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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배우는 게 본업이라는 말입니다. 그때 공부라는 말은 '학교 공부'에 한정됩니다. 교과서, 학원 공부를 지칭합니다. 요즘 학생들은 교과서, 참고서 외에 다른 책을 읽거나 여행을 하며 배울 시간이 없습니다. 학생들 스스로도 학교 공부, 학원 공부만 해야 하는 줄 압니다. 다른 공부에는 관심조차 가지지 못합니다. 어른들이 학생의 본분은 공부라는 말로 아이들을 꽁꽁 묶어 놓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게 맞다고 철썩같이 믿고 있는 어른들 때문입니다.
평생 학습이란 말을 합니다. 평생 배워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 세상은 한 사람이 일생을 통털어 배우기만 해도 다 알지 못할 만큼 크고 방대합니다. 그래서 인생의 어느 시기만 학생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죽을 때까지 학생이어야 합니다.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학교를 다닐 때만 학생입니다. 학교 다닐 때 배운 것으로 세상을 살 수 있을 것 같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학교란 우물을 떠나 보면 알게 됩니다. 배운 게 너무 없다는 사실 말입니다.
"평범한 여고생"은 "우물밖 여고생"이 되려 한다. 최종규 작가가 쓴 <내가 사랑한 사진책>에서 이 책을 이렇게 소개합니다. 이 책 덕분에 <우물 밖 여고생>을 알게 됐습니다. '우물 밖 여고생'이란 제목이 마음에 듭니다. 학교에 있는 학생 이야기가 아니라 학교 밖 학생 이야기기 때문입니다. 자연스럽게 호기심이 생깁니다. 이제 한참 학창 시절을 보내는 두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다른 생각을 하는 학생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먼저 읽은 책입니다. 먼저 본 사진책입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세상이 가르쳐준 대로 난 좁디좁은 독서실에 쿡 처박혀 있었다. 그런 내게 한 줄기 빛이 닿았다. 그 빛에 대한 호기심은 날 밖으로 이끌었고, 날개뼈를 꿈틀거리게 했다. ... 하지만 곧 날 수 있노라고, 더 높이 비상할 수 있노라고, 난 확신을 가진다._(p.37)
사회가 요구하는 대로, 세상이 가르쳐준 대로 일정한 틀에 쿡 처박혀 사는 우리입니다. 그런 우리가 세상은 우리 일상보다 큰 곳이란 사실을, 세상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방법은 여행입니다. 내가 머물던 장소를 떠나 보는 것입니다. 그것을 일찍 체험할수록 세상을 보는 눈은 달라집니다. 세상을, 사람을, 내 이웃을, 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뀝니다. 언제 그래야할까요? 우리가 말하는 학생 시기에 그래야 합니다. 저자 신슬기 학생이 그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는 부지런히 걷고, 경험하고, 또 행복해야 한다._(P.43)
행복해야 한다는 말을 어른이 되고 나서야 자주 듣습니다. 학창시절에 행복에 대해 배웠다면, 그때부터 행복한 삶을 이어왔다면 행복한 삶에 그렇게 집착하지 않아도 됐을 겁니다. 경험하지 못한 행복을 책으로는 절대 배울 수 없습니다. 그러니 행복이란 단어에만 집착해선 안 됩니다. 내가 가고 싶은 길을 부지런히 걷고 경험하고 때론 실패하고 다시 일어서면서 세상을 알아가는 것이 바로 행복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 책 덕분에 우리 아이들 행복을 챙겨보게 됩니다.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는 그런 자잘한 경험 속에서 내가 성장하기 때문. 중요한 건 나이의 숫자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건 그 숫자 속에 들어있는 경험이다._(P.47)
'넌 어떤 사람이니?' 그 답을 찾기 위해 나는 또 여행을 한다.(P.107)
여행은 뜻밖의 모습으로 내게 스며 들어 있다. 난 좀 더 진실 된 미소를 지을 수 있고, 인내할 수 있으며, 따뜻한 소통을 할 수 있다. 여행은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날 성장시킨다.(P.2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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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식이 맛없는 날에는 하루가 우울하다....
