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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도 책 제목이 맘에 들어서 서점에 보러갔다가 비닐포장이 되어있길래 그냥 돌아온 적이 있다.(책을 들춰보고 내용이 맘에 들면 사기 때문..빌려본 책이라도 한번 꽂히면 왠만하면 다 산다)직접 책을 보지 않고 샀다가 낭패를 본 적도 있기 때문에 사실,포장을 벗기기 직전까지도 무척,굉장히,많이 반신반의했다.(마침 갖고 다니던 수첩도 다 쓰고,부록으로 다이어리를 주길래 최악의 경우 이걸로라도 위안을 삼아야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왠걸...비닐을 찢는 순간,손에 닿는 표지의 느낌이 심상치 않았다.
여러번 책을 넘겨봤다.일단 사진이 좋았다.사진도 많고,글도 많았다. 이 책의 글은 봉규군의 이동경로에 따른 일상적인 일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최대한 생생함을 살릴려고 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어쩌면 어떤 분들에게 봉규군은 시쳇말로,조금 '센치하다'라고 보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진들도 크기도 적당하고,배열도 좋았다.전반적으로 색감도 풍부하고,위에 느껴질락말락 갈색톤이 입혀져 있는 것 같았다.책 종이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종이질이었다.책이 첫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다채롭게 꾸며져 있고,보이지 않는 구석구석에까지 신경써서 만든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에는 글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고 책장을 넘기면서 사진 위주로 보고 있었다.솔직히,처음에는 이 사진들 때문에 글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원래 책을 좀 천천히 보는 편이긴 하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조금 특이한 각도에서 찍은 듯한 사진들이 많아서 그 분야 전문가거나 혹은 취향이 맞지 않는 사람들은 어쩌면 조금 아마추어스럽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부분부분 변화를 가미한 것,아기자기하다고 느껴지는 요소들,그리고 사진들.만약 이 책이 특이하다고 느껴진다면 아마도 지은이 김봉규군의 조금 독특한(?) 사고방식 때문이 아닐까 추측해보기도 했다.
김봉규군이 말하는 어조나 방식이 조근조근 조용히,절대 크게 말하지 않으면서도 또릿또릿한 느낌이 나서 좋았고 특히 유머코드가 개인적으로 꽤 잘 맞는 것 같았다.(계속 하고 싶은 얘기하다가 태연하게,은근슬쩍 농담 한 마디 던져놓는 듯한 기분.영어로 말장난하는 것도 좀 많이 귀엽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리고 어떤 민감할 수도 있는 사안에 대해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데-예전에 나도 생각해본 문제였다.오래전에 까먹었지만-100% 동조할 순 없을지도 모르겠지만,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조금 더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설명을 좀 더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진지해질까봐 자제하는 듯한 느낌도 받았다) 지금까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당위성조차 의심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던 문제들에 다른 의견을 자신있게 말하고,적어도 이렇게 얘기라도 함으로써 다른 사람에게 생각할 여지를 남겨준다는 점이 이 친구의 무시못할 장점이라고 느껴졌다.
끝까지 읽고 나서 드는 생각은,본인 말대로 스무살이고 완전한 어른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나보단 훨씬 더 어른스럽다고 느껴지는 부분도 무척 많았다는 것이다.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깊이있고 색다른 시각과 나이는 크게 상관없는 것 같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끝부분쯤 약간 가라앉은 듯이 느껴지는 부분에선 이상하게 눈물도 났다.(옆에 아무도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하지만 책을 보면서 울기도 하는 스스로가 왠지 인간답게 느껴지기도 했고,한편으론 꽤 당황스럽기도 했다.
한 사람의 시간과 공간을 책을 통해 같이 호흡하고,공감할 수 있다는 건 괜찮은 일인 것 같다.봉규군은 여러가지로 귀엽고,이쁜 친구인 것 같다.
당분간 네 책만 읽을 것 같아.솔직하게 말해줘서 정말 고마워,봉규군.
아참, 한 곳만 집중해서 보기보다 여러 지역을 광범위하게 돌아다닌 것도 이 책의 특징인 것 같다.고도로 정제된 사진과 글들을 계속 봐서 그런지 살짝 어설픈 듯한,많이 꾸미지 않아 진실되게 느껴졌던 점이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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