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밥. 오랜만에 맛난 책을 보았다. 사람들의 가장 큰 고민중의 하나가 먹거리다. 오늘도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수많은 사람들, 먹는 것이 즐거움이 되어야 하는데 고통이 되어버리는 시대에 한번쯤 돌아봐야 할 것이 종교인들의 밥상이 아닐까? 그들은 어떤 재료와 어떤 음식을 만들고, 어떤 마음으로 먹는지.
스님네들도 사람이니 먹고 살아야 한다. 또한 덕도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집단이기에 엄격한 계율이 있다. 그 계율이 허락한 음식은 어떤 것이 있을까? 종교적인 음식은 가장 보편적인 재료를 사용하여 가장 적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음식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우리의 식생활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육식의 비율이 낮은 채식, 절은 대부분 산에 위치하여 먹거리의 중심에 임산물이 있을 것 이라고 생각했다. 지금 절밥의 메뉴가 수많은 스님들의 고뇌의 산물인지 모르겠다.
좋은 음식을 잘 먹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싸고 안 좋은 재료로 좋게 보이게 만드는 것과 진짜가 아닌 것을 진짜로 만드는 것이 현대음식산업의 민낮이다. 음식은 요리 솜씨도 솜씨지만, 재료와 정신이 만나 빚어내는 도자기 같은 것이다. 절밥은 음식으로 위로하며 비폭력적이고 치유를 한다니, 먹는 것도 도라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누구나 한번쯤 절에서 밥을 먹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절이란 장소의 분위기도 분위기지만 깔끔 하달까? 정갈한 음식, 실제 찬이라 해봐야 몇 가지 되지 안치만, 쓱싹 비벼서 한 그릇 뚝딱 비워낸다. 맛있다는 생각이 가득하다. 무슨 비결이 있을까
생활습관의 변화로 인스턴트화되어 참된 미각을 잃어버린 시대이기에 본질의 맛은 사라지고 획일적인 맛들이 맛의 정상에 등극했다. 많은 공장 제품과 외국 먹거리에 입맛을 빼앗겨 버려 몸이 상하는 시대이기에 절 음식이 더 그리운지 모르겠다. 좋은 음식은 몸에 좋고, 맛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한 스님의 말씀처럼 기쁘게 먹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것 또한 현실이다. 가정에서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앉아 맛난 음식과 밥을 도란도란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얼마나 될까?
음식의 기본, 진짜 중요한 것은 재료이다. 이 재료가 시작부터 삐거덕거린다. 문제는 모두 돈이다. 돈을 벌기 위해 맛난 것을 유통시켜도 먹을까 말까인데 유통의 편의를 위한 덜 익은 과일과 채소를 실어 나른다. 또한 단맛의 위주의 상품화를 통해 단것만이 과일취급을 받고 있으니 어떻게 외국의 달달한 과일에 대항할 수 있을까? 구매자의 역설, 곧고 예쁜 것만 사고 팔리는 시대이기에 더 많은 비료와 농약이 사용된다. 농약의 유해성은 누구보다 농민들이 잘 알고 있다. 못생겨도 맛있다는 말처럼, 맛은 외모에 있지 않다.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필요하다.
우리 맛을 잘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외국의 오래된 맛집이나 가계들은 오래 전의 그 레시피대로 그 시대의 재료와 방법을 아직도 이어오는 곳이 많은데, 우리나라에는 이런 고집이 적은 것 같다. 많은 곳에서 **원조라는 가계들을 보지만, 그 맛은 아니다. 재료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완전히 다국적이다. 그런 재료들로 그런 맛을 낼 수 있을까? 무슨 마법을 부리는지 몰라도.
음식재료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기에 무엇보다 농업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쌀을 지키고 보리는 더 먹소 밀은 살리자.”는 구호가 우리 농업의 현 상황을 잘 보여준다. 맛난 채소나 과일을 얻으려면 좋은 종자에서부터 시작하여 정직하게 키워나가서 맛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먹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농부들의 힘이 불쑥불쑥 솟아나지 않겠는가?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것을 싸게 싸게만 고집하고, 이국의 맛에 흠뻑 빠져있으니, 무엇보다 입맛은 어렸을 때부터 익히고 경험해야 한다. 아이들이게 좋은 음식과 자연을 듬뿍 느끼게 해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집에서도 한번 해볼 수 있는 요긴한 요리들과 소개된 절밥의 맛을 더한 저자의 글 솜씨, 직업적으로 글 쓰는 사람인줄 알았다. 요리사이며 글 쓰는 사람이기에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것을 우리에게 전할 수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음식도 절밥을 따라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 * 이 리뷰는 예스 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의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어릴 때 먹던 음식의 맛과 향이 점점 예전같지 않음을 살면서 종종 느끼는데, 품종이 개량되면서 과육이 커지고 줄기가 두꺼워지고 길어지는 양적 변화가 결국은 고유의 향들을 댓가로 지불했을 것은 뻔한 일이다. 냉이 달래 같은 봄나물과 딸기 앵두 같은 과실들의 향긋한 봄향기는 대량 재배가 이루어지면서 큼직하고 실한 열매와 이파리들을 사시사철 밥상에 먹거리들로 제공하는 대신 향의 농도는 점차 옅어졌다. 