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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하이쿠에 대해 알게 되고, 열일곱자의 묘미에 대해 궁금증을 느끼면서 좀더 자세히 살피다가 새삼스럽게 우리의 시조를 떠올렸다. 너무 모른 척 하고 살아온 것이다. 그래서 하이쿠를 더 보겠다는 생각을 잠시 접고 당분간 시조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 보겠다는 생각으로 이 책을 구하였는데.
시조는, 이제까지 이십 년이 넘도록 학생들에게 가르쳐 온 우리 문학 갈래 중의 하나이다. 고전시조부터 현대시조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전통적인 정서를 담고 있다는 그 가치를 내세우면서 학생들에게 어지간히 강조해 왔다. 사실, 수학능력시험 언어영역에서는 여전히 시조가 문제로 출제되고 있으므로 중요하다고 강조해도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문제는 시조를 직접 지어 보는 일이다. 나는 교과서 수업 진행 중에 시조가 바탕글로 나오면 학생들에게 꼭 형식에 맞추어 시조를 지어 보게 하는 쪽인데, 그게 지속되는 일 없이 단편적으로 끝나고 마니까 효과면에서는 그다지 내세울 게 없다. 다만 마음 한편으로, 우리에게도 이런 좋은 형식의 시가 있는데, 어찌 일부 사람들만 향유하고 있을까 하는 안타까움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이 책을 구한 것이다. 나도 시조를 쓰는 연습을 해 봐야겠다고. 하이쿠를 써 볼 것이 아니라 우리 시조를 써 봐야겠다고. 교과서에 나오는 시 말고 요즘의 시들은 어떤 모습인가 알아보자고.
일단 이 책에 나오는 시조시인들이 죄다 낯설다. 그건 내가 관심을 가진 적이 없었다는 증거이니까 어쩔 수 없고. 내가 기대한 시조의 모습이 적다는 것을 느끼면서 그게 좀 아쉬웠다. 전통적인 시조를 기대했나 보다. 형식이든 내용이든, 이제까지 교과서에서 봐 온 시조같은 시조들.
이 책 속의 시조들은 얼핏 보면 시조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겠다. 형식도 자유시처럼 배열해 놓은 작품이 많은데 일부러 그렇게 한 것인지, 시조일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진 상태가 아니라면 자유시라고 쉽게 넘길 수도 있을 정도이다. 모르겠다. 요즘에는 다들 이렇게 시조를 쓰고 있는 것인지.
3장 6구의 단시조를 맛보고 싶었다. 하이쿠보다는 길겠지만, 짧고도 강건한 형식을 지키면서 해야 할 말, 하고 싶은 말을 온전히 드러낼 수 있는 시조 한 수. 혼자 걸어 들어가야 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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