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기차를 타고 지방에 내려가게 되었다. 짐을 싸면서 어떤 책을 챙겨갈까 하다가 <별 박물관>을 택했다. 그동안 푸른책들 출판사에서 나오는 동심원 시리즈를 챙겨본 덕에 여러 시인의 시집을 접해보았는데 <별 박물관>은 푸른동시 동인 동시집이라서 여러 시인의 작품들이 한데 모아져 그 의미가 큰 것 같다. 창밖으로 휙휙 내달리는 풍경들이 비슷한 것 같지만 저마다 다르듯이 <별 박물관> 역시도 그랬다. 저마다 다른 빛깔의 시들이 기차 여행을 하면서 읽기엔 제격이었다고 할까. 소설을 읽다보면 책 속의 이야기에 끌려 나를 잊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시는 좀 다른 것 같다. 시를 읽다보면 자꾸 주변 이야기가 생각나고 각각의 시가 모두 이야기로 느껴져 다채로운 느낌이 든다. 몇 편을 소개해 볼까 한다.
방바닥에 구멍이 뚫렸나 보다 소리가 새는 게 분명하다 뒤꿈치를 들고 다니는데도 아래층 할머니는 시끄럽다고 만날 인터폰을 한다 오랜만에 서울에 올라온 할머니께 일렀더니 “내 한번 다녀오마.” 아래층에 내려가셨다 “혼자 사시더라 쯧쯧 마음에 구멍이 뚫린 거지.” 친구하기로 했다며 전화번호까지 적어 오셨다 할머니가 시골로 내려가신 후 인터폰이 울리지 않는다 뛰어다녀도 공을 튀겨도 된다 시골 할머니가 서울 할머니의 구멍을 막았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아마도 경험이 있을 듯한 이야기다. 나는 시골서 자라서 늘상 밖에서 생활했지만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을 갇혀서(?) 지내다 보니 민폐를 끼칠 때가 있다. 아마도 이 시의 아래층 할머니는 외로우신 분이 아니셨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끔 길을 가다가 모르는 할머니를 만날 때가 있다. 낯선 사람에게도 자식자랑에 이런 저런 말씀을 걸어오시는 것을 보면 나이들 수록 외로움도 깊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요까짓 정도 가지고 뭘
그거 아세요?
축구공 하나가 김현숙 여름 한낮 학교 운동장으로 탓 김현숙 삼겹살 좋아하는 엄마 맥주 좋아하는 아빠 게임 좋아하는 나 생쥐처럼 구멍을 쏙 빠져나가는 탓탓탓탓탓탓탓 |
|
살아온 만큼 지혜가 생긴다면 나이가 들어도 덜 억울하겠죠. 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속은 점점 좁아지고, 세상일은 자꾸 비꼬아지게 되고, 꼴보기 싫은 사람들만 한 둘 늘어나고... 삶이 팍팍하다고 여겨질 때 마음을 푸는 방법은 참 많아요. 어떤 사람은 술로 풀고, 또 다른 사람은 수다를 떨죠. 맛있는 걸 찾는 사람도 있고, 그냥 혼자서 한탄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고요. 동시를 읽어보면 어떨까요? 동시를 읽다보면 그나마 픽 웃으면서 세상 별 거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이들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화낼 일도 줄어들고, 아주 작은 것에서 행복을 찾을 수도 있죠. 별 거 아닌 일로 웃을 수도 있고요,
![]()
<별박물관>은 ' 푸른동시' 동인들의 작품을 수록해 놓은 동시집입니다. 편안하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나와요. 옆집과의 갈등, 나 혼자만의 고민들, 집에 있는 사소한 물건에 대한 추억,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슬며시 웃게 해주는 글도 있고요. 찡해오는 감동을 느낄 수 있는 동시도 있습니다. 평소에 매일 겪으면서도 모르고 살았던 일들에 대해 다시 떠올려 볼 수도 있고요. 주변 사람들을 새롭고 따뜻한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준 글도 있어요. 늘 보고지내는 사람들에 대한 풋풋한 마음도 새로 생기고요.
