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잭 니콜슨이야 인상만으로 한 몫 먹고 들어가는 유형인데, 마이크 니콜스가 새삼 그를 캐스팅했던 걸 두고 뭘 따로 칭찬까지 해 줄 필요가 있을까, 이리 생각하는 이들도 있겠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단순하진 않다. 이 1994년작 영화를 내가 처음으로 본 건 그로부터 10년 후, EBS 방영을 통해서였는데, 정말 대단한 충격을 받았다고나 해야.... 이 영화에서 그가 맡아 소화한 캐릭터는, 오히려 '샤이닝'에서와는 정반대의 설정으로, '죽어가는 세일즈맨(진짜 세일즈맨이라는 뜻은 아님. 어디까지나 아서 밀러적 의미에서임. 그는 영화에서, 능력이 점차 소진되어 좌천 위기에 몰리는 편집장 역이다)'으로부터 에일리언처럼 그 속을 헤집고 나오는, 야성에 번득이되 오히려 그 임박한 최후를 직감하는 늑대 역이다. 먹는 자로부터 먹는 것이 나오고, 죽은 것으로부터 산 것이 나온다고 했던가. 그간 B급 영화로부터의 워울프야 무수히 많이도 헤아릴 수 있었지만, 이 고품격 드라마에서 곱게 빚어진 클래식 늑대인간이야말로, 그 오랜 역사를 지닌 하이브리드 몬스터의 종결자요, 늑대 수준으로 떨어진 현대인에게 인문 정신을 일깨우는 미네르바의 올빼미라고나 할 수 있다. 작품의 짜임과 진행이, 고대 그리스 희곡의 정제미와 카프카적 사색 모멘텀을 동시에 갖췄다 할 기이한 걸작이며, 그 건방진 프랑스 딜레탕트의 폭언과는 반대로, 오늘날 이 시점까지도 극예술은 진정 내러티브의 진화를 거듭하는 중임을 확인 가능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