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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의 <다윈의 핀치>를 읽었다. 조너던 와이너의 <핀치의 부리>는 바로 이 그랜트 부부의 다윈핀치에 대한 연구를 기록한 책이고, 퓰리처상까지 수상했다. <핀치의 부리>가 그랜트 부부의 연구를 중심으로 진화에 대한 여러 질문에 대한 답변을 시도했다면, <다윈의 핀치>는 주변에 신경을 돌리지 않고, 오로지 '다윈의 핀치'에 대한 연구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비록 본격적인 학술서는 아니지만(아마도 이미 발표했을 것이다), 거의 전공 서적에 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다윈 핀치의 진화에 관한, 그리고 나아가 진화 자체에 관한 여러 논쟁과 논의가 이 두껍지 않은 책에 담겨 있다. 더 깊이 들어가면 질려버릴 이들이 많기에 조금만 깊은 내용만 담고 있으며, 각 장마다 요약을 달고 있기도 하다. 초심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다. 순서를 따지자면 <다윈의 핀치>를 읽고, <핀치의 부리>를 읽어야 옳을 것 같지만, 책의 수준을 따지자면 <핀치의 부리>를 먼저 읽어야 <다윈의 핀치>도 읽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사실 정확히 말하면 어느 방향도 괜찮을 듯 싶다. 중요한 건 둘 다 읽는 게 훨씬 좋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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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그랜트와 로즈메리 그랜트는 갈라파고스 섬에서 다윈 핀치를 연구하는 부부 과학자다. 40여 년간 꾸준히
갈라파고스 섬을 방문해서 다윈 핀치의 생태와 진화를 연구해 왔다. 그들의 연구 성과는 벌써 20여 년 전에 조너던 와이너가 『핀치의 부리』를 통해 소개한 바가 있다.
부부가
직접 쓴 『다윈의 핀치』는 군더더기를 쫙 뺀 책이다. 그들이 언제부터 갈라파고스 섬에서 무슨 일을 했고, 어떤 에피소드가 있었으며,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런 연구 성과를
냈는지에 대한 얘기는 하나도 없다. 오로지 다윈 핀치에 관한 연구 결과와 추론만 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어쩌면 심심한 교양 과학서이다.
다윈
핀치가 어떻게 갈라파고스 제도에 정착하게 되었는지, 어떤 적응과 다양화의 과정을 거쳤는지, 생태적으로는 어떤 상호 작용을 해왔는지, 그것들이 생식적 격리가
이뤄졌는지, 이뤄졌다면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지, 이종교배가
이뤄지고 있다면 그 메커니즘은 무엇인지, 종분화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도대체 다윈 핀치는 몇 개의 종인지) 등등. 말하자면 다윈 핀치를 소재로 한 진화학의 중심 질문들인 셈이다.
당대에는
관찰할 수 없기 때문에 진화란 가설일 뿐이며, 해봐야 이론일 뿐이라는 이들도 있다(창조과학을 신봉하는 이들은 아예 논외로 한다). 그러나 다윈 핀치에
대한 연구를 보면, 진화란 지금도 이뤄지고 있는 과정이며, 연구를
통해서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랜트 부부 연구의 위대함이
바로 그런 점에 있다.
지금도
갈라파고스 제도에 있는 다윈 핀치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고 있다. 지금은 유전체학이라는 막강한 도구를
이용한다. 잡종화는 어떤 종끼리 이뤄졌으며, 종분화는 언제쯤
이뤄졌는지, 적응의 과정은 어떤 유전자를 통해서 이뤄지는지 등등이 밝혀지고 있다. 이 노과학자 부부는 그 발전까지도 또렷이 지켜보고 있다. 과학에
있어 대가란 과거의 업적에 묻혀 뒷짐지고 거들먹거리는 존재가 아니라 그 분야에 발달에 끊임없이 보조를 맞춰가며 자신의 분야에서 가장 앞에 서 있는
이라는 것을 바로 이 그랜트 부부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