시장에서 사먹던 앵두처럼 작은 딸기들은 얼마나 진한 딸기향을 가졌었던지, 지금 나오는 커다랗고 먹음직스런 윤기 좔좔 흐르는 딸기의 단맛이 흉내내지 못할 상큼하고 짙은 딸기가 나는 그립다. 미나리, 냉이, 오이, 호박, 국수, 보리, 우리밀, 우리조, 매실, 표고 버섯, 감자, 명이 … 이것들은 특별한 음식이 아니다. 시장 좌판에서도, 대형마트의 입구에서도 가장 많이 눈에 띄는 식재료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만만하고 쉬운 음식들이다. 스님들의 채식주의 식단은 이런 흔한 재료에서 멀어질 수 없다. 채식이 좋은 건, 우리 땅에서 자란 싱싱한 것들의 가치가 가격면에서나, 선호도 면에서나 나름 존중받는다는 점이다. 채소가 멀리서 수입되려면 설익은 상태에서 거두어져서 왁스니 뭐니 하는 온갖 화공약품으로 목욕재개를 해야 하는 건 명백하다. 그렇게 화학적 무장을 하고 비행기로 배로 실려 도착했다 해도, 우리가 원하는 농축된 신선한 향과 맛을 보장하지 못한다. 요리사 박찬일은 월간 불광의 기자단과 매달 스님 한 분과 동행하여 이런 토종 식재료를 생산하는 생산자를 찾아 나섰고, 그 식재료가 생산되는 현장을 취재하였다. 스님은 현장에서 생산된 그 식재료를 이용하여 음식을 하나씩 만들었고 레서피를 함께 실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농수산물 유통센터가 있는데, 말하자면, 주차공간이 넉넉한 시장이다. 새벽에는 경매가 이루어지고, 낮동안에는 소매시장이 열린다. 외국에서 처음 왔을 때는, 대형 마트가 가까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느덧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아파트 단지마다 경쟁적으로 생기고 나서는 동네 유통센터에 딸린 시장을 선호하게 되었는데, 여기갔다 저기갔다 불편하긴 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어서였다. 물론, 3천원짜리 파 한단을 사기 위해 이집 저집 집집마다 비교하고 다니는 건 아니지만, 원산지가 다르고, 품종도 다른 여러 종류의 다른 식재료의 다양함을 구경할 수 있다. 몬산토 같은 다국적 종묘 회사에서 나온 단일 품종을 심어 대량으로 계약재배해 사시사철 똑같은 크기 똑같은 품종의 야채만으로 된 대형마트의 싱싱마트 코너와는 확실히 차이가 있다. 흔하고 흔해 냉장고에서 늘 시들어가는 이런 식재료들이 어떤 방법으로, 어떤 노력을 통해, 어디에서 주로 많이 생산되는지, 또 어느 품종이 왜 어떻게 해서 맛있고 유명해졌는지를, 여기서 다루는 곳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한해서는 이해가 가능하다. 아무리 흔하고 아무리 싸다고 해도, 어느 거저 만들어지는 건 아니다. 정부에서는 수요 저하와 외국산 수입때문에 공급 과잉인 쌀농사를 줄이라고 농민들을 설득하고, 얼마 남지 않은 토종 먹거리는 늘 경쟁이 치열하다. 거기에 모양마저 반듯반듯 예쁘게 생겨야 상품가치가 생기므로, 농민은 맛좋고 가격 경쟁력 있는 농산물을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과 부족하 일손의 이중삼중고를 겪는다. 어쨌든 이런 환경 속에서 경쟁력을 획득하고 전국적으로 유명한 믿을만한 생산자들을 찾아나섰고, 맛난 농산물을 만드는 비결까지 엿듣고는, 그걸로 뭘해먹을지도 알려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나리와는 별로 친하지 않아서 원래 그냥 그런 닝닝한 맛으로 먹는게 미나리인줄 알았는데, 경북 영천에서 재배하는 미나리는 다르단다. 밭둑이나 물가에서 (야생으로) 자라곤 했던 미나리를 추수하고 남은 논에 물을 대고 키웠는데 이렇게 하면 잘 자라기 때문이고, 이를 미나리꽝이라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물에서 기른 미나리는 성장이 빠른 대신 맛과 향이 못했기에 청도에서는 밭에서 기르면서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걸 알았다. 이 방법으로 재배하는 영천 보현에 간 작가는 미나리 수학철이면 전국 각지에서 이곳 미나리를 사려고 몰려들만큼 유명해진 영천 작목반의 미나리 재배 기술을 소개한다. 맛이 있어지라고 비료나 퇴비를 쓰는 게 아니다. 밤에는 지하수를 끌어다가 대고 낮에는 물을 빼 과다 생육을 막는 간단한 방법이다. 과한 생육 때문에 빼앗긴 향을 보존하는 청정한 방법이다. 이 간단한 방벚으로 청도와 영천의 미나리는 유명해졌다는데, 그걸 어떻게들 알고 그 먼 길을 일부러 미나리 사러 들른다고들 하는지.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책 – 스님, 절 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박찬일 지음
요리사 박찬일의 순수 본류의 맛 기행
박찬일과 열세 스님이 들판에서 만든
‘사계절 사찰음식
레시피 23’ 수록
박찬일
65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문예창작학과를 다녔지만, 시인과 소설가의 친구가
되었을 뿐이다. 잡지 기자로 일하면서 밥을 벌었다. 대개 기자는 취재원이 가장
하기 싫어하는 말을 들으려 한다. 그것이 기자의
숙명이다. 그래서 마음 약한
그의 적성에 안 맞았을 것이다. ‘죽어서 아무 말이
없는’ 재료를 다루는 게 요리사다. 저 커튼 뒤에서 손님과 대면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직업이 바로 요리사다. 그는 그걸 택했다. 세상이 바뀌어서 오픈 주방이 생기고, 손님과 소통하며, 심지어 자신의 몸매와 유머 감각으로 먹고
사는 직업이 되어버릴 줄은 몰랐다. 운이 좋아서 청담동 부자동네에서 비싼 음식을 만들면서 지낸 적도 있다. 양식이라면 당연히 수입 재료를 써야 하는 줄 알던 불문율을 깨고, 한국식 재료로
이탈리안 요리를 만들었다. 돼지고기를 스테이크로
만들고, 문어와 고등어와 미나리를
청담동 양식당의 고급 탁자에 올렸다. 그런
그의 방식은 크게 인기를 끌었고, 그 후 후배들이 하나의 전통으로 만들었다. 산지와 요리사를 연결했으며, 제철 재료를 구해서 매일 메뉴를 바꾸는 방식을 처음으로 양식당에 도입하기도 했다. 서울 서교동의 ‘로칸다 몽로’와 종로의 ‘광화문
몽로’에서 일하고 있다.
