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권의 내용을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을 들자면 “새로운 역사는 성실과 교양을 겸비한 황당한 사람들의 열정에 의해 탄생한다."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는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의 전권을 관통하는 말이라고 할 수도 있다. 중국인 이야기》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나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사람들 대부분은 성실한 사람들이었으며, 교양이 있었으며, 또한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만큼 황당한 이들이기도 했다.
그러나 특히 6권은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길러내느냐. 또 그런 열정을 어떻게 국가 혹은 집단의 힘에 보탤 수 있도록 하느냐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른 이야기도 있지만, 주로는 인재 양성에 관한 내용인 셈이다. 항일 전쟁 와중에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인재를 기르기 위해서 국민당과 중국공산당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그렇게 길러진 인재들이 어떤 활약을 했는지를 어려 꼭지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6권에는 5권까지보다 훨씬 덜 알려진 인물들이 주인공이다. 이를테면, 일본 패망 이후 미군의 행패에 타이베이와 베이징에서 피해를 당했던 인물들과 저항을 조직했던 인물들이 그런 인물들이다. 또한 천치메이(그가 장제스를 혁명의 길로 인도했다고 할 수 있다)와 그의 조카들인 천궈푸와 천리푸는 이른바 4대 가족이라 불렸던 집안 중에서도 대중적으로 가장 덜 알려진 인물들이다.
중공의 5대 영수 중에서 가장 덜 알려진 런비스도 그렇다(나머지는 마오쩌둥, 류사오치, 저우언라이, 주더이다). 런비스는 특히나 공허한 이상보다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이 진리"라는 구호아래 중국공산당의 창시자인 천두슈의 실각을 주도했고, 이혼과 재혼은 흔하던 그 무리에서 어릴 적 정혼한 이와 끝까지 함께 하였으며, 중국공산당의 살림살이를 도말았으면서도 절대 자기 이익은 챙기지 않으면서 죽을 때까지 일만 하던 인물이다. 그런 인물이 있었기에 중국공산당이 그 기다긴 고난 끝에 중국의 영토를 차지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특히 6권에서는 앞의 다른 책에서는 잘 다루지 않던 과학과 기술의 인재들을 다루고 있다. 중국 철도의 아버지라 불리는 잔텐유, 중국 함대 사령관을 지낸 천사오관, 미국 MIT와 칼텍의 교수를 역임하면서 나중에는 우여곡절 끝에 중국으로 귀환하여 미사일과 로켓의 왕이 된 첸쉐썬 같은 인물들이다. 그리고 중국이 원자폭탄을 보유하게 된 경위를 잠깐 다루고 있는데, 어쩌면 현재 북한이 어떤 생각으로 원자폭탄을 개발하게 되었는지를 에둘러 짐작할 수 있지 않나 싶다. |
|
【 중국인 이야기 】 (6) 김명호 / 한길사
홍콩의 공기가 심상치 않다. 범죄인 인도 법안에 반대하는 송환법 철폐에 대한 시위가 11주째 접어들고 있다. 만약 시위가 계속되고 격화될 경우 중국군의 개입 가능성 등 충돌이 벌어질 우려도 나오고 있다. 홍콩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중국 선전에 있는 한 종합운동장에 군용 장갑차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모습이 위성에 잡혔다. 경기장 바깥 주차장에도 트럭 등 병력 수송용 차량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집결해 있었다.
한편 중국은 선전을 글로벌 혁신도시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상하이 자유무역구 면적을 두 배로 늘리는 등 홍콩의 글로벌 허브 지위를 본토 도시인 선전과 상하이로 이양시키겠다는 의도로 분석되고 있다. 그 와중에 지난 2개월간 타이완 이민이나 체류를 신청한 홍콩인의 수가 5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홍콩언론이 보도했다. 타이완인들 평안할까?
시계를 거꾸로 돌려본다. 일본 패망 후 타이완은 50년 만에 일본의 식민통치에서 벗어났다. 감옥에 있던 항일청년들이 풀려났다. 대륙을 떠돌던 타이완 출신 항일 인사들도 고향으로 돌아왔다. 연합국 태평양지구 사령관 맥아더가 타이완을 연합국 성원인 중화민국이 접수한다고 선언했다. 중국 전구(戰區) 최고사령관 장제스는 육군 상장 천이를 타이완 성 행정장관 겸 경비사령관에 임명했다. 타이완 학련은 “조국을 영접하자”며 선전활동에 나섰다. 중공이 개입하기 전까지 타이완의 좌익 사조는 낭만적 사회주의 수준이었다.
행전장관공서(行政長官公署)는 타이완 전 성의 군사와 입법권, 사법권, 행정권을 장악했다. 국민정부는 타이완인을 믿지 않았다. “도처에 일본 글자가 난무하고, 하는 짓이 일본인인지 중국인인지 구분이 안 간다. 모국어도 잊은 지 오래다. 작가라는 사람들이 우선 일본어로 써놓고 모국어로 번역하는 꼴을 보니 한숨이 나온다”며 무시했다. “사람 축에 못 든다. 일본의 노예들이다.” 타이완인들은 대륙에서 나온 사람들을 외성인(外省人)이라 부르며 경원시했다.
