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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이 씨앗을 만들고, 그 씨앗으로부터 새로운 생명을 움트는 것. 이런 게 당연한 것 같아 보이지만, 그 속에 담겨져 있는 의미는 너무나도 심오할 뿐만 아니라, 수억 년의 생명의 신비가 숨어 있다.
씨앗식물(종자식물)이 지구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약 3억 6000만 년 전이라고 추정된다고 한다. 그 즈음 양치식물의 선조로부터 씨앗식물의 선조가 나타났다. 그 즈음은 식물이 육지 생활에 본격적으로 적응한 후였다. 우리는 너무나도 편하게 육지생활을 즐기지만, 모든 생명체에게 육지생활은 커다란 도전이었다. 동물의 경우는 그래도 몇 차례 독립적으로 육지 정착에 성공했던 반면, 식물의 경우는 단 한 차례 그 시도가 성공했던 것으로 보인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지만,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물이 없는 상태에서 정자의 운동과 수정된 난자의 건조였다. 생명의 중차대한 사명인 생식이 위협받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씨앗은 그런 환경적 조건을 극복할 수 있는 한 가지 방도였다.
이렇게 진화한 씨앗에 대한 얘기가 이 책 『씨앗의 자연사』에서 펼쳐진다. 어떻게 유성생식을 통해서 씨앗이 만들어지는지, 유전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어떻게 열매를 통해 동물들을 유혹해 전파되는지, 어떻게 날개를 달아 멀리멀리 날아가는지 등등은 기본적인 이야기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씨앗인 코코넛 이야기도, 수만 개의 씨앗을 한꺼번에 만들어내는 도토리 이야기는 자연이, 생명이 만들어내는 극단의 예가 다 이유가 있음을 말해준다. 씨앗이 가지고 있는 독에 대한 얘기는 현대인에게 (조금 과장하자면) 환상의 세계를 선사하는 커피와 맞물려 있다.
요약하자면, 씨앗에
숨어 있는 경이로운 세계에 대한 개요인 셈인데, 내가 더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이 한 가지 한 가지가
어떤 연구자가 밝혀낸 것들의 모음이라는 것이다. 한 연구자가 평생을 통해 연구한 결과가 이런 책에서
한 줄로 표현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생명의 신비를 밝혀내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이렇게 보잘 것
없어 보이기도 하고, 혹은 대단해 보이기도 한 이유가 그렇다. 그
한 줄을 위해 평생을 바치는 과학자들에게 경외를 보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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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익하면서 재미도 있는 책. 나는 이런 책을 읽으면, 괜히 마음이 뒤숭숭해진다. 진작에 알았더라면,,,어쩌고 하면서. 그런 책이 있다. 좀더 일찍 만났더라면, 내 인생에 어떤 진로를 제시해 줄 수 있었을 것 같은 책들. 내가 내 딸 나이였다면, 이 책을 보고 식물의 세계로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여길 정도로.
조금은 알고 있으나 많이는 모르는 내용, 그래서 읽을수록 신기하고 즐거워지는 내용, 외워 두고서 다시 활용하고 싶지만 기억력의 한계로 그 경지에 이르지 못해 안타깝기만 하고 그럼에도 이렇게 읽어 본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운 내용. 씨앗들의 세상.
내가 지금보다 나이가 좀더 들면, 그래서 마음의 여유를 더 갖게 된다면, 아니다,그보다는 지금보다 더 부지런해진다면, 식물에 대한 관심을 더 키울 수 있을까. 하기야 지금 갖지 못한 부지런함이 나이가 든다고 해서 새삼 생기겠는가마는(더 게을러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여겨야 할 테니), 변명처럼 자꾸만 되뇐다. 식물과 친해지고 싶기는 한데...도통...여유가...하면서.
절실함이 없는 탓이겠지. 그저 남보기에 그럴 듯하니까 식물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하고 싶은 것이겠지. 식물을 키우든 동물을 키우든 결국은 생명을 다루는 일이고, 그건 사람을 키우는 일만큼이나 정성과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일 텐데, 내 속의 나는 그 일에 매달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겉멋만 보이고 싶을 뿐.
그럼에도 씨앗의 세상은 경이롭고 사랑스럽다. 지구가 생긴 이후로, 생명이 탄생한 이후로-당연히 동물보다 먼저 이 세상에 자리잡았을 테지-끊임없이 살아오고 살아왔을 식물의 역사. 뽑아도 잡아먹혀도 다시 살아날 궁리를 하며 온몸으로 온힘으로 지켜왔을 목숨. 어찌 아름답지 않으랴.
지적 허영심이라고 해도 좋겠다. 다시 읽어 보고 싶다는 메모를 남겨 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