지금은 한식으로 영역을 확장하여 광화문에서
국밥과 냉면을 팔고 있다.
만물이 무르익는 시기는 다 다르다. 그래서 열두 달, 스물네 절기를 스님과 다니면서 그 고장마다의 제철에 나는 원재료로 맛을 살려서 만드는 우리 집 밥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김 이야기 부터 하자면, 김은 하느님과 동업해야 성장하기에 시간을 먹는 일이라고 한다. 냉이는 푸른 잎을 보여주고 잎을 먹을 것 같지만 정작 맛은 뿌리에 쌓는다. 미나리는 겨울의 혹독한 추위 없이 향을 세포 안에 축적할 수 없으며, 고사리는 딱 며칠간의 따스한 봄날에만 여린 싹을 우리에게 허락한다. 보리는 저 살자고 까칠한 비수를 씨앗 껍질에 감추고 있다고 한다.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의 네 계절의 대표 식 재료를 소개한다. 서산의 대안스님과 함께 봄의 냉이로 나물을 쉽게 생각하지만 냉이의 뿌리를 잘 손질해서 찐 후 말려서 차로 먹는다고 한다. 말린 냉이를 가루를 내어 먹어도 좋다고 한다. 냉이는 나물로 즐기자면 데쳐서 물기를 짜지 말고 그대로
냉동하는 게 원칙이다. 경북 영천의 미나리는 섭씨 13도인 지하수 온도가 밤의
추위로부터 미나리를 보호하는 것으로, 낮에 물을 뺴는 건 과다 생육을 막아
맛을 좋게 하려는 의도이다. 비료라든가 퇴비 같은 별다른 인공적인 조치 없이,
그저 물을 빼고 넣는 것만으로도 맛있어진다는 미나리는 얼마나 청정한 것인지
오히려 과한 것을 막아서 맛을 지킨다. 미나리는 음식과 함께 흡수된 중금속을
몸 밖으로 내보내 혈액을 정화하는 해독 식품이다. 신문지에 싸 비닐 봉지에
넣은 후 냉장 보관하거나 살짝 데쳐서 수분을 머금은 채로 냉동 보관한다.
고사리는 섬진강에서 4월 중순에서 5월 중순까지가 수확 적기다.
고사리손이라는 말이 있는데, 아기 손처럼 옹주먹을 쥔 듯한 상태가
야들야들하고 부드러운 맛을 보인다. 고사리는 꺽은 후 곧바로 삶아야 부드럽고
맛있다. 삶는 이유는 은근한 독이 있기 때문이다. 생것일 때 비타민 B1을
파괴하는 효소가 있어서 반드시 삶아야 빠진다. 고사리는 이와 뼈를 튼튼하게
하는 성분이 들어있으며, 이뇨 작용을 한다. 4월에서 5월에 나는 생고사리는
두세번
데쳐 쓴 맛을 우려내고 요리하는 것이 좋다.
충청도 예산에 쌍송국수를 만나러 지유 스님과 떠난 국수 이야기도 재미있다. ‘국수라는 건 결국 잘 뽑고 잘 말리고 그걸 다시 물에 넣어 끓이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수분이 아주 중요하다. 국수는 태양과 바람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 이치는 참 오묘하다.
우관스님과 함께 떠난 명이 나물의 명이는 수많은 사람들의 명을 이어준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명이는 산마늘이라고도 하는데, 신기하게도
‘알리신’이란 성분이 명이와 마늘에 풍부하게 들어있다. 알리신은 암세포를
막아주고 소화를 돕는다. 또 미네랄과 비타민 함량이 높아 감기, 눈 건강에 좋다. 여름에 선재 스님과 떠난 보리 여행을 소개한다. ‘성인병이란 제 몸의 열이기도 한데, 보리가 성인병에 좋다고 한다. 여름에는 미끈미끈한 음식을 먹어 열을 내리는 것이 좋은데, 대표적인 음식이 바로 보리다. 보리밥을 지어 비빔밥을 해 먹거나 보리차를 상복하면 좋다. 몸이 냉한 경우에는 열을 내는 고추장이나 열무와 함께 비벼 먹으면 좋다.
