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라이시 가즈후미'는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웰 메이드 연애소설을 여럿 편 발표한 작가이다. 여성작가로 착각할 정도로 연애감정에 빠진 남녀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고 특히, 여자들의 심리묘사가 탁월하다는 평이다. 이 작품을 번역한 분도 책의 후기에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작가가 2007년 11월 요미우리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했다는 "화려한 청춘을 보낸 적도 없고, 연애의 훌륭함도 이미 잊어버렸다"라는 말은 전혀 연애소설 작가 답지가 않다. 심지어, "한 번도 인생이 즐겁다고 생각해본 적 없다"라든지, "나는 인간을 혐오한다"는 말도 하였다. 이러한 말에서 살짝 우울과 냉소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본래부터 다른 사람들과 잘 사귀지 못하는 성격이라는 고백과 "인생이 즐겁지 않다. 어쩌면 나 자신이 용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인터뷰 내용을 보면 그의 연애소설이 달콤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
|
물건을 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브랜드를 선호한다. 혹시나 잘못 골라서 후회할지 모를 불안감을 덜기 위해서... 아마 책을 고를 때 수상작품을 선호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인 것 같다. 일본에선 유명한 나오키 수상작이라고 하니 왠지 기대가 된다. 거기에 간만에 읽게 된 연애소설인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2편의 중편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 지 기대가 된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타인들의 부러움을 사는 아키오의 사랑이야기다. 아키오는 부유한 집안에 태어났지만 형들에 대한 열등감과 자신감의 부족으로 매사 우유부단하다. 운명의 상대를 발견하면 그 사람이 확실하다는 증거가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미모의 나즈나와 첫눈에 반해 집안의 반대를 뒤로하고 운명의 상대로 생각하며 결혼을 한다. 하지만 믿었던 나즈나는 옛 연인이 이혼했다는 이야기에 별거를 하자고 한다. 힘든 나날을 보낸던 아키오는 직장 선배인 도카이와 고민을 나누면서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특유의 향기가 난다. 아키오가 도카이를 기억할 때도 좋은 향기가 났다. 도카이는 그런 아키오에게 친구가 선물해준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향수라고 했지만 한참이 지난 후에 그 향기가 도카이의 향기였음을 알게 된다.
<둘도 없이 소중한 너에게>는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며 사랑을 깨달아 가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주인공 미하루는 약혼자 세이지와 이혼남인 구로키 사이에서 방황을 한다. 괜찮은 사람이기는 하지만 왠지 다 채우지지 않는 것들을 구로키를 통해 채운다. 구로키는 쿨한 관계를 내세우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책임지기를 두려워한다. 미하루도 구로키를 사랑한다는 걸 알면서도 바람을 피우던 아버지로 인해 결혼에 대한 환상보다는 현실이라는 생각을 가진 미하루는 세이지와의 결혼을 추진한다.
제목에서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를 기대했던 독자들이라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나역시 내가 생각했던 스토리와 많이 빗나가서 조금은 의외로 생각했었지만 우리와는 조금은 다른 정서를 가지고 있는 일본에서는 부담없이 볼 수 있었을 것이다. 97회 나오키상을 수상한 "시라이시 가즈후미"와 그의 아버지가 함께 부자지간에 나오키상을 최초로 수상했다고 해서 일본에선 떠들썩했다고 한다. 작가는 나오키상을 수상하면서 "운명의 짝은 반드시 있다. 그러니깐 타협하지 말고 끝까지 그 상대를 찾아라"고 말했다고 한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아직까지 운명의 상대를 찾고 있는 나에게 반가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사랑 때문에 좋아하고, 가슴아파하고, 설레이고 행복해 한다. 세상에 반은 남자와 여자이지만 그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만의 사랑, 나의 운명을 제대로 찾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p. 77) "저는 늘 이런 생각을 했어요. 인간은 다른 사람을 위해서는 죽을 수 있어도 자신을 위해서는 죽을 수 없다고. 살아남은 사람이 자신이 죽는 편이 더 나았다고 얘기하면 절대 안 되죠."
