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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쉽게 잡혔는데 책장은 쉬이 넘겨지지 않았다. 담겨 있는 그림이나 사진이나 글, 그리고 그 속에 담은 의미에 이르기까지 무게가 상당하여 넘기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나는 이렇게 심각한 집 이야기를 읽으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는데.)
책은, 한 마디로 격조가 있다.(책의 격조와 읽는 나의 수준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이런 책을 즐겨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건축과 예술과 세계사에 어느 정도 이상의 수준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일 테다.(즉, 나는 그렇지 못했다는 뜻이다.)
집에 대한 좀 따뜻하고 정답고 포근한 글을 기대했건만. 이렇게도 건조하고 메마른 글일 줄이야. 꼭 쉬운 내용을 어려운 말로 어렵게 구사하는 교수처럼, 간단한 의미조차 무지하게 거대한 수식과 예시와 인용으로 덮어서 말해 준다. 이런 유형의 글에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면 괜찮겠지만, 내 취향은 아니었다.
작가가 중국인이다. 중국인의 관점, 중국인의 집이 기본을 이룬다. 그러므로 이 책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중국사와 중국문화에 대한 배경지식이 갖추어져 있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는 다 받아 들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 싶은데.
쓰다 보니, 내 리뷰의 평가가 애매하다. 괜찮았다는 뜻으로 쓰려고 한 것은 아닌데, 책은 괜찮노라고 했고, 나는 깊은 의미까지 못 읽어냈지만 흥미 있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가끔 이런 책을 마나기도 한다. 왜냐 하면 책은 괜찮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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