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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을 받은 작품보다 공쿠르상을 받은 작품이 훨씬 낫다는 말을 어디서 들었던가? 모르겠다. 다만 이 책을 다 읽고 나는 공쿠르상에 대해 찾아보았다. 상의 취지와 의의를 알고 나니 이 작품이 더 돋보인다. 이렇게 내 독서의 문 하나가 또 열렸다. 신난다. 공쿠르상 작품이라니, 앞으로 읽을 게 얼마나 더 있을 것인가.
달랑 4편인 소설. 차례를 보고는 '달랑'이라고 느꼈는데 한 편 한 편 읽어 가면서 점점 무게가 느껴졌다. 이건 달랑이라고 해서는 안 되는 책인 것을. 4권의 장편을 읽었어도 이만큼의 만족감을 얻지 못할 수도 있겠는걸.
등장인물의 심리 묘사가 멋지다. 너무 멋지다. 심지어 악인의 심리조차 매력적으로 읽힌다. 이래서야 곤란해지는데, 이러다가 악인마저 매력적으로 보게 되면 어쩌나, 사람이 이토록 멋진 마음 세계를 가진 존재였던가? 사람이 뛰어난 것인가 작가가 뛰어난 것인가.
'귀환'을 읽고 나서는 눈물까지 솟았다. 헛, 이런 작품을 여전히 만나는구나, 다행이고 고마운 일이로다. 그레그는 나까지 벤쿠버로 데려갔다. 살아서 괴로워하던 인물,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싶을 정도로 생생하게 전해 오던 그의 괴로움과 한탄들. 내 것이 아님에도 내 것처럼, 단지 글일 뿐임에도 마치 내게 와서 부딪힌 현실처럼 겪었다.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사건은 하나도 없이, 오로지 마음의 경로만 따라가는데도 이렇게나 긴장감과 안도감을 한꺼번에 다 얻을 수 있다니. 감탄하고 또 감탄했다.
'생 소를랭의 이상한 여인'과 '검은 기쁨'은 또다른 색깔의 세계로 나를 이끌어갔다. 이른바 악인 혹은 나쁜 사람 아니면 잔인한 사람 등으로 말할 수 있는 인물이 있는 세상이라고 할까? 나빠서 싫다고, 밉다고, 괘씸하다고, 용서할 수 없노라고, 지상에서 사라져야 한다고 말할 수 있을 법한 인물이 펼쳐 놓는 이야기. 그런데 읽다 보면 그런 사람이 특별히 따로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게 된다. 자신 안의 이중성이라고 보면 될까? 어떤 이유에 의해 나빠질 수도 있고 좋아질 수도 있다는 것, 그 이유가 본인의 의지나 선택이나 환경이나 교육에 달려 있을지도 모르는. 생각해 보면 내게도 아찔한 순간들이 더러 있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내가 지금보다 나쁜 사람이 될 수도 있었고, 더 좋은 사람이 될 수도 있었겠지만, 딱 지금처럼 되어 있는 것도 결국은 나라는 사실에서 비롯되었음을. 심리학이나 철학 책으로 읽는 것보다 훨씬 생생하게 와 닿은 글이다.
'엘리제의 사랑'에서는 '귀환'에서 얻은 눈물과는 다른 질감의 눈물을 맛보았다. 어리석음의 눈물이라고 할까. 어쩌자고 우리는 이렇게 매번 주어진 시간을 배신하고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불완전한 인간으로서의 한계라고 하기에는 몹시도 안타깝게 여겨지는 대목이다. 그러고 싶지 않건만 그렇게 되고 마는, 후회와 한탄과 자책의 소용돌이로 이끄는 생. 슬며시 내 가족들을 돌아보게 했다. 눈치 못채도록.
답이 없다는 생각을 한다. 이전에도 종종 그랬다. 삶에는 답이 없다고. 그런데 이 생각은 해도해도 지루하지가 않다. 오히려 더 신선해진다. 답이 없는 삶에 대해 자꾸만 짚어 보게 하는 소설, 스스로에게 물어 보도록 이끌어주는 소설, 내가 좋아하는 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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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에서 겨우 골라낸 책이다. 그닥 선호하지 않는 출판사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책 표지이지만, 내용은 정말 마음에 든다. 달랑 4편의 단편이 실려있지만, 간만에 이런 위트와 유머를 보는 것 같다. 첫번째 이야기인 '생 소를랭의 이상한 여인' 주인공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캐릭터이다. 나는 이렇게 화끈하게 미친 또라이 같은..살짝 맛이간 악락한 캐릭터를 보면 정신을 못차리겠다. 이 책 속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였고, 나는 아마 꽤 오랫동안 이 이야기를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두번째 이야기인 '환생'을 보면서 새삼 열 손가락 중 안아픈 손가락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부모가 자식을 똑같이 사랑하는지....는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당연히 순위가 있지 않을까? 네 딸 중에 죽은 딸이 누구일지 생각해보다가, 그 생각만으로 반성하고 슬퍼하는 주인공의 우직하기도하고 순진한 모습이 참 좋다. 네 딸들 중에서 누가 죽었는지도 궁금했지만, 주인공의 생각들의 흐름이 마치 우리의 삶과 같아서...나쁜 생각을 하고, 곧 반성을 하고마는 마음씨가 너무 예뻐보였다. 소설 집의 제목이기도 한 '검은 기쁨'의 결말은 다소 아쉽다. 선과 악이 악과 선이 된 다음이 너무 궁금했는데, 의외로 너무 쉬운 결말을 낸 것 같다. 뭐 어쩌면, 의외의 해피엔딩이기도하지만...극단적인 결론과 결과를 좋아하는 내 입장에서는 살짝 미적찌근한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조금 더 기발한 마무리였으면 좋았으련만. 마지막 단편인 '엘리제의 사랑'은 카트린이 정말로 무엇을 써놓았는지 궁금했는데, 결말을 보고 다소 의아했다. 그럴 바에야...그런 갈등을 일으킬 필요도 없지 않았나 싶기도 하고. 분량이 적기도하지만, 정말 재미나게 읽었다. 통근버스 안에서 주로 쳐자는 내 입장에서는 책 읽느라 깨어 있어보기는 정말 오랜만인것 같다. 독특한 내용의 이야기들을 신기하게 읽다가, 책장을 덮었는데도 묘한 여운이 남는다. 손에 가는 책들이 별로 없어서 읽다가 접은 책도 수십권인데, 간만에 마음에 드는 작가를 만났다. 다른 작품도 더 읽어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