(p. 152) "응. 가장 좋은 상대를 발견했을 때는, 이 사람이 틀림없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거야."
(p. 153) "그러니까 사람의 인생은, 죽기 직전 마지막 하루라도 좋으니까, 그런 가장 좋은 상대를 발견하면 성공한 거야. 말하고 보니 보물찾기랑 비슷하네." |
|
와세다 대학 정경학부를 졸업하였으며, 출판사에서 기자와 편집자로 일했으며, 마흔둘이라는 늦은 나이에 등장한 늦깎이 작가, 그것도 연애소설을 쓰는... 게다가 그렇게 쓴 연애소설이 야마모토 슈고로상, 나오키상 등을 수상하였으니 이 또한 범상치 않다. 사실 슬쩍 롤모델로 삼아볼까 생각하기까지 했다.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이 작가를 따라서 나도 연애소설쓰기에 다시 도전해볼까 하는 그런 생각...
|
|
<시크릿가든>의 김주원은 길라임과 혼인신고를 한 후, 그 사실을 알고 쓰러진 어머니의 병실에서 이렇게 이야기한다. 언젠가 한 번은 후회할 거라고. 하지만 후회하면 후회하는대로 그 여자와 살아갈 거라고. <내 이름은 김삼순>의 현진원은 삼순이에게 가기 위해 옛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하며, 너 가면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그녀에게 또 이렇게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죽을 걸 알면서도 산다-고. 사랑, 그게 뭐 대단한 거라고. 라며 뻥 날려버리기에는, 우리 모두 사랑에 너무 길들여져 버렸다. 사랑을 하지 않을 때도, 사랑을 하고 있을 때도. 시간이 흐를수록 농도와 깊이를 바꿔가며 끊임없이 마음을 괴롭히는 감정. 사랑했다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가, 다른 사람에게 상처도 줬다가, 결혼해도 후회할지도 모른다고 걱정도 하는 그 수많은 시간 속에서 지금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정말 내 운명의 짝인지 확신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 말을 듣고서야 도카이 씨는 한 번도 향수를 보여준 적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함께 살면서 늘 그 좋은 냄새에 싸여 있었기에 오히려 아키오는 그 향수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아키오에게 그 냄새는 도카이씨 그 자체였다. -p174
이 작품의 표제작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에서 일견 우유부단하고 아무 특징없는 사람으로 비춰지는 아키오는, 운명의 상대를 발견했을 때는 이 사람이 틀림없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거라고 믿는 남자이다. 그는 그 운명의 증거가 '향기'라고 생각하지만 결국 '그 사람' 자체가 증거였음을 깨닫게 된다. '사람'을 보지 않고 눈에 보이는 '증거'를 쫓아가다 보면 운명의 상대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표식은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을 터. 저마다의 매력은 존재할 테니 말이다. 눈에 띄게 아름답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을 농담의 대상이라고만 생각할지라도 내 마음 안에서 빛나는 단 한 사람. 증거라고 생각했던 것이 결국은 그 사람 자체였음을 깨닫게 하는 사람이 바로 운명의 짝이 아닐까.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도 의지가 되고 행복을 가져다 주는 사람.
나, 왔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길밖에는, 그렇게 각오하고 왔어요. 그런데 대체 무슨 일이에요? -p292
단순하고 평범한 사랑을 그린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에 비해 <둘도 없이 소중한 너에게>는 건조하고 퇴폐적인 냄새를 풍기는 커플의 이야기다. 약혼한 남자가 있으면서 예전의 불륜관계를 지속하는 미하루와 구로키. 약혼자에게서는 얻을 수 없는 것을 구로키를 통해 맛보면서 그와의 관계를 지속하는 미하루는 그를 사랑하면서도 좀처럼 마음을 인정하지 않는 여자다. 구로키 또한 입으로는 쿨한 관계, 서로 책임을 지지 않는 관계를 선호하는 척 떠들지만 내 눈에는 그들 모두 사랑 앞에서 겁내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이런 부족한 나와 결혼해줄 거냐고 묻지 못해 늦게 사랑을 깨닫는 커플. 약간 변태적인 관계를 갖는 커플임에도 그 몸부림들이 어쩐지 애달파서, 기묘한 느낌이 들게하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과연 나오키상의 선정 기준은 무엇일까를 궁금하게 만든 작품들이기도 했다. 섬세한 감정 묘사가 뛰어나서 남자 작가임에도 여성으로 자주 오인받는다는 시라이시 가즈후미. 그 감성이 잘 전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원어로 접했을 때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인 거다. '혼을 부르는 걸작'이라거나 '아찔할 정도로 감동했다' 거나 하는 느낌은 받지 못했으니까. 그럼에도 자꾸 이 작품에 마음이 가고 신경이 쓰이는 것은 그 주제가 '사랑'이기 때문일까.