의도치 않게 일본으로의 첫 홀로 여행을 떠난 슬구의 감탄사!
p.43 우리는 부지런히 걷고,
p.120 왜 하필 지금 여행을 해야 하냐고 물으면, 너는 왜 지금
실수하고, 서툴고, 가슴 벅찬 지금이 좋다.
p.107 바다를 좋아하는 줄 알았던 내가 알고 보니 산을 더 좋아했고,
p.186 내가 꿈꿔온 만큼 나의 여행은 그리 아름답지도, 결코 호화스럽지도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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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으로 삭힌 사진책 112 ‘평범한 여고생’은 “우물밖 여고생”이 되려 한다 ― 우물밖 여고생 슬구 사진·글 푸른향기 펴냄, 2016.5.12. 14000원 교실에 앉은 학생은 모두 비슷하거나 똑같아 보입니다. 줄을 맞춰서 앉고 똑같은 옷차림에 엇비슷한 머리 모습인 아이들은 ‘아이’가 아닌 ‘학생’이라는 이름이 붙으면서 ‘이름’이 아닌 ‘숫자’로 불리기 마련입니다. 더군다나 학생으로서 학교에 가서 교실에 들어서면 모두 똑같은 교과서를 펼치지요. 다 다른 숨결로 태어나서 다 다른 생각으로 살아온 아이들이지만 ‘학생이 할 일은 시험공부’라는 틀로 나아갈 수밖에 없구나 싶습니다. 열일곱 살이나 열여덟 살에 ‘학생’이라는 틀을 벗어날 수 있을까요? 학생이 아닌 ‘내 이름’으로 불릴 수 있을까요? 스무 살 나이가 될 무렵에는 똑같이 짜맞춘 틀에서 벗어날 틈이 생길까요? ‘평범한 학생’이라는 이름을 내려놓고서 ‘나다운 숨결’이나 ‘나답게 새로운 꿈’으로 나아가는 길은 어디에 있을까요? (학교에서) 인정결석 처리를 해 줄 수가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그 말은 꼼짝없이 무단결석 처리를 받는다는 거였다. 결석 자체가 생활기록부에 주는 영향이 무척 크다는 걸 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과연 그걸 감내하면서까지 일본을 가야 할까 하고 며칠을 고민했다. (18쪽) 첫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오는 인천 행 비행기 안에서 든 생각은 하나였다. “난 우물 안 개구리였구나.” (42쪽) 1998년 5월에 경기도 시흥에서 태어나 줄곧 이 고장에서 살았다고 하는 슬구(신슬기) 님은 2016년에 고등학교 3학년이라고 합니다. ‘평범한 학생’ 테두리에서 보자면 ‘입시생’이나 ‘고3 수험생’이라 할 테지만, 슬구 님은 두 가지 이름에다가 다른 이름을 스스로 지어서 붙입니다. 바로 “우물밖 여고생”입니다. “우물밖 여고생”은 그동안 우물에 스스로 갇혀서 지낸 줄 알아차린 여고생입니다. 그동안 우물에 스스로 얽매인 채 지낸 줄 몰랐으나, 이제는 우물밖이라고 하는 너른 삶터가 있는 줄 알아낸 여고생입니다. 우물에 머무는 삶이 아니라, 새로운 우물을 찾아나서는 삶이라든지 우물이 아닌 냇물이나 골짝물이나 샘물이나 바닷물을 찾아나서면서 꿈을 키우려는 여고생입니다. 이번만큼은 내 감정에 충실한 여행을 해 보는 거야. 살면서 맘만 먹으면 올 수 있는 게 제주 아니겠어? 일생에 한 번뿐인 여행도 아니니 너무 조급해 하지 말자. (64쪽) 끝내 별똥별은 보지 못했지만 괜찮다. 그보다 더 멋진 별과 달을 만났고, 그날의 바람과 공기를 느꼈고, 묘한 밤의 냄새를 맡을 수 있었으니까. 이거면 됐다. (71쪽) “우물밖 여고생”은 열일곱 살에 처음으로 알바를 했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시키는 일을 고스란히 하면서 일삯을 받는 일이 얼마나 ‘안 만만한가’를 이때에 처음으로 온몸으로 느꼈다고 해요. 만 원도 천 원도 아닌, 이른바 백 원이나 십 원조차 거저로 나한테 오지 않는 줄 뼛속 깊이 느꼈다고 합니다. “열일곱 우물안 여고생”은 학교를 다니면서 꾸준히 알바를 했고, 차츰 일삯이 모여서 제법 목돈이 되었다고 해요. 처음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알바를 했달 수 있는데, 시나브로 한 가지 생각이 꿈처럼 떠올랐다고 해요. 첫 생각은 “내 사진기 장만하기”였고, 이 다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여행 나서기”였다고 합니다. 사진기를 장만해서 여행에 나서려는 생각은 ‘어머니하고 일본 여행’이었다는데, 어머니는 갑자기 함께 갈 수 없는 일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답니다. 