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후 프로젝트 리더와 매니저, 제품 개발 컨설턴트로서 야근이 일상이 된 시간을 거친 후 번 아웃, 그리고 이직, 차량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업무를 하고 싶어서 직장을 옮겼으나 원하는 업무를 담당하지 못하고 회의감에 빠져 있다가 불쑥 결정한 휴직. 자기개발서에서 많이 본 사례이지 않은가. 차이가 있다면 자기개발 컨설턴트가 아니라 그 개발자 본인이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이라는 것.
본서 <시지프스를 다시 생각하다>는 전문적인 '글쟁이'들이 쓴 '잘 빠진' 책이 아니다. 개발자라면,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얘기와 고민을 가감 없이 그대로 써내려간 우툴두툴한 기록일 뿐이다. 이 책을 포함하여 세 권의 책을 쓴 저자답게 글꼭지들의 흐름도 비교적 잘 잡혀 있고 글 매무새도 어색하지 않다. 근데도 '공돌이'스러운 면이 문장에서 드러난다. 이건 폄하하는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흔한 '글쟁이'들의 글보다 더 진실성이 느껴진다.
게임, 책, 영화, 컨설팅 툴 등을 이용해서 자신의 상황과 생각을 설명하는 것이 흥미롭다. 저자 자신도 계속 고민하고 있는 한 사람이고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정답은 없으므로 이 책을 읽어가는 동안 우리는 저자와 동일한 고민과 사연을 반추하게 된다. 그 이후에 읽는이가 어떤 결론이나 생각 또는 느낌에 도달하게 될지는 결국 그의 몫이 된다. 좋은 책이다.
Passage라는 게임이 있다. 이 게임은 서른 살의 게임 제작자가 이웃의 친구가 죽고 나서 "인생이란 무엇일까?"를 생각하면서 만든 것이다. 이 게임은 매우 단순하다. 5분 동안 100 x 16 픽셀 화면 안에서 주인공이 움직이는 게 전부다.
내가 조작하는 주인공은 게임 초반에 유년 시절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나이를 먹고 5분 후에는 늙어서 죽는다. 그 5분 동안 무엇을 하느냐는 전적으로 내 의지에 달려 있다.
시작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그 자리에 있다가 게임이 끝날 수도 있다. 여기저기 돌아 다니면서 이성을 만나서 결혼을 할 수도 있는데, 결혼을 하면 부부가 되어 함께 돌아 다녀야 하기 때문에 이동의 제한이 생긴다. 아니면 게임 초반부터 신나게 앞만 보고 달려서 지도 끝까지 이동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는 화면 아래쪽을 탐험하지 못하게 된다. 반대로 장애물이 많은 화면 아래 지역을 열심히 탐험하면 지도의 동쪽을 탐험하지 못한다.
이 게임은 매우 간단하지만 인생에 존재하는 핵심적인 제약 사항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사람에게 주어진 시간은 매우 한정적이고, 그 안에서 무엇을 하는가는 전적으로 개인에게 달렸으며, 그 결과에 만족하느냐 만족하지 않느냐도 개인의 몫이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