는 것이 새로운 장편소설을 더욱 홍보하기 위한 '바람잡기'가 아니기를 바란다.

 

 

2*****h 2010.12.20. 신고 공감 17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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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통과한 마술사의 모자는...
"내가 통과한 마술사의 모자는..." 내용보기
최상의 인생이란 짐작할 수 없는 인생. 늘 기대를 저버리는 인생. 마술쇼에 들어가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관객의 인생. 이윽고 마술사가 무대로 나와 긴 모자 속에 꽃을 넣으면, 거기서 다시 꽃이 나오는 일은 없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으리라. 그는 마술을 보려고 거기까지 갔으니까. 그러니 그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 꽃이 아닌 것. 어쩌면 꽃만 아니면 되는 것. 비둘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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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의 인생이란 짐작할 수 없는 인생. 늘 기대를 저버리는 인생. 마술쇼에 들어가 공연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는 관객의 인생. 이윽고 마술사가 무대로 나와 긴 모자 속에 꽃을 넣으면, 거기서 다시 꽃이 나오는 일은 없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으리라. 그는 마술을 보려고 거기까지 갔으니까. 그러니 그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 꽃이 아닌 것. 어쩌면 꽃만 아니면 되는 것. 비둘기든, 하얀 천이든, 햄스터 일곱 마리든. 꽃만 아니라면. 꽃만 아닐 수 있다면. 청춘의 희망이라는 건 어쩌면 그런 게 아닐까? 마술을 원하는 마음. 한 가지를 제외한 그 모든 걸 원하는 마음. (40)

 

최상의 독서란 짐작할 수 없는 결과. 마술사의 모자에 집어넣어진 꽃처럼, 다시 꽃으로 되돌아 나오는 일은 없는 것. 김연수 작가의 책은 늘 마술사의 모자 같다. 그 앞에서 얌전히 모자 속으로 들어갈 대기를 하고 있는 나는, 곧 비둘기든, 하얀 천이든, 햄스터 일곱 마리든, 어쨌든 이제 나 자신이 아닌 무언가로 변하길 기다리고 있는 꽃 한 송이. 그랬다, 그 모자 속에 들어갔다가 내가 꽃인 그대로 나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니, 어쩌면 너무 미미한 변화를 거친 뒤라 꽃 그대로처럼 보일지 몰라도, 꽃잎이 조금 더 풍성해졌다거나, 줄기에 가득 돋혀 있던 가시가 사라졌다거나, 물기 없이 고개 숙이고 있던 꽃이 새 물 머금고 빳빳해졌다거나, 뭐 그런 사소한 변화라도 내겐 있어 왔다는 이야기. 김연수 작가는 최고의 마술사니까. 그의 글을 읽는 이들의 마음에 마법 가루를 솔솔 뿌려 내가 아닌 무언가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적어도 다시 태어나고 싶게 하는. 그렇게 내가 통과한 마법사의 모자는 김연수 작가의 책이었지만, 청춘 시절의 '나'와 재현이 통과한 마법사의 모자는 '7번 국도'였다.

 

동해 바닷가를 따라 아름다운 절경을 곁에 끼고 펼쳐져 있는 그 7번 국도. 그 7번 국도는 '나'와 재현이 달리기 이전에 먼저 김연수 작가와 그의 친구가 자전거로 달렸던 길이다. 지금은 자동차전용도로로 승격되어 청춘의 그들처럼 자전거를 타고 여행하는 '추억'을 누릴 수는 없게 되었지만, 우리에게는 대신 또다른 '7번 국도'를 달릴 수 있는 행운이 주어졌으니까. 청춘의 김연수 작가와 친구가 마법사의 모자처럼 통과했던 그 7번 국도를 따라 우리 앞에는 '나'와 재현의 『7번 국도』가 펼쳐졌고, 그게 벌써 1997년의 일. 그 후 13년이 지난 2010년, 그간의 세월 동안 7번 국도는 자동차전용도로로 승격되었고, 『7번 국도』는 'Revisited'라는 이름을 달고 다시 우리 앞에 찾아왔다. 책 속의 '나'와 재현은 여전히 자전거를 타고 7번 국도를 달리지만, 7번 국도 앞뒤로 펼쳐진 풍경은, 그들의 이야기는, 13년의 세월만큼 달라졌다. 많은 문장들이 사라지거나 태어났고, 이제는 자전거로 달릴 수 없게 된 7번 국도를 향한 아련한 향수가 더해져, 무언가 아득한 그리움이 짙어졌다. 김연수 작가의 글에는 '그 시간들은 다 어디로 흘러갔을까?'하는 질문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의 13년 시간이, 당연히 그 시간 모두는 아니겠지만 그 시간의 일부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다시 찾은 7번 국도에서 나는 어렴풋이 느꼈다. 그 시간 동안에도 끊임없이 마법사의 모자를 통과하고 있던 작가의 더욱 옹골지고 수려해진 문장들, 그리고 20대를 '추억'하게 된 연륜에서 오는 애틋한 감수성은 또다른 감동으로 7번 국도를 달리게 해준다.