이때에 슬구 님은 ‘스스로’ 생각하지요. 비행기표나 숙소 예매를 모두 취소하느냐, 아니면 혼자서 씩씩하게 떠나느냐. 이 갈림길에서 혼자 여행길에 나서기로 했고, 첫 걸음마처럼 첫 ‘나 홀로 여행’을 마치면서 “우물밖 여고생”으로 거듭나는 길에 섰다고 합니다. 《우물밖 여고생》(푸른향기,2016)이라고 하는 사진수필책은 이렇게 태어납니다. 천천히 껍질을 깨듯이 찬찬히 우물밖 너른 터를 돌아보려고 하는 작은 눈길이 꿈길로 거듭나는 사이에 태어납니다. 하루에 몇 대 없는 버스를 놓쳐 두 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내야 하더라도 네가 화를 내지 않았으면 좋겠어. (82쪽) 왜 하필 지금 여행을 하냐고 물으면, 너는 왜 지금 여행을 하지 않느냐고 되묻고 싶다. (120쪽) 사회에서는 흔히 말하기를 ‘학생은 공부만 하면 된다’고 합니다. 다만,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대목에서는 ‘어떤 공부’를 하면 되는가까지 건드리지는 않아요. 학교에 가서 교실에 들어가야만 ‘공부’라고 여기곤 하지만, 공부는 학교에서만 할 수 있지 않습니다. 《우물밖 여고생》을 쓴 슬구 님은 알바를 하는 동안 ‘알바를 하는 곳’에서 사회와 경제와 노동을 배웠습니다(공부했습니다). 알바를 해서 얻은 돈을 푼푼이 모아서 사진기를 장만하는 동안 기쁨이나 보람이나 즐거움이나 선물이 무엇인가를 배웠어요. 어머니하고 일본 여행을 다녀오려는 꿈은 스러졌지만, 나 홀로 여행을 다녀오면서 ‘곁에 다른 사람이 없어’도 혼자서 하나부터 열까지 척척 살펴서 갈무리하는 살림을 배웠어요. 여행길에서 새로운 이웃하고 동무를 배웁니다. 나고 자란 곳에서만 바라보던 삶터가 아닌, 드넓은 새로운 삶터를 배웁니다. ‘시흥에서 보는 하늘’을 넘어서 ‘제주에서 보는 하늘’이나 ‘경주에서 보는 하늘’이나 ‘일본에서 보는 하늘’을 새삼스레 배워요. 하나씩 새롭게 배우는 동안 하나씩 새롭게 사진으로 빚습니다. 천천히 새롭게 마주하는 삶과 사람과 사랑을 천천히 새롭게 사진으로 옮깁니다. 누구한테서 배운 사진이 아니라, 스스로 새롭게 배우면서 찍는 사진입니다. 누구한테서 배운 글이 아니라, 스스로 새롭게 배우면서 쓰는 글입니다. 남한테 예쁘게 보여주려고 하는 사진이나 글이 아닌, 스스로 새롭게 배우는 기쁨과 보람과 즐거움과 땀방울을 담는 사진이나 글입니다. 멋스럽게 선보이려고 하는 사진이나 글이 아닌, 스스로 즐겁게 맞이하는 하루를 그저 즐거운 마음이 되어 엮는 사진이나 글입니다. 추운 날씨 탓에 나뭇잎들이 얼어서 걸을 때마다 바스락 소리가 났다. 그 소리가 좋았다. 나뭇가지가 부서지는 소리는 특히 더. 그래서 나는 풀숲만 찾아 걸었다. (152쪽) 《우물밖 여고생》은 우물밖으로 내디딘 첫걸음을 보여줍니다. 이 나라 ‘평범한 학생’이 서로 엇비슷하거나 똑같지 않다는 목소리를, 마음속에서 흐르는 목소리를, 교과서나 책에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스스로 온누리를 차근차근 디디고 밟고 서면서 느끼는 목소리를 들려줍니다. 앞으로는 너른 바닷물 같은 목소리가 되고 싶은 꿈을 보여주고, 쉬잖고 솟는 샘물 같은 목소리로 살려고 하는 몸짓을 보여줍니다. 들을 적시는 냇물 같은 목소리로 자라는 숨결을 보여주고, 구수하게 끓는 밥물 같은 기운을 보여줍니다. 삶에 여유가 있기 때문에 여행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하기 때문에 삶이 여유로운 것이다. (159쪽) 우물밖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슬구 님은 이제 ‘생활기록부 성적이나 숫자’에서 조금은 홀가분할까요? 생활기록부에 ‘무단결석’이라는 글씨가 찍히더라도 이러한 굴레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을까요? 또는 우리 사회나 학교에서 ‘나 홀로 드넓은 온누리를 배우려는 여행’을 하겠다는 ‘평범한 학생’한테 ‘삶 공부(체험학습)’를 하는구나 하고 받아들이도록 제도나 규칙이 바뀔 수 있을까요? 사진기·세발이·연필·책을 벗으로 삼아서 나서는 고즈넉한 마실길은 슬구 님이 《우물밖 여고생》에서 밝히듯이 스스로 넉넉해지려고(여유로워지려고) 나서는 새로운 길입니다. 돈이 넉넉해서 나서는 여행이 아닌, 마음을 넉넉하게 가꾸려는 꿈을 사랑스레 품기 때문에 나설 수 있는 새로운 길이지 싶습니다. 이리하여 《우물밖 여고생》에 깃든 사진이나 글은 풋풋하면서 차분한 그림이 됩니다. 