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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작가에 대한 호기심. 아니 의무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문학, 특히 소설을 좋아하는데 다양한 소설중 노벨문학상 작가들의 대표작은 의무감에라도 읽어봐야할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규칙이랄까.. 최근 가즈오 이시구로의 책을 읽은 후 또 다른 작가의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에 페루 출신의 스페인 작가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의 작품들을 찾아보게 되었다. 이미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구입을 했고 이 책도 오래 전에 구입을 해 놓은 상태였다. 맘 같아서는 제목부터 더 호감이 가는 이 책 < 나쁜 소녀의 짓궂음>을 먼저 읽고 싶었는데 그래도 웬지 신작보다는 그 작가를 대표할 수 있는 대표작을 읽어보는 게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를 펼쳤고 <염소의 축제>도 구매를 해야겠다 맘을 먹었다. 그런데 책 초반부터 대화의 구성이 특이해서 공간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아.. 이 책은 이런 특징을 가지고 있기에 인물들의 이름을 잘 알아두어야하고 다양한 공간들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다가 적재 적소에 그것들을 상상해야하는 구나.. 하는 재미를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나쁜 소녀의 짓궂음>의 대한 소개와 옮긴이의 말을 휘리릭 들춰보다가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는 좀 나중에 읽고 얼른 <나쁜소녀의 짓궂음>부터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무감보다는 호기심이 이겼다고나 할까...
한 소녀를 향한 착한 소년의 사랑과 그 사랑을 알면서도 소년을 훌쩍 떠났다가 다시 나타나는 나쁜 소녀의 사랑이야기.. 도저히 궁금해서 판텔레온.. 그 책이 더 이상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린 시절 칠레 여자 아이 릴라를 사랑하게 된 페루 소년 리카르도.. 릴라를 사랑하게 된 리카르도는 그녀에게 절절한 사랑 고백을 하지만 릴라는 받아주지 않았고 결국 릴라가 칠레에서 온 소녀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그녀와 이별을 하게 된다. 그 후 리카르도는 자신이 꿈 꾸어 왔던 파리에서의 생활을 위해 노력했고 결국 통역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파리로 건너가 자신이 꿈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 그 후 리카르도는 릴라를 다시 만나게 된다. 게릴라 전사 아를레테로, 프랑스 외교관의 부인인 아르누 부인으로, 영국인 사업가의 부인인 리처드슨 부인으로 그리고 일본 야쿠자의 애인인 구리코로... 이렇든 착한 소년과 나쁜 소년의 만남은 40여년간이나 이어질 듯. 이어질 듯한 그런 관계를 유지하게 된다. 이렇게 두 사람이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그 상황 속에서 리카르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마치 하나하나의 단편 소설 같다. 그 이야기들의 소재들 속에서 어김 없이 나쁜 소녀가 등장을 하고 리카르도에게 또다시 희망이라는 것을 갖게 한 후 절망하게 만드는 나쁜 소녀..
<칠레의 여자아이들>에서는 리카르도와 그 친구들을 통해 1950년대 초반 페루의 한 도시 미라플로레스를 묘사하며 당시가 그래도 멋진 시절이었음을 회상해 본다.
<게릴라>에서는 파리로 이주해 온 리카르도가 쿠파로 파견하는 게릴라들을 교육시키는 파울이라는 친구을 알게 되고 교욱을 받으로 파리로 온 릴라. 아를레테를 만나게 된다. 당시 페루의 형명을 꿈꾸었던 젊은 전사들과 파리의 문화적 세태. 상황들을 공유하는 그들을 볼 수 있다. <스윙윙 런던에서 말을 그리는 화가>에서는 일을 하러 런던에 갔던 리카르도가 영사관에서 고향친구인 후안 바레토를 만나서 생기게 된 일들이다. 그는 런던에서 말을 그려주는 화가로 성공했고 그를 통해 리차드슨 부인이 된 나쁜 소녀를 만나게 된다. 당시 영국에 만연해 있던 히피, 대중음악등 문화의 중심지로 변화하고 있던 런던의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후안은 병으로 사망하게 되는데 그것이 바로 에이즈임을 암시한다
<사토 메구루의 역관>에서는 같은 통역일을 하는 동료 살로몬 톨레다노가 일본으로 일을 하러 갔고 그곳에서 만난 한 여인이 나쁜 소녀임을 직관하게 되는 리카르도.. 그녀를 만나러 한국을 거쳐 일본으로 가게 된다. 야쿠자의 애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그녀를 보게 되고 그곳에서 그녀에게 처절한 배신감을 느끼게 되는 리카르도는 다시는 나쁜 소녀를 만나지도 생각하지도 않겠다는 결심을 하게 된다. <말 못하는 아이>에서는 드디어 나쁜 소녀를 잊고 자신의 삶을 좀 더 굳건히 하려는 그 앞에 나쁜 소녀는 정말 나쁜 상태로 다시 나타난다. 거의 죽음에 이르른 상태로 .. 착한 소년은 이 소녀를 다시 한 번 보듬고 자신의 전 재산을 털어서 치료해주고 다시 소생시킨다. 그리고 열 다섯번째 청혼을 한다.. 결국 그녀의 신분을 위해 결혼을 하고 드디어 나쁜 소녀는 리카리도 소모쿠르시오의 부인이 된다. 생애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지만 언제나 집에 들어와 인기척이 없으면 이번에도 이별... 이라는 직감을 하게 되고 결국 그 직감이 맞게 된다. <아르키메데스와 방파제 건설자> 리카르도에게 페루의 상황을 편지로 알려주시던 고모부가 돌아가시고 그의 장례식 참석차 페루로 온 리카르도 그곳에서 한 방파제 건설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사람이 릴라의 친부임을 알게 되고 릴라의 본명을 알게 된다. 이제 나쁜 소녀의 그 처음을 알게 된 리카르도.. 그녀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라바피에스의 마르첼라> 이제는 나이가 들어버린 리카르도. 집중력이 떨어져 통역일도 어렵게 된다. 근근히 번역일을 하며 자신보다 나이 어린 마르첼라와 함께 살아간다. 그녀의 일을 위해 스페인으로 이주를 해 온 리카르도.. 결국 그곳에서 자신을 찾아온 나쁜 소녀를 만나게 되고 나쁜소녀는 리카르도 앞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자신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파리에서 가장 사랑하는 소녀와의 소박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착한 소년의 희망이었던 반면 나쁜 소녀는 화려하고 부유한 삶을 추구했다. 그녀가 거처갔단 많은 장소들과 신분들.. 그것은 작가가 당시 페루의 이야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대를 살아갔던 다양한 곳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어서였던 것 같다. 또한 그러한 그녀의 주위에 항상 착한 소년이 다가가 있기 위해 리카르도의 직업을 통역관으로 설정한 것 같다.
항상 너를 사랑하지 않을거야.. 하고 말하면서도 리카르도에게는 자신을 사랑한다는 말을 계속 요구하는 나쁜 소녀.. 칠레 여자아이 릴리. 아를레테 동지.로베르 아르누 부인. 리처드슨 부인. 구리코. 리카르도 소모쿠르시오 부인인 그리고 본명은 오틸리타..결국 그녀가 리카르도를 사량했던 방법은 이렇게 자신의 신분과 이름을 바꾸었지만 리카르도에게만큼은 오직 나쁜 소녀였음을 보여주는 그 진심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소설이기에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사랑이야기.. 오로지 그들에게만 집중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주위와 어우러 질 수 있었던 독특하고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다시 <판탈레온과 특별봉사대>로 돌아가봐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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