 

재현의 잠든 모습은 하늘에 붙박인 별자리처럼 보였다. 별들은 어떤 힘으로 거기 하늘에 매달려 있는 것일까? 우리에게는 어떤 힘이 있기에 아직도 청춘일까? (183)

 

우리가 아직 청춘일 수 있다면 그 힘은, 앞에 무엇이 펼쳐질지도 모른 채 미지의 세계를 향한 두려움을 품고도 용기를 내어 마술사의 모자를 통과했던 그 시간들이겠지. 그 마술사의 모자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 안에서는 그저 미리 눈속임으로 준비해둔 다른 무언가와 바꿔치기 당할 수도 있고, 어딘가 긁히고 찢기고 상처만 입을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금빛 치장을 하게 될 수도 있고, 중요한 건, 어쨌든 나는 이제 어딘가 무언가 얼마만큼은 변하게 되어 있다는 것. 청춘의 우리는 누구나 다 그렇게 각자의 '마술사의 모자' 속으로 뚜벅뚜벅 걸어 들어갔던 그 시간들이 있었다는 것. 그렇게 자꾸자꾸 나는 변하고 변해 지금의 인간이 되었고, 앞으로는 또 다른 무언가가 될 거라는 것. 그렇게 끊임없이 마술사의 모자를 지나는 동안, 나는 영원히 청춘일 거라는 것. 그리고 이런 걸 내게 일깨워 준 '마술사의 모자'가 바로 김연수 작가의 책들이라는 것. 그의 책이 있는 한은 나는 늘 변하고 성장하(고 때로는 좌절도 하)는 청춘이겠다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 말을 하기 위한 것.

 

사랑에 대해서 말하려고 이렇게 에둘러 왔네요. 이제는 죽고 없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 동시에 두 남자를 사랑하는 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인간을 사랑하는 일. 그 모든 사랑이 내게는 공평하고 소중하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끝까지 남아 그 사랑들에 대해서 말하는 증인이 되는 것. 기억의 달인이 되어, 사소한 것들도 빼놓지 않고, 어제의 일인 것처럼 늘 신선하게, 거기서 더 나아가 내가 죽은 뒤에도 그 기억들이 남을 수 있도록, 이 세계 곳곳에 그 기억들을 숨겨두는 일. (187)

 

이제 7번 국도를 자전거를 타고 달리는 일 같은 건 해볼 수 없게 되었지만 '기억하는 것'이라는 의무를 저버리지 않은 누군가의 손끝에서 7번 국도는 영원히 이 세계에 기억되게 되었고, 나는 그들의 이야기를 내 안에 기억해 그들의 기억에 대한 증인이 되었고, 이런 일이 가능한 건, 바로 사랑이라는 것. 결국 우리 모두가 '마술사의 모자'를 통과할 수 있었던 힘은 삶을 향한 각자 나름의 방식과 형태로의 사랑인지도 모르겠다. 삶에 대한 어떠한 애정도 없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캄캄한 터널을 과연 누가 지날 수 있을까? 영원히 청춘이고 싶다면, 그 방법은 단 한 가지, 계속해서 삶을 사랑할 것. 끊임없이 애틋하게 뜨겁게 삶을 사랑할 것. 삶에 대한 사랑이 식더라도, 나는 이제 청춘이 끝났나보다 실망할 필요는 없겠다. 앞날은, 모르니까. 식었던 사랑이 다시 불타올라 '회춘'하게 될지도. 그러니까 이전의 나는 이런 식으로 청춘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7번 국도 Revisited』라는 '마술사의 모자'를 통과한 뒤 자꾸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으므로, 나는 모자에 들어가기 전의 꽃이 아닌, 비둘기나, 하얀 천이나, 햄스터 일곱 마리로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게 어떤 식의 변화든, 꽃만 아니면 되니까. 꽃만 아니라면. 꽃만 아닐 수 있다면. 청춘의 희망. 마술을 바라는 마음. 그 마음 있으니, 나는 아직도 청춘!