사람들 얼굴에 사랑표지판이 있어서 '나는 너를 사랑해' 라거나 '내가 너의 운명의 짝이야'라거나 '너와 결혼하고 싶어' 와 같은 말들이 감정에 따라 드러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같은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나를 사랑하는지 아닌지, 결국 우리가 고민하는 것은 그 한 가지다.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만큼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해 주면 좋겠다는 것. 그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우리는 상처입고 아파한다. 나중에 후회하면 어때. 아이스크림을 고르는 일에서조차 후회는 있는걸. 후회해도 좋다고, 그 후회까지 떠안고 같이 가고 싶다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운명의 증거'가 아닐까. |
|
2009년에 일본 문단에서 유명한 나오키상을 받았다는 시라이시 가즈후미 작가의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의 표지를 보고 바로 어떤 그림이 연상됐다. 미니멀 아트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가 바로 그 그림이었다. 두 사람이면서 거의 한 몸처럼 느껴졌던 연인의 포옹, 배경으로 도시가 타원형으로 제시되고 그 둘의 오른편에 한 마리 고양이가 등장한다. 모두 소설을 읽어 보면 저절로 이해가 되는 그런 장면이다. 그런 점에서 일러스트 담당자가 정말 제대로 소설의 핵심을 일러스트로 뽑아내지 않았나 싶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는 동명의 소설과 <둘도 없이 소중한 너에게> 이렇게 두 편의 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두 번째 소설을 읽으면서 첫 번째 소설과 주인공을 공유하는 그런 점이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주인공의 이름을 꼼꼼하게 확인하며 읽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굳이 그런 공통점을 들자면, 주인공의 직업이 영업 담당이라는 것과 차가운 도시 일본의 도쿄에서 주인공들이 서식한다는 점 정도라고 할까.
먼저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에서 우쓰기 아키오는 일본의 유서 깊은 화족 집안 출신으로 어려서부터 출중한 능력을 보인 두 형에 비해 태생적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아키오는 ‘열등감과 후회, 비참함과 무기력함’으로 고통받는다. 그의 친구들조차 아키오 집안의 배경만 보고 그를 평가한다. 그들은 부잣집 도련님의 이런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 여자친구도 마찬가지다. 뭐가 아쉬워서 그런 집안의 도련님이 자신과 결혼하겠느냐고 지레짐작하고 선수를 쳐서 절교를 선언한다. 아키오에는 악순환이다.
그래서 아키오는 그에 대한 반발로 캬바쿠라 출신 절정의 미모를 자랑하는 시바모코 나즈나와 결혼을 강행한다. 바람으로 어머니가 고생하는 것을 본 나즈나는 결혼조건으로 아키오가 바람만 피우지 않으면 된다고 하지만, 정작 그를 배신한 건 바로 나즈나였다. 어려서부터 소꿉친구이자 애인으로 지냈던 네모토 신이치가 이혼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에게 가버린 것이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을 강행한 아키오에게 나즈나의 변심은 그야말로 충격이다. 집안에도 알릴 수 없는 이 문제를 자신의 영업부 상사인 도카이와 술잔을 나누면서 토로하는 아키오. 어, 이거 이야기가 이상하게 돌아가겠는 걸하는 직감이 들었다.
