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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탐정의 사건노트≫ 시리즈는 어느 책이든 보고 싶은 책을 순서 없이 봐도 무방하다(물론, 제일 좋은 것은 차례대로 보는 것이겠지만.). 그럼에도 7권, 8권은 함께 읽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이 둘은 ≪괴짜탐정의 사건노트≫ 시리즈 가운데 번외 편으로 에도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이 두 권 역시 7권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 8권을 읽어도 무방하지만, 가급적 이 두 권은 차례대로 읽는 것이 좋겠다.).
7권은 몇 가지 사건이 마치 단편처럼 나열되고 있다. 물론, 주인공은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이다. 도합 네 개의 사건과 이야기들, 그리고 8권에서 큰 역할을 담당할 등장인물이기도 한 다쿠미노스케(현재 전승이 끊긴 것으로 알려진 최강의 고대 검술 텐신류의 전승자)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가 실려 있다. 이들 이야기들은 사건들이 벌어지는 장소 역시 각각이다. 영국 에딘버러를 비롯하여, 1636년 완성된 바다 위 도시 데시마, 그리고 에도 성까지 지리적 배경이 다양하다.
시대가 달라진 번외 편이지만 주요 등장인물들 캐릭터는 제법 겹친다. 우선 명탐정 유메미즈 기요시로는 똑같은 캐릭터다. 게으르고 건망증 심하고 식탐이 강하며, 검은 옷에 검은 서양 안경을 쓰고 등장하는 키 크고 마른 캐릭터. 뿐 아니라, 아이, 마이, 미이 세 쌍둥이 역시 등장한다. 앞의 세 이야기에서의 화자는 각기 다르지만 네 번째 사건의 이야기는 이제 또 다시 아이 짱이 화자로 등장한다. 그리고 세 쌍둥이의 성향 역시 본 이야기들과 동일하다. 아이는 책읽기와 글쓰기를 좋아하고, 마이는 달리기를 잘하며, 미이는 자료 수집에 열정적인 캐릭터. 또한 4권에서부터 등장하였던 마리 씨 역시 같은 이름으로 등장한다. 이 시대에서는 신문과 비슷한 가와라반을 만드는 일을 한다. 레이치 역시 등장한다. 물론 여기에서도 다른 이들에게 레이치가 아닌 레치(아는 게 없다는 의미)라 불린다. 이 시대에서는 햇병아리 형사로 등장하는데, 명탐정에게 배우길 원하는 명탐정 추종자라는 점은 동일하다. 이처럼 시대는 달라졌지만 같은 캐릭터를 만나는 재미도 특별하다.
각각의 사건들이 짧은 대신에 그 사건의 잔상(아니 추리의 잔상이라고 해야 할까?)이 길게 남는 것도 특징이다. 물론 어찌 생각하면 다소 허망하고, 예측 가능한 추리들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사건의 진실이 제법 인상 깊게 각인된다.
이런 재미난 여러 추리 이야기들을 통해 작가가 일관되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다. 그것은 새로운 시대를 맞는 자세다. 에도시대에서 메이지 시대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일본. 개방을 하는 것이 옳은지, 쇄국이 옳은지. 막부를 무너뜨리는 것이 옳은지, 막부를 지켜내는 것이 옳은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가지고 각자의 자리에서 외치는 혼란을 야기하고 있지만,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시대는 필요하며 그 시대를 갈망함이 일관되게 담겨 있다.
가치관의 문제보다 더 큰 문제는 세상이 잘못되어 있고, 이상함에도 관성에 의해, 그것이 잘못인줄 모른다는 점이다. 특히, 신분제도에 대해 그렇다.
“어째서 남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 사람을 장관 자리에 앉힌 걸까? 이 세상에는 장관에 좀 더 적합한 인물들이 많은데 말이야.” “어쩔 수 없죠. 뭐. ... 저 사람은 태어났을 때부터 저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이니까요.” “그런데 더더욱 슬픈 일은 말이야. 이 세상이 이렇게 이상한 걸 알고 있으면서 너희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받아들인다는 점이야.”(239-240쪽)
세상이 잘못되어 있음에도 그 세상의 질서에 굴복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야 말로 가장 이상한 일, 가장 슬픈 일임을 우리 아이들이 알 수 있다면 좋겠다. ≪괴짜탐정의 사건노트≫ 시리즈가 좋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눈, 질문들을 끊임없이 던져주고 있다는 점이다. 사건과 추리, 그리고 해결을 떠나 진정으로 행복한 것이 무엇인지를 명탐정과 함께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7권의 시대적 배경은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는 시대이다. 물론 혼란이 없지 않다. 또 하나의 혼란은 무분별한 개발이다. 공연장에 괴물이 나타났다. 그 괴물의 정체는 무엇일까? 이 정체가 무엇인지를 떠나 이들이 괴물처럼 등장하게 되는 이유는 바로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생태계의 천적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무작정 매우고, 헐고, 파헤치는 행위들. 그런 행위들이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에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 이들. 이들로 인해 괴물이 등장한다. 오늘 우리 시대 역시 마찬가지고 말이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니 저런 짓을 할 수 있는 거겠지. 앞으로 저런 사람들이 더 늘어날 거라 생각하면... 참 무섭구나. 계속해서 사람들은 산과 강을 제멋대로 바꾸어 갈 것 같아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내 그림 속에 인간을 담지 않는다.(221쪽, 화가 에샤 씨의 말 가운데서)
새로운 시대를 갈망하고 여는 것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새 시대를 여는 것은 더욱 중요하다. 오늘 우리 역시 마찬가지겠다. 물론, 모두가 각자 자신의 가치관이 건강하다 착각하는 것이 문제겠지만. 우리 시대에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명탐정이 필요한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