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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의 병리학적 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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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 최초로 자살 문제를 종합 분석한 책’으로 표지에 내세우고 있는 「자살의 해부학」은 세상에 나온 지 150년이 훌쩍 넘은 책이다. 저자인 포브스 윈슬로(1810-1901)는 빅토리아시대(1837-1901) 때 최고의 정신의학자로 인정을 받았으며, 저자가 자살의 원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자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국 최초로 의학과 도덕적인 측면에서 자살을 조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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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 최초로 자살 문제를 종합 분석한 책’으로 표지에 내세우고 있는 「자살의 해부학」은 세상에 나온 지 150년이 훌쩍 넘은 책이다. 저자인 포브스 윈슬로(1810-1901)는 빅토리아시대(1837-1901) 때 최고의 정신의학자로 인정을 받았으며, 저자가 자살의 원인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고자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그래서인지 영국 최초로 의학과 도덕적인 측면에서 자살을 조명하려는 의욕이 엿보인다. 오늘(2017.03.09.)은 뉴스 이슈가 연예인의 자살이었다. 그는 성폭력에 대한 미투 운동에 이름이 올려진 배우이며 모 대학 연기학과 교수였다. 또한 유명한 고등법원장 출신의 변호사도 자살했다고 보도됐다. 모두 이름이 있는 유명인사인데, 絞死와 投身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자살은 매우 천박하다'고 저자는 일갈한다. '전염성을 띠고 있어서 무고한 사람도 자살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치욕스러운 범죄로까지 보았다. 단호하지만 지금의 베르테르 효과를 미리 예견한 말이다. 유명인의 죽음은 실시간 검색 순위 1위를 나타낼 만큼 관심이 지대한 사건이다. 한때 대중의 사랑을 받은 만큼 처신도 신중해야 할 의무도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그들을 공인이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고대의 일반적인 자살의 근거는 세 가지가 있었다. 심신의 고통 회피, 명예의 증명, 타인의 본보기가 그것이다. 현대는 자살의 이유를 몇 가지의 범주로 나눌 수 없다. 자살학의 교범이라고 할 수 있는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도 사회학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자살을 크게 세 가지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기적 자살, 이타적 자살, 아노미성 자살이 혼재하여 나타난다고 보았다. 병리학과 사회학의 두 관점으로 살피면 자살의 민낯을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프랑수아즈 사강(Francoise Sagan, 1935~2004)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라고 마약 복용 혐의로 선 법정에서 진술을 했는데, 김영하 작가가 이 말을 인용한 제목으로 소설을 발표하면서 더욱 유명한 말이다. 책의 내용 중 “내 몸 내 멋대로 한다는데 그게 잘못인가?”라는 항변은 어불성설이며 무례하다고까지 말한다, 왜냐하면 주변 사람에게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동양의 고전 효경에도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라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라고 말하고 있다. 내 몸을 온전하게 보전하는 것이 효도의 첫 시작이라고 하는데 당연한 말 같다.
감정은 독재자처럼 신체에 군림하므로 정신의학을 주목하여 자살을 예방하려는 의사로서 소명은 오늘날에도 대단한 본보기다. 저자가 활동할 당시 자살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기후, 계절, 유전, 뇌손상, 통증, 우울증, 건강염려증을 들고 있다. 죽고 싶은 날씨가 따로 있을까? 저자가 당시 프랑스 파리시의 연구한 통계를 보면 봄과 여름, 섭씨 26~32도에서 자살이 빈번했다고 한다. 충동이라는 것은 최적의 기상 상태에서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한데 아리송하다. 아직까지 사실로 규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음주와 유전은 오래전부터 합당한 관련성으로 인정받은 부분이고, 건강염려증은 당시 의외의 결과물인 것 같다. 많은 사례를 들어 자살과 연관성을 규명을 했는데, 초기 증상은 무력감과 우울감이 나타나고 '병든 신경에서 비롯된 무의식적인 암시와 선천적인 감각이 충돌할 때 느끼는 감각을 현실이라고 느낄 때 이성적 판단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건강염려증이 자살 충동으로 발현되는 이유로 제대로 설명한 것 같다. 다만 자살 충동 처방전으로 하제를 써서 관장을 한다거나 사혈(부항), 산후우울증에 하제를 처방해서 병이 완전히 나았다는 것은 의구심이 간다. 지금의 산후우울증을 밝힌 것은 좋은데, 자궁과 피부에서 그 원인을 찾는 점에서 시대의 간극상 어쩔 수 없는 의학적 한계인 것 같다, 또한 폐병변이 정신질환자에게 흔히 발견된다거나 우울증 환자의 25%가 폐병으로 사망한다는 결론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오히려 폐질환으로 삶의 질이 저하되어 우울증이 오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시대적인 한계를 제외하고는 자살을 여러 방면으로 살핀 것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전기를 가져다주었다. 자살을 종교, 역사적으로 고찰하고, 철학, 문학적인 사유를 하며 종국에는 정신의학적인 치료 대상으로 간주하기까지의 노정을 함께한 느낌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살은 커다란 사회문제다. 자살률이 세계 1위라는 오명을 수년째 뒤집어쓰고 있는 우리나라도 정신건강 사업에 박차를 가하여 자살률을 한층 낮춰야 한다. 이 책이 주는 교훈은 바로 이러한 정신의학의 견지에서 바라보는 자살이다.

h***n 2018.03.10. 신고 공감 1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