작가 나이를 보니 1940년대 생부터 1970년대 생까지 다양하던데, 동시는 하나같이 맑고 고와요. 어른의 눈으로 세상을 보드랍게 바라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러움이 넘칩니다. 어떤 동시는 살아온 연륜이 그대로 느껴지기도 했고요. 동동 거리면서 화내고, 급하게 몰아치며 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충고를 던져주는 듯한 글을 보면서 반성도 하게 됩니다. 무심코 넘긴 모습을 코믹하게 묘사해서 깔깔 웃게 해준 동시도 기억나네요.
우리 아빠 콧구멍에 거미가 살아요
가끔 다리 몇 개씩 콧구멍 밖으로 삐죽삐죽 내밀어요
아빠는 거미는 내쫓을 생각은 전혀 않고 하하하하 웃으시며 자꾸만 콧구멍 속으로 디밀어 넣어 줘요
우리 아빠 콧구멍에 다리 까만 거미 몇 마리나 살까요?
-『아빠 코털』 중에서 -
아랫집 할머니의 슝 뚫린 마음을 채워주는 이야기도 긴 여운을 남겨주네요. 층간소음 문제를 이렇게 귀엽게 묘사하면서 해결하다니, 한 수 배우고 싶어지네요. 자신의 잘못이나 실수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식구들을 표현한 동시도 재미있었어요. 저희 집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살짝 찔렸고요. 별박물관이라고 불리는 산골 할아버지 댁에 꼭 한번 가보고 싶어요. 양말 빨랫감을 하나 더 늘렸다고 팔짱 끼고 당당해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보면서 움찔 했어요. 아이를 만만하게 보면 절대 안되겠어요.
![]()
짧고 간단한 이야기지만, 그 안에는 세상 전부가 들어 있어요. 내 이야기, 이웃들의 이야기. 아이의 마음으로 세상을 살고 싶어요.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화도 덜 내고, 짜증도 덜 부리게 되겠죠. 앞만 보고 달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조금만 천천히 달리면서 주변을 돌아보면 의외로 재미있고 신기한 일들이 많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어집니다. 따뜻한 그림과 푸근한 이야기 덕분에 한번 더 웃게 되네요. |
|
동시를 읽다보면 늘 떠오르는 어린시절... 짧은 글에서 많은 걸 느끼게 합니다.. <별 박물관>은 푸른동시 동인 시인 스물두명의 시를 2편씩 모아서 만든 책입니다.. 별 박물관 산골 할아버지 동네엔 감나무도 많고 빈집도 많고 새소리도 많다 그래도 산골 할아버지 동네에 가장 많은 건 총총총 밤하늘의 별들이다 산골 할아버지 동네는 오래전 도시에서 사라진 별들을 모아 놓은 별 박물관인가 보다 (p: 38~39) 어린시절 밤하늘을 보면 정말 하늘에 별들이 참 많았었죠... 하지만 지금 밤하늘을 바라보면 시골인데도 별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답니다.. 아이와 함께 밤하늘을 본적이 있는데 엄마 어린시절엔 밤하늘에 별들이 가득했다는 말을 했더니 정말 부러워 하더라구요. 우리아이에게 별들이 총총총 떠있는 모습 보여주고 싶네요. 아빠 성취도 평가 시험지 받은 날 저번 시험보다 다섯 문제 더 맞았는데도 엄마는 못마땅한 얼굴이다. "어떻게 이 문제를 틀릴 수가 있어 - 엉?" 잘한 것 칭찬하기보다 실수한 것 야단치는 엄마 속상한 내 마음 또르르 굴러 아빠에게 갔나 보다 신문 보던 아빠의 한마디 "괜찮아, 아들, 아주 잘했어!" (p: 51) 아직 우리아이는 저학년이라 이렇게 까지 해본적은 없지만 집에서 문제집을 풀때 한두문제 틀렸을때 쉬운문제를 틀리면 이런 말을 할때가 있네요.. " 이문제는 니가 풀 수 있는 문제잖아.. 다시 풀어봐" 하고 말하는데 목소리가 별로 이지요...ㅋㅋ 동시집은 정말 읽을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짧은글에 많은걸 느끼게 해주고 생각하게 만드는것 같아요. |
|
동시를 접할 때마다 느끼는 건... 어쩌면 이렇게 몇 개 되지 않는 단어들로 아이들 마음을 콕! 찝어낼까~ 하는 감탄입니다. <<별 박물관>>은 스물두 명의 시인들이 모여 <푸른동시> 동인 이름으로 펴낸 동시집이에요. 많은 시인분들이 모여 낸 책이라 그런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다른 개성이 풍겨져 나옵니다. 첫 장의 시가 가슴에 쏘옥~ 들어와 박힙니다. "바다"는 모두 받아주기 때문에 바다라는 아름답고 고운 동시에요. 동시집에는 이렇게 "의미"를 되새기는 예쁜 동시도 있고, 일상 속의 이야기나(<늦잠>, <개밥>, <쑥국>, <알거지 우리 오빠> 등) 아이들의 마음을 잘 대변해주는 동시들(<냉동실에>, <내가 먹은 말들>, <별에 대고> 등)도 있습니다. 