j******o 2011.01.05. 신고 공감 16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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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왜 다들 이런 난리를 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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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thodox한 <7번 국도>를 읽지 못한 나로서는 Revisited했다는 <7번 국도>가 얼마나 최신 버젼의 Coaltar를 깔고 Pavement를 씌웠는지는 모르겠다.(이 작품을 사서 읽기는 하겠지만, Orthodox한 원저작은 읽지 못할 테니.) 박민규가 <더불(Double)>을 내면서 엄청난 자원의 낭비를 촉진시키더니(책값이 아니라 단편집을 내면서 그 두꺼운 하드박스를 씌운 게 한심했다. 유명세가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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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thodox한 <7번 국도>를 읽지 못한 나로서는 Revisited했다는 <7번 국도>가 얼마나 최신 버젼의 Coaltar를 깔고 Pavement를 씌웠는지는 모르겠다.(이 작품을 사서 읽기는 하겠지만, Orthodox한 원저작은 읽지 못할 테니.) 박민규가 <더불(Double)>을 내면서 엄청난 자원의 낭비를 촉진시키더니(책값이 아니라 단편집을 내면서 그 두꺼운 하드박스를 씌운 게 한심했다. 유명세가 대단한 작가니 많이 팔릴 것이고, 그만큼 열대 우림의 나무들은 베어나가지 않겠는가? 베레타 권총으로 쏴도 뚫릴 것 같지 않던데, 작가와 출판사가 독자에게 제공하는 또 하나의 전쟁 대비용 써비스인가?), 이 책은 결국 예전에 쓴 한심한 작품을 개작했다는 소리가 아닌가?(한심하지 않았다면 개작할 이유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아님 새 소설을 쓸 시간이 없었나? 어딘가 연재하는 걸 본 기억은 나는데. 본전 생각이 났을 수도 있겠다.) 내용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음반 CD까지 한 장 끼워주면서 책값은 거의 14000원. 적어도 500페이지는 되야 책 값이 아깝지 않을 것 같다. 내용보다는 포장에 더 신경을 쓰는 세상 풍토니,(개정판도 알고 보면 Cosmetic Surgery의 한 형태겠군.) 출판인들 뒤떨어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밤은 노래한다> 등이 보여준 부실함을 부디 이 Revisited한 <7번 국도>가 극복해줬으면 좋겠다.

야지를 놓는 것 같아 출판사나 작가에게 대단히 송구스럽지만, 주머니 사정도 어려운 종이책 애독자를 위해 얄팍한 상술은 제발 쓰지 말았으면 좋겠다.

아름다운 한글 문장 속에 영어를 찍찍 써 넣은 것은 박학다식을 자랑하려는 어줍짢은 수작은 아니고, 표지서부터 영어를 찍찍 써 넣은 출판사와 작가의 고아한 안목에 천학비재도 살짝 발가락이라도 담궈보고 싶어서였다.

원래 개살구기 때문에 빛이 좋은 것이다.

