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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없이 펼쳤다가 이내 빠져든 더글러스 애덤스의 <마지막 기회라니?>. 멸종 위기에 처한 돌고래, 앵무새, 도마뱀, 카카포를 찾아 동물학자 마크 카워다인과 함께 오지를 향하는 그들의 유쾌한 여정. 아직 접해보진 못했지만 더글러스 애덤스는 <은하수를 건너는 히치하이커>란 소설로 널리 알려진 SF소설가이다. 그런 그가 뜬금없이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찾아나섰다.
이 책은 20년 전에 씌인 책이다. 콩고, 인도네시아, 중국, 뉴질랜드의 각 오지를 다니며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현재를 파악하기 위한 오지 여행인 셈이다. 무엇보다 저자의 유머러스한, 위트가 넘치는 글쓰기가 돋보인다. 자칫 무겁고 암울할 수 있는 이야기를 일상 속 에세이를 정리하듯 차분하게 써내려간다. 리처드 도킨스의 추천사가 인상적인데, 저자인 애덤스의 죽음을 아래와 같이 아쉬워했다. 리처드 도킨스는 "과학은 친구를 잃었고, 문학은 전문가를 잃었으며, 마운틴고릴라와 코뿔소는 용기 있는 후원자를 잃었다"라고.
아직까지 인간에 의해 발견되지 못한 종은 어림잡아 3천만 종에 이른다고 한다. 매년 세네갈의 면적에 해당하는 수풀이 사라지고 있으며, 최근 10년 동안(아마도 80년대 일듯, 지금은 더하겠지만) 멸종된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하게 멸종된 동식물을 제대로 관리하고, 보호하자는 취지로 쓰인 것은 아니다. 과학적 담론과 지혜가 알기 쉽게 어우러져 있다.
가령 멸종의 위기를 피한 대부분의 동식물은 원숭이(인간을 지칭)들의 손길이 닿지 않았거나, 쥐들이 출현하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다. 이 책의 언급처럼, 멸종 동식물을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가지다. 더이상의 멸종을 막기 위해 그들을 생태 그대로 가만히 놓아둘 것인가와 적극적인 홍보(알림)를 통해 인간에 의해 보호해야 하는가란 문제다. 두 사람은 후자를 택했고, 희귀 동식물의 멸종을 막기 위해 평생을 몸바친 사람들과 조우한다.
도도새를 아는가? 인도양의 모리셔스 섬에서 어떤 사람에 의해 맞아 죽은 도도가 지구상 마지막 도도였다는 사실은 얼마나 슬픈 일인가? 단순히 부주의한 행동, 무지한 사고에서 비롯한 한 종의 멸망. 저자가 서문에서 밝혔듯, '도도가 멸종한 탓에 우리는 더 슬프고 더 현명해졌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단지 더 슬프고 정보만 많아졌을 뿐이라는 증거들도 산적하다.' 우리는 분명히 인식하고 있다. 인간에 의해 창발한 문명사회가 얼마나 많은 동식물의 멸망을 불러왔는지, 지금 순간에도 우리가 발견조차 못했던 동식물이 소리 소문없이 사라지는 지를. 하지만 인식은 하지만, 그래서 슬프기는 하지만, 거기에 대한 현명한 대처에는 미흡하고, 서툴고, 무식하기까지 하다.
새만금 일대에서 생태 교란으로 수십 종의 동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으며, 점점 그들이 설 자리는 사라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과 같은 대재앙 앞에 모든 생명체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지나친 탐욕과 문명의 이기를 이젠 놓아야 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 가장 인상 깊게 읽었던 부분은... 바로 아래 결말이다. '마지막 기회'라는 챕터에서...
"마지막으로 이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는데, 나는 이것 말고 더 필요한 이유는 없다고 믿는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코뿔소와 앵무새와 카카포와 돌고래를 지키는 데 인생을 거는 이유도 이 때문일 것이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그들이 없으면 이 세상은 더 가난하고 더 암울하고 더 쓸쓸한 곳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나 멋진 말인가. 불쌍하니까 보호해야 한다. 우리가 강자이니 약자를 보살펴야 한다.란 주장이 아니다. 지구란 삶의 터전에서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에 대한 존경이 담겨 있다. 마치 이웃처럼, 그들이 없으면 세상이 더 가난하고, 더 암울하고, 더 쓸쓸한 곳이 될 것이란 말엔 박애정신이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저자가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뜬 후, 이 책이 쓰인 시점에서 근 20년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카카포와 코모도왕도마뱀, 양쯔강의 돌고래는 여전히 살아있는 걸까? 시종일관 유쾌 발랄한 여행기로 책장을 붙들게 했던 더글라스 애덤스의 바람이 오랜도록 지켜지길... 일본 대지진이란 참사 앞에 죽어간 수많은 동식물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한다.
이 책의 전반적인 구성은 마음에 드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의 이미지가 전무하다. 간단한 일러스트 몇 컷이 작게 정리되긴 했지만, 책에 묘사되는 내용만으로는 짐작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다. 사진 자료가 힘들다면 세밀화 등으로 충분히 이미지를 구현할 수 있었을텐데. 그 부분이 아쉽다.
<사진 출처: 위키백과/ 순서대로 북부흰코뿔소, 코모도 왕도마뱀, 카포카, 양쯔강돌고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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