혜성스님과 오이여행을 한다. 까시(가시) 오이는 물이 많고 다다기 종류는
조직이 치밀해서 아삭하다. 특이하게도 겨울 오이가 맛이 더 좋다고 한다. 원상 스님과 강원도로 떠난 감자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자를 고를 때는
흠집이 적고 표면이 매끄럽고 딘단한 것이 좋다. 푸른 빛이 돌거나 싹이 나
있는 것은 피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서늘한 그늘에서 보관하며 사과와 함께
두면 싹이 잘 나지 않는다.
이번에는 적문스님과 옥수수를 소개한다. 평택의 반딧불이 초당 옥수수는 물이 많기 때문에 보통 냉장보관 시 2주 이내에 먹어야 하고, 전분질이 많은 일반 옥수수와는 달라서 수확 후 시간이 흘러도 맛이 떨어지지 않는다. 더 오래 보관하려면 생것 그대로 밀봉하여 냉동하면 돤다. 옥수수는 칼로리는 낮지만 포만감을 주는 대표적인 탄수화물 식품이다. 그러나 필수 아미노산인 트립토판과 라이신이 거의 없으므로 영양을 따져서 달걀, 우유 등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
여름의 밀 이야기는 ‘밀은 지키고 보리와 콩은 더 먹고 밀은 살리자’는
우리밀을 지키는 이들의 슬로건이다. 우리밀은 추운 겨울에 파종해 생장하므로
병충해가 없어 농약을 쓰지 않는다. 또한 수입 밀에 비해 유통기간이 짧기
때문에 신선하다. 우리밀은 곡물 자체가 가진 건강성이 뛰어나다.
봄엔 매화 보고 가을엔 매실 먹고 매실의 유효한 재배 지역이 날씨 때문에
북상중이다. 박쎄프가 매실 농축액을 따뜻한 물에 따서 마시고 설사를 멈춘
경험이 있다고 한다. 배가 아프거나 체했을 때 매실청을 물에 타서 마신다.
특히 여름철 밀가루 음식을 먹을 때는 매실 장아찌를 곁들인다.
장아찌를 담글 때, 솔잎을 따서 깨끗이 씻은 후 검은 꼭지를 제거하고 물기를
없앤 후 함께 넣어도 좋다. 수원 봉녕사의 도감, 동원 스님과 토마토 이야기를
해보자. 토마토는 아메리카 땅에서 유럽을 돌아 우리나라로 들어왔다.
토마토는 냉장해두면 플라스틱처럼 맛이 없다. 가급적 서늘한 상온에 두었다가
말랑해지면 냉장고에 넣고 가급적 빨리 먹는 게 좋다. 작은 상처가 있으면
곰팡이가 필 가능성이 높으므로 도려내고 먹도록 한다.
경주 보명 스님(경주 보광사 주지)과 수수 이야기이다. 수수는 힘들게 거름
만들어야 하는 시비를 많이 안 해도 잘 자라는 고마운 작물이다. 수수와 찹쌀을 가루로 낼 때는 하룻밤 물에 담가 불렸다가 방앗간에 가져가면 소금으로 간을 맞춰 빻아준다. 반죽을 미리 만들어서 냉동 보관했다가 필요할 때마다 꺼내 써도 좋다.
경북 영덕 서일농원의 장 이야기이다. 정말 맛있는 돤장을 만나고 싶다.
잘 익은 된장은 황금색이 아닌 곶감색이 난다. 된장을 오래 끓이면 떫은 맛이 나므로 된장을 끓일 때는 재료를 먼저 익히고 나서 된장을 넣는다.
무침에는 참기름이 어울리고 볶거나 불에 올려 요리할 때는 들기름을 쓰면
더욱 맛이 좋다.
이번에는 늙은 호박이야기이다. 늙은 호박은 잘 익을수록 영양소도 많고 효능도
높다. 또한 당분도 증가한다. 늙은 호박의 당분은
소화 흡수가 잘 되는 당질이며,
비타민 A의 함량이 놓아 위장이 약한 사람이나 회복기의 환자에게 특히 좋다.
늙은 호박은 서늘한 상온에서 꽤 오래 보관할 수 있다. 냉동하려면 껍질을
벗기고 밀봉한 후 냉동실에 넣는다. 품질과 맛의 변화가 거의 없다.
서산의 대안스님과 떠난 표고 버섯은 건조 표교버섯을 물에 불릴 때 감칠맛과
약성이 녹아 나오므로 단시간에 불려야 한다. 지퍼백을 이용해 건조 표고버섯과
1.3 컵의 물을 붓고 공기를 뺀 후 오므려 냉장고에 넣어 두면 물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도 부드럽게 불릴 수 있다.
겨울에 만난 이천 감은사의 우관스님과 강릉 두부 이야기를 해 보자. 보통 시중에서 판매하는 두부에는 응고제로 간수를 쓴다.