다양한 시인들의 개성 넘치는 시들처럼 다양한 이야기가 가득~하지요. "시"라는 분야에 고정관념이 있어서인지 "알"이나 "클릭"처럼 요즘 아이들에게 익숙한 어휘들을 보면 깜짝! 놀랄 때도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동시를 통해 거꾸로 아이들의 생활을 들여다보게 되네요.^^ 이번 동시집에는 한 번 읽어도 쉽게 이해되고 다가오는 동시들이 있는 반면, 조금 깊이 생각하고 음미해보아도 좋을 듯한 어려운 동시들도 있어요. 동시집을 읽는 아이들 연령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일 것 같네요. 그렇기 때문에 두고두고 오래 읽을만한 동시집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제게는 곽해룡님의 연작시 <박쥐>와 <기린>이 눈에 들어옵니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대변하여 조금 다르게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아요. 어린 아이들의 눈높이에 딱 알맞은 동시죠? 매일 두꺼운 책은 읽어도 동시는 자주 손에 들고 읽게 되지 않습니다. 의도하지 않아도 그래요. 그래도 이렇게 가끔 눈에 들어오는 푸른책들의 동심원 시리즈를 읽게 되면 제 마음도 정화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아이와 좀 더 자주 동시를 읽어야겠어요. |
|
동시를 읽는 이유는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그 시속에 담긴 예쁜 말 때문에 자주 읽어보곤 한다. 동시를 통해 좋은 정서를 체험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려보기도 하는 것도 좋다. 이 동시집을 읽기 전, ‘푸른 동시’ 모임의 회장의 글을 읽어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역시 시인은 시인이다. |
|
동시집을 접하면서 마음이 맑아지고 개운해 지며 사물을 볼 때 좀더 맑은 시각으로 볼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이 책의 저자인 작가들도 시인 청소부라는 이름을 가지고 마음속의 먼지를 닦아낼 수 있도록 예쁘게 동시를 지어내었네요.
한 두 사람의 동시가 아닌 무려 22명의 작가의 동시가 실려있어서 다양한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수 있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구요.
검은 밤하늘을 배경으로 별이 반짝이고 있는데 그 별속에는 아이도 있고 할머니도 있고해서 각자 자신의 밝기로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모습이랍니다.
<바다>에서는 초등학교 받아쓰기 할 때 소리나는 대로 써서 틀렸다고 하고 제대로 쓰라는 이야기만을 들었었는데 받아 라는 말을 소리나는대로 써서 바다라고 하니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이야기하고 있어서 아이들과도 소리나는 대로 써서 다른 말, 뜻을 가지게 되는 생각의을 나누어볼수 있겠더라구요.
<냉동실에>서는 저도 대파를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 꺼내어 쓰는데 신나는 기분, 좋은 기분도 저장해두고 꺼내어 쓰면 좋겠다 싶어요.
<개밥>에서는 말못하는 동물이기에 더더욱 따스이 챙겨주시는 할머니 손길이 느껴지고 그래서 우리 할머니도 어릴적 고양이 밥을 그렇게 챙기셨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신발>에서는 신발을 신을 때 구부리는 모습을 보고서 신발에게 인사하는 모습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서 재미가 느껴졌습니다.
<너는 너고 나는 나야>에서는 각자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색을 따라하면 원래색도 아니고 또 따라한 그 색도 나오지 않은 어정쩡한 엉뚱한 색이 되기에 우리 아이들도 남의 모습을 무조건적 따라가기 보다는 본연의 색을 가지고 키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빔반>에서는 비빔밥 만드는 과정처럼 교실을 그릇이라 보고 아이들을 나물, 그리고 마지막에 선생님 호통 한숫갈을 넣는다는 표현이 기발하더라구요. 학창시절 담임선생님의 잔소리가 싫었지만 그 소리가 없는 지금은 왠지 서운한 생각도 들거든요.