하루아침에 과부촌이 된 마을
먼 옛날부터 푸젠 성 둥산도 퉁보촌은 타이완 어부들의 쉼터였다. 누적된 피로를 밥 먹으며 술 마시며 풀다가곤 했다. 그러다보니 흔히들 타이완촌(臺灣村)이라 불렀다. 주민들은 고기잡이와 농사 외에는 관심이 없었다. 항일전쟁 시절에도 화약 냄새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공내전은 이 작은 어촌의 평화를 망가뜨렸다. 1950년 3월, 대륙에서 패배한 국민당군은 진먼도에 거점을 마련했다. 정예 2,700여 명을 둥산도에 투입했다. 당신 둥산도 주민은 7,000여 명이었다.
4월 말, 중국 인민해방군이 푸젠 성 전역에 깃발을 꽂았다. 5월 1일, 하이난도(海南島)를 장악하고 둥산도를 포위했다. 공격은 시간문제였다. 돌격명령만 기다렸다. 둥산도에 주둔해있는 국민당군도 전쟁이 임박했다고 판단했다. 주둔군 증병을 서둘렀다. 주민들을 닥치는 대로 징발했다. 약 3,000명에게 국민당군 군복을 입혔다. 퉁보촌은 깡촌 중에 깡촌이었다. 외부 소식이 늦다보니 주민들의 일상은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남자들은 바다에 나가고 여인들은 농사와 집안일에 열중했다. 5월 9일까지는 그랬다. 5월 10일 새벽 2시, 철수하던 국민당군이 퉁보촌을 덥쳤다. 마을 입구에 기관총부터 걸어놓았다.
퉁보촌 ‘과부 진열관’ 관장의 구술을 소개한다. “단꿈을 꾸던 주민들은 요란하게 문 두드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총검을 착검한 국민당군 사병들이 살벌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잠이 싹 달아났다. 상부 지시로 호구 조사를 실시한다며 무조건 끌고 갔다.”
국민당군은 장정 285명을 마을 사당 앞에 집결시켰다. 그중 147명을 진먼도행 함선에 쓸어넣었다. 91명은 처자식이 있는 가장이었다. 연령도 17에서 55세까지 다양했다. 그날 밤, 퉁보촌 여인들의 밤은 유난히 길었다. 동이 터도 남편들은 돌아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청천벽력 같은 소문이 귓전을 때렸다. “끌려간 남자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국민당 군함을 타고 어디론가 떠났다” 여인들은 어린애를 등에 업고 해변으로 달려갔다. 평소 꼴 보기 싫을 때도 많았지만, 그날따라 남편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섬 전체에 젊은 남자라곤 씨가 말라버렸다.
38년이 후딱 지나갔다. 퉁보촌 여인들은 국민당 가족이라며 박해를 받지 않았다. 문화대혁명 시절에도 보호를 받았다. 1987년 9월, 타이완 『자립만보(自立晩報)』기자 두 명이 둥산도를 찾아왔다. 두 사람은 타이완촌이 과부촌(寡婦村)으로 바뀐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전 세계에 퉁보촌 여인들의 비극을 타전했다. 이 두 기자는 타이완 정부의 허가 없이 대륙을 방문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38년 전, 17세 아들과 헤어진 노모가 임종 직전 써놓고 부치지 못한 편지도 공개됐다. “너를 몇 십 년간 기다렸다. 네가 워낙 보고 싶어서 죽지도 못했다. 지금 나는 깊은 병에 걸렸다. 너는 내 편지를 받을 방법이 없고, 나는 이 세상을 떠난다. 나는 죽어서도 눈을 감지 않겠다. 태평 시절, 네가 처자와 함께 고향에 돌아와 내 무덤에 향 사르는 모습을 보면 그때 지하에서 눈을 감겠다.”
전쟁의 참상은 세계 어디나 동일하게 무겁게 슬프다. 이름 없이 빛도 없이 사그라져간 몸과 영혼들은 과연 어디서 안식을 취하고 있을까? 그나마 살아남은 퇴역군인들은 고향방문이 허락되어 퉁보촌을 찾았다고 한다. 남편과 재회한 여인들의 소감은 한결같았다. “남편과 만났나?” “만났다.” “어떻드냐?” “늙었더라.” “가면서 뭐라고 했느냐?” “또 오겠다고 했다.” 남자들은 거의 본토에서 다시 결혼하고, 퉁보촌 여인들은 이제나 저제나 남편들이 돌아오기만 기다리다 독수공방 할머니들이 되었다.