파국으로 치닫는 나즈나와의 결혼을 지키려고 노력해 보지만, 아키오는 신이치를 사랑한다고 단호하게 고백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자신의 노력이 부질없음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동시에 그의 감정이 도카이에게 향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두 번째 <둘도 없이 소중한 너에게>에서는 같은 직장의 유능한 동료 세이지와 결혼을 앞둔 평범한 미모의 영업 직원 미하루가 옛 애인 구로키와의 불륜이 등장한다. 시라이시 가즈후미가 쓴 두 편의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받은 트라우마가 있는 것으로 그려진다. 나즈나는 바람둥이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아키오와 결혼을 결행하지만, 결국 먼저 남편을 배신하는 것은 자신이다. 두 번째 소설의 주인공 구로키 역시 어려서 외간남자와 사랑을 나누기 위해 어린 구로키를 밧줄을 묶어서 가두었다고 했던가.
소아과 병원 의사로 바쁜 어머니 몰래 계속해서 바람을 핀 아버지 덕분에 일찌감치 결혼에 대한 환상을 버린 미하루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결혼에 대한 구체적 비전이 없이 살면서 한 번은 해야 하는 통과의례로 생각한다. 그리고 자신이 구로키와 만나는 것에 비합리적인 정당성을 부여한다. 자신의 불륜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둔감한 남자라면, 그래도 마땅하다는. 그녀는 수컷의 향기가 풀풀 나는 구로키가 세이지와의 관계에서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는 말로 그와의 만남에 의미를 부여한다.
소설을 다 읽고 나서 조금 실망했다.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말에 기대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저 일반 불륜소설과 다른 변별점을 느낄 수가 없었다. 물론 사랑의 주체에 따라 사랑을 보는 시각이 다른 점이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너무 극단적이라고 해야 할까. 가장 좋은 상대를 발견했을 때, ‘이 사람이다’ 싶은 확실한 증거는 도대체 무엇일까? 아키오도 나즈나가 자신의 가장 좋은 상대라고 생각하고 결혼했다. 도카이의 비밀향수가 그런 증거라고 말했지만, 나즈나의 그것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굳이 제시하자면 나즈나의 출중한 외모 정도일까.
늦깎이 작가 시라이시 가즈후미 작가의 다른 연애소설을 아직 접해 보지 못해서 전작과 비교를 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 그는 나오키상 수상 소감으로 앞으로 소설다운 소설 대신, 형식파괴 그리고 변형이 가미된 소설을 쓰겠다고 했다는데 앞으로의 작품이 더 기대된다. |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의 작가 시라이시 가즈후미가 나오키상 수상 인터뷰에서 한 말이예요. 가슴에 쿵 떨어지는 대사의 연애소설로 정평이 난 작가라고 해서 연애소설 좋아하는 아줌마이기에 많이 기대했었는데, 운명의 짝을 논하는 이 말 한마디에 이 작가의 소설을 읽기도 전에, 반해버리고 말았답니다. 너무 사랑하는 우리 신랑이 있지만서도, 그래도 어딘가에 운명의 상대가 또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미심쩍은 의구심이 있었기에, 이 책의 소개글만 읽고도 연애 정보서가 아니라 소설일 뿐이지만 나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두가지 각 에피소드 속 주인공인 아키오와 미하루는 결국 운명의 짝을 찾지만 약간 늦은감이 있습니다. 첫번째 이야기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에서 가장 좋은 상대를 발견했을 때는 이 사람이 틀림없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거라고 믿는 아키오. 