YES마니아 : 골드 y*****n 2010.12.18. 신고 공감 8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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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끊임없이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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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하다’란 말이 어울리던 시절은 이미 내게서 사라졌다. 그 무모함 속에 담겼던 열정,도전도 함께 말이다. 그러니까, 7번 국도 위에 있었던 시절은 기억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 시절 뜨겁다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차갑거나 미지근한 쪽에 속하지 않았다. 20대였고 삶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다.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을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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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모하다’란 말이 어울리던 시절은 이미 내게서 사라졌다. 그 무모함 속에 담겼던 열정,도전도 함께 말이다. 그러니까, 7번 국도 위에 있었던 시절은 기억에서만 존재할 뿐이다. 그 시절 뜨겁다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차갑거나 미지근한 쪽에 속하지 않았다. 20대였고 삶에 대해 두려워하지 않았다. 믿는 구석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바람이 불면 바람을 맞고 비가 오면 비를 맞을 정도의 용기가 있었다.  마흔을 앞둔 지금은 적당히 타협하고 적당히 현실에 안주하고, 나름대로의 변명으로 내 삶을 자위한다. 잘 살고 있는지, 잘 살아왔는지 마음이 복잡할 때, 새로운 7번 국도의 문장이 이끄는 대로 길을 나선다.  

 

 자전거를 타고 7번 국도를 여행하는 젊은 청춘들, 그들의 고뇌와 방황이 왠지 안쓰럽다.  7번 국도를 함께 품었던 화자인 나와 재현, 그리고 그들이 사랑했던 세희가 품었던 갈망들, 무언가를 찾아 헤매는 모습이 부럽기도 하다. 시간이 흘러 이렇게 새로운 소설로 쓰여졌듯 7번 국도는 이제 예전의 모습이 아니다. 그건 소설 속 화자들도 마찬가지다. 그러하니1997년 7번 국도를 읽고 그 길 위에 섰던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청춘이 아닐 것이다.  

 

 화자인 나는 어엿한 작가로 학생들과 문학기행을 떠나고 깨질 듯 불안했던 세희는 아이 엄마가 되어 살아간다. 혼자 외롭고 상처받았다 생각했던 시간들을 잘 견뎌낸 것이다. 그렇다고 그 시간들을 잊은 건 절대 아니다. 상처받고 상처주고 울고 웃었던, 모든 것이 사랑으로 연결되었던 순간들이 있기에 현재를 살아가는 것이다.  지난 날 내가 사랑했던 당신들을 기억하고 있는 것처럼, 나를 사랑했던 누군가의 기억 속에 나도 살아 있을까.

 

 이제는 죽고 없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 동시에 두 남자를 사랑하는 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 그리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미래의 인간을 사랑하는 일. 그 모든 사랑이 내게는 공평하고 소중하다는 걸 말하기 위해서. 그러므로 내가 할 일은 기억하는 것. 잊지 않는 것. 끝까지 남아 그 사랑들에 대해서 말하는 증인이 되는 것. 기억의 달인이 되어, 사소한  것들도 빼놓지 않고, 어제의 일인 것처럼 늘 신선하게, 거기서 더 나아가 내가 죽은 뒤에도 그 기억들이 남을 수 있도록, 이 세계 곳곳에 그 기억들을 숨겨두는 일. p.187 

 

 때로 흘러가는 대로 나를 맡겨도 좋은 게 생이 아닐까.  소설에서나 소설 밖 우리 생에서 필요한 건 이런 문장과 같은 시간일 것이다. 자신이 숨을 쉰다는 사실에만 집중한다. 이런저런 생각들은 그저 흘러가게 내버려둔다. 들숨에 집중해서 숨을 들이마시고, 날숨에 집중해서 숨을 내쉰다. 천천히, 다시 들숨에 집중하고 날숨에 집중한다 그걸 계속 반복하다. 생각들은 떠오르는 대로 내버려두면 된다. 어떤 생각들은 오랫동안 떠올라 마음을 흔들어놓을 것이다. 그럴 때면 격랑이 몰아치는 강가에 앉아서 강물을 바라보듯이 그 생각들을 바라본다. 중요한 건 생각과 자신 사이에 거리를 두는 일이다. p. 192

 

 7번 국도에서도 그랬듯 소설엔 노래 가사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 이유 때문은 아니지만 소설을 읽으면서 투명물고기의 <저물다>를 들었다. 강렬하게 타오르던 해도 반드시 저물듯, 투쟁하는 삶도 열병처럼 사랑했던 순간도 언젠가는 저물고 만다. 해서, 과거도 미래도 아닌 현재에 충실하고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현재는 곧 과거로 사라지니 우리는 계속해서 사랑하며 살면 된다. 작가 스스로도 뜨겁던 청춘을 지나왔기에 들려줄 수 있는 말이 정답은 아닐런지. 삶은 우야든둥 지금 여게 있는 거지, 어데 멀리 있는 게 아닌 기라예. p. 96 