두부 요리를 할 때는 두부를 얇은 소금물에 담갔다 쓰거나 엷은 소금물을
끓여 살짝 데친 다음 쓰는 것이 좋다. 이렇게 하면 삼투압 효과에 의해
간수가 빠져 나간다. 두부는 ‘오늘 만든’ 두부가 제일 맛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맛이 없어진다. 두부처럼 건강에 좋은 것도 드물다. 소화도 잘 되고
영양도 풍부하다. 화롯불에 구워 간장 찍어 먹으면 제일 맛있는 김 이야기는,
정남진 장흥 무산의 김이다. 바다의 향기는 김이 낸다고 한다.
김은 날이 추워도 바닷속은 따뜻해서 잘 자란다. ‘김은 1차, 2차 산업이
다 들어 있는 농사이고, 생김(물김)하고 마른 김까지는 1차 산업이다.
기름 바르고 구우면 2차 산업이고, 식당에서 반찬으로 팔면 3차 산업이라고
한다. 물김은 빛깔이 검고 윤기가 흐르며 바다 향기가 물씬 나는 것이 좋다.
물김으로 국을 끓일 때에는 다시마 우린 물이 진할
수록 깊은 맛을 낸다. 물김은 겨울철에 가락시장 등 농수산물을 취급하는 재래 시장에서 구할 수 있다. 동원스님과 떠난 콩나물 이야기이다.
요즘 콩나물 소비량이 줄어드는 것은 단지 기호의 변화가 원인이 전부가 아니다.
이른바 ‘집밥’을 먹는 환경이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콩나물도 우리가
배워가며 사먹어야 한다. 시중에 나오는 다수의 콩나물은 촉진제를 쓴다.
성장이 빠르고 줄기가 통통하며 잔뿌리가 없어서 손질이 편하기 때문이다.
흔히 ‘찜용’이라고 하여 통통한 콩나물은 거개 촉진제를 쓴다고 보면 된다.
그 촉진제 이름을 보통 ‘인돌비’라고 하는데 무게가 늘어나니까 제조상들이
애호한다.콩나물은 처음부터 뚜껑을 열고 조리하거나, 뚜껑을 닫고 완전히
익힌 후 열어야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콩나물로 속을 다스려서 위장병을
고친 이들도 있다. 성질이 순하기 때문이고 섬유질의 왕이기도 하다.
잘 물리지도 않아서 식이요법을 오래 진행할 수 있다. 이번에는 통도사의
원상 스님과 빈 들판에서 만난 시금치 이야기이다.
시금치에는 비타민 A가 많이 들어 있고, 비타민 C, B1, B2, B6, 요오드, 칼슘 등의 영양소도 듬뿍 들어 있다. 특히 붉은 뿌리에 들어 있는 망간은 피를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성분으로 인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겨울 막바지 시금치는 정말 달고 맛있다. 된장 쌈이 아주 제격이다.
샐러드도 좋은데, 올리브유나 들기름 한 큰술에 좋은 식초 반 큰술,
소금을 약간 섞어서 거품기로 잘 휘저으면 시금치 한줌 정도의 양에 맞는
드레싱이 된다. 된장 드레싱도 좋다. 위의 드레싱에 소금 대신 된장을
한 작은술 섞으면 된다. 간장 드레싱을 하고 싶다면 국간장 반 작은술 정도가
좋다. 겨울 새벽 바다의 미역은 <동의보감>에는 “해채(미역)는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효능은 열이 나면서 답답한 것을 없애고 기(氣)가 뭉친
것을 치료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는 기록이 있다. 식이섬유와 칼륨,
칼슘, 요오드 등이 풍부해 산후조리, 변비에 탁월하고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각광받고’있다. 속이 불편할 때는 밥과 함께 갈라서 미움처럼 쑤어도 좋다.
미역은 염도만 주의하면 우리 몸에 아주 좋은 약성이 있다.
박찬일 셰프는 스님들과의 집밥 같은 우리 먹거리 여행에서 스님들의 원재료 만으로 맛을 낸 레시피까지 실려 있어서 간편하게 누구든지 맛있게 만들 수
있어서 좋다. 스님들의 조리법은 농사의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까닭이라서
더욱 간결하고 그래서 누구나 따라 해보기 더 쉬울 것 같다. 이 레시피들은
절집의 맛이겠지만 동시에 우리의 맛이다.
언젠가 산행을 한 후 근처 절에서 행사가 있을 때 먹었던 비빔밥에 지금 다시 맛있었던 기억에 침이 고인다. 절밥은 언제 먹어도 맛있다.
요리사 박찬일 셰프와 열세 스님이 들판에서 만든 사계절 사찰 음식 23가지
레시피까지 만나서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제목에서 느껴지는 그 맛이 그대로
느껴지고, 폭식이 아닌 속이 편안해 지는 어머니 손맛을 기억해 봅니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제작사로부터 상품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에 따라 내 몸과 마음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며 제철 음식 위주로 먹고 외식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집에서 밥을 지어먹다보니 느끼게 되는 것이 또 있다. 집밥이라도 다 같은 집밥은 아니라는 점이다. 재료 본연의 맛은 살리고, 양념은 줄이면서 그 깊은 맛을 느끼는 한 끼 식사는 그 자체로 현재와 미래의 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 나날을 보내며 생각해보니 절밥과 가까워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레 이 책《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가 눈에 들어왔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소박한 밥상에 대한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요리사 박찬일의 순수 본류의 맛 기행에 동참해본다.