첫번째 결혼을 실패하고, 추녀이지만 일은 열심히 하는 직장상사인 이혼녀 도카이 씨와 결혼하죠. 그녀에게서 항상 특이한 향이 나는 것 같고 그 향이 너무 포근하고 좋은 아키오는 그녀가 암으로 죽은 후에 그 향이 향수가 아니라 그녀 고유의 향이라는 것을 알게 되구요. 아키오가 발견한 가장 좋은 상대, 즉 운명의 짝은 도카이였던 증거가 바로 그 좋은 향기인 것이죠. 도카이 씨가 죽고 나서 그녀의 냄새가 사라질 것을 생각하니 그녀의 부재를 견딜 수 없어, 결국 아키오는 눈물을 흘리고, 운명의 짝을 만났지만 잃고서야 운명의 짝인지 알게 되는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두번째 이야기 "둘도 없이 소중한 너에게" 두가지 에피소드의 제목이 모두 운명의 상대를 지칭하는 너무도 예쁜 말들인 것 같아요. 두번째 이야기에서 미하루는 약혼자가 있으면서도 나이가 많은 구로키 과장과 만납니다. 그 구로키 과장이 이혼하기 전까지는 불륜이었죠. (이부분이 조금 마음에 안 들기는 했지만) 약혼자와 결혼준비를 하면서도 계속 구로키 과장을 만나는 미하루, 미하루가 만난지 4년째 되던 생일날 갑자기 찾아간 구로키 과장의 맨션에서 자신의 생일케익을 발견하면서 그동안 매년 자신의 생일을 혼자서 준비했을 구로키 과장에 대해 생각하게 된 미하루, 결국 결혼식 전날 찾아가지만 이미 구로키는 떠난 후입니다.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깨닫지만, 역시 사라지고 난 후라니... 왜 이렇게들 운명의 상대를 깨닫는 것은 어려울까요? 하지만 운명의 짝은 분명히 있다는 작가의 한 마디, 깨닫고서야 믿게 되겠죠. |
|
“응. 가장 좋은 상대를 발견했을 때는, 이 사람이 틀림없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을 거야.” “그게 정말이야?” “아마도. 생각해봐. 만약 그렇지 않다면 누가 그 사람인지 알 수 없잖아.” “그래서 사람들이 전부 자신의 상대를 착각하고 있는 거잖아.” “그게 아니야. 모두 철저하게 찾지 않았을 뿐이야. 가장 좋은 상대를 발견한 사람은 모두 그 증거를 가지고 있다니까.” 152~153쪽
‘이 세상엔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게 두 가지 있다. 그중 하나는 정의, 다른 하나는 바로 드라마이다.’ 224쪽
나처럼 시니컬한 인간은 ‘운명의 짝’이 진짜 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사랑’이 실종되어버린, ‘먹고 사는’ 것만으로 지친 사회에서 ‘운명의 짝’ 운운하는 것은 너무 나이브한 사고방식 아닌가? 그러나 이 책 속에서 세상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것 두 가지를 ‘정의와 드라마’라 꼽았듯이 나에게도 드라마틱한 이야기, 한가한 주말을 채워줄 좋은 책들이 필요했기에 나는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믿지는 않지만 믿고는 싶은 심리라고나 할까. 시라이시 가즈후미는 <서른다섯, 사랑>과 <얼마만큼의 애정>에 이어 세 번째 만난다.
남부러울 것 없는 조건을 갖고 있는 그러나 콤플렉스 덩어리인데다가 세상에 냉소적인 주인공. 한 문장 한 문장 음미해봄직한 감각적인 문장들, 인간관계의 쓸쓸함 혹은 씁쓸함. 이 작가 여전히 이런 요소를 갖고 있으며 역시나 차갑고 시니컬하다. 킥킥거리며 웃고 넘길 즐거운 요소를 제공하는 소설은 아닌 게다. 그러나 그래서 좋았다. ‘자신을 사랑해야(혹은 인정해야, 믿어야) 진정한 사랑을 발견할 수 있다.’라는 어찌 보면 몹시도 반복되었던 진부한 주제의 이야기를 기저에 깔고 있는 이 소설의 구성과 문장은 앞의 것을 상쇄시킬 정도로 개성 있고 신선하다. 또한 한국 소설에서 느껴지는 무게의식이라고나 할까 그런 게 없어서 좋다. 첫 번째 소설이 나오키상을 수상하게 된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하는데, 나에겐 두 번째 이야기가 훨씬 더 감동스러웠다. 표지 디자인도 두 번째 소설의 주인공 구로키와 미하루를 연상시킨다. 구로키가 주워다 키른 고양이 미코까지. 오랜만에 읽은 좋은 연애소설이다.