 

 김연수는 뼈대는 그대로 두고 처음부터 소설을 새로이 썼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역시 13년이란 시간을 겪었기 때문이리라. 13년이란 시간의 흐름에 세상도 변하고, 사랑도 변하고, 삶 자체도 변하니까. 그래도 2010년 다시 만나는7번 국도 Revisited는 누군가를 다시 길 위에 서게 하리라. 

  

r*********s 2011.01.14. 신고 공감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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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국도 Revis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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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 처음 접했다. 읽은지가 오래 되어서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2009년 수상작인 '산책하는 이들이 다섯가지 즐거움' 을 읽었을 땐 꽤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연수만의 독특한 소통 방식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며칠 후에 서점에 앉아 '세계의 끝 여자친구' 인가 하는 단편집을 보았을 땐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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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는 이상문학상 작품집에서 처음 접했다. 읽은지가 오래 되어서 지금은 기억나지 않지만 어쨌든 첫 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2009년 수상작인 '산책하는 이들이 다섯가지 즐거움' 을 읽었을 땐 꽤 괜찮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김연수만의 독특한 소통 방식이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며칠 후에 서점에 앉아 '세계의 끝 여자친구' 인가 하는 단편집을 보았을 땐 그 지루함을 견딜 수가 없었다. 이야기는 종종 삼천포로 빠졌고 이야기의 진정성이나 진지함보다는 기교, 실험정신에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나는 반복되는 이야기 구조에 질려버렸다.

 

그럼 왜 또다시 나는 김연수를 택했는가. 그건 순전히 뒤따라온 음반 때문이었다. 박민규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에 뒤따라오는 머쉬룸의 음반을 듣고서 나는 소설을 소재로 한 음악에 대해 신뢰를 품게 되었고, 이번에도 괜찮지 않을까 싶어서 책과 함께 구매하게 되었다.

 

역시 음악은 괜찮았다. 섬뜩한 분위기와 나지막이 읊조리는 가사들이 꽤 마음에 들었다. 그럼 책은? 한동안 책장에 박아두었다가 며칠 전에야 겨우 꺼내서 읽었다.

 

일단, 초반부에서는 여전히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았다. 작가는 그래도 감동이나 그 비스무리한 걸 느끼라고 배치해놓은 대사나 문장들이 전혀 마음에 와닿지를 않았다. 신경숙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읽을 때와는 전혀 달랐다.

중반부쯤에 가서야 그렇게 배치해놓은 문장들이 조금씩 울림을 만들어냈지만 이번에는 소재에서 문제가 터졌다. 김연수는 이 책에서 매우 특이한 소재를 여러 번 사용했는데(뒈져버린 7번국도, 1991년의 서연 등), 너무 자주 사용하는 바람에 지겨워졌다.

그러나 후반부에서 이 모든 게 뒤집어졌다. '고양이 킬러' 이야기가 나오면서 꽤 큰 감동을 자아냈고 책을 다 읽은 뒤에도 한동안 멍하니 있었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난 뒤엔 김연수의 솜씨에 감탄했다. 비록 초중반부에선 이야기가 많이 가볍고 난잡했지만 후반부에서 이것을 끌어모으는 힘을 작가는 발휘했다. 나는 앞부분의 가벼움과 난잡함이 어쩌면 작가의 계산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갖게 되었다. 앞부분이 가볍고 난잡했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술렁술렁 책장을 넘길 수 있었고 무사히 후반부에 안착하여 큰 감동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어쨌든 이번 소설은 김연수의 솜씨에 감탄하고 그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작품도 빨리 읽어봐야겠다(그의 말로는 '굳빠이 이상'을 쓸 때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라 생각하고 썼다는데 이 작품부터 읽어봐야겠다).

 

a*******0 2011.01.28. 신고 공감 0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