#중국인이야기6 #김명호 #한길사
|
|
중국인 이야기 6 “고개를 들어라. 내가 새로운 세상을 만들면 그때는 고개를 숙여라.” 저: 김명호 출판사: 한길사 발행일: 2017년 8월21일
김명호 교수의 ‘중국인 이야기’ 1권에서 6권까지 읽었다. 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혁명기 중국에서 개성 넘치고 매력적인 다양한 사람을 만났다. 서구 제국주의 침탈 속에서 이들은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위해서 고민했다. 자신의 신념에 따라서 치열하게 대결했다. 어는 것이 절대로 옳다고 말할 수 없다. 그들이 그 어디에 기반을 두었다고 하더라도, 결국 추구했던 것은 같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얼마나 대단한 일들을 했던가? 비롯 당시에는 그것이 역사적으로 큰 평가를 받으리라 기대하지 않았다고 한들. 과거와 근현대가 뒤섞인 혼란스러운 시기였다. 그렇지만 시와 풍류를 즐겼다. 마오쩌둥은 위대한 혁명가이기도 했지만 시를 잘 썼다고 한다. 하긴 권력은 총에서 나온다고 했지만, 총을 혐오하고 사용하지 않았던 모순된 사람이었으니까.
현대의 시점으로 과거를 구상하는 버릇이 있는 것은 나뿐일까? 중국 혁명기의 단편적인 이야기만 듣는 경우가 많다. 그를 통해서 재구성된 당시는 실제와 다르다. 자신의 편견에 따라 멋대로 상상된 이야기는 편견을 계속 재생산할 뿐이다. 책을 통해서 모든 것을 바로 잡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천천히 독서를 하는 중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수 있다. 균형 잡힌 시선은 점차 그렇게 만들어진다.
현대의 중국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이렇게 묻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그다지 좋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한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을 통해서 분명 중국은 오늘날 미국과 더불어 G2가 되었다. 그러나 대국다운 풍모는 사라진 것 같다. 덩치 큰 불량배가 경찰관 뿌리치고 동네를 활보하는 것 같다. 벼락부자로 돈은 많아졌다. 여러 동네 다니면서 큰 돈을 뿌리고 환심을 산다. 가난한 사람들 매수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나는 오늘날 중국인이 혁명기 중국에 대해서 과연 잘 알고 있을까 싶다. 그 흥미롭고 위대한 시대를 한번이라도 제대로 안다면 어떨까? 대륙과 타이완에 신념을 달리한 사람들이 서로를 욕했다. 하지만 서로는 알고 있다. 사실 그들이 추구한 목표는 같았다는 것을. 다만 가치가 달랐다는 것을. 그것을 평가하는 것도 자신들이 아닌 역사라는 것을. 그래서 그들은 담대했고 매력적이었다.
인간은 오묘한 동물이다. 이기적이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하다. 위대하지만 말할 수 없이 괴팍하고 비루하기도 하다. 그러한 인간 군상을 여기서 만나보기 바란다. 그 와중에서 이러한 인간들의 위대한 이야기를 마주할 것이다. 덤으로 오늘날의 중국을 이해할 수 있는 혜택도 누릴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7권이 출간되기를 기다려본다.
|
|
저자의 책을 이번 으로 여섯번 째 구입하는 것이므로 정확하게는 그의 중국인 이야기의 애독자가 되어 버린 애독자라 할 만하겠다. 한가지 특징은 그동안 그의 책은 구입하면 밀리지 않고 꼬박꼬박 다 읽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의 책이 가지고 있는 무언가 나의 것을 빼앗아 버리는 것이 잇지 않을까? 하는데 뭐 그리 깊게 그것이 무엇인가에 대하여 생각해 보지 않앗으므로 차후에 생각해 볼까싶다. 이번 6권은 어떨지, 그동안 안일했던 책읽기 습관의 고삐를 이번에도 여지없이 당겨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
|
글쎄..., 이미 나온 다섯 권에 비해 구성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다. 뭘 얘기하고 싶은지 헷갈릴 지경. 중국인 이야기 자체가 그저 중국 근현대사의 뒷이야기 정도인 것은 맞지만 이번 여섯 번째 권은 아무래도 써야 한다는 의무감이 너무 컸던 것 같다. 아니면 이제 써야 할 내용이 다 떨어진 것일까? 그래도 런비스((임필시, Jen Pishih, 任弼時)와 아내 천충잉(陳琮英·진종영) 또 린보취(임백거, Lin Poch'u, 林伯渠)와 주밍(朱明·주명)의 사랑 이야기는 가히 감동적이다. '중국 우주항공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진 엔지니어 겸 과학자 첸쉐썬(전학삼, Qian Xuesen , 錢學森)의 이야기도 놀랍다. 미 해군 참모총장 킴벌은 그를 두고 “한 사람이지만 미국 해병대 5개 사단이 움직이는 것으로 보면 된다. 쏴 죽여버릴지언정 붉은 중국으로 보낼 수는 없다”고 했단다. 우리나라 핵물리학자였던 이휘소 박사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아무리 노력해도 사람 이름을 저렇게 중국 발음으로 하는 건 영 익숙해지질 않는다. 누가 누구인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