이 책은 '여는 글'부터 마음을 사로잡는 무언가가 있었다. 더 자극적인 맛을 찾고 계절 상관없이 음식조차 오염되어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잊고 있던 무언가를 떠올리게 해준다.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본디의 맛을 찾는 여정이 이 책을 읽으면서 곧바로 시작되었다.
인간은 세상 안에서 먹는 일에 겸손해야 한다. 그것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한 노래가 있다. 다른 무엇으로 대체할 수 없는, 부처의 말씀이 이런 것이다. 정곡을 찌른다.
이 음식이 어디에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을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깨달음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아아, 폭식을 미식으로 알고 음식재료 희롱함을 재주로 삼는 이 절망의 시기에 이 노래는 무엇인가. 부끄러움을 안다는 것, 넘치지 않게 '지탱'하기 위한 방도로 산물을 받는다는 것. 이것은 정곡이며, 정수리에 떨어지는 깨달음이다. (여는 글 中)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부로 나뉜다. 봄에는 냉이, 미나리, 고사리, 국수, 명이. 여름에는 보리, 오이, 감자, 옥수수, 밀, 매실. 가을에는 토마토, 수수, 장, 포도, 늙은 호박, 표고버섯. 겨울에는 두부, 김, 콩나물, 시금치, 미역, 배추를 다룬다. 제목만 보아도 파릇파릇한 제철 식재료가 떠올라 입안에 침이 고인다. 요리사 박찬일과 열세 스님이 '들판에서 만든 사계절 사찰음식 레시피 23'을 볼 수 있으니 계절에 맞게 정갈한 밥상을 차리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읽으면서 깔끔한 느낌을 받는다. 순한 맛,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진다. 보는 것만으로도 맛이 맴돈다. 향긋 고소한 냉이 표고버섯전, 슴슴하고 단정한 버섯비빔국수, 고소고소한 청국장빡빡장, 향긋한 가을향 표고별이선, 바다 내음 물김국 등 글을 읽고 나서 보는 레시피는 레시피만 먼저 살펴볼 때와는 차원이 다르다. 따라 하고 싶어져서 시장에 가서 살 재료 목록을 작성해본다.
늙은 호박으로 무얼 할까, 생각하시더니 "범벅 어때?" 하신다. 마침 마을에서 보살 한 분이 마실 오셨다가 거든다. 경상도식 범벅이다. 나도 손을 보탠다. 잘 삶은 팥, 찹쌀가루, 강낭콩 삶은 것, 그리고 호박과 설탕에 소금. 그게 전부다. 문자 그대로 범벅을 하면 되는 요리다. "그러니 재료가 중요해요. 맛 낼 방도가 없는 요리일수록 재료, 재료의 힘이야." (210쪽) 읽으면서 깔끔한 느낌이다. 거짓도 꾸밈도 없는 맑은 요리, 덕행과 참됨이 있는 세상에 맞는 요리. 음식 본연의 의미와 맛을 잊고 살아가는 시대에 기본을 잊지 말라고 길을 바로 잡아주는 책이다.
|
|
첫장을 여는 순간 '냉이'의 인사를 받는다.봄향기 제대로 느끼려면 냉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만큼 반가웠다.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나오게된 건 그래서였을거다.맛보다는 향기가 냉이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참 길었다.냉이의 맛을, 그 깊은 맛을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덕분에 냉이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조금 더 알게 되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그러고 보니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고맙다'라는 표현을 입에 달고 있었던 것 같다.제목에서 전해지는 기운이 고스란히 내게로 전해진 기분이 들었다.
'냉이' 하면 된장찌개에서 향기를 담당하거나,무침 혹은 부침개로 먹는정도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할게다.그런데 저자처럼 나 역시 '냉이 차' 이야기에 절로 귀가 솔깃해졌다.자연에서 나는 재료들은 어떤 식으로든 저마다의 활용도가 다 있을 거란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냉이 차..라니 몸에도 좋겠지만 냉이의 향기가 저절로 상상이 되어진다.그런데 이 책은 단순히 웰빙을 지향(?)하는 방식의 음식을 소개하기 위한 책이 아니었다.'순수 본류의 맛 기행'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자연에서 나는 녀석들의 성질과 특징 그리고 인간이 어떻게 자연의 음식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함께 하고 있었다.냉이도 그렇지만,감자 라든가,오이 토마토 같은 재료들은 사실 흔하게 만날수 있다는 생각때문인지 몰라도 저들의 뿌리부터 자세히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다.고작 감자는 어디에 좋고,어떤식으로 해서 먹는 것이 좋다 정도에 머물렀을 뿐이니까."지금 대중들의 관심은 먹는 일에 많이 경도되어 있다.아쉽게도 그것에는 쾌락의 측면이 강조될 뿐 어디서 온 음식을 어떻게 먹는가 하는 생활 철학적인 면은 뒤로 물러앉아 있다.'먹방'과 쿡방'은 유행일 뿐,삶의 본질과는 심하게 서걱거리는 사이다.(...)음식이 쾌락이되,쾌락을 강조하면 교만해진다.그것은 세상의 이치다"/109쪽 냉이를 읽을 때부터도 느낄수 있었던 부분이었지만 '감자'편을 읽으면서는 좀더 분명해졌다.워낙 먹는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어느 순간 먹는 것도 욕망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고,이후 많이 자제(사실 쉽지는 않다)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그 마음을 잊게 될때면 꺼내 읽어봐야 겠다.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고마웠던 대상은 '콩나물'이었다.이유는 미안함의 강도가 가장 컸던 탓이다. 좋아하면서도 쉽게 구할수 있는 채소라서 그들이 어떻게 나의 식탁으로까지 올라오는 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았다.심지어 콩나물은 물만 주면 자라는 채소인줄 알았던 거다.이제부터는 다른 채소들도 그러하지만 콩나물에 대해서 만큼은 더 깊은 애정과 관심으로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당연히 먹을때의 고마움도 늘 생각해야겠지만 말이다.