이제 막 너른 터를 맛본 풋풋함이요, 이 너른 터에 흐르는 바람을 듬뿍 마시는 차분함입니다. 기쁜 열여덟을 기쁜 몸짓으로 맞이하면서 적바림한 사진과 글이, 기쁜 열아홉에도, 기쁜 스물다섯에도, 기쁜 서른 마흔 쉰에도, 오월바람 같은 따사로운 이야기꽃으로 늘 새롭게 깨어날 수 있기를 빕니다. 2016.5.26.나무.ㅅㄴㄹ (숲노래/최종규 - 사진책 읽는 즐거움) * 이 글에 붙인 사진은 슬구 님(http://blog.naver.com/ssol_0520)한테서 고맙게 받아서 붙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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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독이 있는 나 인지라 주로 읽었던 것은 일본소설, 미스터리물 정도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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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전에 읽고 있던 책을 다 읽은 후 이 책을 챙겨서 카페에 가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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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작가가 아니기에 글은 다듬어 지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이런 글의 느낌이 좋은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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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여행을 많이 다니면 금수저라거나 돈이 많나보다 라고 생각들을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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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행에 대해 알려준 첫 책이다. 이번에 첫 해외여행을 가게돼서 오랜만에 책을 폈다. 역시나 가장 기억에 남았던 부분은 프랑스에 가서 에펠탑을 꼭 볼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여행의 의미가 무엇일까 다시 한 번 더 고민해볼 수 있었다. 태국 여행을 하면서 유명하다던 장소에 가고, 음식들을 먹었던 것도 좋았지만 지하철을 타러가면서 봤던 들꽃이, 골목에 세워진 자전거가, 마지막 날 봤던 분홍빛 저녁 하늘들이 더 기억에 남는다. 예전에는 책을 읽으면서 우물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지금은 다시 돌아갈 우물과 같은 곳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커졌다. 2025년은 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 무너지지않는 깊은 우물에서 망설임없이 밖으로 나갈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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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크빛에 둘러싸인 상큼한 사진 표지에 이끌려 구매한 책이다. 어린 나이의 당참이 그대로 엿보이는 여행기랄까. 근심걱정부터 하고 보는 어른과 달리 자신의 꿈, 이상을 향해 주저없이 행동하는 용기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 그것이 청춘의 무기가 아니던가. 힘들어도 나 홀로 여행을 씩씩하게 해내며 그 안에서 자신의 내면을 한층 성숙시키는 모습을 보니 살며시 부러움이 올라온다. 어른이 읽어도 좋고, 이제 막 꿈을 펼치려는 청소년들이 봐도 좋은 책이다. 책 속에 빼곡하게 들이찬 작가의 사진을 보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