“결혼이란 건 일단 지금의 자신이 영이라고 생각할 때 하는 거야. 나나 그 여자처럼 뭔가를 바꾸려고 한다거나 다른 사람이 되려고 생각해서 하면 절대 안 돼. 그런 게 결혼이야.” 258쪽
“솔직히 말하면 누구랑 결혼해도 별로 달라질 건 없을 거 같고, 그 결혼이 잘되든 못 되든 그것도 역시 별로 상관없어. 결혼에 실패했다고 해서 상처 받는 다는 게 별로 상상이 안 가. 산다는 건 참 우스운 거잖아. 너나 다른 사람 모두 속으로는 다 그렇게 생각할걸. 그 사람도 마찬가지일 거야. 정말 나를 사랑하느냐고 누가 물으면 혀를 날름 내밀면서 마치 거짓말이 들켰다는 식의 표정을 지을 게 뻔해.” 220~221쪽
“나는 사실 이런 관계가 제일 좋아. 만나고 싶을 때 만나고, 하고 싶을 때 하고, 그러면 후회도 안 하고, 질투나 집착도 없지. 억지로 함께 살면서, 서로를 얽어매거나 트집 잡는 짓도 하지 않아. 그런 관계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면, 나는 그게 가장 좋은 관계라고 생각해.” 286쪽
|
|
"운명의 짝은 반드시 있다. 그러니까 적당히 타협하지 말고 끝까지 그 상대를 찾아라" 문장을 읽으며 운명의 짝을 만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어릴적에는 커서 이런이런 사람하고 결혼을 해야지 그속에는 사랑이 단연 맨 앞을 차지하고 그밖의 것은 거의 없는 아주 미미한 수준을 생각했으나 막상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할때 이 사람이 나의 운명의 상대인지 확신이 안설때가 있다. 좋아하는 감정은 분명히 있는데 더 시간이 지나서 진짜 운명의 상대라고 느껴지는 사람을 만난다면 나와 결혼해서 평범한 삶의 행복을 느끼고 살아가는 배우자를 버리고 운명의 상대를 쫓아가야하는 것이 정말 옳은 일인지.. 의문이 생기며 책을 읽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너에게는 아키오란 남자는 좋은 가문의 반듯한 부모님과 나이 차이가 있는 두명의 형님을 두고 있으며 다른 식구들은 머리도 좋고 인물도 좋으며 무슨 일에든 자신감이 넘치는 가족들이지만 막내인 아키오는 가족들과는 다른 평범한 외모에 공부도 그럭저럭 다른 식구들이 그를 생각해서 한번도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나 그가 좀 더 나은 사람이 되라며 다그치는 일 없이 아키오 자체를 좋아하는데 정작 아키오는 항상 식구들보다 부족하다고 느끼며 가족들과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된다. 아키오는 스포츠 용품을 만드는 YAMATO에 취직을 하고 나즈나라는 미모의 여자를 만나게 된다. 나즈나의 가족들의 생활이나 학력, 술집에서 일하는 나즈나로 인해 생전 처음 자신의 자리를 찾은 기분이 드는 아키오는 가족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나즈나와 결혼을 한다. 아키오는 원래 집안끼리 정해진 약혼자 나기사가 있지만 나기사는 아키오의 작은 형을 좋아하는데 아키오의 작은형은 형의 부인인 형수를 좋아한다. 나즈나와의 신혼살이의 재미를 잠시 느낄쯤 나즈나는 다시 술집에 나가게 되면서 살림을 거의 하지 않게 된다. 혼자 살때와 별반 다른거 없는 생활을 하게 된 아키오는 어느날 나즈나에게 결혼전 사귀던 남자친구가 아내와 이혼을 해 아이를 혼자 기른다는 말에 자신이 그를 잊지 못하며 그에게 가야한다며 가출을 한다. 아키오는 나즈나의 행동이 언젠가는 후회할거라며 그녀에게 시간을 주려고 하며 아키오의 회사 동료 도카이씨에게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동료로 친하게 지낸다. 나즈나의 아버지가 찾아와 나즈나를 잡아줄 것을 부탁하고 나즈나가 다쳤다는 말에 그녀에게 다시 시작하자며 말을 건네고 나즈나가 집에 온 후로 그들 사이는 점점 더 벽이 쌓이는 것을 느끼게 되고 아키오 자신도 나즈나에 대한 미련이 없다. 아키오는 자신을 추녀라고 부르는 동료 도카이가 왜 이혼을 했는지 이유를 알게 되고 그녀가 폐암으로 힘든 시기를 보낸 사실에 마음이 아프며 도카이가 조향사 친구에게 받은 향수 냄새가 정말 좋다고 말한다. 아키오가 중국으로 해외 파견을 나간 사이에 나즈나의 이혼서류가 와 둘은 이혼하고 본국으로 돌아온 아키오는 도카이와 결혼을 하며 그녀가 다시 병이 재발하며 결국 도카이는 죽음을 맞게 되는데.. 장례식장에서 만난 도카이의 조향사 친구에게 들은 이야기로 인해 자신이 도카이에게 맡은 향기는 도카이 자체였음을 깨닺게 된다.