절밥이 맛있는 이유를 몰랐으니,그 이유에 대해서도 깊게 고민해보지 않았다.기본적으로 웰빙에 가까운 된장찌개와 청국장을 좋아하고 나물류를 선호하고 있었던 탓일게다.그런데 어느 순간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화난얼굴을 요리를 한다거나 조금 불친절 하면 다시는 그곳에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요리의 시작이 어디서부터 시작되는지를 알았다.요리를 만드는 이의 솜씨도 좋아야하지만 그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요리를 만드는 이의 마음이고,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연에서 나고 자라는 채소에 대한 고마움을 가져야 한다는 사실이었다.스님의 요리 레시피를 엿보는 것도 책을 읽는 재미였지만 식탁위에 오르는 먹거리에 대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이 리뷰는 예스24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
|
이 책은 최근에 다시 좋은 식습관을 가지고자 건강한 음식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에 서평이벤트에 참여하여 받게 된 책이다. 처음에는 책 안에 사찰음식 레시피들이 주가되어 설명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책을 받고 읽어보니 레시피가 주가 아닌 각 계절마다의 주된 식재료들과 그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와 닿았던 문장들> "매일 간사한 맛에 길들여지면 참맛을 모르는게 당연한 일, 생각해보면, 오늘 악행을 하면 내일 더 큰 악행을 하듯, 음식과 맛도 몸이 길들여진다. 매일 고농도의 맛이 혀에 퍼부어지니, 순수한 맛을 달게 여길 수 없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맛을 배워야 합니다. 스님은 세 가지 장으로 요리를 해요. 그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자연스러운 맛, 자연의 맛, 자연으로 돌아가는 맛." "인생의 길도 그럴 것이다. 본디 참된 것은 쉬이 보이지 않나니, 의심하지 말고 갈 일이다." "지금 대중들의 관심은 먹는 일에 많이 경도되어 있다. 아쉽게도 그것에는 쾌락의 측면이 강조될 뿐, 어디서 온 음식을 어떻게 먹는가 하는 생활 철학적인 면은 뒤로 물러앉아 있다. '먹방과 쿡방'은 유행일 뿐, 삶의 본질과는 심하게 서걱거리는 사이다." "음식이 쾌락이되, 쾌락을 강조하면 교만해진다. 그것은 세상의 이치다." "우주 사물이 다 약이고 음식입니다. 회광반조라고 들어보셨지요. 언어나 문자가 아니라 마음속의 영성을 직시한다는 것, 음식을 만들고 먹는 일도 그 안에 있지 않겠어요, 잘 먹자고 하는 일들의 부질없음을 바라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겠구요." "기왕 받은 음식 재료는 최선을 다해서 요리해서 복덕을 갖도록 하되, 꾸미고 더하는 일에 과장이 없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영성으로 음식을 보는 일, 그것의 물질됨으로만 보지 않는 일."