<까치둥지>에서는 겨울에 횡한 나무에 있는 까치 둥지를 보고서 주머니라는 표현을 쓰고 있어서 재미났답니다. <다음기회에서는> 음료수나 과자를 먹고 나서 나오는 경품딱지를 보면 당첨보다는 다음기회에 라는 것이 많아서 늘 아쉬울때가 많은데 취업에서도 다음 기회에 라면 더 아쉬운 마음이 클거 같아요. 대졸자인데도 취직을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구요.
생활속에서 볼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이나 사물에 대해서 그냥 일상의 모습이라고 넘기지 않고 관찰하고 고정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생각을 바꾸어서 이렇게도 생각할수 있구나 하는걸 느낄수 있었고 재미난 표현도 많이 접할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
|
이제 겨우 11년 된 녀석이 박물관에 다 들어오고 말이야? 엄마는 오래 되서 영~~ 쫌 그렇죠? 뭐라꼬?
수 억 만년, 몇 백 광년이 훨씬 더 된 별들이 지구까지 제 존재를 알려온다. 어쩌면 벌써 사라져 버린 별도 있을 지 모르지만, 도시에서 별을 보기란 정말 하늘의 별따기 만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지만, 대신 연신 제 얼굴을 들이밀며 싱싱하다고 자랑질 하는(?!) 아들 녀석의 반짝이는 두 눈이 별이 아니고 무엇이랴!!!
꼭 울 아들내미처럼 새까맣게 생긴 녀석이 흘낏 건너다본다.
머리 속엔 정리되자 못한 온갖 것들을 쑤셔넣어 놓고 두 볼은 퉁퉁부어서 듣기 싫은 말은 가볍게 패쓰~~~
그래도 속내는 매일매일 유혹하는 속엣말을 걸러내느라 저도 모르게 속이 새까맣게 타버린걸까? ㅎㅎ(내가 먹은 말들 -안오일 시)
(별에 대고 - 오지연 시)
지금은 컴퓨터 오락이 아니라 넓은 하늘 별에 대고 마음 화살표로 클릭을 한다. 그 순간 두근거리는 남자친구의 모습과 전학 간 친구의 얼굴과 돌아가신 할머니의 모습이 환하게 떠오른다.
클릭, 클릭, 클릭.....
나를 생각할까!
잊지 않고 나를 그리워할까!
보고 싶은 만큼, 보고 싶은 수만큼. 그리운 만큼 클릭하다 보면 아마 금방 날밤을 꼬박 새고 만다.
누군가를 추억하고 그리워한다는 건 참 행복한 일이다.
기린
-詩 곽해룡-
기린이 키 큰 나무의 잎을 먹고 있다.
기린아,
넌 욕심이 많구나.
나뭇잎을 많이 먹고 싶어서
목이 길어졌구나.
아니야,
키가 작은 나무의 잎은
키 작은 동물들에게 양보하기 위해 복이 긴 거야.
생각하는 데로 행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알려 주는 놀라운 시다.
기린이 제 목을 늘인 이유가 욕심을 내기 위함이 아니라 배려와 양보를 위함인 걸 깨닫고나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이나 어른 할 것 없이 이런 생각으로 산다면 정말 손끝 발끝으로 묻어나는 일련의 행동들이 모두다 따뜻하고 정겹지 않을까!
무슨 색깔로 커 갈 지 알 수 없지만 넘어지더라도 열심히 축구를 위해(?!) 발길질을 하고
수고하는 의자를 위해 예쁜 꽃화분을 올려 놓고
새똥의 인사를 짜증내지 않고 반갑게 맞는 아이들이라면
딱 하루 내가 제일 아끼는 걸 숲 속 마을 일일장터에 기꺼이 내놓을 수 있는 마음이라면
어느 순간 그 속에서 사과 나무가 자라나 기린처럼 키가 쑤욱 자라거나
가지마다 사과가 주렁주렁 매달리는 사과별이 되지 않을까!
저마다 가슴에 품은 별이 있고 저마다 하나의 별이 된다.
아이들때문에 웃고 울지만 그 아이들때문에 행복하지 않은가!
패, 경, 옥....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던 윤동주의 시처럼 별하나에 그리운 사람들의 이름을 하나씩 불러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