둘도 얿이 소중한 너에게는 주인공 미하루는 잘생기고 엘리트 코스만 밟은 약혼자 세이지가 있지만 회사 다닐때 자신의 상사로 있던 구로키와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 구로키는 미하루가 약혼자 세이지를 만나 사랑을 나눈 날에는 꼭 나타나 미하루의 몸을 탐한다. 구로키는 미모의 전처가 같은 회사 동료와 바람이 나서 이혼한 이혼남으로 그는 남녀관계에 대해서 만나고 싶을때 만나고, 하고 싶을때하고 후회도 안하고 집착이나 질투가 없는 미하루와의 지금의 관계가 좋다고하며 억지로 함께 살면서 서로에게 억매이거나 트집 잡는 관계가 아닌 좋은 관계로 죽을때까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미하루는 자신이 구로키와 벌이는 애정행각을 눈치 못채는 약혼자 세이지에게 은근히 화가나며 세이지의 무덤덤한 성격이나 행위가 좋지는 않다. 결혼을 앞둔 전날 미하루는 구로키를 만나러 가지만 그의 집은 텅 비어 있다. 회사를 그만둔 구로키가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을 못했던 미하루는 구로키가 없음에 눈물이나며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수 없다.
우리는 사랑받고 사랑하기 위해 산다. 설령 이 사람이 나의 운명이 사람인지 확신이 없더라도 쉽게 만나고 헤어지지 못한다. 우리나라와 다른 일본사람들의 연애관은 우리와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같을 것이다. 이사람의 다른책은 읽은 기억이 잘나지 않지만 사랑이란 무엇인지 운명의 상대란 어떤 사람인지 잠시 생각해본다. |
|
부모님과 형들과는 다르게 평범하게 태어난 우쓰기 아키오는 자신이 잘못 태어났다고 생각했다. 다른 곳에 진짜 부모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고 싶었지만 얼굴은 형들이나 부모님과 닮았다. 그래도 부모님과 형들은 우쓰기 아키오를 귀여워했다. 공부를 잘 못하는 것에 대해 뭐라고 하지 않고 아키오가 스포츠 용품을 만드는 곳에 취직했을 때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아키오가 캬바쿠라에서 만난 시바모토 시즈나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는 부모님이 반대했다. 아키오한테는 어려서부터 정해진 약혼녀가 있었다.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지 약혼녀인 야마우치 나기사는 아키오의 작은형인 야스오를 좋아했다. 나즈나와 사귀고 나즈나의 집에 찾아간 아키오는 자신이 있어야 할 곳을 찾은 느낌이었다. 잘난 사람들 틈에서 살았던 아키오는 열등감과 비참함에 싸여 있었다. 자신은 자신이다라는 마음으로 살았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나즈나와 결혼하면서 우쓰기 집안과는 거의 연락을 끊었다. |
|
1. 그녀와 헤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