|
|
박찬일 요리사님의 ‘미식가의 허기’라는 책을 재미있게 읽은 터라 이 책도 기대가 되었다. 한 작가가 좋아지면 그 작가가 쓴 책을 고루 섭렵하는 나의 책 읽기 방식이 오랜만에 발동하게 만든 작가였다. 기자였다가 요리사가 된 경력이 빛을 발해 그가 들려주는 음식 이야기는 맛깔이 난다. 한창 황금 바다를 이루던 보리밭이 며칠 전부터, 모조리 베어져 보릿단만 남기가 일쑤인 요즘, 마침 보리에 대해 쓴 부분을 읽었다. 돌아가신 고모부가 촌에서 농사지어 보리쌀 한가마니를 보내주셨는데 “그 보리쌀자루가, 오랫동안 우리 집 건넌방에 든든한 식구처럼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 자루에 몸을 기대면, 곡물이 주는 여유 있는 응원이 느껴졌다 나이가 들수록 음식은 추억이 되어가는 지금의 나에게 그의 추억 한 자락을 듣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는 먹는 걸 좋아해서 직접 해 먹고, 요리 관련 영화 보는 것도, 책 보는 것도 좋아한다. 몇 번의 병치레 끝에, 돌고 돌아 건강하게 먹는데 관심이 많다. “ 음식이 쾌락이되, 쾌락을 강조하면 교만해진다.” “ 딱 소금만 넣어도 그래요. 아무것도 안 했어. 원래 좋은 재료는 소금간만 해도 맛이 알아서 다 나와요.” 재료란 이런 것이구나, 맛이란 본디 제 꼴이 중요하구나, 이것저것 분칠을 해서 얻은 맛과는 격이 다르구나. 더 더 맛있는 음식을 해 먹으려고 온갖 서양식 소스에, 레시피에 골몰하던 시절을 지나, 요리법이 점점 단순해지다가도 또 쾌락을 찾아 흔들리는 나에게 용기를 주는 스님과 작가님이다. “요새는 맛이 다 달려들기만 하지 이처럼 순하고 솔직한 느낌을 내지 않지요.” 달려든다. 우리의 입맛은 미친 듯 달려드는 것들에게 미혹되어 있지 않은가. 달려들지 않는 음식이야기를 달려들지 않는 책이 담담하게 풀어 낸 책을 읽고 나니 건강하게 한 그릇 먹은 느낌이다. |
|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
이책은 열분 스님들과 3년간의 기행으로 , 농작물을 4계절, 봄 여름 가을 겨울 나뉘어.. 농사 이야기.특성,요리법을 소개하며, 지구의 작물은 본디 자기세계가 있는데 ,인간들이 씨를 받고 키워서 농사로 지어 다른존재로 만들어, 인긴들의 세상안에 먹거리에 겸손해야 한다는 말씀-- 이 가슴에 와 닿네요..^^
긴여행의핵심은 시간,기다림의요체. .두부가 엉기는시간 의 기다림 .냉이가 추운겨울을 지니고,미나리는 추운겨울 없이 향을 세포안에 축적 할수 없고, 고사라는 따스한 봄날 며칠 만 허락하고... 이렇게 특성 하나 하나 .. 스님들과 대화 요리 법을 소개 한다. 또한 사진 하나 하나 멋지네요..^^.
봄-속도 고치고 마음 속도 씻으라고--냉이굿.고사리/국수/
여름-보리.밀/매화--매실--너무나 잘아는 가을-토마토/된장 겨울-두부/콩아물/미역/배추 그중-두부짱아찌 그중
음식의 소중함, 요리법, 농작물 키우는 마음 , 자연의 이치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소중한 기회 였어요. 버섯장조림, 콩나물 무침도 함 도전 해야 겠네요..^^
|
|
|
|
사람들은 누구나 선호하는 계절이 있다. 더운 날씨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봄, 가을, 겨울을 좋아한다. 반대로 추운 날씨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봄, 가을, 여름을 좋아한다. 이 중에서 봄, 가을은 참 뺴놓지 않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계절이다. 사계절을 누릴 수 있는 지역에서 살고 있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어린 시절에는 잘 알지 못했다. 기후가 다양하면 챙겨 입어야 할 옷이 많아져서 불편하다는 생각은 종종 하고는 했다. 만약 여름만 있는 나라에 살고 있다면 다양한 길이와 소재의 옷을 고민하지 않아도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옷의 고민을 덜기 위해 계절의 단일화를 부러워하는 것은 일종의 사치일 수 있다. 사계절이어서 얻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고, 사계절이 아니어서 겪을 수 없는 것들을 주저 없이 경험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계절에 따라 즐길 수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음식이다. 제철에 맞는 나물과 과일 등 다양한 음식들이 철을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그대로 즐길 수 있는 기회는 많이 주어지지 않는다. 철을 지나 언제든지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지에서 제철에 나는 음식들은 더할나위 없는 계절 그자체다. 그 계절을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에서 잘 설명해 두었다. 계절에 따라 여러 스님을 만나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누며, 그 음식을 먹어보는 글은 더할 나위 없이 마음을 편하게 한다. 종교 서적이라는 생각으로 즐기지 않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음식에 관한 글인가 싶어 집어드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답은 종교 서적과는 거리가 먼 계절을 즐기는 책이라는 것이다. 물론 레시피가 주제마다 붙어 있어 집에서도 따라해볼 수는 있지만 그 전에 계절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 이 책의 묘미이다.
저자가 직접 계절에 따라 즐긴 음식과 그에 대한 이야기는 잊고 살았던 계절을 되돌아보게 한다. 겨울은 유난히도 지독히 길어서 봄이라는 계절만 기다리게 만든다. 봄이 되어서야 사람들의 기분이 조금은 풀리고 밝아지는 느낌도 그래서이지 않나 싶다. 하지만 겨울에도 제철이라는 것이 있어 겨울을 담은 음식들도 있다. 이 책은 어쩌면 계절에 대한 호불호와 편견을 사라지게 만드는 그 시작이 아닐까란 생각도 들었다. 가볍게 지나쳤던 나물의 종류, 이미 알고 있어서 깊게 들여다보지 않았던 작물 등에 대해 조금은 자세히 알게 되고, 계절에 대한 감사함도 느껴진다. 기후 변화로 인해 점차 사계절을 겪는 시간이 균등하지 않아지고 있다. 사람들이 기다리기만 하는 봄은 너무 빨리 지나가 버리고, 더운 여름은 긴 것 같다가 이내 가을로 변한다. 이러한 변화로 인해 제철에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닌가란 아쉬움도 든다. 더 늦기 전에 계절의 변화도 즐기고, 제철의 음식도 즐겨봐야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