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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어린이는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 않은 책, 너무 잔잔해서 당장은 별 감흥을 못 느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문득문득 생각날 것 같은 그런 책이다. 사실 나도 신간이 들어왔을 때 읽었으나 당시에는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다가 얼마전에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 다시 읽었더니 문장 하나하나가 시 같은 느낌이 들어 감탄했더랬다.
엄마 아빠의 의지에 따른 휴가를 억지로 떠나게 된 주인공은 마지못해 따라나선다. 여기서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된다는 아빠의 말에 억지로 끌려간다. '공항에서 가방을 바닥에 질질 끌었어.'라는 표현이 주인공의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바다와 집 한 채만 있는 곳에 도착하자마자 갈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그러나 오빠는 주인공에게 어떠냐고 묻는 것으로 보아 마음에 드는 모양이다. 오히려 남자 아이가 친구도 없고 게임도 못 하는 곳에서 더 지루할 법한데 말이다. 주인공의 생활계획표는 지루함이란 어떤 것인지를 알게 해준다. 먼지 구경, 실밥 잡아당기기, 벽 쳐다 보기에 주변에 있는 수식어는 온통 '재미없는'이다.
물이 차가울 것 같아 들어가지 않았으나 셋째 날 어쩔 수 없이 이끌려 바다로 들어간 주인공의 생각은 이후 완전히 바뀐다. 다음 날은 일어나자마자 바닷가로 달려간다. 해안선을 따라 걷고 바닷물을 구경하고 바다의 속성을 깨닫는다. 급히 서두르는 법도 없고 늦는 법도 없으며 누가 누가 빠른가 겨루지도 않는 바다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음속 모든 생각도 걱정도 하나둘 줄어들다가 사라져 버리는 바다를.
이건 비밀인데…… 나는 원래 이곳을 '고유의 바다'라고 불렀어. '고유'가 아니라 '고요'라고 오빠가 바로잡아 주기 전에는
하지만 오빠는 몰랐던 거야. 이름이 두 개인 장소도 있다는 걸. 하나는 소리 내어 말해도 되는 이름. 다른 하나는 나 혼자 속으로 부르는 이름.
주인공은 그 느낌을 간직하고 싶어 바다를 어항에 담아 집으로 가져가고 싶어한다. 딱 한 컵만이라도 가져가고 싶어하다 나중에야 깨닫는다. 그런 것은 눈으로 봐야만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가슴속에 남아 있는 것이라는 것을. 즉 바다를 담아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친구들 곁으로 돌아가고 나서도 바다는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을 테니까.' 예상했다시피 주인공은 내년에 이곳에 도착하자마자 바다로 뛰어갈 것이다. 오빠가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매년 마음에 남는 느낌은 다를 것이다. 자라는만큼, 생각하는 폭이 넓어지는만큼 보고 느끼는 감정이 달라질 테니까.
채도가 높지 않은 파란색이 주를 이루고 있어 차분하면서도 뭔가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림도 단순해서 그림 하나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전체적인 분위기와 글에 집중하게 된다. 그림책이란 그림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주된 역할을 하는 책이지만 때로는 이렇게 그림이 글의 분위기를 이끌어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화려하거나 정교하거나 그림에서 어떤 것을 읽지 않더라도 그 분위기 자체가 글의 느낌을 살려줄 수도 있겠다 싶다. 그림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으면서 글의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멋진 그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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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그림책 그림책시렁 150 《나만의 바다》 쿄 매클리어 글 캐티 모리 그림 권예리 옮김 바다는기다란섬 2017.8.31. 멧골 깊은 곳에서 산다면 바다를 보기 어려우니, 마음으로 바다를 그리기도 어렵습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살아도 바다를 만나기 힘드니, 마음으로 바다를 떠올리기도 힘듭니다. 그러나 아무리 깊은 멧골이나 복닥거리는 서울에서 살더라도 바다를 만난 적이 있으면, 언제 어디에서라도 숨통을 트고 싶어 바다를 그리거나 떠올릴 수 있습니다. 바다는 온누리 뭍을 가만히 둘러싸고서 맑으면서 포근한 기운을 베풀거든요. 바다가 있기에 바람이 일고, 바다가 있기에 구름이 생겨서 비를 뿌리고, 바다가 있기에 못목숨이 서로 얼크러지는구나 싶어요. 《나만의 바다》는 오직 나한테 애틋하면서 아름다운 바다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래요, 내가 보고 싶기에 “내가 누릴 바다”입니다. 내 마음을 채우고 싶기에 “내가 그리는 바다”예요. 바닷물에 손만 담가도 좋아요. 바닷물에 발을 담그면 더 좋아요. 바닷물에 풍덩 뛰어들어 온몸을 맡기면 더욱 좋아요. 바다밑으로 잠겨서 물살이 들려주는 노랫소리를 맞아들이면 더더욱 좋고요. 이 바다는 모두 씻어 줍니다. 이 바다는 모두 품어 줍니다. 이 바다는 모두 지켜보고 기다리며 반겨 줍니다. ㅅㄴ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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