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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조숙녀는 군자호구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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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은 중국문학의 원류에 해당한다. 그런데 시경의 맛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마치 요즘 아이돌 노래에 흥이 나지 않는 것처럼 시경의 민요와 서정시도 그리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언제쯤 되어야 풍(風)과 아(雅)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물론 꼭 문학의 원류를 좋아하고 즐길 수 있어야 당대문학을 뼛속까지 이해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시를 그 자체로 즐기기 위해 시경을 읽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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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경은 중국문학의 원류에 해당한다. 그런데 시경의 맛을 아직도 잘 모르겠다. 마치 요즘 아이돌 노래에 흥이 나지 않는 것처럼 시경의 민요와 서정시도 그리 가슴에 와닿지 않는다. 언제쯤 되어야 풍(風)과 아(雅)를 제대로 즐길 수 있을까? 물론 꼭 문학의 원류를 좋아하고 즐길 수 있어야 당대문학을 뼛속까지 이해하게 되는 것도 아니다. 시를 그 자체로 즐기기 위해 시경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차라리 요즘 시인들의 시를 낭송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한다.

 

시경의 장르는 크게 국풍, 아, 송(頌)으로 구분된다. 분량면에서 조상의 공덕을 칭송하는 노래인 '송'(40편)이 적기에 주로 민요인 국풍(160편)과 궁정시가인 대아(31편)와 소아(74편)가 주를 이룬다. 풍에는 주남, 소남, 패, 용, 위, 왕, 정, 제, 위, 당, 진(秦), 진(陳), 회, 조, 빈의 열다섯 나라의 민요들이 실려 있다. 국풍 주남의 첫번째 시 <물수리(관저)>는 중국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알 정도로 유명한 시다. "구욱구욱 물수리가 황하 섬 속에서 울고 있네. 아리따운 고운 아가씨는 군자의 좋은 베필일세." 중국 영화에서도 자주 들을 수 있는 유명한 노래다. 공자는 팔일(八佾)편에서 "관저는 즐거우면서도 음란하지 않고 슬프면서도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고 평했다. 대아는 조정의 의식을 행할 때 쓰던 장중한 내용의 노래 가사이고, 소아는 잔치를 벌일 때 쓰던 노래의 가사이다. 송은 주송, 노송, 상송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그럼 우리가 왜 3천년 전의 중국 시가집인 시경 삼백편을 읽어야 하는가? 공자가 지식인의 필독서로 추천한 경전이기에? 시경이 동양문학의 원류이기 때문에? 만약 그렇다면 한국문학을 이해하기 위해서 한국문학의 원류에 해당하는 어떤 텍스트를 찾아 읽은 적이 있는가? 우리 문학조차 그 원류를 이해하기 위해 아무런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면 공자나 중국학자들이 읽어야 한다고 하기에 무턱대고 읽어야 하는가? 유가 지식인들이 시경을 중시한 것은 시의 사회적인 효용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시에서 일어나며, 예에서 서며, 음악에서 이룬다." 이처럼 시경은 덕을 통해 사람들의 성정을 순화시켜 백성들의 교화를 이룩하는 통치수단이었다. 음악이 시대를 반영하고 사람을 교화한다는 유가의 악교사상은 한나라 때 <모시서(毛詩序)>에 잘 드러나 있다.

 

"세상이 잘 다스려질 때의 음악은 편안하면서도 즐겁고 그 정치는 조화가 잘 되며, 세상이 어지러울 때의 음악은 원망스러우면서도 노여운 듯하고 그 정치는 도리에 어긋나며, 망해가는 나라의 음악은 슬프면서도 애틋하고 그 나라 백성들은 곤경에 빠진다."(32쪽)

 

시경이 유가의 왕도정치를 위한 교화수단으로 쓰일 수 있는 역량은 오늘날 월드컵 응원가나 올림픽 공식가요의 힘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군사 독재시절의 금지가요를 떠올려도 된다. 풍자적인 노래나 운동권 노래가 가진 힘은 독재자들도 두려워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공자는 시경 300편의 근본 정신을 한마디로 '사무사(思無邪)'라고 정리했다. '생각에 간사함이나 사악함이 없다'는 말이다. 역자 김학주 선생 역시 시경에 옛 사람들의 순박한 생활감정이나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어 오늘날 현대인의 공리적인 개인주의를 초극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고 강조한다. 공자는 외교관을 위한 수양으로 시경 공부를 강조했는데 외교관은 무엇보다 희로애락이라는 인간의 감정에 대한 깊은 통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람이면서도 주남이나 소남을 공부하지 않으면 마치 벽을 마주보고 서 있는 사람 같을 것이다."(논어, 양화편)

 

"시경을 다 외웠다 하더라도 그것을 정치에 적용시켜 일에 통달하지 못하고 여러 나라의 사신으로 가서 시로써 응대하지 못한다면, 비록 많이 안다 하더라도 무엇에 쓰겠는가."(논어, 자로편)

이달의 사락 z***a 2013.08.31.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